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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62화 (262/517)

- 11권 17화

267화

서준의 성장을 괜히 방치해둔 것 이 아니었다.

아무리 강한 자라 할지라도 탐욕 의 마왕 마몬은 쉽게 패배하지 않 는다.

솟구치는 탐욕은 갖가지 보물을 넘어서 끝없는 힘과 지식을 갈망하 는 법이었다.

이러한 탐욕의 힘은 일시적으로 상대의 것을 빼앗아올 수 있었다.

그게 바로 탐욕의 마왕이 가진 힘이자 권능이다.

마몬은 간절한 마음으로 눈앞의 존재가 쥐고 있는 검집을 탐했다.

그러자 사내의 손에 쥐어져 있던 검집이 마몬의 손에 이끌려온다.

이제 놈은 검집의 보호를 받지 못할 터다.

그렇게 생각하던 마몬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린다.

“이건……!?”

단순한 보물이라고 생각하여 탐 했다.

하지만 느껴지는 격(格)에서부터 단순히 ‘보물’이라고 취급할 수 없 었다.

검집은 매우 긴 역사와 기록으로 인해 신성력이 응축된 신물(神物) 이었다.

현 우주에도 이와 같은 신물들이 몇 가지 존재했고, 탐욕스러운 마 몬은 그중 몇 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손에 쥔 검집에 내 재된 신성력의 양은 그런 하찮은 것들과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사내의 검집에는 단순히 신물이 라고 부르기도 미안한, 하나의 차

원이자 성역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막대한 양의 신성력이 내재되어 있었다.

“나의 아발론을 가져갔구나, 다 시 돌려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렇지 않다면 명령을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네놈을 죽일 수밖에 없으 니.”

“이 검집의 이름이 아발론인가? 하면 대체 너는 어떻게 이런 성역 을 들고 다닐 수……

“선을 기어이 넘는군. 나는 질문 을 허락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막 무가내, 게다가 이제는 대놓고 무 례를 보이다니.”

고개를 내저은 사내가 가면 위 손을 앞으로 내뻗는다.

“형벌로써 손속을 다소 과하게 쓰도록 하지.”

길게 뻗은 사내의 손가락이 허공 을 내긋는다.

동시에 뿜어져 나온 푸른빛 기운 이 단숨에 마몬의 날개를 잘랐다.

조금만 반응이 늦었어도 심장이 갈라졌을 것이다.

“여태껏 침묵을 지키고 방관해왔 으면서 왜 이제 와 간섭하려는 것 이냐……!”

마몬의 성난 눈빛이 사내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질문을 허락한 적이 없다 했거 느..»

가면의 사내가 아주 불길하고도 무서운 웃음을 흘린다.

“이렇게 머리가 나쁘니 아종밖에 되지 못하고 폐기물이 된 것이다.”

방금까지의 추측은 확신이 되어 간다.

작금의 우주의 생명체들에게 폐 기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존재 는 손가락에 꼽히는 수준이었다.

‘이계의 존재 중에서도 신격에 오른 존재들……, 그리고……

우주 협회 관리국 끄나풀들.

그 집단을 떠올린 마몬의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우주의 구석 너머에서 관망만 하 던 우주 협회 소속원이 판데모니움 에 나타났다.

‘대비해야 할 것은 사탄 하나만 이 아니었군……

마신전은 마몬의 생각보다도 훨 씬 더 큰 운명의 수레바퀴에 속해 버리게 된 것이었다.

서준과 사탄.

아무것도 존재치 않는 공허의 세 상 속에서 마주한 두 신은 눈 한 번 깜빡일 사이에 수천이 넘는 공 격을 주고받는다.

빛의 속도에서 이어지는 공방.

광속의 세계 속에서 가속화된 의 식과 육신은 상대의 수를 읽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확정 승부수를 던지기에 는 불안한 점이 너무나 많았다.

‘힘을 아끼고 있어.’

빛의 속도로 움직여 대검을 휘둘 러 오고 있지만, 아직 사탄은 본격 적으로 힘을 사용한 적이 몇 번 되 지 않았다.

그는 서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방을 주고받을수록 확신이 생 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장 느껴지는 서로의 힘은 언 뜻 비슷해.’

서준이 느끼고 있듯 사탄 역시 이를 감지했을 것이다.

때문에, 먼저 힘을 써서 상대를 끌어내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서로가 서로를 떠볼 수 밖에 없었다.

“황제의 분노니 뭐니 하더니, 언 제까지 이런 장난질을 이어갈 거 지?”

뻗어지는 무수히 많은 공격을 피 하며 내뱉는 서준의 음성은 끊기듯 퍼져나갔다.

하지만, 사탄은 서준의 말에 아 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할 수 없는 것 이다.

힘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낀 탓에 최대한 전투에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정신력 자체도 격이 다르다.

‘이런 도발로 먼저 힘을 쓰게 하 는 건 무리일 것 같은데……

서준은 독한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먼저 힘을 써서 손해를

보아야 한다면, 과감하면서도 확실 하게 움직여야 했다.

휘둘러지는 사탄의 대검을 향해 망설임 없이 손바닥을 내뻗는다.

둘린 호신강기가 부서지고, 한계 를 돌파하며 강인해진 근육이 찢어 지고 뼈가 꿰뚫린다.

순식간에 손 하나를 잃은 서준은 반대편 오른손으로 사탄의 두꺼운 근육이 있는 복부를 가격한다.

‘사소취대 (指小取大).’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한 다.

내뻗은 오른 주먹에 망설임 없이

혼돈의 힘을 회전시키며 내뿜었다.

체내에서 성난 파도처럼 퍼져나 가는 서준의 내력에 사탄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

놀란 사탄이 몸을 뒤로 빼려 했 지만, 서준은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사탄의 대검이 박혀있는 왼손을 강하게 말아 쥐었다.

손바닥이 타오르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 탓에 사탄 의 움직임이 살짝 굼떠진다.

찰나와 같은 시간.

허나, 서준이 그 짧은 틈새를 놓 칠 리가 만무했다.

내뻗은 주먹에 담겨 있는 혼돈의 힘은 사탄의 복부를 타고, 그의 내 부까지 파고들었다.

그 순간 눈에 독한 기운을 내뿜 은 사탄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동시에, 사탄의 대검에서 회색빛 기운, 혼돈의 힘이 일어나기 시작 한다.

‘역시 숨기고 있었네.’

위기감을 느낀 서준이 황급히 몸 을 내빼려 했지만, 이번에는 사탄 이 물고 늘어졌다.

결국, 두 개의 혼돈의 힘이 서로 의 복부와 어깨를 강하게 때리며 폭발을 일으켰다.

콰쾅-!

서준과 사탄, 둘의 육체가 약속 이라도 한 것처럼 판데모니움, 무 저갱의 끝과 끝으로 멀리 튕겨져 나갔다.

“커억……

“아악—!”

뒤를 따르는 것은 사탄이 핏물을 쏟는 소리와 서준의 비명이었다.

‘회복이 더뎌.’

정복왕의 수투가 빛을 발산하며 회복하려 하고 있었지만, 전처럼 곧장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었다.

“……아마 혼돈의 힘이라 이런 거겠지.”

예측은 했던 만큼, 크게 당황스 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서로 치료가 더뎌진다 면, 결단코 불리한 입장이 아니었다.

시선을 저 먼 곳에 두니, 마찬가 지로 회복이 불가능한 듯 복부를 부여잡은 채 거친 숨을 내쉬는 사 탄의 모습이 보인다.

분노로 가득 찼던 얼굴에는 창백 함이 가득 깃들어 있었으며 동공 역시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주먹 하나, 저쪽은 내상.”

팔을 완전히 못 쓰게 된 것도 아 니었다.

방금의 공방으로 받은 피해는 사 탄 쪽이 더 심하다.

저렇게 내상을 입은 이상, 한동 안은 전력을 끌어내기 힘들어질 테 니 말이다.

“결국 이리 된단 말인가……

짧은 기침으로 핏물을 토한 사탄

이 고개를 짧게 내저었다.

“역시 싸움을 피할 수 없는 것인 가.”

“무리하지 말지, 지금 그 상태로 전력을 끌어낼 수는 없을 텐데.”

“크핫하……

웃음을 터트린 사탄이 서준을 바 라본다.

“내가 가장 큰 분노를 얻는 것은 고통 속에서다. 지금의 나는 가장 강력하고 거대한 분노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사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 이 날이 갈수록 부풀어간다.

물론, 서준이 고작 이런 기세 따 위에 움츠러들 리가 없었다.

“숨겨둔 수를 너만 가지고 있다 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어디 자신 있으면 해 봐.”

“그 전에 마지막 이야기를 나누 어 보고 싶군.”

서준의 고개가 갸웃 젖힌다.

“이야기?”

“나도 마황에 오른 뒤에야 알 수 있던 우주의 진실이지.”

순간, 바그너와 나누었던 이야기 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런 대화라면 들어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좋아, 한번 말해 봐.”

서준을 응시하고 있는, 사탄의 입가에 자조적인 웃음이 흐른다.

“이곳에서 나와 싸우는 것이 정 말 오직 너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느 냐?”

“갑자기 왜 되지도 않는 개소리 를 할까, 내가 여기 온 게 내 의지 가 아니라면 누구 뜻인데?”

“너머에 있는 존재와 우주가 원 했고, 그렇기에 흘러온 게 된 것이 지.”

“운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 를 하려는 건 아니지?”

“……그리도 말할 수 있겠군.”

“개소리를 늘어놓는군.”

얼굴을 일그러트린 서준이 기세 를 일으켰다.

고작 운명 같은 헛소리를 들으려 고 귀를 기울이고 있던 것이 아니 었다.

“운명을 무시하지 마라. 넌 이미

몇 번이고 우주의 선택과 관심을 받아왔지. 예를 들자면…… 네가 중원 대륙으로 이동된 것 또한 그 런 이유 때문이라고 하면, 믿겠 나?”

“내상이 생각보다 심한가 봐? 이 렇게까지 구차하게 시간을 끌려는 걸 보면 말이야.”

“너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나? 수십억에 달하는 생명체 사이에서 오직 너만이 이동되었다. 이걸 운 명이라 하지 않으면 무엇이라 이야 기할 수 있지?”

“그냥 운이 없던 거지.”

지금도 처음 중원 대륙에 떨어져 사선(死線)을 걸어왔던 시절을 떠 올리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 운이란 것도 결국은 운명과 연관된 것이다.”

“같잖은 말장난, 더 들을 필요도 없겠어.”

“운명을 따라 걷고 있는 네놈의 힘이 강해져 세계의 뿌리에 닿아갈 수록 수많은 시선과 관심이 이 우 주로 향할 것이다, 자연스레 너머 의 놈들이 움직이게 될 명분이 생 기겠지. 당연한 것이지만, 아직 우 리 우주는 그들을 감당할 수 없다.

어떠한 운명적 변화를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이지.”

서준은 입을 닫고 사탄의 이야기 를 경청한다.

기다리던 본론에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든 탓이었다.

사탄의 입에서 긴 한숨이 홀러나 왔다.

“아니, 어쩌면 우리 둘이 만나게 된 이 시점에 이미 놈들이 움직임 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때문에, 난 네가 이 자리에 오지 않길 바랐다. 우리 우주는 아직 너 머의 존재들과 맞서 싸울 힘과 격

이 부족하니까.”

“분노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침착함인데.”

분노의 사탄.

악마들의 황제이자 눈앞의 사내 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서준은 때문에 그의 말이 잘 이 해가 되지 않았다.

“무너뜨릴 수 없는 벽에 분노를 쏟아내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지, 어쩌겠느냐? 지금이라도 물러선다 면 놈들도 쉽게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싸움에서 네놈 이 다시 한번 성장하게 된다면

“네 말대로라면, 운명이라는 명 분하에 너머에 있다는 놈들이 찾아 오겠지.”

“두렵지 않느냐?”

서준의 담담한 목소리에 사탄이 헛웃음을 홀리며 말했다.

“두려워? 만약 네가 느끼는 감정 이 그런 것이라면 잘됐군. 분노, 그 이름은 내가 접수하겠다. 제멋대로 남의 삶을 결정하려는 그런 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엄청나게 열이 받 거든.”

미소를 홀린 서준이 혼돈의 힘을

일으킨다.

“크하하핫-!”

그에 커다란 웃음을 터트린 사탄 역시 혼돈의 힘을 마주 일으켰다.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 라, 네놈이야말로 마신의 이름이 어울리는 자구나.”

“마신이라는 칭호, 마음에 드는 데.”

“과분한 욕심이다. 네놈이 강대 한 힘을 쥐는 것을 너머의 놈들에 게 조작된 운명이 지켜만 보고 있 을 거라 생각하느냐……. 넌 결국 운명 앞에 좌절하게 될 것이다.”

“뭐, 그러면 그 운명조차도 굴복 시켜 버려야지.”

동시에서준의 신형이 앞으로 쏘 아져 나간다.

휘두르고 있는 손에는 개벽의 검 이 빚어지고 세상을 찢어 놓는다.

쾅-!

회색의 혼돈기가 서로 부딪치며 굉음을 일으켰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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