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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30화 (230/517)

- 10권 10화

235화

“내 목적은 하나야. 우리가 힘을 합쳐 타키온을 토벌하는 데 성공한 다면……. 타키온의 피를 나에게 넘겨줘.”

바그너가 타키온의 피를 바라는 이유는 뻔했다.

지크프리트의 피가 흐른다는 것 은 그와 같은 방법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말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 피를 뒤집어써 불사(不死)의

육신을 손에 넣는다, 맞지?”

“눈치가 참 빠른 친구네, 똑똑해.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지금 바그너의 제안은 분명 서준 에게 있어서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어차피 서준이 노리고 있는 것은 타키온의 목, 그리고 놈이 가져간 천마의 보구였다.

그러나 문제는 바그너를 완벽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거래에는 기본적으로 절대적 신뢰가 받침이 되어야 했다.

“네 말이 진실이라는 걸 내가 어 떻게 믿지? 전투 도중에 타키온이

흘린 피만 챙겨서 달아날 수도 있 는 거잖아.”

서준이 혀끝으로 입술을 핥는다.

“아니. 내 모든 것을 맹세하지. 널 배신하는 일은 없을 거야.”

바그너의 눈동자에 흔들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길한 느낌도 사라지지 않았다.

‘……수상해. 아무래도 작은 진실 뒤에 큰 거짓을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야.’

애석하게도 진의를 파악하는 것 은 지금으로선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굳이 고생해가며 밝혀낼 필요도 없었다.

“맹세 좋지, 근데 난 말을 믿지 않아.”

서준이 고개를 돌리어 나라연천 을 바라본다.

“혹시 옛날에 사용했던 계약서 더 가지고 있어?”

“3장 더 가지고 있습니다.”

나라연천이 재빠르게 답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하여 손을 내뻗는다.

그 순간, 허공 위에 균열이 일어

난다.

“그건 뭐야?”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서준의 모습에 나라연천이 입을 열었다.

“과거 한 신격과의 결투에서 승 리하여 얻은 아공간입니다, 혹시 몰라서 중요한 물품들은 모두 이곳 에 넣어두었죠, 권한을 가진 존재 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보안은 최고 수준입니다.”

미소를 흘린 나라연천이 아공간 속, 가장 깊은 곳에 놓인 기이한 기운을 품고 있는 거대한 회색빛 비석을 꺼내온다.

비석을 확인한 바그너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이건?”

“알고 있나 보네.”

“모를 리가 있나, 위대한 존재의 힘이 이토록 강하게 느껴지는 데……

바그너의 표정이 한층 더 불편해 진다.

위대한 존재의 계약서를 어긴다 는 것은, 그의 분노를 산다는 뜻이 다.

아무리 바그너가 용족과 맞서 싸

울 수 있는 강자에 속한 인물이라 할지라도, 위대한 존재와 맞서 싸 울 수준은 아니었다.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무는 바 그너의 눈동자가 굴러간다.

서준은 그런 바그너를 재촉하지 않는다.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순간에도, 바그너의 눈에는 탐욕이 차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바그너는 이 계약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

바그너는 엄지손톱을 깨문 채로,

제자리를 맴돌더니, 이내 입가에 쓴웃음을 홀리며 서준을 바라본다.

“뭐야, 풋내기처럼 보여서 적당 히 구슬려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법이잖아.”

“내가 보기보다는 오래 살았거 든, 애초에 날 이용하려고 했던 존재를 어떻게 말로만 신뢰할 수 있 겠어?”

서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차갑고 담담했다.

이건 단순한 계약이 아니다.

거절하는 즉시, 서준을 적으로서

돌리게 되는 전장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2:1의 상황이라……

한서준이라는 존재 하나만으로도 벅차다.

그런데 상격의 투신이 그를 받들 어 모시고 있었다.

결과를 볼 것도 없었다.

‘승산이 없다.’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에 빠진 것이다.

바그너가 가장 열 받는 부분은 바로 이런 현실이었다.

“달리 방도가 없겠군.”

결국 뒷머리를 긁적인 바그너는 서준을 향해 말한다.

“좋아. 내게 원하는 게 정확히 뭔데?”

“신뢰와 진실, 지금 네가 숨기는 것과 짜놓은 계획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힐 것.”

바그너의 입가에 쓴웃음이 흐른 다.

계약하게 된다면 아무리 아는 것 이 많을지라도 그것을 거짓으로 활 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짜놓은 계획과는 다르게, 자신이 가장 선두에 나서서 싸움을 지휘해 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방패, 미끼가 되는 것은 본 인의 일이 될 것이다.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나를 속이고 이용하려 했던 대가를 치르 면 그만이지.”

“그래, 말하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이야.”

서준의 말에 바그너가 다급히 말 을 이어간다.

“현재 타키온은 둥지를 비운 상 태야. 놈들의 주 전력인 사도들을

제거해놓고 함정을 파놓기에 최적 의 상황이라는 거지.”

“그에 따른 준비, 레지스탕스의 추가적인 증원은?”

바그너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조직의 일원들이 엮이게 된다면, 단순히 개인의 일이 아니게 된다.

한데 서준이 그 부분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내가 보내는 신호와 함께 레지 스탕스 최정예 인원들인 슬레이어 열 명이 즉각 전장에 합류할 수 있 도록 대기시켜뒀지.”

열 명.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용족 을 사냥하기에는 너무나도 적은 숫 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원을 열 명 으로 잡았다는 것은 승산이 확실히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이나 개개인의 무력이 뛰 어나다는 거겠지.’

바그너 정도는 안 되어도 반신 혹은 신격에 오른 존재들일 것이다.

지금 당장 슬레이어를 이용해 할 수 있는 일이 이미 서준의 머릿속 에는 무수히 많이 떠오르고 있었다.

“……더 원하는 정보가 있나?”

입술을 잘근잘근 깨무는 바그너 의 눈빛이 서준을 쏘았다.

당장에라도 베여도 이상하지 않 을 것 같은 예리한 눈빛이다.

그 무시무시한 기세 속에서 여유 롭게 웃어 보인 서준이 입을 연다.

“있긴 있는데 굳이 지금 들을 필 요는 없지……

말끝을 흐린 서준은 나라연천이 꺼내어 온 거대한 회색빛 비석 앞 으로 다가간다.

“우선은 계약을 시작하지.”

“좋아.”

고개를 주억이는 바그너의 모습 을 확인한서준이 다시 입을 연다.

“첫째, 너를 포함한 모든 레지스 탕스의 일원은 지구와 리벨리온의 연합에 속한 동맹에 공격을 가하거 나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

“받아들이겠다.”

바그너는 어렵지 않게 고개를 주 억인다.

서로에게 좋은 일이었기에 바그 너라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사 항이기 때문이다.

“둘째, 너와 레지스탕스 일족은 이 동맹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나

를 비롯한 리벨리온의 일원들에게 일절 거짓을 고하지 않아야 한다.”

“……받아들이겠다.”

이미 앞서 나눴던 대화인 만큼, 바그너는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셋째, 너와 레지스 탕스 일원들은 향후 10년간, 리벨 리온의 연합에 속하고 각 차원의 방어를 전심전력으로 도우며, 또한 이 사실을 전 차원에 선포한다.”

“이건 없던 이야기 아니야?”

바그너가 눈을 가늘게 뜬다.

“거듭 말하지만, 받아들이기 싫

다면 거절해도 좋아.”

서슬 퍼런 말을 담담한 어투로 말을 하는 서준의 모습에 바그너가 헛웃음을 흘린다.

“하……. 영악하면서도 독한 놈 이군.”

10년이란 시간이 짧지는 않다.

허나, 강인한 육신, 평균 이상의 수명을 얻은 반신 이상의 존재들에 게 있어서는 짧은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레지스탕스가 연 합에 속했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연합에 속하게 되면 지구의 적

이 곧 레지스탕스의 적이 된다.’

지구, 리벨리온 연합이 얼마나 많은 적을 두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서준의 성정을 생각했을 때 적지 않은 차원들을 적으로 돌 리고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서 현재 레지스탕스의 적은 자이로스 제국, 타키온이라는 용족 한 마리뿐이다.

이번 싸움에서만 승리를 한다면, 오랜 평화를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리벨리온에 속하게 된다 면 10년 동안 거대한 전쟁, 수많은

고난을 헤쳐나가야만 한다는 것이 다.

연합에 속한 레지스탕스는 어찌 움직여야 할까?

아마 전쟁이 발발하는 즉시 증원 을 보내야 할 터였다.

리벨리온이 평화를 손에 넣기 전 까지는, 레지스탕스도 한가로이 평 화를 만끽할 수 없다는 뜻이다.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는 건 나였군.”

그러나 이제 와 벗어날 방도는 없었다.

아니, 처음부터 벗어날 수 없는

늪이었다.

“……모두 받아들이지.”

씁쓸한 미소를 홀린 바그너가 고 개를 주억인다.

지잉-

직후, 비석의 위로 글자가 떠오 른다.

방금 전 서준이 내뱉은 말들이 비석에 새겨지며, 가장 마지막에서명란이 반짝였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서명을 마친 서준은 바그너를 바라본다.

터 벅.

걸음을 옮겨온 바그너가 비석 위 에 이름을 새겨 넣는 순간이었다.

[계약은 이루어졌다.]

비석이 회색빛 기운을 토해내고 는 항거할 수 없는 기운이 일대를 휘감는다.

허공을 떠다니던 기운은 삽시간 에 바그너와 서준 사이에 어떠한 연결고리로 변화하며 두 존재를 묶 어놓는다.

“앞으로 잘 부탁해, 바그너.”

미소를 지은 서준이 바그너에게 손을 내민다.

그 내민 손을 맞잡은 바그너의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미리 말하지만, 연합에 속하긴 했어도 우리 레지스탕스가 지구에 증원을 보내는 일은 없을 거야.”

“그건 계약 위반일 텐데.”

“대신 타키온의 피를 얻고 불사 의 육신을 얻은 이후, 나와 레지스 탕스의 슬레이어들은 파탈라 차원 을 떠나 리벨리온이 적으로 돌린 모든 용족을 사냥하겠어.”

“그게 무슨……

서준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커 진다.

용족, 타키온이라는 적을 상대로 여태껏 살아남은 것은 대단한 일이 었다.

하지만 그것이 온전히 레지스탕 스의 힘은 아니었다.

그저 타키온이 레지스탕스를 굳 이 신경 쓰지 않으려 한 탓이 클 것이다.

바그너가 제법 강하긴 했지만, 용족인 타키온의 입장에서 보자면 나약하다고 볼 수 있었다.

레지스탕스의 최정예 일원인 슬

레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용살(龍殺)의 신화, 그리고 불사의 육체를 가지게 된 바그 너가 계속해서 용족을 위협한다면?

더 이상 용족들도 바그너를 무시 하지 않을 것이다.

바그너와 열에 달하는 슬레이어 가 용족들의 공세를 견딜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야?”

“그럴 리가 있나, 우리 레지스탕 스도 연합이잖아? 든든한 리벨리온 연합이 나를 도와주지 않겠나?”

“단순히 이용당하기만 할 생각은

없다 이거네.”

궁지에 몰렸던 바그너가 내놓은 최후의 수다.

그래서 그런지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무식했다.

‘설마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해올 줄은 몰랐네.’

최악의 수였지만, 어찌 보자면 최고의 수이기도 했다.

모든 것을 내던졌지만, 운이 좋 다면 본래 자신의 목표이자 계획에 리벨리온이라는 거대한 연합과 한서준이라는 강자를 끌어들일 수도 있었다.

물론, 차원의 방어와 관련된 이 야기가 아닌 만큼 레지스탕스에 증 원을 보내는 것은 이제 서준의 마 음이었다.

허나 지금 당장 결정을 내릴 생 각은 없었다.

애초에 리벨리온에 속한 모든 차 원의 명운이 걸린 것인 만큼, 다급 하게 결정할 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은 당장 타키온이나 잘 잡 아보자고, 놈이 돌아오기 전에 준 비해놓으려면 이러고 있을 틈이 없 잖아.”

서준의 말에 바그너가 고개를 주

억이며 걸음을 옮긴다.

“우선은 제일 짜증나는 성역(聖 域)의 결계석부터 제거하도록 하자 고.”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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