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권 21화
2기화
서준이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긴 곳은 사탄이 지키고 있던 검은 탑 내부, 그중에서도 차원의 핵의 기 운이 느껴지는 탑의 정상이었다.
마침내 그곳에 다다른 서준은 망 설임 없이 검붉은 기운을 내뿜고 있는 차원의 핵 앞으로 다가섰다.
“드디어 찾았다.”
물론, 당장 차원의 핵을 부술 생 각은 없었다.
몸 상태가 좋지 못한 탓에 당장 부쉈다가는 붕괴하는 판데모니움 차원에 파묻혀 허무하게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회수한다.’
핵을 파괴하는 것은 추후 몸을 회복한 뒤나 지구로 돌아간 뒤에 해도 상관이 없었다.
두 눈을 빛낸 서준이 판데모니움 의 차원의 핵을 손에 쥐는 순간이 었다.
띠링-!
[마신(魔神)의 자질을 판단합니 다.]
[강대한 힘, 마기를 품은 존재입 니다.]
[많은 차원, 생명체 그리고 마왕 들로부터 공포의 대상으로 각인되 어 있습니다.]
[마황의 평가를 기다립니다.]
[현 마황의 자리는 공석입니다.]
[전대 마황 사탄의 평가를 데이 터로 추출합니다.]
[모든 자질이 충족되었습니다.]
[마신의 근원이 사용자 ‘한서준’
에게로 이동됩니다.]
떠오르는 초록빛 홀로그램의 메 시지들에서준의 눈이 휘둥그레진 다.
“마신……? 이동?”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갖가지 의문이 머릿속에 피어나 고 있었지만, 하나하나 해답을 찾 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눈앞에 떠오르는 초록빛 홀로그 램의 메시지가 사라지기 무섭게 검 붉은 마기를 두른 차원의 핵이 서
준의 몸에 흡수되듯이 빨려 들어오 기 시작했다.
화아악……!
체내로 밀려 들어오는 거대한 마 기와 함께 끝없는 살의와 파괴의 욕구가 샘솟는다.
본능이 질러대는 경고음이 머릿 속에 울려 퍼진다.
자칫 잘못하면 마기가 전신을 집 어삼킬 것이다.
“으읍......
억눌러야만 했다.
마음 같아서는 체내의 마기들을
밀어내고 싶었지만, 지금의 몸 상 태로는 무리였다.
지금처럼 제멋대로 날뛰어 폭발 하지 않도록 심장 한구석에 뭉쳐 보관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물론,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 다.
하지만 다행히도 체내에 들어온 마기들은 난폭했어도 주인을 거슬 러 날뛰지는 않았다.
서준의 의지를 따라 온순하게 한 구석에 모여들었다.
“O 으.”
— n .
처음, 사탄과의 싸움을 시작으로
예기치 못한 이계의 존재와의 만남 까지.
거기에 더불어 생각지도 못했던 판데모니움의 핵, 마신의 근원이라 불리는 힘까지 흡수되어 버렸다.
사탄과의 싸움을 제외하자면 하 나같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에 몸과 마음 모두 다 지쳐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쓰러 지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널브러져 있 을 수는 없었다.
‘언제 악마들이 공격해올지 몰 라……
한시라도 빨리 몸을 회복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언제 어떤 위협이 닥쳐 올지 모르는 이곳에서 함부로 휴식 을 취할 수는 없었다.
가장 안전한 지구로의 귀환도 녹 록지 않았다.
운기조식으로 어느 정도 몸을 회 복한 상태라지만, 마왕 정도의 악 마가 움직인다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하 1층, 판데모니움의 입구에 열어놓은 지구로 향하는 게이트로 가기 전에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
다는 말이었다.
다행히도 멀지 않은 곳에 몸을 숨기고, 회복할 수 있는 곳이 존재 했다.
‘마몬의 영토.’
그를 완전히 신뢰하는 것은 아니 었다.
하지만 판데모니움의 차원이 붕 괴하지 않은 현재까지는 계약이 유 효한 상태다.
무엇보다도 판데모니움을 마구잡 이로 배회하는 것보다는 안전하다 고 말할 수 있었다.
결단을 마친 서준은 곧장 발걸음
을 옮기어 마몬의 영토로 향하였다.
걸음을 옮겨 마몬의 영토에 도착 한서준은, 꽤나 충격적인 장면들을 마주했다.
탐욕의 마왕, 마몬이 큰 부상을 입은 것이다.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지금 의 서준에게는 기회이자 행운이었
마몬이 부상을 입고 돌아온 탓에 영토를 지키고 있던 충복들이 모두 그의 치료에 전념하게 된 것이다.
갑작스레 다른 마왕이 침공을 벌 여오는 것이 아닌 이상, 위협을 가 해올 만한 악마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마몬의 충복들은 성 내 의 방을 안내해준 이후로, 아무런 연락도 취해오지 않았다.
덕분에서준은 휴식과 치료에 전 념하는 일주일간, 아무런 방해 공 작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나쁘지 않네……
감고 있던 눈꺼풀을 들어 올린 서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어린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전력의…… 5할 정도는 사용할 수 있겠어.’
상처가 워낙 깊었던 만큼 일주일 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투자했음에 도 불구하고 회복하는 것이 더뎠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웬만한 마왕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지구 로 돌아갈 수 있는 여건은 갖춰졌
다는 것이었다.
‘마몬도 슬슬 자리를 털고 일어 날 때가 됐는데.’
생각이 닿기 무섭게 닫혀 있던 방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밀려났 다.
덜컹-!
혹시나 있을 사태에 다소 경계 가득한서준의 시선이 문 너머로 향했다.
“자네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됐나 보군.”
그 너머, 익숙한 신형의 모습을 한 마왕, 마몬의 모습이 눈에 들어
“……너는 아직도 그렇게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네.”
평소 위용 넘쳐 보이던 단단한 비늘 곳곳에 균열들이 일어나 있었 고 등 뒤의 날개에도 크고작은 구 멍이 파여 있었다.
“이 정도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 이니 걱정할 거까진 없네.”
“그렇다면 다행이고.”
“쓸데없는 안부의 인사보다는 자 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사탄을 쓰러뜨리고 판데모니움의 핵올 취하는 데 성공했나?”
현재 맺어진 계약의 요지는 판데 모니움이라는 차원을 파괴하기 전 까지, 서로를 신뢰하고 도와주는 것.
쓸데없는 거짓말을 하여 스스로 계약을 파기시키는 멍청한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손에 넣기는 했는데……
“했는데?”
“몸으로 홉수됐어.”
서준의 말에 마몬의 눈이 휘둥그 레진다.
“정말, 정말로 흡수했다고?”
“믿기 힘들겠지만 진짜야.”
“……맙소사, 인간이 마신의 근 원을 취하다니.”
서준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판데모니움의 차원의 핵이 마신 의 근원이라는 걸 알고 있었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마왕이 알고 있는 정보지.”
마몬의 대답에서준의 입가에 헛 웃음이 흐른다.
“처음부터 차원의 핵은 네가 취 할 생각이었나 보네.”
“그래, 내가 취하여 마신의 자리
에 오르려 했다. 지금은 모두 물거 품이 되어버렸지만 말이야.”
거듭 말하였지만, 마몬을 완전히 신뢰한 적은 없었다.
분명, 숨기고 있는 다른 꿍꿍이 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욕심이 지금처럼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 다.
“계약에 묶여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짓을 벌이려 하다니, 소멸이 두렵지 않았나 봐?”
“난 계약을 어길 생각이 없었다. 근원의 힘을 완전히 흡수해 마신의
자리에 오른다면 우리가 맺은 계약 의 목표인 판데모니움의 붕괴가 이 루어지기에.”
“마신이 탄생하면 판데모니움이 붕괴한다고?”
“핵이 사라진 차원은 형태를 유 지할 수 없는 법이지, 애초에 나는 자네에게 거짓을 말할 수 없는 몸 이란 걸 알고 있을 텐데?”
부정할 수 없는 마몬의 말에, 자 연스레 서준의 고개가 갸웃 젖혀진 다.
‘아무리 생각해도 실패할 이유가 없었는데.’
서준과 사탄, 둘 모두 전력을 다 하여 접전을 벌였기에 마몬의 접근 을 감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몬은 실패하고 큰 부상 을 입었다.
“대체 어떤 이유로 실패한 거 지?”
“빌어먹을, 감사관 놈 때문이다.”
“우주 협회.”
서준의 말에 마몬이 이를 갈았다.
“그래, 계속 침묵을 지켜왔던 놈 들이 어째서……. 아니, 됐다.”
한숨을 푹 내쉰 마몬이 고개를 내젓는다.
굉장히 짜증이 난 표정이었다.
“자네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 이지?”
“ 뭐를?”
“근원을 취해냈다는 것은 모든 자격이 갖추어졌다는 것이네. 언제 든지 마신에 오를 수 있다는 거지.”
“지금 나보고 마신이 되라는 거 야?”
“나는 판데모니움을 확실히 붕괴 시키면서 우주 협회 놈들의 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마몬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문득 마신의 근원을 처음 취했을 때의 상황이 떠올랐다.
갑작스레, 엄청난 양의 마기가 체내로 홀러들어왔던 그 시점.
끝없는 살의와 파괴의 욕구가 샘 솟았다.
아마도 힘을 억제하지 않았다면 그 마기에 정신마저 집어삼켜졌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폭주하는 힘을 견 디지 못하고 육신이 부서졌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마신의 근원은 주인 을 잃게 되며, 다시 한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가던 서준 이 가늘어진 눈으로 마몬을 응시한 다.
“마몬, 내 앞에서 잔꾀를 부리지 마.”
“계약으로 묶여있는 몸인데, 잔 꾀를 부릴 수 없다는 걸 알지 않 나‘?”
거짓은 없다.
애초에 거짓을 말할 수도 없었
그렇다면 다른 수가 숨어 있는 것이다.
“마신의 탄생만으로도 마왕들에 게 주어지는 무언가가 있나 보네?”
마몬이 처음으로 입을 다문다.
대답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지금 던진 질문은, 판데 모니움의 파괴와 관련 없는 일이다.
‘놈도 그걸 알고 있는 거겠지.’
서준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다.
확실한 대답을 얻지는 못한 탓에 확실하다고 할 순 없었지만,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들은 얻 어내었다.
“일단 좀 쉬면서 생각을 정리할 테니 혼자 있게 해줬으면 좋겠는 데.”
“자네가 그러길 원한다면.”
고개를 주억인 마몬이 잡고 있던 문고리를 놓는 것으로 방문을 닫아 내며, 자취를 감춘다.
홀로 방에 남게 된 서준은 현재 상황을 정리해나갔다.
‘우주 협회와 이계의 신격들, 그
리고 신들의 아버지.’
모두가 하나같이 쉽지 않은 적들 이다.
하지만 반드시 마신의 힘을 얻어 야지만 넘을 수 있는 벽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서준은 그렇게 생각하며 시스템 창을 불렀다.
우선 사탄을 쓰러트려 얻은 변화 를 확인해 둘 필요가 있었다.
언제나 성장의 정도와 목표란 가 시적일수록 더 좋은 법이니까 말이 다.
띵-!
신명 : 대투신
서브 직업 : 대독신, ♦New! 대 무신 (大武神)
[대무신]
어느 병장기든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습니다.
모든 스테이터스(힘, 민, 체, 내) 가 1500씩 상승합니다.
전투에 돌입할 시 모든 능력치가 3배 증가합니다.
가장 먼저 서준의 시선을 끈 것 은 칭호, 패자의 능력으로 강탈해 낸 대무신이라는 신격.
정확히 말하자면 주어지는 특권 이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엄청나네.’
모든 스테이터스가 1500 상승, 이것만으로도 매우 대단한 성과였 다.
그러나 진정한 무신의 능력은 가 장 마지막 줄, 전투가 벌어질 시 능력치를 3배나 상승시키는 능력이 었다.
“미친 능력이야.”
숨길 수 없는 미소를 피어낸, 서준은 자연스레 시선을 스테이터스 창으로 옮겼다.
[스테이터스]
레벨 : 797
보유 내공 : 12,855
보유 신성력 : 6,210
힘 : 11,752, 민첩 : 11,751 체 력 : 11,752
특이사항
1. 현재 6개의 혼돈의 파편을 보 유 중입니다.
2. 마신의 근원을 품고 있는 상 태입니다.
3. 정복왕으로부터 도착한 메시 지가 있습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