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권 23화
248화
서준은 밤사이 서울 곳곳을 누비 며 숨어든 헤레시아의 잔당들을 처 리했다.
그 과정에서 작은 소란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일반 시 민들에게 노출이 되기도 했다.
물론,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있 었기에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 는 일은 조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시
선은 계속해서 한쪽으로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각성자 협 회 소속의 인력들이 대거 대동되었 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인터넷에는 전날 밤 사태에 대한 의문들로부터 이슈 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의 궁금증이 극에 달해가 던 와중, 다행히도 국가와 리벨리 온 연합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혀 주었다.
[대한민국 정부, 테러 단체 헤레 시아와의 전면전 선포.]
[대한민국 각성자 협회, 헤레시아
의 본격적인 소탕을 시작하겠다.]
기사가 가장 큰 포털사이트의 메 인 배너에 올랐고, 뒤이어 세계 각 국은 헤레시아를 향한 전면전을 선 포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의 한국의 누리꾼들은 열 띤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전면전이 벌어졌을 때 더욱 심해 질 테러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 리벨리온 연합의 행보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까지 의견은 다양했다.
소란의 연속이었지만, 얼마 가지 못하여 모두 조용해졌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서준이 직접 의사를 표출했기 때문 이었다.
[리벨리온 연합 의장, 한서준 금 일 18시에 테러 집단 ‘헤레시아’에 대한 입장 발표……』
기사의 제목은 짧았다.
하지만 그 파급력은 어느 것보다 도 컸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 제 일의 각성자이자, 현재 리벨리온 연합을 이끄는 의장의 선언이었으 니 말이다.
-무조건 합류하긴 할 것 같은데
얼마나 지원을 해줄지 모르겠는걸.
-그래도 리벨리온 연합이 나서준다면 지금보다는 안심할 수 있을 거야.
-가능하다면 간부들이 움직이면 좋겠는데.
L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간부 씩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런 잔당 소탕에 나설 리가 있냐.
인터넷에서 갖가지 의견이 충돌 하던 와중, 시간은 빠르게 흘러 리 벨리온 연합, 서준이 입장을 발표 하기로 한 오후, 6시가 다 되어 있었다.
서준은 각성자 협회의 건물 안, 기자회견장 바로 옆의 방에서 강석 호와 마주 본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렇게 직접 공표해도 괜찮을까 요?”
“직접 움직여 보니까, 숨어 있는 놈들인 만큼 일일이 뿌리를 찾아내 서 제거하기가 생각보다 귀찮더라 고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때 확실히 정리해 두려고요.”
“의장님의 계획이라면 안심할 수 있죠.”
강석호의 두 눈동자에는 자그마
한 의심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과거 서준의 성장을 가장 최초부터 지켜본 인간이었다.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서준의 능 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바꾸 셨지.’
서준의 판단에 대해서 의심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헤레시아는 반드시 멸망하게 될 것이다.
“벌써 시간이 됐네요, 가볼까 요‘?”
서준이 먼저 몸을 일으켜 기자회 견장으로 향했다.
“ 예.”
덜컥.
강석호가 열어준 문을 향해 걸어 나가자 수많은 기자가 줄지어 앉아 있는 기자회견장이 시야에 들어온 다.
파팍, 팍!
자리에 앉기도 전, 수많은 플래 시가 그 둘을 반겼다.
“우선, 모두 귀한 시간을 내주신 것인 만큼 곧장 본론을 말씀드리겠
습니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으셨 겠지만, 저희 리벨리온은 범죄 집 단인 헤레시아와 타협을 한다거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화합을 도모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들은 여태껏 스스로가 벌인 악행에 대한 죗값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게 될 겁니다.”
서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자 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려 질문을 던 졌다.
“그 말씀은 헤레시아와 전면전을 벌이신다는 건가요?”
이어진 기자의 질문에서준은 기 다렸다는 듯이 답변을 내놓았다.
“전면전이라는 것은, 우리가 그 들과 싸운다는 말이 되는데 그럴 리가 있나요, 이건 일방적인 토벌 이라고 하는 편이 옳은 것 같네요.”
“……도중에 무고한 시민들이 피 해를 입을 수도 있을 텐데, 너무 무리한 선택 아닐까요?”
“이 자리에서 약속하도록 하죠, 피해자는 절대 생기지 않을 겁니 다.”
다른 이들이었다면, 터무니없는 대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질문에 대한서준의 답은 짧고 간단명료하였으며 직설적이 었다.
줄지어 앉아있는 기자들이 당황 하는 모습들을 보이긴 했으나, 어 떠한 반박이나 불만을 표출하지는 못했다.
서준이 여태껏 보여주었던 압도 적인 힘에 대해서 모두 알고 있었 기 때문이었다.
“더 질문이 없으면 여기서 마치 겠습니다.”
그렇게 기자회견은 아주 빠르고, 신속하게 끝을 맺었다.
벨기에, 브뤼셀, 헤레시아의 유럽 지부의 중추라고 볼 수 있는 그곳 에서 가장 깊숙이 숨겨져 있는 방.
그 안에 숨어 있던 헤레시아 사 령관, 티타니아는 TV 속 남자의 영상과 함께 올라오는 번역된 인터 뷰 내용을 확인하더니 코웃음을 흘 린다.
“말로는 뭔들 못 할까.”
“뻔한 공작에 혼들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뒤편에 선, 말끔한 검은 정장의 청년이 차갑게 말했다.
에릭센 리히텐슈타인.
현재, 브뤼셀을 담당하고 있는 지부장이 었다.
“에릭센, 내가 이런 뻔한 수법에 동요를 보일 거라 생각하는 건가?”
“죄송합니다.”
“이건 단순한 정치 공작이 아니 라, 이건 우리에게 기회가 되는 일 이야.”
정치는, 내뱉은 말을 지키지 못 할 때 가장 쉽게 무너지는 법이다.
하지만 한서준은 정치의 개념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
“초짜들이 하는 실수지, 신뢰를 얻고 싶어서 퍼포먼스를 너무 과하게 했어. 결국 스스로 무덤을 판 거지. 에릭센. 지금 여기에 한국인 이 몇이나 있지?”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으나, 관광객과 유학생이 많은 도시기에 적지는 않을 겁니다.”
에릭센의 대답에 티타니아의 입 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른다.
“그 정도라면 충분한 피해자를 만들어 줄 수 있겠군.”
서준은 기자회견 중 ‘절대 피해 자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라고 발 언했다.
언제나 그렇듯 말은 참 쉽게 내 뱉을 수 있었다.
하나 내뱉은 이후 지키는 것은 어려운 법이다.
“본보기로 열 명 정도면 딱 좋겠 군.”
“준비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에릭센이 고개를 숙이며 곧장 자
리를 벗어난다.
티타니아는 어두운 방 안 속에 놓인 소파에 편안하게 몸을 파묻는 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애송이였 군, 한서준.”
그의 입가에는 이미 승리를 쟁취 한 듯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서준의 짧은 인터뷰는 세계적으로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어떠한 언론을 통해서도 이처럼 자신감 넘치게 직설적으로 이야기 를 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언론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고, 언행에 거침이 없었다.
자연스레 서준의 행동에 대해 비 판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막연한 이상을 꿈꾸는 공 상가이자, 세계를 파멸로 몰아넣을 최악의 지도자다.]
한 언론사에 흘러나온 기사는 자 극적인 제목만큼이나, 상당한 이슈
를 끌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냥 부정할 수는 없었다.
서준의 무력이 강하긴 했지만 혼 자서 모든 일을 해낼 수 없으며, 그의 행동으로 인해 오랫동안 유지 해왔던 평화가 깨진 것이었으니 말 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이슈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기사에 대한 반박이 훨씬 더 많았다.
L헛소리. 단순히 막연한 이상이 었으면 진즉에 악마랑 천사들의 침
공에 멸망했겠지.
L이전처럼 억압받고 세뇌받고 사는 것보다는 훨씬 더 좋다!
L처음 베스트 댓글 말이 맞지, 막연한 이상을 꿈꾸는 거였다면 진 즉에 지구는 멸망했겠지. 이번 입 장표명의 말들도 전부 믿을 거다, 응원한다. 한서준.
생각보다도 훨씬 우호적인 반응 들에서준의 고개가 갸웃 젖혀진다.
“꽤나 욕먹을 각오를 했었는데, 상당히 의외네.”
부산, 서면에 숨어 있던 헤레시 아의 작은 지부 하나를 괴멸시키고
나오는 길.
강석호가 메시지로 보내준 인터 넷 반응들을 확인한서준의 입가로 미소가 흘렀다.
절대적인 믿음을 받는다.
사람들의 이상적인 반응에서준 의 마음 한편에서 뿌둣함이 피어난 다.
기분 좋은 미소를 홀린 서준이 다시 기감을 퍼뜨려 한국 내에 위 치한 헤레시아의 지부를 찾으려 할 때였다.
우웅-
강석호로부터 한 통의 문자가 더
전달되었다.
다급한 메시지의 내용, 그리고 영상으로 통하는 링크.
곧장 메시지의 내용을 읽어가던 서준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드디어 움직였네.’
영상 속에서는 복면을 쓴 괴한들 이, 한국인 젊은 남녀 열 명을 납 치해 총기를 겨누고 있었다.
[한서준은 거짓말쟁이에 터무니 없는 대책을 가진 이상론자에 불과 하다. 그 증거로 당장 놈은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지 않 나‘?]
비웃음이 영상 바깥으로 흘러나 왔다.
수많은 관광객과 유학생들이 있 는 브뤼셀에서 한국인 열 명을 납 치하는 일은 헤레시아의 입장에서 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그들은 단 하루 만에 한국인을 기습해 납치하고는 티타니아가 말
한 장소까지 이동했다.
공포에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고 있는 한국인과 달리, 티타니아는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 티타니아에게 는 아주 익숙하고, 친밀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그 것을 할 때처럼 설렘이라는 감정이 한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티타니아는 그 이유를 명확히 알 고 있었다.
‘내가 한서준의 역사를 부순다.’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으며,
패배한 적 없고, 살아있는 전설과 같은 세계 제일의 각성자.
세계를 손에 쥐고 있다 해도 과 언이 아닌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첫 패배를 겪게 한다.
그것은 황홀할 만큼 영광스러운 일이었고, 이로 인해 주어질 보상 또한 상당히 달콤할 것이었다.
“살려주세요!”
“8살짜리 딸이 집에 혼자 있습니 다, 제발 살려주세요!”
눈물을 홀리며 싹싹 빌고 있는 한국인들을 보며 티타니아의 입가 에 걸친 미소는 더욱더 진해진다.
“부디, 한서준도 너희와 같은 절 규를 보였으면 하는구나.”
티타니아의 몸에서 넘실거리는 살의와 광기에 공포가 더욱 짙어질 무렵이었다.
“영상 송출 준비 완료되었습니 다.”
에릭센의 말에 미소를 홀린 티타 니아가 고개를 주억인다.
“틀어.”
인터넷으로 곧장 송출되는 영상 을 시작한 티타니아의 시선이 카메 라 렌즈를 향했다.
“세계인 여러분 모두 안녕하셨습 니까, 저는 헤레시아의 수장 티타 니아 에렌도르프라고 합니다.”
첫마디는 분위기에 맞지 않을 정 도로 가볍다.
언어는 신경 쓸 필요 없다.
한서준의 패배이자 몰락의 시작, 어떠한 일보다도 이슈가 될 것인 만큼, 어차피 세계에서는 각국의 언어로 번역하여 재방송해줄 테니 말이다.
‘보고 있나, 한서준?’
복면 아래 숨겨진 입가가 실룩거 리며 뒤틀린다.
바다 너머, 세계 제일이라 불리 는 사내가 지켜보고 있다.
무엇도 거리낌 없다는 듯 행동하 는 그가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며 발을 동동 굴러가며 초조해할 생각 을 하니 짜릿하면서도 아찔할 정도 의 기쁨과 함께, 전신에 전율이 일 어난다.
‘아무리 한서준이라 할지라도 이 처형식이 끝나기 전에 유럽 대륙에 도착하지 못할 거다.’
아니, 설사 온다 할 수 있을지라 도 이곳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아주 은밀한 곳인 만큼 흔히 말 하는 빛의 속도로 움직여가며 수색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절대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움직임이 인간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긴 하나, 빛의 속도에 도달했 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애초에 상위종인 천사와 악마 중 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들조차도 그 런 움직임을 보이지는 못했었다.
어느덧, 티타니아의 입가에는 승 리를 확신한 승자의 미소가 피어나 고 있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