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권 22화
272화
대투신과 대무신의 스테이터스 증폭 효과만으로도 성장 폭은 매우 뛰어난 수준이었다.
그러나 사탄과의 전투를 통해 이 룬 성장은 단순히 그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첫째로, 신성력이 자그마치 천이 나 상승을 보였다.
신성력의 힘과 갖가지 활용을 생 각한다면, 그 폭이 어떻든 상승하
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혼돈의 파편 보유 숫자 도 늘어났어.’
셋에서 여섯으로, 사탄이 보유하 고 있던 혼돈의 파편을 흡수한 탓 이었다.
혼돈의 파편 보유 숫자가 늘어나 생기는 추가 효과 또한 명백했다.
‘15갑자.’
현재 다룰 수 있는 혼돈의 힘의 총량이 었다.
단순히 혼돈의 힘의 크기가 커진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입가에 호선을 그린 서준은 손바 닥을 넓게 펼쳐 혼돈의 힘을 운용 하고, 응집시켰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손바닥 위 로 회색빛으로 이루어진 작은 혼돈 구(混M球)가 만들어졌다.
“더 쉬워졌어.”
혼돈의 파편을 다량으로 소지하게 될 경우, 생기는 또 다른 보상.
어떤 의미에서는 기존의 내력 혹 은 자연지기를 다루는 것보다 더 편해졌다고 말할 수 있었다.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서 그렇 지, 원한다면 이보다 더 빠르고 자
유자재로 혼돈의 힘을 다뤄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혼돈의 힘은 어느 정도 감이 잡 히는데……
성장에 이어, 두 번째로 주목해 야 할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마신의 근원은 어떻게 하지?’
마몬에게 들은 정보대로라면, 근 원을 취한 자는 언제든지 마신에 오를 수 있었다.
강대한 적과의 싸움이 불가피한 지금, 강력한 힘은 매력적으로 다 가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섣불리 마신의 힘을 받
아들일 수는 없었다.
‘분명 잠식될 거야.’
기본적으로 마기(魔氣)로 이루어 진 힘이기에 사용하게 된다면 머릿 속에 악의가 마구잡이로 얽힐 것이 다.
처음에야 정신력으로 제어하고 억누를 수 있지만, 계속 이러한 일 이 반복되다 보면 마음에 틈이 생 길 수밖에 없었다.
결국, 크고작은 변화로 저도 모 르는 사이에 완벽한 마인(魔人)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최악의 경우, 여태껏 지키려고
노력했던 것들을 제 손으로 파괴하 는 끔찍한 일을 벌일 수도 있었다.
더불어 마신의 존재가 지금의 마 왕들에게 어떠한 변화를 줄지, 그 로 인해 우주의 상황이 어떻게 변 할지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었다.
생각을 이어가던 서준은 얼마 가 지 않아서 고개를 내젓는다.
“너무 위험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당장 마신 의 힘을 완전히 가지기엔 여러모로 위험한 변수가 많았다.
‘일단은 미루자.’
애초에 마신의 힘에 대해서 조바
심 낼 필요가 없었다.
품었다면, 다루는 것은 언제든 가능했으니 말이다.
마신에 관한 것을 일단락한서준 은 고개를 돌려 마지막으로 시선을 끄는 부분을 확인했다.
“정복왕……
우주 협회, 감사관이라는 새로운 강적과 마주했을 때 수투에서부터 막대한 양의 기운이 방출되었다.
그리고 그 기의 주인은 분명히 정복왕이라 불렸다.
다소 귀엽다고 볼 수 있는, 인형 같은 외모에 하얀색 원피스를 흩날
리며 손을 흔들던 정복왕의 모습은 뇌리에 각인되어 아직도 잊히지를 않았다.
‘우주 협회의 감사관으로부터 나 를 구해줬지.’
그러나 이것만으로 분명한 아군 으로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서준을 좋지 않게 보는 존재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적대적 인 면모를 보인 것은 틀림없는 사 실이다.
이렇다 할 대화를 나누지 못했기 에 그것만으로 아군이라 확정 지을 수 없는 상황에 답답하기만 했다.
‘어려워.’
다행히 아직 판단을 유보해도 되 는 상황이었다.
‘판단은 메시지를 본 이후에 해 도 늦지 않으니까.’
서준은 고개를 끄덕여 메시지를 확인했다.
띠링-!
[정복왕의 메시지를 열람합니다.]
[안녕, 소개는 굳이 필요 없어 보 여서 생략할게. 우선 조금 늦었지만, 그릇을 깬 거 축하해! 역시 내
가 선택한 사람이야, 너무너무 멋 져
“이렇게 보니 또 색다르네.”
다소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정복 왕의 모습을 직접 목격한 탓일까?
메시지를 읽어가는 마음이 조금 기묘해졌다.
서준의 시선이 계속해서 메시지 의 아래를 향해 나아갔다.
많은 일이 있었고, 엄청 놀랐을 거라고 생각해. 그만큼 네가 가진
가능성이 높고 뛰어나다는 걸 증명 하고 있는 거야!
까다로운 내가 선택할 정도로 말 이지! 꺄아아-! 몰라, 몰라, 이외로 도 나누고 싶은 말이 많지만, 여러 모로 제약이 있어서 앞으로는 이런 메시지를 보내기도 힘들 거야, 다 만 이것 하나만 알아줘.
한서준, 난 네 편이야.
그래서 수투에 몰래 선물도 남겨 놨어, 너한테 딱 어울리는 거로 골 랐으니까! 부디 내가 생각하는 만 큼 기뻐해 줬으면 좋겠어!
늘 지켜보고 있을게.
너만의 해바라기, 정복왕이]
메시지는 꽤나 길면서도,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더불어 확실한 정복왕의 의사도 전달되어 있었다.
‘그래도 일단 내 편이란 거 지……
여전히 ‘왜?’라는 의문이 남지만, 당장 해결할 겨를이 없었기에 이 부분은 접어두었다.
정복왕이라 일컬어지는 존재가 얼마나 강력한지는 두 눈으로 목격
그런 강자를 굳이 적으로 두기 위해 발악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심지어 호감을 보이며 선물까지 줬는데 말이야.’
아무리 날이 서 있는 상태라 할 지라도 어느 정도 마음을 열 수밖 에 없었다.
“고마워, 정복왕.”
혹시 목소리가 들릴까?
아니, 아마 들려도 답변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보내기 힘들다고
하였을 정도니 말이다.
그래도 서준의 입장에서는 이런 혼잣말로라도 감사 인사를 표하고 싶었다.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정복왕이 수줍게 웃습니다.]
심지어 답변이 돌아왔다.
“어?”
장문의 메시지가 아닌, 이런 의 사 표현은 어떻게든 가능한 것일
까?
어쩌면 정복왕으로서도 힘을 낸 것일 수도 있다.
“매번 고맙네.”
정복왕의 수투의 능력이라면 말 할 것도 없이 언제나 좋았다.
심지어 정복왕이 서준에게 어울 릴 만한 것으로 준비해줬다는 말까 지 했다.
분명 상당히 매력적인 능력일 것 이다.
서준은 눈을 빛내며 정복왕의 수 투의 능력을 확인했다.
[정복왕(征服王)의 수투(手휴)]
등급 : 금기(禁忌)
분류 : 반영구 아이템
특수 효과.
1~10번, 특수 옵션들은 전과 동 일합니다.
11. 금기(禁忌)급 가이사의 변환 : 수투가 사용자가 상상하는 형태 로 변환할 수 있으며, 파괴 시 자 동 재생 됩니다.
12. 금기(禁忌)급 가이사의 환상 : 가상의 수련 세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서준은 터져 나오는 환호성을 억 누르지 못했다.
“ 대박!”
정복왕의 수투에 새로이 추가된 특수 효과를 보고 있자면 이러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한 번도 부서지지 않 았던 정복왕의 수투의 형태를 원하 는 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어떠한 제약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혹여나 있을 파손에 대비 하여 자동 재생 기능까지 추가되었다.
다재다능한 방어구인 금룡흑포와 마찬가지로 수투 또한 다재다능한 무기가 된 것이었다.
특히나 이번에 사탄으로부터 강 탈한 대무신의 능력을 생각한다면 그 효용성은 훨씬 더 중가된다.
“미쳤어.”
서준은 곧장, 수투를 손에 착용 한 채로 머릿속에 원하는 형태의 무기를 떠올렸다.
팍-!
번쩍이는 회백색 빛과 함께 수투 의 모양이 완전히 변환되어 한 자 루의 검이 되었다.
수투의 능력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서준의 입가에 웃음이 흘렀 다.
“정말 최고야.”
이제 수투는 어떠한 무기든 될 수 있고, 서준은 그 모든 무기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었다.
무궁무진한 범용성을 가지게 되 었다는 것이었다.
서준은 앞으로 수투로 할 수 있 는 일을 생각해냈다.
그 가짓수만도 무궁무진, 곧장 머릿속에 수천, 수만 가지의 무공 들이 떠오른다.
심지어 이를 펼쳐 보일 수련 공 간까지 마련되었다.
‘가이사의 환상.’
가상의 수련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 장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임을 보일 수 는 없었다.
“일단 회복이 우선이야.”
제대로 된 수련을 하기 위해서는
최상의 몸 상태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서준은 곧장 운기조식 을 취하며 몸 상태의 회복에 전념 하기 시작했다.
며칠의 시간이 더 흘렀다.
회복에만 전념한 덕에 치료 속도 가 더욱 빨라졌고, 서준은 생각했
던 것보다 빠르게 본래의 컨디션을 되찾았다.
본래라면 당장 지구로 되돌아갔 을 터였지만, 그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가이사의 환상.’
집중을 위하여, 조용한 곳이 필 요한 만큼 서준은 마몬에게 부탁해 연무장을 하나 빌렸다.
“아쉽게도 판데모니움에도 자네 의 힘을 감당할 만한 연무장은 없 네.”
“평범한 곳이어도 상관없어, 그 냥 방해를 받지 않는 곳이길 바라
는 거지.”
고민하던 마몬은 잠시 미간을 찌 푸리더니, 입을 열었다.
“그 정도라면 지하실에 내가 사 용하던 곳을 이용하면 될 걸세.”
“잠시 좀 빌릴 수 있을까?”
“어차피 안 쓰는 곳이니 마음대 로 해도 좋네. 굳이 힘들게 수련을 할 것 없이 마신의……
“고마워. 잘 쓸게.”
마몬이 마신에 관한 이야기를 했 지만,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없었 기에서준은 곧장 등을 돌려 자리 를 벗어났다.
빠르게 걸음을 옮긴 서준은 얼마 가지 않아서 성의 지하, 마몬이 사 용하던 연무장에 다다른다.
그렇게 연무장의 중심에 털썩-앉은 서준은 곧장 수투를 만지작거 렸다.
“사용법이 뭐지?”
가이사의 환상, 정복왕이 남겨준 선물이었지만 아직 작동법에 대해 서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평소처럼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지만, 그것만으로는 효과가 발동되지 않 았다.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가?”
서준은 수투에 시선을 고정해둔 채로 턱을 쓰다듬었다.
“가이사의 환상이라……
당장 떠오르는 답이 없어, 생각 을 정리해가며 당장 시스템 창에 기재된 효과 명을 그대로 한 번 읊 어본 것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수투에 작은 변동이 찾아왔다.
잠깐이지만, 꽂혀 있는 파편들이 빛을 발하며 미약한 기운의 파동이 생겨났다.
“가이사의 환상?”
서준이 다시 같은 말을 읊자, 또 한 번 수투가 반응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달리 효과가 발동된 것은 아니었다.
조금 더 자극이 필요하다.
서준은 다시 이름을 읊은 후, 미 약하게 흐르는 기운의 파장에 맞춰 내공을 흘려 넣었다.
빛을 발하던 파편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온 것은 동시였다.
서준은 수투로부터 흘러나온 어 떠한 기운이 상단전을 자극하는 것 을 느꼈다.
‘뭐지?’
마음먹고 뿌리치려 한다면 뿌리 칠 수 있을 듯도 하다.
하나 그리 위협적인 기분은 아니 었다.
마음을 편히 먹고 상단전을 열어 주니, 수투로부터 흘러나오던 기운 이 서준을 낚아가듯 강한 힘으로 잡아당긴다.
슈욱-!
그 순간, 수투를 바라보고 있던 서준은 제자리에서 눈을 감고 엎어 졌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