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권 3화
253화
도리어 적이 되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었다.
한서준이 창설한 리벨리온 연합 의 모습에 감화되었는지, 차원 곳 곳에서 독립을 외치고 있었다.
“침착하게 생각하게. 현재 트리 티니는 한서준이 만든 리벨리온 연 합보다도 나약해. 자네의 성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분노에 눈이 멀지는 말게나, 우리엘.”
“그러나 어찌 우리가 이런 수모 를 겪고 참을 수 있단 말입니까. 죗값에 대한 심판을 내려야 합니다. 공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의 위 신에 금이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엘이 분통한 듯 자신의 가슴 을 두드리며 외쳤다.
두 눈동자에는 분노의 불길이 치 솟고 있었다.
메타트론은 그를 마냥 매도할 수 만도 없었다.
‘저 분노와 심판을 바라는 마음 이 우리엘 그 자체다.’
최악의 상황, 모두가 달아나더라 도 결코 굴하지 않고 최전방에서 적들에게 심판을 내릴 전사를 뽑자 면 단연코 우리엘 하나뿐일 터였다.
그가 엘리시움을 아끼는 마음을 잘 안다.
또한 그의 의견이 일부 옳음 역 시 이해하고 있었다.
한번 우습게 보이면, 끝없이 치 이게 될 터다.
실제로도 리벨리온을 필두로 수 없이 많은 차원이 독립을 외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소멸하게 되면 악마들의
손에 엘리시움은 붕괴하게 될 걸세. 그분께서 돌아오실 땅이 사라지는 거야.”
“하면…… 하면 이대로 참아야만 된다는 말입니까?”
“현재의 전황으로는, 달리 방법 이 없네.”
단호한 메타트론의 말에, 우리엘 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한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우리엘이 짙은 신음을 홀리며 고개를 떨어트 릴 뿐이다.
홀러나오는 피보다 마음 한구석 이 쓰라리다.
비단 우리엘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대군주들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릴 듯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물론, 방법이 완전히 없지 는 않네.”
메타트론은 그들을 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든 열둘의 대군주.
그들을 하나하나 바라본 메타트 론이 고개를 천천히 주억인다.
“설마……?”
메타트론의 의중을 읽어낸 대천
사들이 경악 섞인 의문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가 가진 가지의 절반을 포 기하도록 하지.”
“하지만……!”
더 이상 무슨 말이 이어지기도 전, 메타트론이 단호히 고개를 내 저었다.
아무리 무수히 많은 가지를 가지 고 있다고 해도 결국 뿌리에 닿을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그리고 한서준이라는 인간이 지 금과 같은 성장세를 보인다면 결국 뿌리에 닿게 되는 것은 놈일 것이
위대한 존재의 본신이 돌아온다 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아직까지 도 아무런 기별이 없다.
결국 메타트론은 마지막까지 미 루어 두었던 최후의 수단을 꺼냈다.
“수호룡님들을 만나고 오겠네.”
지구로 되돌아온 서준은 한동안 수련에 더욱더 집중했다.
‘부족했어.’
이제는 엘리시움의 대신들을 상 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 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해 자만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최고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
우주에는 수많은 대신이 존재했 다.
그들이 각기 어떠한 힘,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미지수였다.
더불어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는 수호룡들까지.
앞으로 그들과 언제 어떻게 부딪 혀야 할지 모른다.
스스로를 갈고닦는 것을 멈춰서 는 안 됐다.
다행히, 지금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았다.
선전포고 격의 침공을 받은 천사 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악마들은 내전을 벌이느라 외부로 시선을 돌릴 틈이 없었다.
덕분에서준은 수련에 몰두해 바
쁘면서도 평온한 일상의 시간이 수 개월 지속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리벨리온 연합 또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전혀 색다른 힘, 능력을 지닌 여 러 차원이 힘을 합쳐 가는 과정 속 에서 스스로 한계라는 그릇을 깨고, 자연스럽게 성장해 나갔다.
두고 보니 생각보다 뛰어난 재능 을 가진 이들이 많았으며, 모두가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가 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6개월.
그사이 세계는 많은 변혁을 맞이
했고, 화합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는 본격적으로 리벨리온 연합에 대한 홍보 선전을 시작했다.
세계에서 힘을 좀 쓴다는 권력자 들은 서준의 활약을 직접 보고 겪 은 만큼, 생각이 당연하다시피 모 두 일치했다.
덕분에 이리저리 발을 뻗은 사업 과 화합 과제는 빠른 속도로 진행 되었다.
그리고 변화하고 성장한 세계보 다도 서준은 더욱 괄목할 만한 성 장을 이루었다.
그중 단연 제일인 것은 어느 순
간부터 성장이 더뎌져 있던, 혼돈 의 힘을 다루는 한계치가 괄목할 정도로 증가했다는 사실이었다.
‘넘어섰어.’
포악하기만 했던 혼돈의 힘이 갑 작스럽게 변화한 것은 여느 때처럼 혼돈의 힘과 줄다리기하던 때에 갑 작스럽게 찾아왔다.
열 갑자에 다다른 내력을 혼돈의 힘으로 변환시켜, 운용하는 것이 일반 내공만큼이나 쉽다고 느껴질 그 무렵, 시작된 변화였다.
하루가 다르게 성정은 차분해져 가고, 그렇게 4개월이 더 지날 때
쯤에는 일정 선을 넘어서지 않는다 면 온전히 의도한 대로 따라주는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10갑자.’
그러나 언급했듯 열 갑자의 내공 을 넘어선다면 전과 같이, 아니 그 보다 더 포악해졌다.
여기까지가 지금의 한계점이란 말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10갑자에 달하는 혼돈의 힘을 온전히 다룰 수 있게 되면 한 계점도 늘어나겠지.’
그래도 혼돈의 힘을 다루기 시작 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낸 의미 있
는 성장이었다.
서준은 이 성장이 꽤 만족스러웠 다.
거기다 서준이 성장을 이뤄낸 것 은 혼돈의 힘뿐만이 아니었다.
보유 신성력 : 2710.
헤레시아 차원, 천상의 빛을 통 하여 신성력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 낀 탓에서준은 더 많은 신도, 신 앙을 모으기 위해 아주 분주히 움 직였다.
[한서준 리벨리온 의장, “규합도 거의 막바지……인류 대통합의 정점에 선 사내.]
[연이은 고등급 게이트의 등 장……. 국민, “한서준이 있다면 걱 정 없다.”]
[파리 한복판에 벌어진, 이종족의 침공을 막은 구원의 신, 한서준!]
수련 시간을 제외하고는, 지구 곳곳의 크고작은 문제들을 해결하 는 데 힘을 쓴 덕분인지 위와 같은 기사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 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300가량 상승
한 신성력 스테이터스로 나타나고 있었다.
물론, 어찌 보자면 반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한 것에 비해서는 그리 상승 폭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처음에 비하자면 시간 이 갈수록 신성력이 모이는 속도는 늦어지고 있었다.
분주히 활동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 오묘한 상황인 건 사실이다.
서준은 그 이유를 아마도 더 이 상 신도가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라 고 짐작했다.
‘신도의 믿음뿐만 아니라, 그 수 또한 상당히 중요하다는 거지.’
다소 아쉽다면 아쉽지만, 신성력 300의 상승은 그렇다고 해도 엄청 난 성장임은 분명했다.
물론, 이외에도 성장은 더 있었다.
화룡점정으로 일전에 헤레시아 차원을 파괴하고 새로이 얻은 스킬 도 있었으니 말이다.
[금기(禁忌) 등급 스킬, 차원 파 괴 - 하나의 세계, 혹은 성역을 강 제로 부술 수 있습니다.]
심플한 설명이었지만 그 능력은 가히 사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성역을 강제로 파괴할 수 있다 니……
직접 겪어 봤기에 성역이 가하는 압박과 뛰어난 방어 능력이 얼마나 거슬리는지 익히 알고 있었다.
제아무리 서준이라 할지라도 성 역이 펼쳐진 적진 한복판에서 싸우 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차원 파괴라는 스킬을 이 용한다면 그러한 부담을 전혀 가지
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정면에서 맞붙는다면 승산은 충 분해.’
오만이 아니다.
혼돈의 힘을 열 갑자까지 온전히 다뤄낼 수 있게 된 지금, 전면전을 벌인다면 대신들이라 할지라도 패 배를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성장이야.’
그러나 여전히 최고라고 부를 수 는 없었다.
물론, 서준도 고작 이 정도의 성 장을 끝으로 멈춰 설 생각은 없었다.
가벼운 웃음을 지은 서준은 다음 성장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 * *
이후, 서준은 선계로 향했다.
그 이유는 나머지 보구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허나 애석하게도 옥황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저번에 자네를 위해 두루마리에 대권능을 담아내신 것의 여파가 컸 는지 아직 회복 중이시네.”
“아직도?”
크게 당황할 것은 없었다.
일전에도 몇 번씩 찾아오긴 했지 만, 여동빈에게 지금과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었을 뿐이었다.
“생각보다 부담이 큰가 보네?”
“본래 입었던 상처를 회복하기도 전에 무리하게 힘을 쓰신 것 때문 이시겠지.”
대권능이라 불릴 정도의 힘을 두
루마리 안에 담아내는 것도 상당히 힘든 일이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 니었다.
아니, 오히려 시작이라고 볼 수 있었다.
운송 도중 본래의 능력과 힘을 잃지 않도록 갖가지 술법과 권능들을 담아냈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갖가지 힘을 응축하 고 봉인하는 과정은 매우 힘들었다.
당장 서준만 해도 가진 힘을 계 속 응집시키려 하면, 그 여파로 육 체가 붕괴하려 하지 않는가?
본래의 몸 상태로 버거울 만한
일을 폐안과의 전투로 상처를 입은 채로 행한 것이다.
육신에 상당한 부담이 되었을 것 이다.
“일단 알았어.”
어찌 보자면 옥황은 자신 때문에 이런 부상을 입은 것이다.
어린애처럼 재촉해가며 옥황의 회복을 방해할 정도로 파렴치한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성장을 도모할 다른 방 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아쉬움의 입맛을 다신 서준이 등 을 돌려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이었
“어째서 그렇게까지 옥황님을 뵈 려 하는 거지? 지금 나의 권한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면 들어주겠 다.”
여동빈의 말에서준의 눈이 휘둥 그레진다.
“네가 날 돕는다고?”
서로 필요한 관계로, 옥황의 뜻 에 따라 임시적인 화평을 맺긴 했 지만, 선계는 아직 서준을 그리 신 뢰하지 않고 있었다.
실제로도 리벨리온 연합의 구성 원에는 아직 선계의 선인들이 포함
되어 있지 않았다.
오해였다고는 하나, 여동빈은 과 거 서준과 가장 많은 싸움을 치른 존재였다.
서로의 목숨을 노리던 철천지원 수 같은 사이란 말이다.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는 탓에 옥황의 명령이 아니고서 야 도움을 줄 리가 만무했다.
“농담도 할 줄 알았나 보네.”
서준이 피식- 웃음을 보인다.
하지만 여동빈은 묵직한 침묵으
로 일관한다.
서서히 서준의 안색이 굳어져 간 다.
“ 진짜?”
여동빈이 고개를 주억이며 대답 한다.
“ 진짜일세.”
갑작스러운 변심은 아니다.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마선, 한서준은 반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난동이나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지금도 말 한마디에 곧장 자리를
물러날 만큼 말이다.
과거, 최악의 마선이라 불리던 시절을 생각한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당연하지만 여동빈은 이런 점잖 은 서준의 모습이 싫지 않았다.
과거의 오해를 모두 씻어낼 수는 없었지만, 자그마한 호감이 생기기 에는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임시라지만 화평을 맺은 지금, 최소한의 도움 정도는 베풀 필요가 있었다.
“정말로?”
“마음 변하기 전에 빨리 말하게
나.”
재차 확인을 마친 서준은 다급하게 물음을 던졌다.
“폐안이 내 보구들을 다른 용족 들에게 보냈다는데, 혹시 그 위치 들에 대해서 알고 있어?”
“알다시피 그때 나는 다른 차원 으로 임무를 떠나 있는 상태라 정 확한 것은 알고 있지 않네. 하지 만……. 옥서고(玉書庫)로 가서 사 서에게 물어본다면, 그때의 기록을 상세히 적어놓은 서적들을 안내받 을 수 있을 걸세.”
“고마워.”
여동빈의 말들을 침착하게 정리 를 끝낸 서준은 곧장 고개를 주억 인 후, 걸음을 옮겼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