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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36화 (236/517)

- 10권 16화

241 화

“실망이도다. 여흥조차 되지 못 하다니.”

나라연천이 차갑게 바닥에 널브 러져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타키온의 입가에 조소가 흐른다.

상격의 신이라고는 하나, 용족과 의 차이는 아득하다고 말할 수 있 을 정도였다.

게다가 나라연천은 입은 부상도 회복하지 못한 채였다.

타키온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는 소리다.

“크읍......

비록 큰 상처를 입긴 했지만 상 격의 투신, 수많은 패자를 굴복시 키며 패황이라 불리던 나라연천이 다.

이런 허무한 패배를 맞이할 생각 은 없었다.

“아직……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둔하구나. 결과는 이미 나온 싸움이거늘……. 아니면 너무나 아 득하여 실성한 것이냐?”

방금의 공방은 싸움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었다.

나라연천은 고작 일격(一擊), 한 합도 받지 못했으니 말이다.

“아니면, 제 주인을 닮아 주제를 망각하고 날뛰는 것이냐?”

서준을 욕하는 말에, 나라연천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져 간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살기 에 타키온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제 몸보다도 섬기는 주인이 욕 되는 것에 발끈하는 저 충심……. 언제 보아도 탐나도다. 아쉽구나,

아쉬워……

욕심이 나긴 했지만 나라연천은 이미 몇 차례나 타키온의 제안을 거절했었다.

더 이상의 제안은 무의미하다.

“짐이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낫지.”

비릿한 미소를 보인 타키온의 손 에서 푸른빛이 촉수처럼 꿈틀거린 다.

이윽고 그 기운은 바닥에 널브러 져 있는 나라연천의 육신을 꿰뚫는 다.

“끄으으윽-!”

괴로움에 가득 찬 비명이 입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지만 나라연천의 입가에는 호선이 그려진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을 벌었군.’

용족, 타키온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순히 공포심 때문이 아니다.

단 일격을 받아낸 것이었지만 오 랜 세월 신으로 군림해 보고 기른 안목이 있었다.

타키온은 진정한 패황의 힘을 가 진 자였다.

지금 당장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성장의 시간이 주어진다 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자신의 주신(主神), 한서준은 그 어떠한 존재보다도 큰 그릇과 압도 적인 재능을 가진 존재였다.

단언컨대, 머지않아서 그 위대하 다는 용족조차도 머잖아 무릎 꿇릴 압도적인 힘을 가질 수 있게 될 것 이다.

‘그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하는 게 아쉽군.’

이미 부상을 입었던 몸이다.

거기에 타키온의 공격을 받아낸 여파로 내부가 진탕돼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타키온의 신경을 끌고 시간을 벌 기 위해 억지로 버티고 버텨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그것마저도 한계점 에 달했다.

‘시간 벌기도 이제 끝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몸 곳곳으로 파고드는 타키온의 기운이 육신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더 이상 반항을 할 힘조차도 없 었다.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거라.”

타키온이 내뻗은 손을 움켜잡는 순간, 일대에 마나가 진동하며 폭 발할 기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체내에서 진동하며 폭발을 준비 하는 타키온의 기운, 죽음이 서서 히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지만, 선택에 후회는 없다.

‘이 정도 시간이라면…… 신께서 도 무사히 도망을 치셨겠지.’

훗날을 기약할 수 있는 서준이 도망칠 시간을 벌었다.

나라연천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두 눈을 감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타키온의 공격 은 없었다.

피어난 의문에 살짝 눈을 치켜뜨 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비릿한 미 소를 흘리고 있는 타키온의 모습이 었다.

“어리석구나, 충성스러운 신하가 힘들게 벌어 낸 시간을……

음성이 채 끝나기도 전, 회색빛 섬광이 머리 위로 내리친다.

어느덧 허공에 생성된 푸른 보호 막이 회색빛 기운을 밀어낸다.

허공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타키온의 입가로 비릿한 미소 가 흐른다.

“도망을 치지 않다니, 실로 훌륭 한 용기구나.”

동시에 나라연천의 얼굴에는 진 한 그늘이 드리운다.

“어, 어째서……!”

“왜긴, 내 걱정 하지 말고 네 몸 이나 잘 추스르고 있어.”

“아직은 이릅니다. 제가 다시 시 간을 끌어 볼 테니……!”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는 나라연

천을 서준이 조심스레 손을 뻗어 제지했다.

“난 동료를 버리지 않아. 그리고 넌 내 신하이자 동료지.”

나라연천이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알고 있다.

어찌 보자면 그것이 가장 현명한 판단이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서준의 성정상, 동료와 신하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승리 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아, 안 됩니다.”

“믿어.”

따뜻하면서도, 믿음직한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이었다.

마음 깊이 용기가 샘솟으며 서준 의 일대기가 떠오른다.

‘그래, 항상 이런 분이셨어.’

차원, 지구에서 듣고 겪었던 서준은 불가능한 싸움을 항상 승리로 이끌어 온 불패의 화신이었다.

그 어떠한 불리한 싸움에서도 물 러나지 않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 이야말로 서준의 용기이자, 투쟁이 다.

“내가 이겨.”

흔들림 없는 눈동자와 목소리.

나라연천은 더 이상 서준을 만류 할 수가 없었다.

“어리석은 저를 대신하여 승리를 부탁드리 겠습니 다.”

“물론. 반드시 복수해 줄게.”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은 서준 이 등을 돌려, 타키온을 마주 한다.

“기다려 줘서 고마운걸.”

서준의 감사에 타키온이 어깨를 으쓱인다.

“인간, 그대가 보인 행동에 따른 감사일 뿐이네. 당연히 도망쳐 귀

찮게 할 것이라 생각했거늘, 이렇 게 제 발로 짐 앞에 와 주다니 말 이야.”

신위에 오르고 강력한 힘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할지라도, 날 때부 터 지고한 존재인 타키온에게 있어 서준은 결국 한낱 인간으로밖에 보 이지 않았다.

“그 용기는 실로 값진 것이지만, 어쩌나. 이건 용기라기보단 오만이 었네, 그대.”

타키온이 양팔을 허공으로 길게 내뻗는다.

우웅-

대기가 진동하며 레어의 가장 안 전하면서도 깊숙한 곳에 숨겨진, 보고(寶庫)의 문이 열린다.

쌔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백 색과 혹색, 두 자루의 검이 타키온 의 손을 향해 날아온다.

손바닥에서 묵직한 감각이 느껴 지는 순간이었다.

“준비는 끝났어?”

허공에서 날아온 서준이 모습을 드러낸다.

“주제를 넘는 여유를 부렸군, 인

간.”

타키온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흐 른다.

“짐이 직접 격의 차이를 알려주 도록 하지.”

“내가 살던 차원에 이런 말이 있 거든,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은 좋지 않으니 라.”

“그럴 리가, 당연히 너한테 하는 말이지.”

타키온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수호룡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폐안을 쓰러뜨렸다고 너무 자만하 고 있구나. 한 가지 짐이 알려주도 록 하지. 짐과 그 반푼이를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이 네 패인이 될 것이야.”

“조언까지? 쓸데없이 친절하네. 그런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패턴 같지 않아? 삼류 악당들이 너처럼 주둥이를 털다가 주인공의 손에 허 무하게 죽었던 전형적인 이야기들 말이야.”

“감히.…”!”

결국 타키온의 미간에 내 천이I) 모양이 자리 잡는다.

서준을 응시하고 있는 두 눈동자 에는 살기가 가득 차오른다.

수많은 차원, 웬만한 상격의 신 들마저도 기겁하며 머리를 조아리 게 만들고 드높다는 대신들조차 눈 치를 살피게 했던 폭력적인 기운이 다.

하나, 서준은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이래서 게으른 용수저들은 안 된다니까. 제대로 배운 것도 없어 겨우 인간에게 말싸움도 밀리면서

운 좋게 잘 태어나 편하게 살아가 는 주제에 제가 잘나고 지혜로운 줄 알잖아.”

오히려 서준은 입꼬리를 한쪽만 치켜 올려 명백하게 비웃어 보였다.

“실상 까놓고 보면 지금처럼 요 란한 빈 수레일 뿐인데 말이야.”

“죽여 버리겠다!”

쾅-!

찌푸리고 있는 타키온의 미간 위 로 두 쌍의 뿔이 솟았다.

이마 위로 솟아난 푸른빛 뿔에서 뇌전이 번뜩인다.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잖 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나쁜 놈인 줄 알겠……

서준이 말을 다 끝맺기도 전이었다.

쉬익-

바람 소리와 함께, 어느덧 타키 온의 검이 서준의 시야를 가득 메 우고 있었다.

황급히 허리를 비틀어 공격을 피 한, 서준이 미소를 홀린다.

“이렇게 무식한 공격으로는 나한 테 닿을 수 없을걸.”

“인간, 이것이 내 전력이라고 생 각하면 큰 오산이니라.”

꾸득, 뜨드득.

기괴한 소리와 함께 타키온의 신 체가 다시 한번 변화했다.

이번에는 등 뒤에서부터 한 쌍의 파충류의 날개처럼 보이는 것이 치 솟아 오른다.

“이럴 거면 그냥 용으로 변하 지?”

서준이 어이없다는 듯 떠드는 순 간, 전보다 두 배는 빠르게 뻗어진 검이 볼 끝을 베어낸다.

“어..?”

“용인(龍人), 우리 용족이 고안한 것이자, 전투력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는 형태지.”

타키온의 검이 무차별적으로 휘 둘러진다.

초식이라고는 없는 어설픈 동작 이다.

문제는 그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는 것이다.

‘최소, 아광속.’

과연 종의 정점이라 불리는 용족 이다.

직접 갈고 닦은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육체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수천에 달하는 검격이 번뜩인다.

가진 능력을 모두 개방해 내었음 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동작으로 생 기는 순간의 틈을 파고드는 것마저 도 녹록지 않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거 리를 좁히려는 순간마다 푸른빛 기 운이 서준의 머리 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속도로는 타키온에게 닿 을 수 없었다.

아니, 이 상태로 가면 방어조차 힘들 것이다.

“짐이 용인의 형태에 적응을 끝 내는 순간, 네놈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니라.”

허세 따위가 아니었다.

실제로도 용인의 모습에 적응해 가고 있는 것인지, 타키온의 속도 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더 어렵겠는 데……

서준의 입가에 헛웃음이 흐른다.

적응을 끝마친 타키온이 아광속

보다 빠른 영역에 들어선다면 움직 임을 쫓을 도리가 없었다.

‘우선은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한 다.’

서준은 황급히 거리를 벌린다.

판단은 훌륭했다.

그러나 문제는 타키온의 적응 속 도가 서준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 었다는 것이다.

쌔액-!

타키온의 신형을 인지하기도 전 이다.

날카로운 감각이 본능적인 위험

을 보내옴에 따라, 서준은 황급히 허리를 비틀었다.

어깨를 베어내고 지나간 검격에서준의 눈이 부릅- 뜨인다.

“크읍-!”

고통에 신음하는 서준의 모습에 타키온이 비릿한 미소를 홀린다.

“꼴을 보아하니 아직 광속(光速) 의 영역에는 닿지 못했나 보구나.”

진정한 빛의 속도.

아광속(亞光速)에 이르러 있는 서준이 쫓을 수 없는 속도였다.

궁지에 몰린 서준의 모습에 타키

온의 입에서 광소가 터져 나온다.

“핫하하! 인간! 아까 전 여유는 어디 간 게냐!”

타키온의 말을 받아치고 싶지만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

챙! 챙!

계속되는 공격에 시야가 뒤흔들 렸고, 눈앞에는 거대한 푸른빛의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움직임을 쫓을 수 없는 광속의 영역에 닿아 있지만 단순한 검격이 었기에 선천적 본능, 날카로운 감 각으로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저 푸른빛의 파도를 매개 삼아 공격해 온다면?

저도 모르게 목울대로 마른침이 꿀꺽- 삼켜진다.

‘저건 좀 위험하겠는데.’

비장의 수라고 할 수 있는 권능, 투쟁 성취를 사용한다면 한 번은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런 공격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가해 올지 알 수 없었다.

권능은 사용 후 어느 정도의 대 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한 다면 번듯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확실한 방법이 없을까?’

서준이 타개책을 찾기 위해 연신 머리를 굴려대고 있던 순간이었다.

“늦어서 미안하네. 이곳에 올 방 법이 없어서 시간이 조금 지체되어 버렸네.”

백색의 도복을 걸친 채로 한 자 루의 도검을 말아 쥐고 있는 사내 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너는?”

사내의 얼굴을 확인한, 서준의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흘 렀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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