- 12권 6화
281 화
그 와중에도, 천사는 목적을 달 성했다는 것이었다.
“한국을 제외한 도시 대다수는 크게 피해를 입었고, 수많은 미물 을 정화했습니다.”
인구는 곧 힘이었고 빠른 발전과 번영의 원동력이었다.
실제로도 리벨리온은 수많은 차 원 연합의 인구수를 바탕으로 여태 없을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이런 상태라면 전과 같은 번영 을 누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한서준 그놈이라 해도 이런 피 해를 어찌할 수 없을 겁니다.”
비단 지구의 각성자뿐만이 아니 었다.
리벨리온 연합에 소속되어있던 이종족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이 정도라면 본래의 목적을 달성 한 것이 틀림없었고 그로 인해 리 벨리온 연합의 기세가 꺾였다는 것 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잠시 시간을 번
것에 불과하다는 것은 애써 숨기는 사실이었다.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마십시 오. 지금 중요한 것은 한서준, 그의 존재입니다, 놈은 상상을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결국은 인간의 능력이 온전히 개화 되었다는 말입니다……
억압으로 봉인해두었던 인간의 성장력과 적응력.
인간이라는 종족은 그 시작은 미 미할지라도 성장 폭은 그 누구보다 도 창대한 종족이었다.
비록 지금은 역사에만 기록되어
있을 정도의 아주 먼 과거였지만, 정복왕 가이사가 인간을 이끌던 시 절에 이 우주의 지배를 하던 종족 은 인간이었다.
그러나 가이사는 이 우주를 떠났 고, 남은 인간에게 제한을 걸어두 었던 탓에 전과 같은 역사가 되풀 이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위대한 천신님께서 우주 협회와 합심하여 가한 제약이었기에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거늘……
벌써 셋이나 되는 대군주를 혼자 감당할 정도의 위용을 보였다는 것 은 이미 그릇을 깬 지 오래라는 말 이었다.
“결국,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인 가.”
가브리엘의 입가로 쓴웃음이 흘 렀다.
“한탄하고 있기보다는, 어렵게 벌어낸 이 시간을 이용하여 놈을 상대할 대책을 급히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사리엘의 말에 가브리엘이 코웃 음을 친다.
“……굳이 우리가 대책을 낼 필 요도 없을 것입니다. 한서준이 그 릇을 깰 만큼 강해졌다면 우주 협 회 측에서도 가만히 있지는 못할
테니.”
가했던 제약이 부서졌다.
그것도 가이사와 같은 인간종이 말이다.
현재 가이사는 우주 전체의 적이 다.
그녀가 떨치고 있는 악명을 이용 하여 명분을 만든다면, 우주협회 측의 힘을 빌릴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지금쯤이면 우주 협회 쪽 에서도 움직임을......
회의가 한창 이어지고 있던 순 간, 신전 가장 드높은 곳에 위치한 백색의 문이 열렸다.
말을 내뱉고 있던 가브리엘을 비 롯한 대군주들의 미간이 찌푸려진 다.
“분명 회의 중에는 아무도 들어 오지 말라 명하지 않았느냐.”
말로 경고하는 사리엘과 달리 가 브리엘은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리 며 전면으로 나선다.
“감히! 이곳이 어디인 줄 알고 예고도 없이 함부로……
백색의 문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 낸 이는 흰 수염이 늘어진 인간 노 인이었다.
“어디긴요, 엘리시움의 가장 높
은 곳 아닙니까?”
“하백.”
노인의 이름을 부른 사리엘이 가 브리엘에게 눈짓했다.
물러나라는 뜻이었다.
가브리엘이 그리 내키지 않는 표 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빠진 다.
정확히 말하자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대군주조차도 쉽게 감당할 수 없 는 종의 정점이라 불리는 용족.
하백은 우주를 수호한다는 수호
룡에서 3좌를 차지하고 있는 존재 였다.
“이곳에 방문한 것은 오랜만이로 군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신전 내부 를 둘러보는 하백의 눈에는 큰 감 회가 어려 있었다.
본래 그가 이 장소를 찾았을 때 는 위대한 존재라 일컬어지는 천신 이 자리 잡고 있을 당시였다.
그때와는 분위기, 그리고 무게감 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천신이 계속 머물고 있었 다면 이렇게 무례하게 찾아오는 행
위 따위 생각지도 못했을 일이었다.
‘영악한 수호룡 놈들.’
지금 하백의 행동은 천상의 권한 이 그만큼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인 식시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하나 대군주들은 그런 사실을 알 면서도 인내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천상에는, 수호룡과 같은 강자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수호룡의 3좌인 그대가 이곳에 찾아왔다는 건…… 메타트론 님께 서 무사히 협상에 성공했다는 뜻이 겠지.”
차분한 음성에 신전을 둘러보던
하백의 눈가가 휘어지며, 사리엘에 게 향한다.
“타키온이 한서준의 손에 영멸했 습니다. 저희 수호룡도 상당한 손 실을 입은 상황인 탓에 마냥 방관 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요.”
“혹시 우주협회 측은……
“자세한 연유는 알 수 없지만, 윗분들께서는 침묵을 지키고 계십 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저희 수초룡들도 한서준을 계속 방 치하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거든요……
하백은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었
“그러던 도중 천상의 서기관이신 메타트론께서 직접 고개를 숙이시 며 부탁을 해오기까지 하니, 더 이 상의 회의는 필요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겁니다.”
“수호룡님들께서 직접 나서실 생 각이십니까?”
용족은 개개인만으로도 종의 정 점이라고 불릴 만큼 뛰어났다.
그리고 자부심이 강하다는 종의 특성상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 편 이었다.
하지만 수초룡들은 달랐다.
필요하다면 무리를 지었고 합공 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렇기에 수호룡은 현 우주에서 가장 위험한, 괴물 같은 존재였다.
최상위 종족으로 구성된 차원들 이 수호룡들에게 대들지 못하는 이 유였다.
“예. 저희 수호룡이 직접 나서야 지요. 한서준 그는 우주의 균형을 어그러뜨린 존재 아닙니까?”
“당연히 우리 엘리시움의 천사들 도 힘을 보탤 것입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나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닙니다. 균형을 어그
러뜨리고 있는 한서준을 처리하는 조건으로 위대하신 분께서 저희에 게 도움을 줄 것이라 선언하셨습니 다. 후후……
사리엘의 눈이 빛났다.
저 오만한 수호룡이 위대한 존재 라고 말하는 이들은 흔치 않다.
“위대한 존재께서 나섰다고? 어 느 누가……r
위대한 존재라 일컬어지는 이계 의 신격들은 대부분 이 우주에 일 어나는 일을 즐겁게 관망할 뿐이다.
직접 개입을 해온 존재들은 지금 까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첫째, 가이사는 누가 봐도 한서준에게 절대적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대체 누가?”
사리엘의 고개가 갸웃 젖혀지려 던 찰나, 미소를 피워낸 하백이 입 술을 달싹인다.
“신들의 아버지, 그분께서 우리 를 돕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쟁은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다.
완전한 독립이라는 크나큰 승리, 그를 위해 치른 대가들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특히나 이번의 경우 엘리시움에서 작정하고 침공을 벌여온 탓에 전과 달리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 었고, 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합 동 빈소가 설치되었다.
원래는 비공개로 가족들만 자리 해서 조촐히 치를 계획이었으나, 인터넷 여론 덕분인지 추모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 공개장으로
바뀌었다.
수많은 사람이 희생을 기리기 위 해 빈소를 방문했다.
그리고 서준도 빈소를 찾았다.
“저, 저기.”
“한서준 의장님?”
평소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 기에서준의 등장만으로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이후로 계 속되었던 반응인 만큼 그다지 놀랄 것은 없었다.
실제로 서준도 귀찮게 굴지만 않
는다면, 남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든 크게 개의치 않아 했다.
‘하지만 때와 장소는 가려야지.’
서준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곳은 다름 아닌 전쟁의 아픔을 추 모하기 위한 장소였다.
엄숙해야 할 영결식장이 자신 때 문에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서준은 대기 중에 내력을 흘려보냈다.
서준의 입장에서는 극히 미미한 양의 내력이었지만 일반적인 사람
들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족했다.
“..I”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으며 정적 을 만들어 낸다.
본능적인 공포에 방금까지, 연신 입을 놀리던 조문객들이 모두 입을 다문다.
‘좋네.’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한서준은 잠시 멈추었던, 걸음을 앞으로 내 딛는다.
마침내 서준이 영정들 앞에 섰 다.
사진 속의 인물은 모두 활짝 웃 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손에 한 송이의 꽃을 쥔 서준이 잠시 눈을 감았다.
‘나로 인해 벌어진 일, 희생.’
늘 그랬듯, 천사의 표적은 자신 일 것이라 생각했기에 이런 불필요 한 희생을 만들지 않으리라 생각했 던 서준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모두 오만에 불과했다.
‘분명, 막을 방법이 있었을 텐데.’
가슴이 무겁다.
스스로의 무능함과 자만에서 비 롯된 일에서준이 아랫입술을 질끈 - 깨물었다.
입안에 비릿한 피의 잔향이 머물 던 순간이었다.
“의장님?”
사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 부인이 서준의 앞으로 다가온다.
그녀를 마주보고 있는 서준은 눈 살을 찌푸리지 않는다.
앞선 조문객들과 달리 단순한 훙 미로써 서준의 앞에 선 것이 아니 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서준이 이곳에 들른 이유 이자, 서준의 방문을 간곡히 요청 해온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아들, 도현이를 대신해서 꼭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리고 싶었 습니다, 바쁘신 분에게 폐를 끼치 게 되어 죄송합니다.”
김도현, 과거 가좌역에서 발생했 던 게이트 앞에서 마주했고 변화했 던 각성자.
각성자가 된 이후 처음 마주하게 되었던 사건인 탓에 또렷하게 기억
“아닙니다.”
“저희 도현이가 어찌나 입이 닳 도록 말하던지요. 자기 눈을 뜨게 해줬다며 항상 입버릇처럼 감사하 단 말을 달고 살았답니다.”
당사자가 아닌 만큼 그때의 김도 현의 감정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는 없었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하여 김도현 이라는 사람이 크게 변하게 된 것 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서준은 담담히 고개를
주억이며 이야기를 들었다.
“비겁자가 아닌 영웅으로, 부끄 럽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 어서 행복하다고 죽어서도 이 은혜 를 잊지 않겠다고……
그의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졌 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의장님 덕분에 제 아들이 환히 웃으며 떠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한서준 의장님.”
자식을 잃은 부모를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법이다.
미안한 마음에서준이 침통한 표 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도현의 부모는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말들을 전해 왔다.
아니, 비단 그의 가족뿐만이 아 니었다.
영결식장에 모여 있던 모든 희생 자의 유족이 다가와 감사를 표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들일 수 없 었다.
스스로가 보인 무책임한 행동이 낳은 끔찍한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싫었다.
‘바꿔내겠어.’
죽은 생명을 다시 살려내는 것.
분명, 우주의 균형이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예상치 못한 혼란이 찾아오거나, 우주가 그에 따른 응징을 가해 오 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 그런 것을 두려 워할 이유는 없었다.
‘균형? 섭리? X까라 해.’
당연하지만 무작정 감정에 호소 하는 말은 아니었다.
서준은 이 잔인한 현실을 타개할
방법들을 알고 있었다.
결심을 내린 서준은 영정 앞에 놓으려던 꽃을 다시 본래의 자리로 꽂아 놓으며 발걸음을 옮기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