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권 25화
250화
[신성력을 소모하여 성역의 선포 가 가능해집니다.]
[성역은 신명을 뿌리내린 차원에 한해서만 선포 가능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서준의 눈이 휘 둥그레진다.
‘성역 선포.’
이미 파탈라 중앙 대륙 타키온의 둥지에서 그 힘을 겪었기에 성역이
상대에게 가할 수 있는 제한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격의 신격마저 제한을 가할 수 있는 이 힘.’
설사, 대신이 나선다고 해도 완 전히 자유로울 리가 없었다.
만에 하나의 확률로 대신을 포함 한 천사와 악마들이 지구를 침공해 온다고 할지라도 패배할 일이 없어 졌다는 말이었다.
얼떨결이었지만, 혹여나 있을 침 공에 대한 대비도 이루어졌다.
심지어 신성력의 능력은 이게 끝 이 아니었다.
‘내공을 증폭시킬 수 있는 폭이 상당해.’
과거, 100을 기준으로 0.2배의 상승치를 보였던 신성력이었다.
그런데 지금 신성력은 자그마치 2300대를 넘어섰다.
어림잡아도 4.6배에 달하는 증가 폭이 있다는 말이었다.
‘대륙 하나 정도가 아닌데.’
현재 발휘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한다면 차원 하나를 통째로 파 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혼돈의 힘을 다뤄내야 하
는 탓에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 었다.
‘워낙 날뛰어서 제어하기가 힘들 어.’
강력한 무기인 혼돈의 힘을 자유 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면 앞으로 벌어질 큰 싸움에 있어 무조건 도 움이 되는 것이야 불 보듯 뻔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어 보였다.
혼돈의 힘의 포악함이 상정을 넘 어서고 있었고, 현재로서는 서준도 완벽히 그 힘을 다뤄 내고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는 수준급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아직 극에 달하지 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이라면 점 점 사용할 수 있는 힘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었다.
당연하지만, 무인에게 강해진다 는 것은 무엇보다 기쁜 일 중 하나 였다.
혼돈의 힘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운용하고, 버티는 싸움은 서준에게 있어 새로운 경험이자 즐거운 성장 이란 말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혼돈의 힘을 정
복하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난다.
‘어디 맘 놓고 수련할 만한 차원 이 없으려나.’
지금 가진 힘을 모조리 다 쏟아 낼 수 있는, 튼튼하면서도 파괴되 어도 상관없는 차원 말이다.
서준이 여느 때처럼 수련 장소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우웅-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스마트폰 이 진동음을 토하며, 메시지가 도 착했음을 알린다.
[강석호 부의장 : 말씀하셨던 꼬 리가 움직였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한서준의 입가가 호선을 그린다.
“드디어 움직였나 보네.”
서준은 수련에 대한 욕심을 잠시 접고는 이어 메시지에 적혀 있는 위치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콰쾅!
폭음과 함께 대지가 요동치기 시 작했고 지하에 숨겨진 벙커가 부서 져 나갔다.
검은 연기가 휘날리고 있는 내부 에서 뛰쳐나온 부사령관 메이진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홀러나온다.
“빌어먹을-!”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방 금 리벨리온 연합군에 의하여 파괴 된 것은 헤레시아의 최후의 보루라 불리는 벙커였다.
구태여 복잡한 설명을 할 필요도 없었다.
최후의 보루라 불리었던 곳이 붕
괴되고 있는 지금, 헤레시아의 입 장에서는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절대, 절대 이렇게 죽을 수는 없 어.’
메이진이 헤레시아에 가입한 이 유는 단순한 과거의 복수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전에 누려 왔던 권력과 막 대한 부를 다시 손에 잡고 싶었을 뿐이다.
이런 곳에서 허무한 죽음을 맞이 하기 위해서가 아니란 말이었다.
불행 중 다행일까?
뒤를 추격해 오는 이들은 느껴지 지 않는다.
“허억, 허억……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지 만, 최후의 보루가 무너진 현 상황 에서 더 이상 몸을 숨길 곳 따위는 없었다.
그렇다고 과거를 덮고 평범한 생 활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메이진은 이미 헤레시아의 부사 령관으로서 수배령이 내려져 있었 으니 말이다.
지구의 그 어느 곳도 메이진을 반겨줄 곳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존재하는 법이었다.
‘아직, 아직 끝난 건 아니야.’
괜히 메이진이 헤레시아의 편에 섰던 것이 아니다.
상위종, 천사가 헤레시아의 후원 자를 자처하고 나섰기에 희망을 보 고 가입을 한 것이었다.
물론, 현 상황에서는 아무런 의 미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은 아니었다.
‘천공석(天空石)을 이용한다면 대
피 정도는 할 수 있을 터.’
천사들이 게이트를 열기 위한 열 쇠라며 건네준 아티팩트.
본래 천사들이 제시한 조건은 수 백만에 달하는 영혼을 모은 후 발 동시켜 대군주(大君主)를 포함한 엘리시움의 최정예 군대가 넘어올 수 있을 정도의 막대한 양의 힘을 품은 게이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할당량을 채워내지 못했기에 대 군주를 비롯한 최정예 군대가 넘어 올 수 있을 정도의 게이트를 만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비루한 몸 하나 정도
는 넘어가기에는 충분했다.
함부로 보석을 사용한 대가로 천 사들에게 문책을 듣긴 하겠지만 적 어도 지금처럼 허무한 죽음을 맞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다른 방법은 없어.’
눈을 빛낸 메이진은 품 안에 고 이 모셔둔 백색의 보석, 천공석을 손에 쥐어 과감히 발동시켰다.
치지직-!
무언가가 갈라지고 찢어지는 소 리와 함께, 허공에 백색의 게이트 가 생겨난다.
메이진은 그 너머를 향하여 발걸
음을 내디뎠고, 뒤이어 백색의 게 이트가 자취를 감춘다.
결국 메이진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두 명의 시선이 있는 줄은 꿈에도 알지 못 했다.
메이진이 떠나간 자리.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
는 칠흑의 세상 속, 두 개의 검은 신형이 방금까지 메이진이 서 있던 곳에 섰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네.”
서준의 의견에 나라연천이 고개 를 주억인다.
“이렇게 뒤에서 헛수작을 부릴 종족은 천사나 악마들뿐이지요.”
헤레시아가 단순한 반군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평범한 반군이었다 면 창설조차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지금 지구는 결속된 각성자 협회 와 더불어 리벨리온 연합이 견고하
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사 반군을 일으킨다고 할지라 도, 승산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타니 아는 헤레시아라는 반군을 창설해 냈다.
분명 판세를 뒤집을 만한 무언가 를 숨기고 있다는 것이며, 현재 지 구에서 그 정도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천사와 악마 정도뿐 이었다.
그리고 방금 전, 메이진이 사용
한 아티팩트에서는 천사들과 같은 기운의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좌표는?”
나라연천은 품 안에서 자그마한 석판에 무언가를 기입하더니 고개 를 주억인다.
“확실하게 확인했습니다.”
“그러면 지금 바로 가동 가능한 거지?”
나라연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명령을 내리신다면 곧장 메 이진이 도망친 천사들의 차원으로 향하는 게이트를 열 수 있습니다.”
휘노소프의 부단한 노력 덕에 차 원 이동 장치를 수리할 수 있었고 덕분에 지구도 게이트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미 사전에 몇 번의 실험을 거 친 만큼 안정성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본래라면 악마들이 있는 판데모 니움으로 먼저 향하려 했었지만, 이렇게 뒤에서 헛수작을 부리며 반 군을 창설하는 농간올 가만히 두고 만볼수 없었다.
“지금 바로 부탁할게.”
나라연천이 고개를 주억이자, 저
멀리 떠있던 우주선에서 한 줄기의 빛이 서준의 바로 앞으로 쏘아지기 시작한다.
“게이트는 앞으로 3분 이내에 작 동될 것입니다.”
“역사적인 순간이네.”
서준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흐른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 구와 천사들의 차원의 게이트를 연 결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연결된 적이 아예 없는 것 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연결이 특별한 것
은, 이번에 게이트를 연결한 것은 천사가 아닌 지구라는 점이었다.
게다가 단순히 차원과 차원을 연 결하는 것이 아니다.
천사들의 땅올 파괴하고 도망친 메이진을 잡아 와야 하는 사명도 안고 있었다.
어떻게 보자면, 상위종들에게 보 이는 선전포고라는 말이다.
매번 이용당하고, 침공당하기만 했던 과거의 지구로서는 절대 상상 할 수 없던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지구는 달랐다.
어떠한 상위종과도 맞서 싸울 힘
이 있었다.
‘더 이상 나약한 종족이 아니야.’
그렇다고 방심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메이진이 넘어간 차원은 천사들 의 영토, 적진 바로 한복판이다.
순간의 방심으로 패배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는 곳이었다.
“ 후우......
심호흡을 내뱉은 서준은 마음을 통일시켰다.
집중된 정신이 적당한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과하지 않은, 그렇다고 덜하지도 않은 적당한 긴장감이 최고의 컨디 션을 끌어 올린다.
그렇게 감정의 중심을 찾아가자, 무뎌졌던 감각들이 하나둘 눈을 뜨 기 시작한다.
마음의 준비를 끝마치는 것으로 나른했던 근육에 긴장감을 불어넣 고, 최고의 컨디션을 확보하는 순 간, 나라연천이 입을 열었다.
“지금 개방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준비는 갖춰졌다.
망설일 이유는 없다.
“내가 없는 동안 지구 쪽을 부탁 할게, 그렇게 긴 여정은 아닐 거 야.”
말을 끝맺고 곧장 발걸음을 내디 디며 모습을 감추었다.
지구, 리벨리온의 진격을 알리는 신호탄이 발사된 것이었다.
게이트를 넘어선 순간 펼쳐진 풍
경은 그야말로 낙원이라 일컬어질 정도의 아름다운 초록빛이었다.
또한, 저 멀리 백색의 신전이 가 득 보였다.
“아름답기는 하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풍경을 구 경하고 있는 입장에서, 솔직히 인 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준이 잠시 주변의 지형 을 파악해가며 풍경을 감상하고 있 던 찰나,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 랐다.
[차원, 헤베니아에 진입했습니
다.]
[미약한 천상의 빛이 천사를 제 외한 이종족(異種族)의 능력을 봉 인합니다.]
메지시가 사라짐과 동시에, 천사 들이 사용하는 빛의 기운이 파장을 일으켜 서준의 육신을 휘감았다.
이후, 체내의 내력을 강제로 구 속하고 묶어내려 했다.
처음 겪었다면, 필시 당황했을 상황이었다.
아니, 감지조차 하지 못하고 힘 의 대부분이 봉인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준은 이미 타키온을 통 해 비슷한 상황을 겪어 봤다.
순식간에 변화를 눈치챘고, 이 상황을 파훼할 해답마저 도출해 낸 다.
‘신성력.’
어떠한 억제력이라도 신성력은 봉할 수 없었다.
물론, 백 단위에 불과한 나약한 신성력이라면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2천을 넘어서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양의 신성 력이 있었다.
전신에 천상의 빛을 막아 낼 신 성력의 막을 둘러낼 수 있다는 것 이다.
파지직-!
몸 주변에 장막을 둘러내자, 두 개의 기운이 맞부딪히며 힘 싸움을 벌인다.
그러나 사실, 이미 승자는 정해 져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성력은 기운, 마나의 종주라 일컬어졌던 용족, 타키온의 성역조 차도 봉할 수 없던 힘이다.
이런 미약한 빛이 막아낼 만한 힘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결국, 얼마 가지 않아서 쏘아지 던 천상의 빛들은 허망한 빛 가루 가 되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