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권 21화
246화
보기 힘든 높은 나무가 울창한 숲을 서준과 함께 걷고 있던 서연 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좋아?”
“티가 났어?”
“엄청 많이.”
“오늘은 아주 기쁜 날이니 오늘 만 서연 님께서 이해 부탁드립니 다.”
나라연천의 말이 옳았다.
너무나도 기뻐 새어 나오는 미소 를 참을 수가 없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일이 훨씬 수 월하게 풀렸어.’
자이로스 제국을 정리한 후, 새 로운 국가를 세우고 인재들을 모으 고 관리하는 데 적어도 몇 개월의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바그너가 스스로 황제를 자청해 국가의 통치자가 되어 줬을 뿐더러, 종교까지 만들어 숭배의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띠링-!
[마나의 타키온이 지배하던 자이 로스 제국이 멸망했습니다.]
[파탈라 차원의 생명체들은 타키 온의 이름을 잊어갈 것입니다.]
[바그너 엔벨 지크프리트가 새로 운 제국 리벨레를 건국했습니다.]
[제국 리벨레가 당신을 이 세계 의 유일신으로 숭배합니다.]
[처음으로 차원의 유일신이 되었 습니다.]
[신성력 스테이터스가 주기적으로 상숭하게 됩니다.]
[아직 이 세계에 당신의 신명이
완전한 뿌리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추가적인 권한을 개방하기 위해서 는 더 많은 신도에게 인정받으십시 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들 때문에 라도 서준의 입가로는 계속해서 웃 음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신성력 스텟이 주기적으로 상승 한다니……
서준이 가장 바라던 상황이 된 것이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추가적인 권한 들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정이 필요했다는 것쯤이었다.
궁금증이 동하긴 하였지만, 보상 이 너무나도 불확실하다.
정확한 기준도 없는 이런 메시지 창에 휘둘려 뛰어다닐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 야.’
제국이 멸망하지 않는 한 유일신 으로 찬양받으며 더 많은 신도가 생기고, 인정받게 될 것이다.
굳이 애를 쓸 필요는 없었다.
본래의 목적이었던 신성력 획득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우선은 돌아가야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오랜 시간 지구를 비워뒀다.
믿음직한 수하들이 있지만, 적대 하고 있는 온갖 종족들이 추악한 권모술수를 벌이는 이들이라는 게 문제였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놔야 안심 이 되었다.
때마침, 시야에 지구와 연결된 게이트가 들어온다.
“돌아가자.”
서준이 앞장서서 걸었고, 서연과
나라연천이 그 뒤를 따랐다.
지구로 돌아왔다.
몇 번씩이나 겪은 일인 만큼 익 숙해질 법도 하였지만, 이번만큼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다행히도 큰일은 없었나 보네.”
익숙한 한강 공원의 풍경과 생기
가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준은 안도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혹여 자리를 비운 사이 무슨 일 이 있지는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신이시여, 송구하지만, 저는 바 로 우주선으로 복귀를 해도 되겠습 니까?”
고개를 숙이며 청하는 나라연천 의 모습에서준이 고개를 주억이며 답했다.
“그게 좋겠네.”
우주선, 남도 차원에는 나라연천 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나라연천이 갑자기 납치된 것 이다.
서준이 구출하러 움직이기는 했 지만, 시간이 제법 소요된 탓에 그 를 따르는 신하의 입장에서는 걱정 이 한가득일 것이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가서 편하게 인사 나눠.”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나라연천이 물러선 이후, 서연도 곧장 입을 열었다.
“나는 먼저 집에 가서 엄마, 아 빠랑 얘기하고 있을 테니까.”
서준과 서연, 아들딸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제법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웠으니 부모 입장에선 걱 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 문제없이 돌아왔다고 먼 저 안부 전해주고.”
“응. 이따 봐.”
떠나가는 서연의 모습을 확인한서준은 곧장 각성자 협회의 최상층, 협회장실로 향했다.
권한들을 위임했던 강석호에게 보고를 듣기 위해서다.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상당히 초췌해진 표정의 강석호 가 아주 많이 기뻐하는 모습으로 서준을 맞이했다.
“잘 지내셨냐고 물어보고 싶었는 데, 초췌해지신 모습을 보니까 너 무 죄송스럽네요.”
“괜찮습니다, 전부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 그것보다 자이 로스 제국 일은 모두 해결되셨습니 까?”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지만 그리 놀랄 것은 없었다.
타키온을 처치한 이후 연락망을 통해 미리 소식을 전했기에 강석호
도 나름 파탈라 차원에 대한 소식 을 꿰차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해 결되었습니다.”
밝은 얼굴로 대답하는 서준의 모 습에 강석호의 입가에 피식- 미소 가 흐른다.
“축하드립니다, 그러면 한동안은 이제 지구에 남아계시는 건가요?”
“그건 정확히 모르겠는데, 제가 해야 될 일이라도 있나요?”
서준의 물음에 강석호가 고개를 내젓는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그냥 지
구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안 심되어서 여쭈어본 것입니다.”
“그러면 한동안은 안심하실 수 있겠네요.”
바랐던 답변이었는지, 강석호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지구와 리벨리온 연합의 상황은 제가 정리해놓은 보고서를 올리라 고 하겠습니다.”
“혹시 특별한 일이 있었나요?”
“의장님께서 직접 신경 쓰실 일 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지구 내에서 도 일이 좀 있긴 했습니다.”
그리 놀랄 것은 없었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공간에는 분쟁 과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 그렇군요.”
궁금증이 동하긴 하였지만 바쁘 고, 초췌해 보이는 강석호를 붙잡 고 캐묻기보다는, 자료가 정리된 보고서를 통해 내용을 확인하기로 했다.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면 바로 말을 해줬겠지.’
괜한 일에 힘을 뺄 필요는 없었다.
“그러면 마음 편히 집에 돌아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여정이 상당 히 고됐을 테니, 편안히 쉬시지요.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시고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라 말 할 수 있는 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 다.
서준은 고개를 주억인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오늘까지는 편안히 쉬고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 다.”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드리겠 습니다.”
“언제나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오늘만은 안 됩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웃음을 터뜨리는 강석호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 서준은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직접 움직이는 것이 더 빠르긴 했지만, 오늘은 휴식을 취하기로 한 날이었다.
“지구에 돌아온 기념으로 문명을 실컷 즐겨야지.”
리벨리온 의장의 앞으로 선물로 온 고성능 스포츠카들이 줄지어져 있다.
그간 탈 일이 없어서 협회의 주 차장 깊숙한 곳에 방치하고 있었지만, 오늘만은 과학 문명과 휴식을 실컷 즐길 생각이었다.
“이게 제일 마음에 드네.”
전시된 차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꼽은 서준은 망설임 없 이 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건다.
부웅-!
서준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굉음 을 토하며 바깥을 향했다.
지하 주차장을 벗어나, 신호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도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와, 대박.”
“지린다, 저거 남보르기니 아 냐?”
“한정판으로 10대도 안 판 모델 인데……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사내 몇몇 이 놀란 눈으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귓전에 들려온다.
혼잣말처럼 읊조린 것이었지만 서준의 능력으로 소리를 듣지 못할 리가 만무했다.
‘역시 관심만 한 게 없네.’
서준은 그 시선에 등 뒤가 짜릿
해지는 감정을 느꼈다.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흐른다.
이런 관심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 도 더러 있긴 했지만, 태생적으로 타고났는지 관심을 받는다는 것만 으로 즐거웠다.
물론, 아무리 서준이라 할지라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면 부담이 되었을 것이 다.
허나, 그렇기에 두려울 것이 없 었다.
어떠한 적, 방해가 있다 할지라 도 지금은 내 것을 완전히 지킬 자
신이 있었다.
애초에 감추고, 억누르고 사는 것은 서준의 성격상 맞지 않았다.
더군다나 어차피 즐기려고 사는 인생 아닌가?
붕, 부웅.
때마침, 신호의 불이 녹색불로 변한다.
서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어를 내려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부우웅-!
시원한 배기음이 여의도 한복판 에 울려 퍼졌다.
자동차를 몰고 서준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가족이 있는 집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부모와 함께하는 식사는 언제나 그렇듯 평화롭고 즐 거웠다.
“완전 대박이라니까요! 파탈라 차원에서 오빠랑 똑 닮은 동상을 세워놓고 찬양하고 있다니!”
서연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던 부모님들은 놀란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본다.
“우리 아들 생각했던 것보다 훨 씬 더 대단한가 보네.”
“뒤처지지 않도록 이 아빠도 최 선을 다해 좇으마. 하하!”
무공을 익히고, 서준의 뛰어난 재능과 강함을 알게 된 덕분일까?
항상 걱정만 하던 과거와는 달 리, 감탄과 놀람으로 대해주고 있었다.
‘덕분에 나도 마음 편히 돌아다 닐 수 있게 되긴 했는데……
문제는 이 절대적 신뢰 때문에 나오게 되는 발언이었다.
“그럼 엄마랑 아빠도 사도가 될 수 있는 거냐?”
“나도, 나도 사도 할래!”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로 진행 되는 거예요?”
“완전히 갑자기는 아니지, 셀리 우스도 사도가 된 뒤로 새로운 힘 을 얻었다면서?”
서연의 대답에서준이 난처한 듯 뒷머리를 긁적인다.
공감할 수 있었다.
무인으로서 강한 힘, 성장을 탐 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장 서준만 해도 새로운 경지와 힘을 욕심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가족을, 부모를 사도로 삼는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무언가 속이 턱 하 고 막히는 느낌이었다.
“가능하다면 전 가족을 제 사도 로 삼고 싶지 않아요.”
“ 왜?”
가족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
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온다.
두 눈동자에는 궁금증이 가득하 다.
“나쁜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전 지 금과 같은 관계로 남고 싶거든요.”
“ 으음......
서준의 말에서연이 짧은 신음을 홀린다.
“사도가 된다고 해서 당장은 그 런 마음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느낌의 문제가 있잖아 요?”
예속의 보석을 이용한 친위대와
는 이야기가 다르다.
사도가 된다는 것은 신으로 숭배 하고, 섬긴다는 이야기였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의 속은 모르는 법이다.
서준이라 할지라도 언제 어떻게 마음이 변하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 무슨 뜻인지 이해 가는구 나.”
“그러면, 이 엄마는 아들의 뜻을 존중하마.”
다행히도 양친은 고개를 주억이 며 뜻을 받아들인다.
“뭐야, 그게. 괜찮으니까, 나를 사도로 삼아줘.”
하지만 서준의 진심이 무색하게 도 서연의 의지가 너무나도 확고했 다.
서연은 타키온과의 거친 싸움을 본 이후로 근래 무인으로서의 성장 을 갈망하고 있었다.
‘부러질지언정 꺾이지는 않으려 하겠지.’
지금 당장 무슨 말을 한들 소용 이 없다는 것이다.
“고민은 해볼 테니까, 일단 생각 을 정리할 시간을 줘.”
최대한 부드러운 어투로 서준이 한발 물러서자, 서연도 괜히 떼쓰 지 않았다.
“그래, 내가 막 밀어붙여봤자, 어 차피 오빠가 거부한다면 내가 사도 가 될 수가 없잖아.”
결국, 서연도 고개를 주억이며 제안을 받아들인다.
“대신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나한 테 말을 꼭 해 주라고.”
“그래, 약속할게.”
확답을 받았기 때문인지, 이후로 는 사도와 관련된 이야기가 일절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평범하게 일상 이야기로 평화롭고 행복한 저녁식사를 끝마 칠 수 있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