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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71화 (271/517)

- 12권 1화

276화

“헤매고 있는 것이 우리에게는 최고의 조건이야……. 아주 좋아.”

입가에 미소를 거둔 우리엘의 눈 동자가 하뉴를 응시한다.

“준비는 착실히 되고 있겠지?”

“염려하실 거 없습니다, 말씀하 셨던 제물들을 모두 바친 상태입니 다.”

당찬 하뉴의 대답에 우리엘의 눈 동자가 휘어진다.

“예정대로 문을 열 수 있겠군, 훌륭해.”

“과찬이십니다, 저는 그저 지시 한 대로 따랐을 뿐입니다.”

“아니, 내 기준으로 자네는 완벽 한 인간이야. 내 생각은 그래, 인간 은 그러니까 음…… 너처럼 말 잘 듣는 개,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 도 보이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거 드 ”

노골적인 무시였지만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치욕도 견 뎌낼 수 있었다.

입가에 미소를 그린 하뉴가 고개

를 조아린다.

“원래 주인을 제대로 보필하는 것이 저희 종의 의무이죠.”

“후후, 아주 좋은 태도야……. 이 런 상태라면 이 싸움에서 패배할 일은 없겠어.”

물론, 한서준은 괴물이었고 가장 큰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엘, 천사들의 목적은 리벨리온을 괴멸시키고 지 구를 함락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피해를 입혀 지금과 같은 번영을 누리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게 전부 였다.

‘아무리 한서준이 강하다 할지라 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 가 있는 법이지.’

특히나 이렇게 군단의 침공을 막 아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한 계가 명확했다.

한 손으로는 열 손을 막아낼 수 는 없는 법이다.

제 몸 하나 지켜내는 것은 어렵 지 않겠지만, 지구인과 연합군을 모두 지킬 수는 없었다.

머지않아, 지구에는 피가 강을 이룰 것이고 시체들이 산처럼 쌓일 것이다.

“공들인 리벨리온이라는 탑이 무 너지는 것으로 절망하게 될 놈의 표정이 궁금하군.”

우리엘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흐르고 있던 순간이었다.

쨍그랑-!

대사관의 유리 창문이 깨지며 검 은 인영 하나가 내부로 뛰어들었다.

놀란 표정의 우리엘이 미간을 찌 푸리고는 고개를 돌린다.

“한서준?!”

본인이 아닌 카구야의 거울로 빚 어진 분신체였지만, 지금의 우리엘

로서는 자세하게 그를 탐색할 시간 이 없었다.

어느덧, 검게 물든 주먹이 우리 엘의 안면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화륵-!

우리엘은 다급히 불꽃을 일으켜 접근해오던 주먹을 강하게 밀어냈 다.

그 기세가 어찌나 맹렬한지, 망 설임 없이 창문 안으로 뛰어든 분 신체가 잽싸게 거리를 벌릴 수밖에 없었다.

침묵을 지킨 분신체는 천천히 자 세를 다잡으며 우리엘과의 거리를 유지했다.

이후 가늘어진 눈매로 우리엘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멍청한 것이……. 꼬리를 밟혔 군.”

분노 어린 목소리가 하뉴를 향한 다.

“죄, 죄송합니다!”

크게 분노할 것도 없었다.

어차피 능력은 한없이 부족했던 주제에 욕심만 많았던 인간이다.

‘오히려 잘됐군.’

천사와 한서준이 마지막으로 맞 붙었던 시기는 수개월 전.

한서준이 항시 괴물과 같은 성장 세를 보였던 점을 생각한다면 이번 에도 분명 무언가 성장을 이뤄냈을 것이다.

‘그래 봤자 결과가 변하지는 않 겠다만.’

사전에 정보를 수집해둬서 나쁠 것은 없었다.

“한껏 몸부림쳐 봐라-!”

커다란 울음소리와 함께 하늘이

떨리는 듯하더니, 사방으로 불의 파도가 일어났다.

채재재쟁-!

유리가 마구잡이로 깨어지고, 무 언가에 홀린 듯 대사관 건물이 불 에 타들고 곳곳에서 사람들의 비명 이 터져 나온다.

“꺄아악-!!”

“사, 살려……. 끄아악-!”

웨에엥-!

요란한 사이렌이 소리가 울리고 스프링클러가 돌며 물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사。], 깨진 창문 바깥으로 몸 을 날린 분신체가 우리엘을 보며 손가락을 까딱인다.

타오르는 눈빛의 우리엘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되지도 않는 잔꾀를 부리려 하 는군.”

지금 있는 건물, 대사관의 위치 가 도심 한복판인 만큼, 이곳에서 싸움을 벌이게 된다면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되었다.

그렇기에 외부로 끌어내기 위해 되지도 않는 도발을 하고 있는 것 이다.

‘어울려줘서 손해 볼 것은 없지.’

한서준의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 에서 괜한 방해물이 들어오는 것은 이쪽도 사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서준이 한 국을 비우게 되는 것도 천사들의 입장에는 상당한 이득이라 할 수 있었다.

“특별히 네놈이 바라는 대로 움 직여주도록 하지.”

우리엘이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숨겨두었던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 모습을 확인한 분신체가 인적

이 없는 바다를 향하여 전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쌔액-!

거친 바람소리와 함께 분신체와 우리엘의 신형이 허공을 날며 도심 에서 점점 더 멀어졌다.

잠시 후.

일본의 대사관이 있던 건물에 도 착한서준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한 숨을 내쉬었다.

“역시 이렇게 됐나.”

일어난 불꽃을 피하지 못해 본래 의 형체조차 남기지 못한, 하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쓴웃음이 흐른다.

애초에 오만한 천사 놈들이, 말 처럼 제대로 된 대우를 해줄 리가 없었다.

그들에게 인간은 한낱 소모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가라앉은 눈동자를 한서준은 고

개를 돌리어 분신체와 우리엘이 떠 나간 자취를 바라보았다.

“굳이 바로 끼어들 필요는 없을 것 같네.”

남아있는 기운의 잔재들올 보았 을 때,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닐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해주었다.

“대군주, 우리엘……

분신체를 수없이 처치해내었지만, 아직까지는 대군주들의 본체와 맞서 싸운 적이 없었다.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으나, 어 디까지나 짐작에 불과하다.

궁금증이 동한서준은 발을 움직

였다.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궁금하 네.”

그러고는 다소, 여유로운 걸음으로 서울 도심을 가로질렀다.

솔직히 말하자면, 적의 의도대로 움직여 준다는 것은 우리엘의 입장 에서 그리 내키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더 큰 이득 을 취할 수는 있다지만……

허나 이렇게 끌려다녀 주는 것은 우리엘의 취향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한서준의 오만한 성정 을 생각한다면 더욱 어울려주고 싶 지 않았다.

‘짜증나는군.’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우리엘 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있던 순간, 때마침 일본을 넘어, 태평양에 이 른 분신체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뒤를 바짝 쫓아온 우리엘은 여섯 쌍의 날개를 활짝 펼친 채 하

늘 높이 날아오른다.

서준의 형체를 한 분신체보다 높 은 곳에 선, 우리엘이 오만한 음성 을 흘린다.

“감히 대군주인 이 몸과 전투를 벌이면서 고작 이 정도의 거리로 전투의 여파가 닿지 않을 거라 생 각하다니, 멍청한 것도 정도가 있 는 법이다.”

아까 전부터,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는 분신체의 모습에 우리엘의 입가가 비틀린다.

“못 본 사이에 입이 많이 무거워

졌군, 아니면 본신의 위압감에 짓 눌려 벙어리가 된 것인가?”

계속되는 도발에도 분신체는 여 전히 침묵을 지킨다.

정확히 말하자면, 분신체라 말을 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우리엘은 이런 상황을 알지 못했다.

“언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있을지 궁금하군.”

미간을 찌푸린 우리엘의 머리카 락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몸은 분노와 심판을 관장하 는 존재이자, 천사들의 위에 군림 하고 있는 대군주, 우리엘이다.”

우리엘이 손을 뻗자 밝은 빛무리 가 응어리져 한 자루 검을 형성했 다.

화르륵-!

이어서 검날에 뜨거운 화염이 불 타오르기 시작했다.

“주제를 모르고 날뛴 한서준 네 놈에게 심판을 내릴 존재가 바로 나다!”

눈을 가늘게 뜬 분신체가 주먹을 말아 쥐며, 자세를 다잡는다.

“아직 어리숙하군, 빈틈이 이리

도 훤히 보인다니 말이야.”

그 말과 함께, 아니 말소리보다 더 빠르게 우리엘의 신형이 눈앞에 당도한다.

즉, 음속을 넘어 광속에 달한 속 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분신체는 침착하게 주먹을 뻗어 쇄도해오는 우리엘의 검을 받아친 다.

쾅-!

기운이 둘린 검과 주먹이 부딪치 며 폭발이 일어난다.

충돌의 여파가 사방으로 번져나 가는 것과 동시에, 태평양 바다의

물이 허공으로 높이 치솟았다.

촤아악-!

쏟아지는 장대비와 같은 바닷물 을 호신강기로 가볍게 떨쳐낸 분신 체의 눈이 빛났다.

동시에 다시 우리엘이 사라졌다.

이후, 그의 기운이 폭발할 듯 솟 아났다.

권능(權能), 심판의 시간.

지정 대상과 전투를 벌일 때 육 체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시 키는, 심판의 신인 우리엘의 권능 이 발동한다.

그 역시 대신에 오른 존재이기에 권능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었다.

어느덧, 우리엘의 속도는 완연한 광속에 도달한다.

이제는 눈으로 좇는 것조차 벅차 다.

그에 따른 무시무시한 맹공이 분 신체로 쏟아져 내렸다.

본신을 이끌고 온 우리엘의 힘이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한 것이 었다.

빛나는 눈을 한 우리엘의 날개에서 세상을 찢는 화염이 피어올랐다.

콰르릉-!

열풍(熱風)이 불어닥쳤고 바다가 증발하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불꽃들을 받아치고 있 는 분신체와 허공에 뜬 우리엘의 시선이 마주친다.

“생각했던 것보다 약하구나. 고작 몇 개월의 평화로 전투 능력마 저 퇴화해버린 것이냐?!”

우리엘의 입가로는 묘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그 모습은 비웃는 듯도 하였으 며, 크게 안도하는 것같이도 보였 다.

분신체는 대답 대신 화염을 휘감 고 있는 우리엘의 품속으로 파고든 다.

하지만 우리엘이 둘러싸고 있는 불꽃이 발작하듯이 일어나며 분신 체를 밀어낸다.

화르륵-!

이어서는 전보다 더욱 화려하고 장렬하게 불타오른다.

“심판의 불꽃에 삼켜져라!”

웃음을 지은 우리엘이 공격에 열 을 올렸다.

콰르릉!

세상이 불타오르는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맹공에 분신체가 창백한 안색으로 입술을 꽉 깨물고 있던 그 순간.

쾅-!

폭음과 함께 분신체의 가슴 중앙 을 불꽃의 검이 관통할 듯 크게 때 렸다.

두르고 있는 호신강기가 막아주 었기에 단숨에 꿰뚫리지는 않았지 만 분신체의 신형은 단숨에 추락하 며,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겨우 이 정도란 말이냐?”

허공 위, 타오르는 여섯 날개를

활짝 펼친 우리엘의 고개가 갸웃했 다.

분명, 눈앞의 한서준은 약한 것 은 아니었다.

권능, 심판의 빛에 지정당한 상 태로 우리엘 본인의 검을 이토록 순탄하게 막아낼 수 있는 존재는 전 우주를 따져 보아도 그리 많지 않았다.

대군주 혹은 마왕 중에서도, 채 열이 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 눈앞의 한서준은 우 리엘이 아는 한 열 손가락 안에 꼽 힐 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위대한 존재인 천신의 의식의 편린을 쓰러뜨릴 정도의 강 자는 아니었다.

‘역시 놈의 진정한 힘은 혼돈의 힘에서 나오는 건가……

생각해보면 수개월 전, 헤베니아 에서 한서준이 사용했던 것은 지금 처럼 마기 같은 기운이 아닌 혼돈 의 힘이었다.

‘교활한 것, 방심을 유도하려 하 다니.’

비록 우리엘도 가진 힘을 전부 끌어낸 것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마냥 쉽게 여길 만한 적

수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마음을 다잡은 우리엘이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바닷물에 젖었는지, 머리가 홈뻑 가라앉은 채 수면 위로 떠오른 한서준의 모습이 보인다.

“생각했던 것보다 멀쩡한 모습이 군.”

딱딱하게 표정을 굳힌 우리엘이 다시 창을 겨누었다.

날개에서부터 피어오른 열기가 주변을 다시금 뜨겁게 휘감는다.

분신체의 머리카락과 옷에 묻어 있던 물기가 단숨에 허공으로 떠오

를 정도였다.

“허무하게 죽고 싶지 않다면, 괜 한 잔꾀를 부리려 하지 말고 가지 고 있는 혼돈의 힘을 끌어내는 게 좋을 거다.”

서슬 퍼런 경고를 한 우리엘이 다시금 광속의 속도로 분신체에게 로 쏘아졌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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