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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26화 (226/517)

- 10권 6화

231화

꺾이지 않는 투지, 서준의 눈동 자에 피어나고 있는 그 감정에 바 그너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린다.

“방법은 간단해, 오롯이 자신의 순수한 마나, 기운을 다뤄내는 것 이 전부니까.”

바그너가 만류하려 했던 이유를 납득했다.

방법 자체는 간단하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마나, 기운을 다루는 자들은 대기 중의 마나를 호흡으로 들이마시는 것으로부터 모든 것을 시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주 오랜 시절, 처음 마나를 느 꼈을 때부터 익혀왔던 근간을 바꾸 라는 법이다.

서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 다.

“완전 살얼음판이 따로 없겠네.”

첫 단추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끝 맺음이 좋을 리가 없었다.

물론, 일반적 경우엔 어긋난 단 추는 다시 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체내에 남게 된 마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사출되어야 할 것이 체내 에 남는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 다.

몸이 그 반동을 전부 받아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곧 죽음으로 직결됐다.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 괜히 무리하지는 마. 알드노아가 없는 사도 셋이라면 나 혼자서 어 떻게든……

바그너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한 자루의 황금빛 검을 향해, 손을 가

져다 대고 있던 순간이었다.

“할 수 있어.”

서준의 눈동자에는 자신감이 가 득했다.

자존심 때문에 오기를 부리는 것 이 아니다.

대기의 미세한 기운조차 허락하 지 않고 순수한 내력만을 다루는 것.

처음 도전해본다면 제아무리 서준이라 할지라도 감히 쉽다고 말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서준에게는 이미 비슷한 기운을 다룬 경험이 있었다.

‘신성력.’

오직 자신의 것이라 해도 지나지 않는 힘, 신성력.

그리고 서준은 처음 포스 시스템 이 신성력이라는 것을 소개할 때, 그를 다루는 법을 연습했고 결국 성공했다.

‘연습은 충분히 해뒀어.’

마음의 준비 또한 끝마친 상태 다.

바그너가 말을 해주기 전부터,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한 뒤로는 어느 정도 스스로 추측하고 있었다.

물론,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 다는 것은 아주 큰 어드밴티지였다.

‘지금의 나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

자세를 다잡은 서준이 체내의 순 수한 내력, 기운을 느껴가던 순간 이었다.

“마법사들에게 시간을 주다니 어 리석구나!”

거친 외침과 함께 아그나의 손에서 화염의 구체가 쏘아진다.

바그너와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 만 보고 있던 게 아니었다.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화염의 구체가 시야를 뒤덮 고 있었다.

“모조리 불태워 한 줌의 재조차 남기지 못하도록 해주겠다!”

승리를 확신한 아그나의 목소리 가 동공에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쾅-!

폭음과 함께 서준의 신형이 화염 의 구체에 삼켜진다.

불꽃이 타오르는 동공, 붉은빛 로브를 걸친 아그나가 입가에 비릿 한 미소를 홀리며 바그너를 향해 말했다.

“이제 하나 남았군.”

“방심하지 마, 바그너는 방금 조 무래기와는 다를 거니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

내뱉는 말과 달리 오만이라고 부 를 정도의 감정을 내보여가며 승리 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 금 서 있는 전장이 다른 곳도 아 닌, 자그마치 성역이라 불리는 곳 이었으니 말이다.

“아그나!”

다급한 목소리로 루프손이 외친

“재촉하지 않아도 준비하고 있다 고.”

피식 미소를 홀린 아그나의 손바 닥 위에서 불꽃이 피어난다.

“죽어라-!”

기합을 내뱉은 아그나가 팔을 앞 으로 내뻗고는 화염을 쏟아내자 다 시 한번 화염의 구체가 동공을 가 득 채운다.

쿠구궁!

폭음과 함께 화염의 구체가 쏘아 졌고, 동공 내부에는 이글거리는 화염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퍼져나간 불꽃이 세상을 집어삼 킬 듯한 기세로 단숨에 일대에 퍼 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불꽃을 눈앞에 둔 바그너 의 표정은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대단하네, 정말로 바로 성공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화염의 구체와 함께 사라졌던 서준의 신형이 불꽃을 가로지르고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말했잖아, 할 수 있다고.”

불꽃을 가르는 서준의 몸에는 치

천마역천지공, 검은빛 기운이 휘감 아지고 있었다.

호륵…….

세상을 집어삼킬 것 같던 아그너 의 불꽃은 검은 기운이 내뿜는 패 도적인 힘에 억눌리고 무릎을 꿇고 는 자취를 감춰간다.

쉬이익…….

마침내 불꽃을 진압한서준의 신 형이 아그나와의 거리를 빠르게 좁 혔다.

“빌어먹을! 살아있었다고?!”

당황한 표정으로 거친 욕을 내뱉 은 아그나가 황급히 손바닥을 펼쳤

다시 손바닥 위, 허공에 불꽃이 일어나며 구체의 형상을 취하며 응 집되고 쏘아진다.

지이…….

“늦었어.”

난생 처음 해보는 것인 만큼 어 색하고, 불편했다.

때문에 내력을 자유자재로 다룬 다는 느낌이 없었다.

실제로도 위력이 현저히 줄어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아그너의 공격을

피해내기에는 충분했다.

불꽃의 구체를 가볍게 피해낸 서준은 주먹을 말아 쥐며 아그너의 얼굴을 응시한다.

이윽고, 일그러져 있는 아그너의 얼굴 정면을 향해 주먹을 뻗은 서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주먹이 아그 나의 얼굴에 닿을 수는 없었다.

“멍청한 것, 사지(死地)인지도 모 르고 적진 한복판에 들어오다니.”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황금빛 로 브의 사내, 케일의 육신이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지기 시작한다.

심지어 거리를 좁혀오는 속도 또 한 점점 더 빨라져 간다.

‘마나로 육체를 강화시키는 투사 (SII土) 쪽인가……

적진 한가운데, 쏟아지는 마법들 의 견제를 받아가면서 저 무식한 육신을 상대하기에는 어려웠다.

“아쉽네.”

쓴웃음을 보인 서준이 내뻗던 주 먹을 회수하고는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어느덧 완전히 거인(巨 人)이 된 케일의 주먹이 서준을 집 요하게 쫓았다.

“놓치지 않는다!”

쾅! 쾅-!

계속해서 내리꽂히던 주먹이 기 어이 서준의 머리 위로 도달했다.

압도적인 크기와 힘, 본래라면 곤죽이 되어 비명이라도 토해냈어 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서준의 손바닥에 닿은 케 일의 주먹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 가지 못하고 있었다.

“힘만이 능사가 아니야.”

유능제강(柔能制剛), 부드러움은 강함을 제압하는 법이다.

자유자재로 내력을 다룰 수 없는 지금 이 상황에서 케일의 무식한 주먹을 정면에서 받아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허나, 받아내고 돌려주는 것은 가능하다.

필요한 각도와 타이밍은 몸이 기 억한다.

태극의 묘리가 펼쳐져 있는 손바 닥을 펼치고, 케일의 힘을 받아들 여 자연스럽게 순환시켰다.

그러자, 케일의 무식한 힘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서준은 받아내고, 휘젓고, 되감는

태극의 묘리를 선보인다.

슈욱…….

태극의 묘리에 휘말린 케일의 주 먹은 이미 보잘것없는 것이었고 서준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다.

손바닥에서 홀려낸 충격은 어느 덧 몸을 한 바퀴 회전시켜 정반대 편, 말아 쥐고 있는 주먹으로 뭉쳐 진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위협을 느낀 케일이 다급히 반대 편 왼손의 주먹을 휘두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서슬 퍼런 목소리와 함께, 서준 이 말아 쥔 주먹을 내뻗는다.

“끝이야.”

퍼억-!

휘둥그레진 케일의 눈동자가 천 천히 자신의 아랫배, 서준의 주먹 이 닿은 곳으로 향했다.

“되돌려 보냈다고?!”

내뱉은 의문과 함께, 케일의 입 에서 피분수가 터져 나온다.

이윽고, 거대한 신형이 바닥에 고꾸라지며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 젠장.

케일의 죽음에 아그나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졌다는 것 이다.

아그나는 승산이 없는 싸움에 자 존심을 내세울 만한 바보는 아니었다.

‘승산이 없어.’

황급히 고개를 돌려, 퇴로를 찾 아 나서기 시작한다.

신전으로 쓰일 정도로 넓은 동공 인 만큼 퇴로는 수없이 많이 존재

하지만, 어디에도 활로(活路)는 보이지 않았다.

이 짧은 생각을 이어가는 찰나에 도, 검은 기운을 휘감은 서준과의 거리가 가까워져간다.

“빌어먹을……

욕설을 내뱉고 있는 아그나의 미 간이 찌푸려진다.

명백한 실수다.

알드노아의 말대로 적을 정확히 파악했어야 했다.

‘설마 바그너급의 강자가 하나

더 있을 줄이야.’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러나 이제 와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압도적인 힘의 격차, 제대로 된 반격, 반항을 할 수도 없었다.

생각을 이어가고 있는 사이 어느 덧, 시야에는 검은 기운이 휘감긴 주먹이 가득했다.

“아, 안!”

아그나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흘러나오는 순간이었다.

팡!

수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아그 나의 머리가 곤죽이 된다.

완벽한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서준은 그 기쁨을 누리고 있을 틈은 없었다.

“마지막 하나.”

남은 초록빛 로브, 루프손을 찾 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긴장 풀어도 좋아. 싸움은 끝났 으니까.”

어느새, 등 뒤로 다가서고 있는 바그너의 검 끝에는 눈을 부릅뜬 채로 잘려있는 루프손의 머리가 찍 혀 있었다.

일대에 널브러진 아그나와 케일 의 시신을 확인한 바그너의 입꼬리 가 치솟는다.

“그 짧은 시간에 성역에서 사도 를 둘이나 처치해 내다니, 생각 이 상이잖아.”

바그너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진 심 어린 감탄을 내뱉고 있었지만, 서준의 표정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 어 있었다.

“이러고 있을 여유가 없지 않 아?”

“그렇긴 하지.”

서준이 괜히 날 선 반응을 보인

것이 아니었다.

당장 승리를 거머쥐긴 했지만, 이곳은 아직 적진 한복판이다.

어떠한 적이 나타날지 알 수 없 는 만큼 한가로이 대화를 나눌 만 한 공간은 아니었다.

“일단은 마땅히 갈 곳도 없어 보 이니, 내 은신처로 도망치는 게 어 때?”

고개를 주억이는 서준의 모습에 바그너가 곧장 발을 놀린다.

그리고 서준이 그 뒤를 쫓아갔 다.

바그너의 은신처.

조용한 적막 속, 가부좌 자세로 운기조식을 취하고 있는 서준의 미 간이 찌푸려지고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부상이 심하네.’

성역의 제한 때문에 내력을 사용 하여 상처를 수복하지 못하는 만큼, 몸 곳곳에 크고작은 부상의 잔재 가 남아있었다.

근육 곳곳이 비명을 질렀고 장기 가 부서질 듯 아려오고 있었다.

‘사도들.’

타키온과 직접 계약을 맺은 마법 사와 싸웠다.

‘너무 방심하고 있었어.’

성역의 능력.

비록 사도들의 능력은 아니었다 지만, 그들과의 전투는 지금까지 만난 어떠한 적보다도 껄끄러웠다.

때문에, 예상치 못한 고전을 하게 되었고,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 에 없었다.

다행히도 결과가 좋아 목표였던 나라연천의 구출은 성공했다.

결과 자체만 보자면 좋았지만, 과정은 부끄러울 정도다.

‘만약 타키온이 직접 나섰다 면……

결과를 생각해볼 필요도 없었다.

제대로 된 전투도 치러 보지 못 하고 압도적인 패배를 맛보았을 것 이다.

아니, 일전에 벌어진 사도와의 싸움만 해도 혼자서 전투를 치렀다 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바그너.”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온 음성에, 어두운 동골 속, 몸을 웅크린 채 붕대를 감고 있던 상대의 움직임이 멈춘다.

호감이 넘치는 시선.

“왜? 하고 싶은 말 있어?”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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