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권 1화
251화
빛무리를 가볍게 흩는 데는 성공 했지만, 서준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엘리시움이 아니야.’
지금 딛고 있는 곳은 천사들의 차원, 본거지로 알려진 엘리시움이 아닌 타 차원, 헤베니아였다.
그래서인지 천상의 빛도 ‘미약’하 다는 수식어가 달려 있었다.
‘만약 엘리시움에 떨어졌다
면..
신성력을 사용했다고 해도 이렇 게 쉽게 억제력을 떨쳐낼 수는 없 었을 것이다.
확신은 할 수 없었지만, 완벽한 승리를 위해서는 만에 하나의 상황 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많은 신성력을 모 아내야겠네.’
생각을 정리한서준은 허공 위로 떠올랐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니, 생각보다 천상의 풍경이란 것이 그리 어색하 지 않았다.
오히려 상당히 익숙한 것이었다.
높이 치솟은 성과 그 안에 갖가 지 병장기와 은빛 갑주로 무장을 한 군대가 자리 잡은 모습.
과거, 중원 대륙의 황실과 싸움 을 벌였을 때 보았던 전형적인 황 실군의 모습이었다.
차이라면, 황실군과 달리 저들의 등 뒤에는 새하얀 백색의 날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쯤이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고개를 돌려 헤 베니아를 둘러보고 있던 순간, 가 슴 편에 기운이 폭발하듯 연속으로 터져나갔다.
쾅! 쾅!
강력한 공격이었지만, 지금 서준 의 신성력 장막을 뚫어내지는 못했 다.
시선을 돌려보니 꽤나 익숙한 기 운을 가진 천사가 날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오만한 표정과 등 뒤에 피어난 다섯 쌍의 날개를 가진 대군주.
“요피엘.”
그 역시 서준을 인지했는지 경악 에 가득 찬 표정이 되어 있었다.
“한서준…… 네놈이 어찌 이곳
에...
이후, 요피엘의 가늘어진 시선은 서준의 바로 뒤편에 위치한 게이트 를 향한다.
경악이 서린 눈동자가 지진이라 도 난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인 간이 천사의 영토, 헤베니아의 땅 에 당도했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 바 라지 않았던 일이 펼쳐진 것이다.
“남의 집에서 깽판 치려고 준비 하고 있는 양아치 놈들을 그냥 내 버려 둘 수는 없잖아.”
당황한 요피엘의 시선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혼자 온 것이냐?”
“응, 솔로야.”
“오만한 인간의 신이여. 네놈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미소를 홀린 요피엘의 손에서 황 금빛 기운이 넘실거린다.
“불의 협화(協和)
이어서 펼쳐진 신언의 힘은 화려 한 불꽃을 일으킨다.
방금과 같은 가벼운 공격이 아니 었다.
대신(大神)이라 일컬어지는 존재 가 작정하고 쏘아내는 강력한 일격 이었다.
몸에 두르고 있던 신성력, 내부 의 의념강기마저 깨질 각오를 해야 했다.
서준은 곧장 발을 놀려 터져 나 오는 폭발을 피했다.
그러나 워낙 광범위한 만큼, 모 든 공격을 피할 수 있던 건 아니었다.
두 팔을 X자로 교차시켜 방어를 취한 팔목 위에 얹어진 옅은 화상.
“대신 맞아? 왜 이렇게 약해?”
가벼이 상처를 회복한서준이 비 릿한 미소를 흘린 채로, 고개를 들 어 올린다.
짧은 시간 요피엘과 서준의 시선 이 서로를 향했다.
그 즉시 요피엘은 이 전과 비교 할 수 없는 큰 동요에 휩싸였다.
“이, 이럴 수가...... 어, 어찌...... 헤베니아도 분명, 천상의 빛이 닿 는 곳일 텐데……. 네놈 설마 신성 력을 다루고 있는 것이냐?”
적에게 친절한 설명을 해줘 정보 를 내줄 필요는 없었다.
눈을 가늘게 뜬 서준은 요피엘의
빈틈을 찾아 나선다.
“대해(大海)의 요람!”
위협을 느낀 요피엘은 황급히 기 운을 방출하며 공격들을 쏟아낸다.
콰과광-!
이름처럼 강력한 물결이 서준의 전신을 뒤덮었고, 그 안에 담겨있 는 파괴적인 기운이 서준의 전신을 가격한다.
파바박-!
그 끝에 생긴 무수히 많은 자상 들.
그러나 치명상이라 부를 만한 것
은 하나도 없었다.
연이은 타격에 충격이 제법 있긴 했지만 견디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애초에서준에게는 뛰어난 회복 능력이 존재했다.
자잘했던 자상 따위는 너무나 손 쉽게 치료되었다.
“뭐야, 너, 진짜 약하네.”
대신(大神)의 격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나약했다.
이어, 서준의 날카로운 시선은 허공에 떠있는 요피엘에게로 향한 다.
“싸움에는 진짜 재능이 없나 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대답은 필요가 없었다.
이를 뿌드득 갈고 있는 요피엘의 표정은 충분한 답을 내주었기 때문 이었다.
‘괴물 같은 놈……
지금과 같이 준비되지 않은 싸움 에서는 전투 능력이 다소 부족하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약하다고 평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눈앞의 괴물이 너무 강력할 뿐이었다.
“설마 했는데, 이번 101번째 대 신에 오른 것이 한서준 네놈이었나 보구나.”
이런 질문을 건네는 시간조차 사 치였다.
쌔액-!
바람 소리와 함께 서준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시야에서 사라진다.
뒤이어, 가슴팍에서 아찔한 고통 이 밀려온다.
“끄윽......
제대로 된 반격은커녕, 움직임조 차 쫓을 수 없는 압도적인 차이.
본능적인 감각들이 요피엘의 전 신을 휘감았다.
‘이 인간은 위험하다.’
요피엘, 아니 천사들은 한때 서준을 거두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수준급의 성장세와 무력을 가지 긴 했지만, 위대한 존재, 신의 힘으로 가해진 제약에 성장이 막힐 것 이라 생각했다.
그리 여겼기에 지구의 일에 다소 과감하게 손을 쓰지 않은 면도 없
지 않아 있었다.
한계에 부딪히고 절망하며 서준 측에서 먼저 아쉬운 소리를 하며 손을 내미는 그날만을 기다린 것이 다.
한데 그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 다.
‘결국, 우리 천상 대신들의 힘에 무릎 꿇을 것이라 여겼거늘……
그런데 날이 갈수록 강해지더니 당당하게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
아니,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 려 하고 있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구나, 인간이
여. 너는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놀랍고, 뛰어난 존재다. 나의 패배 를 받아들이지.”
우주로부터 인정을 받고 Wl번째 대신의 자리를 만들어낸 존재.
그간 도태되고 포기했던 이들을 생각하자면, 스스로 알을 깨고 나 온 서준은 말 그대로 격이 다른 존재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어느 세계를 가도 존중받는 신격 들조차도 우주에 있어서는 그저 평 범한 축에 속했다.
평범한 생명체들이 보기에는 신 격은 드높은 별과 같은 존재였지만,
우주의 입장에서는 넘치다 못해 쏟 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준은 영겁의 세월 동안 돌파할 수 없었던 백 명의 대신, 그중에서도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 하고 우주에 존재를 인식시켜 인정 을 받은 존재였다.
웬만한 신격들은 감히 고개를 들 지 못했다.
실제로도, 한때 우주에서 제법 이름을 날렸던 신격조차도 자처해 서 복종하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건 여태껏 보아 왔던 인간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 뿌리에 닿은 그 인 간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한다.
서준을 바라보는 요피엘의 눈에 는 경악을 넘어선 옅은 경외가 어 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요피엘을 바라보는 서준 의 눈은 여전히 차갑기 그지없었다.
“네가 뭔데 감히 나를 인정하는 건데?”
“ 무슨......
“아니, 애초에 전쟁이란 게 고작 말 몇 마디 따위로 끝날 거라 생각 한 거야? 내가 어지간히 호구로 보 였나 봐?”
서준이 천천히 자세를 다잡는다.
그러자 일대의 기운이 준동하며 서준의 주먹을 감싸온다.
“드높은 긍지를 가진 대신이라는 존재가, 패배를 받아들인 포로를 공격할 셈인가……?”
“받은 대로 돌려줄 뿐이야.”
단순히 위선 행각을 벌였다는 이 유 때문만은 아니다.
계속되었던 천사의 침공, 큰 피 해 없이 막아내긴 했지만, 희생자 가 전혀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친구, 연인, 가족을 잃 었다.
모두를 기억한다고는 할 수 없지 만, 그들이 흘려야만 했던 눈물을 허투루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너희들은 아직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던 과거, 내가 자비를 베풀 수 있던 때에 패배를 시인하고 용서를 구했어야 했어.”
서준의 몸에서 당장이라도 베일 것 같은 살기가 일대에 퍼져나간다.
마른침이 목울대를 타고 넘어가 는 순간, 턱 아래로 주먹이 강렬하
게 내리꽂힌다.
고개가 크게 돌아갔다.
백옥 같은 피부, 뚜렷한 이목구 비, 흘러내리는 회색빛 머릿결과 긴 속눈썹, 그 외로도 아름다움의 극치인 천사족, 요피엘의 얼굴이 반쯤 일그러졌다.
“잠깐......!”
무언가 말을 내뱉을 틈도 없이, 무자비한 폭력이 요피엘의 전신을 두들긴다.
빠각-!
뼈가 뒤틀리고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아
찔한 고통 속에서 요피엘은 그런 생각을 했다.
‘대신으로서 이보다 더한 치욕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마음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무력 함과 더불어, 서준에 대한 분노의 불길이 뜨겁게 솟아오른다.
하나, 지금의 한서준은 감정적으로 나선다고 해서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때문에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참고, 다음 기회를 어떻게든 잡 는다.
천사와 요피엘에게는 아직 서준
이 모르는 숨겨둔 수가 많았다.
하지만 요피엘이 놓친 것이 하나 있었다.
서준은 단순히 고통을 선사하기 위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는 것 말이다.
“이만 죽자.”
차가운 말을 내뱉은 서준이 허공 에 손을 내뻗는다.
이어서 모여드는 혼돈의 힘에 요 피엘의 눈이 부릅- 뜨인다.
“그만, 그만두어라!”
처음으로 다급한 목소리를 내지
른 요피엘이 황급히 손을 내뻗는다.
허나, 서준의 움직임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죽였다면 너도 죽을 각오를 했어야지.”
“천사들의 영토인 헤베니아를 파 괴한다면 위, 위대한 존재께서 방 관하고만 계시지는 않을 거다!”
요피엘이 으름장을 놓아가며 위 협을 가해온다.
허나, 서준의 표정에는 일말의 동요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단숨에 거리를 좁혀 낸 서준이 주먹을 내뻗으며 요피엘의 복부를 가격한다.
“크읍-!’’
“누구든지 상관없으니까, 덤비라 해.”
이건 선전포고일 뿐이다.
헤베니아의 파괴는 시작에 불과 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천사들이 거느리고 있는 차원뿐만 아니라, 그들이 일구어낸 모든 것을 부술 것이었다.
“오만한 것……
분노하고 있는 요피엘을 바라보 며 보란 듯이 개벽의 검을 손에 쥔 다.
“다음에도 만날 때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
촤악-!
서준이 휘두른 회색빛 검이 요피 엘의 머리를 잘라내는 순간이었다.
띠링-!
[치유의 대신 요피엘의 분신체가 사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623으로 상승합니다!]
떠오르는 메시지 창에서준은 담 담히 고개를 주억인다.
“역시 본체는 아니었네.”
전투 능력이 부족하다지만, 대신 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나약한 힘에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
본체를 베어내지 못한 것이 아쉽 긴 했지만, 본래의 목적은 이뤄냈 다.
‘이 정도 성과면 나쁘지 않네.’
앞서 말했듯, 애초에 천사들의 차원에 방문한 본래 목적은 선전포 고였다.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성공적이 라고 볼 수 있었다.
‘천사 놈들도 더 이상 지금처럼 안일하게 움직이지는 못하겠지.’
지구, 리벨리온도 게이트를 열 수 있게 되었다는 걸 증명했다.
분신체 정도는 압도적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을 선보 이기도 했다.
항시 오만을 보이던 천사들의 입 장에서도 조금은 위축될 수밖에 없
을 것이다.
본래 목표로 했던 목적들은 전부 이뤘다는 것이었다.
“이제 남은 건 이 차원인가.”
서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 른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혼 돈의 힘을 수련하기 위해 찾고 있 던 장소.
가진 힘을 모조리 다 쏟아내 파 괴되어도 상관없는 차원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