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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49화 (249/517)

- 11권 4화

254화

사서에게 도움을 받아, 옥서고에 있는 기록들을 확인하는 것으로 그 날의 일화들을 조금 더 자세하게 알게 된 서준은 곧장 지구, 나라연 천의 우주선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나는 은색, 나머지 하나는 검 은색 게이트 속으로 넘어갔다 라……

직접 그 자리에 있던 것이 아닌, 글로써 적혀 있는 탓에 상세한 정 보는 알 수 없었지만, 이것만으로

도 충분한 단서가 되어주었다.

아니, 애초에 게이트의 색상이 검은색으로 발현되는 차원은 하나 뿐이었다.

‘판데모니움.’

악마들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차원.

정확한 위치와 이유, 그 모든 것 들이 의문이었지만 확실한 것은 보 구 중 한 가지가 판데모니움으로 전송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차라리 잘됐지.’

어차피 판데모니움은 한번 가기 로 했던 차원이었고 나라연천이 좌

표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바로 문을 열까요?”

“부탁할게.”

서준이 고개를 주억이자, 나라연 천이 기다렸다는 듯이 석판에 무언 가를 기입한다.

이어, 얼마 가지 않아서 내부에 있던 차원 이동 장치에서 한 줄기 의 빛이 쏘아져 내리려던 순간이었다.

애행-!

요란한 경보음이 우주선 내부에 울려 퍼진다.

“ 침공?”

눈을 가늘게 뜬 서준이 기감을 확장시키고, 기운을 넓게 퍼뜨렸다.

지구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없었다.

하지만 단순한 기기 오작동이나 실수로 인한 사건이라고 치부할 수 는 없었다.

애초에 지금 리벨리온이 지켜야 할 곳은 지구뿐만이 아니었다.

곧, 쿠라마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치며 내부로 들어선다.

“파, 파탈라 대륙에서 지원 요청

이 왔습니다!”

“판데모니움 행은 잠시 미뤄야겠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주억이고 있는 나라연천 을 향해, 피식 웃어 보인 서준이 곧장 몸을 움직인다.

타닥-

재빠르게 움직인 서준의 신형이 도도한 물결이 흐르는 한강 공원에 도착할 때였다.

살갗이 베이는 듯한 지독한 마기 (魔氣)가 살갗을 베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힘이 낯설지 않은 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 악마?”

게이트 너머, 파탈라 대륙에서 악마의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이었다.

서준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진 다.

‘악마가 왜? 분명 내전 중이라고 들었는데?’

어쩌면 생각보다 빠르게 내전이 끝을 맺은 것일 수도 있다.

애초에 지금은 침공 사유 같은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무슨 이유든 간에 내 영토를 침 공한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지.’

불길한 기운이 넘실거리는 게이 트 너머를 차갑게 바라본 서준이 내부를 바라본다.

이후 두 다리에 힘을 주며 게이 트 너머로 향하려 하던 서준의 눈 썹이 꿈틀거렸다.

“이건?”

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두 다리 의 힘을 풀었다.

게이트 너머, 꽤나 익숙한 기운 이 넘어오고 있는 것이 느껴진 탓

실제로도 머지않아, 게이트 너머 에서 푸른빛 기운을 휘감은 사내의 신형이 내팽개쳐지듯이 튕겨져 나 온다.

“크읍......

붉은 선혈을 토하며 바닥을 나뒹 군 그는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억 지로 세워 몸을 일으켰다.

검을 쥔 손은 사시나무처럼 떨리 고 있었으나, 눈동자에는 투지가 가득했다.

“바그너.”

서준은 그 낯익은 얼굴에, 자연

스럽게 그 이름을 불렀다.

“한서준……

고개를 돌리어 서준의 얼굴을 확 인한 바그너의 얼굴에 진한 안도감 이 스쳐지나간다.

자연스레 억지로 다잡고 있던 두 다리가 무너져 내린다.

걸음을 옮긴 서준이 바그너를 바 라보며 물었다.

“파탈라 대륙에 무슨 일이 일어 나고 있는 거지?”

가까이서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 다 바그너의 부상이 심각했다.

흘러내리는 피 때문에 잘 보이지 않지만, 크고작은 상처의 혼적들 이 몸 곳곳에 가득했다.

뼈가 뒤틀리거나, 부러진 곳도 보였다.

이런 상태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비해 보일 정도다.

‘보통 놈은 아닌 것 같은데.’

서준의 시선이 파탈라 대륙으로 향하는 게이트 너머를 바라본다.

바그너를 추적해왔다면 상대 역 시 게이트를 목격했을 텐데, 게이 트 너머에서 무언가가 넘어오는 기 척은 없었다.

‘대체 누가?’

바그너는 제법 수준급의 강자라 말할 수 있었다.

최소 마왕(魔王)급, 혹은 바알과 같은 악마왕이 나선 것일 수도 있 다.

“누가 됐든, 이리로 넘어와 주면 좋을 것 같은데.”

명백한 적으로 분류된 악마들의 전력을 줄여둬서 나쁠 것은 없었다.

“안 오려나?”

혀를 입술로 핥은 서준이 게이트 너머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너머에서 묘한 기운이 꿈틀거리 듯 서준을 향해 쏘아진다.

“재미있네.”

서준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간 다.

저 너머에, 바그너를 이 꼴로 만 든 상대의 정체가 짐작이 된 탓이 다.

“악마왕, 바알.”

부름을 들은 것인가?

게이트 너머로 검붉은 눈이 초승 달 형태의 미소를 지어낸다.

[자신 있다면 이리 넘어와 보거

라.]

이어서 서준을 도발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게이트 너머가 지구, 리벨리온의 중심지라는 것을 아는지 바알은 섣 불리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대신해서 서준을 도발하며, 파탈 라 대륙으로 넘어오기를 재촉하는 것이다.

서준은 잠시 턱을 긁적였다.

‘어떻게 할까?’

속이 훤히 보이는 수작이다.

하나 악마왕이라는 바알이 줄 경

험치와 성장을 생각하면 군침이 돌 았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서 서준은 고개를 내저었다.

‘무작정 넘어가기에는 위험부담 이 너무 커.’

바알은 술사, 그리고 준비된 술 사는 기존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파탈라 대륙, 게이 트 입구 근처는 바알의 영토나 다 름없게 되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저 너머에 있는 것 이 정말 바알뿐일까?

자신감과 오만은 엄연히 다르다.

충분히 강해졌다고는 하나, 어떠 한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

뻰히 보이는 함정에 발을 들일 필요는 없었다.

“너야말로 넘어와 봐.”

이어서 어둠 너머의 바알을 향해 가볍게 손짓한다.

서준이 게이트 너머를 보았듯, 바알 역시 지구를 응시하고 있었다.

검붉은 두 눈이 더욱더 휘어진

[쯧, 생각했던 것만큼 오만하지는

않구나……. 인간.]

이후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파 탈라 대륙으로 향하던 게이트가 닫 혀가기 시작한다.

“안, 안 돼!”

그를 보며 바그너가 발악하듯 괴 성을 내질렀다.

짧은 시간, 게이트가 닫히고 바 그너가 절규에 가까운 고함을 토하 기 시작한다.

“바알-!!”

“일단 조금 진정시켜야 하겠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

지만, 부상이 너무 심하다.

저런 몸 상태로, 마구잡이로 날 뛰었다가는 복수는커녕 두 번 다시 전장에서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다.

뒷목을 가격당해 기절하듯 쓰러 지는 바그너의 모습에서준의 얼굴 에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 *

통치, 이례 없을 대륙의 평화.

용기의 신과 새로운 왕을 맞이하 는 시민들의 환호성이 드높게 울려 퍼진다.

도시에는 웃음꽃이 피어나고, 행 복에 절어있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 따뜻한 풍경 속에 바그너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자리 였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보 람찼다.

그렇다고 해서 목표를 잊은 것은 아니다.

용살(龍殺)이라는 지크프리트의 피를 가진 자의 거부할 수 없는 숙 명부터 피로 점철된 일족의 복수까 지 모두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가기 위해 서는 적당한 휴식과 정비가 필요한 법이다.

지금 비축해낸 힘으로 오르고 올 라, 저 우주 너머, 홀로 별 위에 고 고히 앉아 만물을 내려다보는 오만 한 것들.

지크프리트의 일족, 후손들에게

감히 폐품이라는 판정을 내려 어머 니와 모든 일족을 멸하려 했던 놈 들을 짓밟아내고, 사지를 가를 수 있는 기회를 기어코 얻고 말 것이 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말이다.

“허업-!”

헛바람을 삼킨 바그너가 거친 숨 을 내뱉은 직후, 귓전에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제야 정신이 들었나 보네.”

“ 너는……?”

몽롱했던 의식, 흐릿하던 시야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이어서 바그너는 갑작스럽게 치 밀어 오르는 두통에 머리를 부여잡 았다.

처절했던 전투의 기억들이 머릿 속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눈앞에 있는 남자, 한서준과 헤 어진 후 리벨레 제국을 건국했다.

그리고 제국은 유례없는 평화 속 에서 훗날 벌어질 용족과의 전쟁에 대비하여 용살 병기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적 이 침공해왔다.

검은 날개를 펼친 악마들이 제국

의 영토를 짓밟았다.

준비하지 못했던 싸움인 만큼 제 국은 속수무책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계속 대비해왔던 만큼, 차라리 용족이었다면 이리 허무하게 패퇴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다못해 놈이 직접 나서지만 않았다면……!’

악마왕 바알.

그리고 바알은 소문으로 들었던 것처럼 강력한 악마였다.

하지만 바그너는 리벨레를 포기 할 수 없었다.

또한 바알이 강한 만큼이나 스스 로도 강해졌다고 말할 수 있었다.

타키온의 피를 마신 바그너였기 에 리벨리온 연합원들이 증원을 오 는 동안은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러나 바알은 들었던 것 이상, 생각을 넘어설 정도로 강했다.

전세는 순식간에 기울었다.

자랑스럽게 여기던 마법들은 모 두 파훼되었으며,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결계 또한 유리 조각처럼 부서졌다.

그제야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

다.

승산은 없다.

바알과 그가 이끄는 군단은, 바 그너의 도주를 허락해 줄 생각이 없었다.

집요할 정도로 뒤를 추격해왔다.

쏟아지는 공격들은 바그너의 몸 을 완전히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흐릿해져가는 의식 속에서도 바 그너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두 다리에 힘이 풀려갔지만, 멈 출 수 없었다.

계속 발을 내디뎠다.

제국의 시민들, 일족의 피를 나 눈 슬레이어들을 구해야 한다.

그 일념 하나가 바그너를 강하게 이끌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야에 지구로 향 하는 게이트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생애, 처음 느껴보는 끔찍한 고 통이 등 뒤를 가격했다.

직후 눈을 떠보니, 눈앞에 그토 록 보고 싶었던 사내가 서 있다.

“부탁이야, 제국을, 리벨레를 ……. 구해 줘……

“그렇게 부탁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야.”

서준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 어간다.

“대신 그 전에 바알의 군단의 규 모와 목적에 대해서 알고 싶어.”

다급한 상황이라는 것은 알지만, 마음만 앞서서는 안 되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이 괜 히 나온 것이 아니다.

적을 파악하고 나면 조금 더 손 쉽게 그들을 상대할 방도를 떠올릴 수 있었다.

“나도 전체를 파악할 수 없었어. 하지만 내가 본 것만 해도 바알을 포함한 세 명의 마왕, 그리고 끝없 는 군단……. 그 위용은 말로 이를 수 없을 정도였어……

마왕급 모두가 대신에 올랐다고 는 할 수 없으나, 모두 상격의 신 위에는 오른 강자였다.

과연, 바그너와 제국이 속수무책 으로 무너질 만했다.

“그러면 목적은?”

“열쇠를 내놓으라 했었지.”

“ 열쇠?”

“나도 어리둥절했지만……. 바알 이 수호룡이 가지고 있던 혼돈의 파편이라고 말하더군.”

서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혼돈의 파편.’

혹시 몰라 보관하고 있던 물건이 었는데, 역시나 생각했던 것 이상 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물건이 틀 림 없었다.

자그마치 악마왕이라 일컬어지는 바알이 노리는 보물, 그 가치는 두 말하면 입이 아플 거다.

‘여러모로 파탈라 대륙에 가봐야 할 이유가 많아졌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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