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권 19화
244화
실로 오랜만에 걸쳐보는 금룡혹 포였지만, 어색함은 없었다.
애초에 금룡흑포의 특수 옵션, 자재(自在)의 효과가 바로 이런 것 이었다.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조금 이라도 행동에 방해가 될 것 같으 면 홀로 여유 공간을 더 넓혀 사용 자에게 최적의 착용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언제 입어도 최고라니까.”
피식 웃음을 보인 서준의 시선 이, 흰자위를 드러낸 채로 난동을 부리고 있는 타키온에게로 향한다.
“그럼 가볼까.”
탁-!
서준이 땅을 박찼다.
본능적인 감각, 위험을 느낀 타 키온의 시선이 발을 놀리고 있는 서준에게로 향한다.
[카아아악-!]
괴성을 토해낸 타키온의 앞발이 단숨에서준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다.
‘빠르네.’
서준은 그 모습을 보며 깜짝 놀 란 표정을 지었다.
이 거대한 덩치에서 나온 속도라 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언뜻 느끼기에는 최소, 아광속에 닿아 있는 속도다.
‘이 몸집에 이런 속도면 반칙인 데.’
어째서 타키온이 자아를 잃어가 면서까지 이런 최후의 수를 사용했 는지가 이해가 되는 때였다.
대륙 하나를 호령할 수 있는 몸 과 광활한 마나의 양을 가지게 되 지만, 힘과 속도는 크게 줄지 않았 으니 말이다.
서준은 혀끝으로 입술을 핥았다.
“그런데 너무 단순해.”
쾅-!
내리친 앞발을 가벼이 피해낸 서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른다.
“이런 식이면 절대로 나한테 닿 을 수 없어.”
자그마한 자아가 남아있는지, 타 키온이 분노에 찬 음성을 토해낸다.
[카오오……
허나 음성은 완전히 이어지지 못 했다.
회색빛 검을 손에 쥔 서준이 손 이 빠르게 횡으로 그었고 단숨에 타키온의 거대한 날개에 큰 상흔을 남긴다.
[카악……’]
상처 입은 타키온이 괴성을 내뿜 으며 지상으로 추락한다.
그러나 가진 힘과 마나가 워낙 막강한 탓인지, 용살진의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개에 입 었던 상처가 삽시간에 재생되어가
고 있었다.
“진짜 괴물이긴 하네.”
하지만 이성을 갖추지 못한 탓에 분노라는 감정에 사로잡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였다.
[카아아악-!]
괴성은 세상을 으깨 부수고 단숨 에 지척 거리에 달해왔지만, 서준 의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흐르 고 있었다.
“이런 움직임으로는 닿을 수 없 다니까.”
아광속을 넘어선 광속.
옥황의 대권능을 빌려 그 세계로 진입한서준은, 어느덧 타키온의 등 뒤로 다가가 그의 머리 위에 손 바닥을 올려놓는다.
서준의 힘이 단숨에 타키온의 고 개를 꺾어버리고는 짓눌렀다.
콰광-!
곤죽이 된 타키온의 육신이 터져 나간다.
[카악!]
재빠르게 재생을 끝마친 타키온 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든다.
그러자 타키온의 주변으로 푸른빛
기운이 소용돌이치듯 퍼져나갔다.
흘러나오던 푸른빛 기운이 마나의 폭풍이 되어 일대를 뒤덮는 순간, 서준의 입가에 웃음이 피어난다.
‘이 정도면 충분히 요란해졌네.’
서준이 괜히 타키온의 시선을 끌 어내고, 분노케 한 게 아니었다.
최대 출력의 개벽의 검은 다뤄내 는 것도 힘든 일이었지만, 만들어 내는 데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 요했다.
지금처럼 푸른빛으로 휩싸여 시 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서로 를 잘 인식할 수 없는 환경이 필요
미소를 홀린 서준이 천천히 활짝 펼친 손바닥을 앞으로 내뻗는다.
세상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서준의 손바닥 위로 회색빛 기운이 응집되기 시작한다.
쿠구구궁…….
여태껏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검 이어서는 안 된다.
치명적인 급소인 만큼 어떠한 곳 보다도 철저한 방어와 재생력을 가 지고 있을 것이다.
적당한 파괴로는 뛰어난 방어와 재생력을 꿰뚫어내지 못할 것이다.
‘내 전부를 이 일격에 담아낸다.’ o o o O
〒흐, -T흐.
활짝 펼치고 있는 손바닥을 중심
으로 일그러짐이 번져간다.
공간이 뒤흔들리고, 세상이 준동 한다.
평평했던 지면은 성난 파도처럼 들썩이기 시작한다.
허나 고작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부족해.’
강하긴 하지만 일격에 절명할 것
이라는 확신이 안 들었다.
지금 벌일 수 있는 가장 큰 파 괴, 그것을 만들어야 했다.
찌직, 찌지직-
후들거리는 팔의 피부가 벗겨진 다.
빚어낸 혼돈의 힘은 솟아오른 핏 방울마저도 삼켜낸다.
붕괴와 재생이 반복되어가는 도 중에도 계속해서 집중을 이어간다.
집념에 가까운 의지 덕분일까?
요동치고 있는 혼돈의 힘이 뒤엉 켜있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제 주인마저 집어삼키려 하는 포
악한 힘에서준은 확신할 수 있었다.
‘완성됐어.’
지금이라면 타키온의 심장을 한 번에 베어낼 수 있다고 말이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서준은 곧장 강렬한 의념이 실린 혼돈의 힘을 한 자루의 검으로 벼 려낸다.
지직-
이제 남은 것은 하나뿐이다.
타키온의 심장에 이 검은 찔러 넣는 것.
때마침, 푸른빛 마나의 폭풍이 물러나며 세상이 본래의 색을 되찾 았다.
탁-
재빠르게 발을 놀리는 서준의 모 습에, 위험을 느낀 타키온이 급히 몸을 움직인다.
[카아악!]
드래곤 피어가 터져 나오며 지면 이 일어나고, 마력의 소용돌이가 거칠게 서준을 덮쳐온다.
기본적으로 금룡흑포의 방어 능 력이 뛰어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막아주는 절대 방패는
아니었다.
폭주한 마나는 바람을 찢으며 서준의 전신을 베기 시작한다.
차악-
핏물이 사방으로 튀기는 순간에 도 서준은 조금도 흔들리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집중해야 한다……
공격에 휩쓸려 집중력을 잃게 되 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 이 될 것이다.
[카아악……!]
다급함을 느낀 타키온이 입안에
기운을 응축시켜 용의 숨결을 쏘아 내려 하였지만, 한발 늦은 판단이 었다.
어느덧, 서준의 신형은 타키온의 바로 옆에 다다라 있었다.
“죽어.”
마침내 서준의 손에 들린 개벽의 검이 뻗어지며 무방비하게 열려있 는 타키온의 심장을 향해 나아간다.
푸욱-!
기술이라 할 것은 없었다.
그저, 쥐고 있는 개벽의 검을 힘 껏 찔러 넣는 것뿐이다.
지극히 단순한 공격이었지만, 그 것만으로 충분했다.
파지지직-!
요란한 스파크 소리와 함께, 심 장 주변에 펼쳐졌던 보호 마법들이 맥없이 부서진다.
그토록 뛰어났던 용족의 재생능 력마저 혼돈의 힘에 잡아먹혀가고 있음을 느낀 서준의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카아아악-!]
포효와 함께 쏟아진 마법들이 무 방비한서준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다.
당연하지만, 순순히 공격을 허용 해줄 생각은 없었다.
“막아!”
금룡흑포에 새겨진 용의 자수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허공에 기 운의 장막을 만들어내 쏟아지는 용 언의 마법들을 막아낸다.
물론, 모든 마법을 막아낼 수 있 는 것은 아니다.
팔이 잘려나가고, 몸 곳곳이 꿰 뚫리며 내장이 찢어지는 것을 느낀 서준이 눈을 부릅떴다.
“크읍-!”
꽉 다물고 있는 서준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위험했네.’
금룡흑포의 능력을 통해 충격을 줄여내지 않았다면 즉사였다.
특별한 준비도 없이 발현해낸 마 법 따위가 금룡흑포로 펼쳐 낸 의념 강기의 방어막을 꿰뚫어낸 것이다.
이게 용족이 가진 힘이다.
확실히 타키온은 폐안을 덜떨어 진 놈이라 일컬을 만한 힘을 가지 고 있었다.
그러나 승리를 거머쥔다는 결과
는 똑같을 것이다.
서준은 망설임 없이 심장에 찔러 넣은 개벽의 검을 아래로 내리긋는 다.
촤악-!
심장, 생명이 베어져 가는 섬뜩 한 소리와 아찔한 고통 속에 타키 온의 두 눈동자에 공포가 차오른다.
황급히 용언을 읊어내려 하였지 만, 마나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심장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칵……』
심장과 함께, 갈라지고 있는 타 키온의 육신을 확인한서준의 입가
에 미소가 피어난다.
“끝이야.”
마침내, 서준의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이었다.
심장과 함께 갈라진 타키온의 거 대한 육신이 실 풀린 인형처럼 쓰 러지기 시작했다.
띠링-!
[수호룡, 12좌 ‘마나의 타키온’을 처치했습니다.]
[타키온이 품고 있던 12번째 혼 돈의 파편이 당신을 소유주로 인정
합니다.]
[초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가파르게 상승하였습니 다.]
[축하드립니다! 경험치를 충족함 에 따라 레벨이 621로 상승하였습 니다.]
의문의 메시지에 고개가 갸웃 젖 혀졌지만, 당장 처리해야 할 고민 거리는 아니었다.
‘혼돈의 파편?’
곧, 승리의 기쁨에서준의 입가
에서 환한 미소가 피어난다.
“이겼다.”
용족을 뛰어넘었다는 고양감이 전신을 휘감는다.
물론, 진짜 기쁨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띠링-!
[수호룡의 처치는 우주의 역사에 도 손에 꼽히는 위대한 업적입니 다.]
[포스 시스템의 판단 능력이 사 용자 ‘한서준’의 신위 둥급의 조정
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사용자 ‘한서준’에게 대신(大神) 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판단이 내려 짐에 따라 숭격 조건을 완화, 사용 자 한서준을 대신위(大神位)로 격 상합니다.]
[Error99.]
[공석이 없기에 대신으로의 격상 이 불가합니다.]
[사용자 ‘한서준’의 힘은 상격으로 담을 수 없다고 판단.]
[오류, 법칙을 벗어났습니다.]
[Error -2147483647.]
[포스 시스템이 법칙의 재정립을 요구합니다.]
[30…… 70……%]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포스 시스템은 사용자 ‘한서준’ 을 상격의 신으로 남겨둘 수 없다 고 판단, W1 번 대신위(大神位)를 개방합니다.]
[축하합니다! 대투신(大 H 神)에
올랐습니다!]
[투신과 관련된 스킬의 레벨이 상승하고 추가적인 권한들이 부여 됩니다.]
[101 번째 대투신, 한서준의 탄생 이 전 우주에 알려집니다.]
[용기를 품은 대투신의 신명(神 名)이 용족을 두려워하던 세계에 울려 퍼집니다.]
[다수의 신이 경악을 표합니다.]
[많은 차원이 사용자 ‘한서준’을 찬양합니다.]
[신성력 + 1000.]
[숭배자, 신도를 잃은 다수의 신 이 사용자 ‘한서준’을 경계합니다.]
무수히 많은 메시지 창이 성장을
알리고 있었다. 허나, 그중에서도 서준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 대신.’
그토록 바랐던 대신의 신위에 오 른 것이었다.
서준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 소가 흐르기 시작했다.
타키온의 소멸을 누구보다도 먼 저 느낀 이들은, 선택받은 용족이 라 일컬어지는 수호룡들이었다.
그중에서도 11좌에 올라있는 히 아시투스는 경악을 감추지 못한 채 몸을 떨었다.
‘타키온이 당했다고?’
평범한 용족, 폐안의 죽음의 소 식을 접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충격이었다.
애초에 폐안은 옥황과의 싸움으로 지친 상태였다.
부단한 노력으로 스스로를 갈고닦 은 용족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
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재능이 라는 한계에 가로막힌 탓에 전투 능 력이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타키온은 다르다.
비록 너무나도 오만한 성정 때문 에 노력하지 않은 것이 흠이긴 했 지만, 타키온의 넘치는 힘은 남은 수호룡들도 인정하는 것이었다.
아니, 애초에 타키온이 고된 수 련을 자처하며 스스로를 갈고 닦았 다면 12좌에 머물러 있지 않았을 것이다.
태생적으로 가진 힘이 남다른 존재다.
그런 타키온이 패배했다.
그리고 타키온을 사냥한 한서준 이라는 존재는 폐안에 이어 계속해 서 용족을 사냥해나가고 있었다.
생애 처음 느껴보는 위기라는 감 정이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지금 믿을 구석이라고는 하나밖 에 없었다.
‘수호신께 가야……
정신을 차린 히아시투스는 다급 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