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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27화 (227/517)

- 10권 7화

232화

바그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대 꾸에서준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이 X끼......

레지스탕스는 오래전부터 자이로 스 제국, 용족 숭배자들과 싸워왔다.

그들의 수법을 낱낱이 꿰고 있을 것이다.

성역의 능력은 물론, 동공 내부 에 사도들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었을 거라는 말이다.

분명 입구에서 동맹을 선언했음 에도 제대로 된 정보를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후에 도움을 주긴 했으나, 하마 터면 죽을 뻔했다.

그러니 좋은 감정이 생길 리가 없었다.

“감히 날 미끼로 써?”

“일단 진정하라고, 친구.”

서준이 내뿜는 살기에 작은 웃음 을 토한 바그너가 몸을 천천히 일 으켰다.

“내가 어떻게 널 완전히 신용할

수 있겠어? 최소한의 보험이었다고. 그.리고 나도 나름 너를 도우러 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싸웠잖아.”

몸을 숨기기 위한 곳인 만큼 불 을 피우지 않았고 서준 역시 상태 가 좋지 않았기에 잘 몰랐지만, 자 세히 보니 바그너의 상태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붕대에 감겨있는 상처에서는 붉 은 피가 계속 흘러나왔고, 생기 넘 치던 처음과 달리 눈동자에는 힘이 빠져 있었다.

축 처진 몸을 이끌고 서준의 앞 으로 다가온 바그너가 허리를 기역 자로 꺾으며 말한다.

“어찌 됐든, 너를 의심하고 속인 건 정말 미안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바그너를 보고 이 이상 추궁을 이어가기도 애매했다.

뿐만 아니라 사도들과의 싸움에서 바그너가 큰 도움을 준 것 또한 사실이기도 했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지금 당장은 싸울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체내의 내력만으로 상처를 회복 해야 하는 탓에 회복 속도가 너무 더뎌 아직도 치료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태로 바그너와 싸움을 벌 여 봤자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두 번은 없을 거야.”

살기를 거두어들이는 서준의 모 습에 바그너가 고개를 주억이며 입 을 연다.

“앞으로 내가 너를 배신하고 속 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약속 하지. 지크프리트의 명예를 걸고.”

“지크프리트의 후손이 너였어?”

용살자, 지크프리트.

아주 오래전, 파프니르라는 용을

사냥하고 피를 뒤집어씀으로 불사 (不死)의 존재가 된 검人}.

눈을 휘둥그레 뜬 서준의 모습에 바그너가 헛웃음을 흘린다.

“이름이 특이하다 했더니만 선조 의 고향인 지구인이었나 보군.”

“지크프리트가 지구인이었다 면……. 그 신화들이 전부 진짜였 던 거야?”

서준은 사실 역사, 신화 등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용을 사냥한 지크프리트 의 일화는 지구에서도 굉장히 유명 한 만큼 서준 또한 한 번쯤은 들어

본 적이 있었다.

서준의 질문에 바그너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맙소사.”

“뭘 그렇게 놀라, 지구인이라면 천사나 악마 같은 종족도 이미 봤 을 거 아니야?”

생각해 보면 그리 놀랄 만한 일 도 아니다.

이미 지구에는 영화, 책, 소설에서나 보고 들을 수 있던 몬스터들 이 실제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서준이 진심으로 놀란 이 유는 따로 있었다.

“홀로 용을 사냥해 냈다고?”

“애초에 패배했다면 기록조차 남 길 수 없으셨겠지.”

서준은 지크프리트의 자세한 일 대기는 몰랐다.

하지만 용족이 가진 힘에 대해서 는 알고 있었다.

바라는 대로 재해를 만들어 내 고, 차원 하나를 홀로 파괴할 수 있는 존재.

“상당히 강했겠군.”

바그너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흐른다.

“엄청나게 강하셨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그리고 너무 강하신 것이 탈이었어. 적당 히 강했다면 그 녀석들의 눈에 띄 지 않으셨을 텐데.”

“그 녀석들?”

“정확한 정체는 나도 몰라. 확실 한 것은 수호자를 자처하는 용족을 제멋대로 다루는 집단이라는 것뿐.”

“그걸 알아내기 위해서 용족을 쫓고 있는 건가?”

서준의 질문에 바그너가 고개를 주억 인다.

“전부는 아니지만, 목표 중 한 가지라 할 수 있지.”

“어찌 됐든, 나랑 비슷한 목적을 지니고 있긴 하네.”

“이제는 나를 좀 신뢰해 줄 수 있겠지?”

흔들림 없는 눈동자, 결의에 찬 목소리.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바그너는 분명 진실을 말하고 있 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서준의 표정에 그늘이 드리워간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 금 바그너가 추적하고 있는 집단은 분명, 우주의 비밀을 쥐고 있는 존재인 탓이었다.

‘여태껏 하나라고 생각해왔는 데……

바그너의 이야기로 짐작해 보면 우주의 비밀을 쥐고 있는 존재는 단순히 개인이 아닌 집단이라는 말 이 된다.

생각 이상으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의문은 필요 없다.

여기까지 와서 더는 물러날 수 없었다.

‘극복하고, 승리를 손에 쥘 뿐이 다.’

스스로가 가진 재능을 믿는다.

중원 대륙, 선계 모두가 불가능 할 것이라 이야기하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 냈다.

그렇기에 자신이 있었다.

‘이길 수 있어.’

어떠한 적이라 할지라도 결국에 는 그들을 무릎 꿇릴 자신이 있었다.

그것이 여태껏 무인이자 천마인 한서준이 걸어온 길이자, 앞으로도 걸어갈 길이었다.

다짐을 마친 서준의 눈동자에 다 시 한번 투지가 일어나고 있던 찰 나였다.

“으윽……

구석 편에 눕혀놓았던 나라연천 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동시에 굳게 닫혀있던 눈꺼풀이 열리고 의식을 찾은 듯했다.

“ 나라연천.”

부름에 화답하는 복잡한 시선.

“주.…”군?”

서준을 바라보고 있는 나라연천 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라연천은 처음 서준을 마주했 을 때,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주종관계.’

과거 투신의 신격으로서, 서준과 각자 모든 것을 걸고 전투를 벌였 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패배한 이후 계약으로 인한 주종관계가 탄생했 다.

당연하지만, 진실된 충의는 아니 었다.

그저 어쩔 수 없는 계약관계라고 만 생각했다.

우주의 비밀에 대한 것도 마찬가 지였다.

지독한 고통이 온몸을 짓눌렀지 만, 이제 나라연천이 속한 남도 차

원과 지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 계가 된 만큼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운명의 가지의 존재는 우주 전체 에 있어서 손에 꼽히는 비밀 중 하 나다.

본래, 지금의 한서준의 경지라면 능히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이었지만 최초로 뿌리에 닿은 종족이 인간이 었던 만큼, 지구는 상위 종족에게 갖가지 견제를 가하고 정보를 은폐 한 것이었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 를 알려 줘야 했고, 나라연천은 생 애 처음 겪어보는 고통을 받고 한

참이나 의식을 찾을 수 없었다.

가까스로 의식을 찾았을 때는 용 족, 타키온의 계약자인 아그나와 조우하게 되었다.

상격의 신격의 입장에서 보자면 보잘것없는 수준이었지만, 그가 가 져온 기이한 능력이 담긴 스크롤의 능력에 기운을 조율할 수 없게 되 었다.

난생 처음 겪어 보는 상황.

너무나도 허탈한 패배를 겪고, 파탈라 차원까지 끌려왔다.

정확하게는 타키온의 둥지, 드래 곤 레어에까지 끌려와야 했다.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고문을 당 했다.

팔이 잘리고, 다리가 찢기고, 얼굴의 피부가 갈려 나갔다.

이외로도 수백 가지의 방법을 사 용해가며 나라연천에게 고통을 가 했다.

본래 상격의 투신에 올라 있던 만큼, 나라연천의 정신력은 고작 그런 상처와 고통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문제는 용, 타키온이 내뿜는 기 세와 위엄이었다.

절로 경외심이 생기고, 무릎을

꿇게 되는 위압감이 나라연천을 짓 눌렀다.

투쟁이 끝난 것이다.

오랜 세월 투신으로서 쌓아놓은 모든 것을 잃어가는 것이었다.

서준과의 계약을 끊고 용족에게 무릎을 꿇고 모든 것을 바친다.

단지 그것이면 이 지옥 같은 고 통과 억압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독한 유혹 속에서 나라연천의 정신을 유지해준 건, 자신을 믿고 받들어주는 차원에 대한 애정뿐이 었다.

설령 이곳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 도, 나를 믿고 있는 차원의 자유만 은 지켜주고 싶었다.

집념에 가까운 의지였다.

어찌나 강한지 영겁의 세월을 살 아온 용족인 타키온조차도 포기하 고는 폐기 처분을 명할 정도였다.

그 이후 타키온은 사라졌지만, 나라연천은 쉽게 저항할 수 없었다.

몸 전체에 각인되어 있는 타키온 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이미 꺾여버린 투지는 쉽사리 다 시 일으켜 세울 수 없었다.

그렇기에 사도들이 내뿜고 있는 타키온의 마력은 나라연천에게 포 식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국 나라연천이 제대로 된 반항 한 번조차 하지 못하고 제물로서 제단에 올라 죽음의 순간만을 기다 리고 있었던 때였다.

동공 내에 요란한 경보 소리가 울려 퍼졌고, 기적처럼 진행 중이 던 의식이 중단돼 사도들이 자리를 벗어났다.

이어,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아 그나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나 라연천을 안고 달려 나갔다.

얼굴에 다급함이 보이는 아그나 의 모습 때문일까?

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 다는 희망이 피어난다.

그렇기에 바랐다.

오랜 고문으로 인하여 본능, 유 전자에 각인된 타키온과 그의 사도 들에게 일어나는 공포를 떨쳐낼 수 있기를 말이다.

‘제발, 제발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자그마한 힘과 용기를……!’

간절한 마음이 닿아서일까?

심장 한편이 울렁이며, 무언가가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멀지 않은 거리에서 서준 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다.

‘용기를 품은 투신.’

그리고 진정한 신격에 오른 서준 의 등장에 나라연천은 온몸에 전율 을 느꼈다.

신명에 붙은 수식언 때문일까?

서준이 등장한 것만으로 마음 한 편에서 끊임없는 용기가 솟아나 타 키온의 기세에 꺾였던 마음이 되살 아났다.

그 순간, 나라연천은 결심했다.

‘만약 다시 기회를 준다면……. 이번에야말로 진정으로 따르겠다.’

신도를 자처하는 간절한 바람이 우주에 닿았다.

이명이 붙은 진정한 신격 중, 같 은 신격을 사도로 거느린 이들은 제법 많았다.

오로지 무력만으로 얻을 수 없는 수식언, 진정한 신격을 가진 존재 들은 자신의 신성력의 힘을 빌려 신격을 만들어 자신을 수호하니 말 이다.

하지만 나라연천과 같은 상격의 신을 신도로 가진 이들은 그리 많

지 않았다.

한때 대신(大神)에 오르고자 하 였던 상격의 신이 스스로의 길을 바꾼 것이다.

그 선택만으로도, 서준의 신격에 는 일부 변화가 있었을 터였다.

나라연천 역시 큰 변화를 맞이했 으니 말이다.

‘이것이 용기의 힘.’

그의 신도가 되면서 하사받은 힘 을 사용하자, 완전히 꺾였던 투쟁 심이 다시 용기를 찾았다.

다급히 발을 놀리고 있는 아그나 는 그런 상황조차도 눈치채지 못하

고 있었지만, 나라연천도 쉽게 손 을 쓸 수가 없었다.

계속된 고문으로 인하여, 몸 곳 곳에 그 여파가 남아있었기 때문이 었다.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여 보려던 찰나, 서준을 만나게 되었다.

흐릿한 의식 속, 타키온이 일대 에 펼쳐놓은 결계의 능력 때문에서준이 고된 전투를 이어가는 것 또한 느꼈다.

사도가 되어서인지, 서준이 처한 현실이 너무나도 마음 아프게 느껴 졌다.

그러나 서준은 내력을 다룰 수 없다는 절대적 불리함에도 굴하지 않고, 아그나의 심장을 박살냈다.

단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는 용 기의 힘은 나라연천의 심장을 더욱 크게 박동하게 하였다.

‘이것이 진정한 용기의 힘이자 진정한 투쟁.’

그리하여 단순한 계약관계는 끝 이 났다.

그리고, 마음과 마음이 엮인 새 로운 주종이 탄생했다.

“신(臣), 나라연천이 저의 주인이 자 위대한 신을 알현합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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