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24화 (224/517)

- 10권 4화

229화

차원 파탈라엔 이런 전설이 있 다.

세상의 중심, 위대한 용족 타키 온이 거느리고 있는 성역, 거대한 중앙 대륙이 있다고.

반쯤은 맞는 말이지만, 완전히 맞는 말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알드노아가 성역이라 일컬었던 대륙은 세계의 중앙에 존재하지 않 았으니 말이다.

오히려 세계의 끝에 가까이 위치 해 있었다.

그저, 대륙의 상당 부분을 숨기 고 있을 뿐이었다.

성역이라 불리는 새로운 대륙은 존재하나 차원의 중심이라곤 볼 수 없었다.

아직까지 이러한 진실이 밝혀지 지 않은 데는 큰 이유가 있었다.

이 땅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생명 체의 수가 한없이 제한적이기 때문 이었다.

파탈라 대륙의 신인 용족, 타키 온의 축복이 내려진 피가 흐르는

자가 아닌 이상 누구도 이 땅에 발 을 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땅에서도, 타키온이 직접 관리하는 시설까지 들어올 수 있는 이들은 더욱이 한정적이었다.

총 여섯의 사도.

타키온과 직접 계약을 맺은 존재 들.

“허락되지 않은 자가 성역에 들 어섰습니다.”

불꽃처럼 붉은 로브.

통칭 불의 사도라 불리는 사내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있었다.

“타키온 님이 자리를 비운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침입자에 대 한 것은 따로 말씀 없으셨나, 아그 나?”

불의 사도의 바로 옆, 백색의 로 브를 걸친, 앳돼 보이는 어린 소년 이 물었다.

소년은 사내에게 자연스럽게 반 말하고 있었다.

꽤 해괴한 광경이었지만 아무도 소년의 반말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 았다.

오히려 ‘아그나’라고 불린 불의 사도가 소년을 향해 조심스럽게 대

답을 흘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저 앳되어 보이는 소년의 정체는 이 파탈라 대륙의 기원이라 볼 수 있 는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제게 전하신 말씀은, 잠시 다른 차원에 다녀오겠다는 말뿐이었습니 다, 알드노아 님.”

불의 사도의 말에 알드노아의 눈 이 가늘어진다.

“흐음……. 그러면 우리의 자체 적 판단에 맡기신다는 소리겠지.”

용족, 타키온은 감히 토 하나 달 수 없는 높은 존재다.

그가 하는 일은 우주 단위의 일 이었고, 그런 큰일을 하다 보니 중 간중간 생기는 이런 사소한 일에 직접 개입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제국, 자이로스를 세워 숭배자들을 모은 것도 이유도 이런 예상치 못한 사소한 일들로 대업을 방해받 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을 뿐이 다.

그렇기에 지금 사도들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누가 나설 겁니까, 알드노아?”

마치 숲처럼 푸른 초록빛 로브, 마법사라고는 볼 수 없는 3m에 달

하는 거대한 키를 가진 사내가 눈 을 빛내며 물었다.

“성역에 들어선 적에 대한 정확 한 정보가 없다.”

“굳이 마주해봐야 아는 것은 아 니지 않습니까. 분명 마스터, 지크 프리트의 후손 짓이겠죠.”

에메랄드 바다와 같은 푸른빛 로 브, 옆에 선 초록빛 로브를 걸친 사내에 비해 결코 부족함이 없는 덩치를 자랑하는 사도가 쥐고 있는 검을 매만진다.

“돌려 말하지 말거라, 루프손, 케 일. 너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

냐?”

“허락을 내려주신다면, 지금 당 장 침입자의 목을 따오겠습니다.”

루프손이라 불린 초록빛 로브를 걸친 사내가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거대한 육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일대의 대기를 진동케 할 정도였다.

“너희들의 마음은 알겠다만, 뭐 든 성급하게 움직여서는 안 되는 법이다.”

알드노아가 손을 내저으며 말한 다.

이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 다.

이 자리에 모인 여섯의 사도는 그 누구보다도 용족, 타키온에 대 한 신앙심이 강한 자들이었다.

당장 알드노아만 해도 성역에 함 부로 발을 들인 무뢰한에게 화가 나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달려가 마 스터라 불리는 놈을 바닥에 쓰러트 리고, 그의 목을 잘라내어 버리고 싶다.

어렵지 않았다.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사도들은

다른 차원에서 태어났다면 능히 신 격, 혹은 위대한 영웅이라 칭송받 았을 재능과 능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이들이 패 배한다면?

“너희들의 패배는 곧, 타키온 님 의 패배다, 그분의 명예가 바닥을 치게 된다는 것이다.”

직접 사냥에 나서라고 말하진 않 았다.

그러나 자체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는 말이었다.

그리고 타키온은 용족으로서 크 나큰 자긍심을 가진 존재다.

명예가 추락하는 것에 적지 않은 분노를 보일 것이다.

“분노를 하실 일이 없도록 확실 히 토벌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 까?”

불의 사도, 아그나의 말에 알드 노아가 침음을 흘린다.

“그러니까, 적어도 적의 정체를 확실히 파악한 뒤에 움직여야 한다 는 것이지.”

“성역에 들어선 무뢰한이 제멋대 로 날뛰는 것을 보고만 있을 거라

는 말입니까? 혹여나 그가 성역에서 날뛰어 숭배자들을 사살하고, 저희의 귀중한 시설들을 파괴하게 된다면 그 또한 타키온 님의 명예 가 추락하게 되는 일입니다.”

케일의 설득에 알드노아의 미간 이 깊게 파인다.

레지스탕스의 마스터.

오랜 세월부터 타키온을 부정하 고, 위협하려는 이단의 우두머리.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타키온 님 의 명예를 추락시키는 존재.

그렇기에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 라도 찢어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몸에 흐르는 용살 (龍殺)의 피 때문에 제국의 입장에서도 쉽게 처분할 수 없었다.

“퇴로가 없는 성역에 들어선 것 은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확실히 제거할 수 있겠나?”

“어설프게 행동할 생각은 없습니 다, 저와 루프손, 케일 셋이 나서 확실하게 놈을 죽이도록 하겠습니 다.”

알드노아가 턱에 손을 괸 채로 깊은 고민에 빠진다.

‘아그나, 루프손, 케일, 이 셋이 함께 움직인다, 라……

이례적인 일, 자그마치 셋이나 되는 사도가 동시에 나서는 일이다.

심지어 특히 루프손과 케일은, 근접전에 취약한 보통의 마법사가 아니었다.

마스터와 같은 검사를 상대하기 에 최적화된 특이 계열의 마법사였 다.

레지스탕스의 슬레이어들이 참전 한다면 모를까, 홀로 있는 마스터 에게 패배를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괜한 소란이 생기지 않도록 입 구에서 격퇴할 수 있도록 하게.”

마침내 알드노아의 허락이 떨어

이후 셋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를 지었다.

셋은 알드노아를 향해 고개를 숙 였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말하지, 절대로 실 패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도록 하라.”

“절대로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가보도록.”

알드노아의 손짓에 세 명의 마법 사가 동시에 모습을 감춘다.

남은 이는 알드노아를 포함하여 셋.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알드노아는 다소 멀뚱히 서 있는 눈매를 가늘 게 뜬다.

“너희는 뭐 하는 거지? 다이애나 는 성역에 괜한 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워프 마법을 보완해야지.”

잿빗, 그리고 쪽빛의 마법사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건 원래 알드노아 님이 하는 일이잖아요?”

“놀고 있는 인력이 남아있는데 내가 굳이 움직일 필요는 없잖아.”

“근무 태만이십니다.”

입으로는 투덜거리고 있었지만 정작 두 마법사는 나갈 채비를 끝 마친 상태였다.

“나중에 타키온 님께 보고할 겁 니다.”

이윽고, 두 명의 사도들이 사라 진 아무도 없는 텅 빈 동공 내부, 알드노아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흐 른다.

“더 이상 걱정할 거는 없겠군.”

모두 필요 이상의 전력을 투입했 다.

자고 일어났을 즘엔 모두 무사히 끝나있을 것이다.

“그럼 나는 편히 한숨 자보도록 할까.”

알드노아는 오랜만에 찾아온 이 여유를 한껏 만끽할 생각이었다.

동공 속으로 향하는 서준.

은밀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발을 내뻗는 순간이었다.

애애행-!

거대한 경보음이 일대에 울려 퍼 졌다.

[침입자를 확인했습니다. 경계태 세 제일 단계를 발동합니다.]

이어서 동공이 뒤흔들리고 동공 안에서 갖가지 마법들이 쏟아져 온 다.

동시에 내부에서 요란한 소리가 여럿 들려오기 시작했다.

‘ 들켰다고?’

미약하다고도 부를 수 없는 너무 나도 적은 양의 기운.

대기 중에 떠도는 것들과 다를 바 없는 극히 미약한 기운이 동공 의 입구에 흐르고 있긴 했다.

하지만 너무나 연한 마력이었던 만큼 따로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것이 실수였다.

‘ 젠장.’

최소한의 마력으로 발현할 수 있 는 알람 마법이 발동되었고 최대한 은밀하면서도 빠르게 일을 처리하 려고 했던 서준의 입장에서는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쏟아지던 마법들을 손을 내젓는 것으로 흩어낼 수 있었지만, 내부 에서도 요란한 기운의 움직임이 느 껴지기 시작한다.

동공 곳곳에 설치된 마법 진들이 빛을 발산하며 거대한 결계를 만들 어 간다.

“나름의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건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저들의 마법, 결계가 완성되게 둘 수는 없었다.

서준은 다급히 발을 놀려 마법 진을 가동시키는 마법사들을 저지 하기 위해 주먹을 내뻗는다.

꽝-!

예상치 못했던 상황, 마력으로 빚어진 방벽이 서준의 힘에 저항하 며 버틴다.

문제는 그 짧은 순간, 주변에서 푸른빛 기운들이 올라와 서준의 육 신을 집어삼키고 가둬두려 하고 있 다는 것이었다.

조급한 마음의 서준이 정복왕의 수투의 능력들을 개방해낸다.

‘정복자의 진가, 가이사의 광폭과

체내에 내력이 폭발하듯이 상승 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무식하게 힘만으로 해결 하는 게 능사는 아니지.”

동공에 울려 퍼지는 거대한 바람 소리와 함께, 한 자루의 검을 타고 날아온 마스터의 주먹에서 넓은 기 파가 번지더니 단숨에 방벽의 약점 을 파악하고 부쉈다.

이어, 적의 품으로 파고든 한 자 루의 검은빛을 발산하는 마법진을 멋지게 지우기까지 했다.

자연스럽게 서준을 가둬놓으려던

결계 마법이 캔슬되고 당황하는 용 족 숭배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역시나 다시 만났네.”

서준을 바라보고 있는 마스터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흐른다.

“아무래도 우리 목적이 비슷한 같은 것 같은데, 임시 동맹을 맺는 게 어때?”

“미리 말하는데, 내 목적은 사람 하나를 구하는 거야.”

나라연천이 사람인가에 대한 의 문이 떠올랐지만, 이런 세세한 것 들을 따지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내 목적은 숭배자들을 몰살시키

는 것이다.”

서준은 숭배자들에게 납치당한 나라연천을 구출하고 그들에게 복 수하는 것, 마스터는 숭배자들을 몰살시키는 것이 목표다.

손을 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임시 동맹, 받아들이겠다.”

“계산이 빨라서 좋군.”

서준을 향해 미소를 흘린 마스터 가 쏘아냈던 검을 불러내어, 쥐어 잡는다.

“그럼, 우리 동맹의 증거로 눈앞 의 숭배자 끄나풀들의 처리를 부탁 해도 되겠지?”

“조금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급 한 용무인 것 같으니 이곳은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마스터가 검을 휘두르자, 마치 파도와 같은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대기 중에 퍼져있던 용족 숭배자들의 마나를 강제로 흩뜨려 버린다.

사악……!

갑작스레 흩어진 마나,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용족 숭배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열린 길로 가면 될 걸세.”

“구출한 후에 도와주러 오도록

하지.”

고개를 주억이고 있는 마스터의 모습을 확인한서준은 동공의 내부 를 향해 발을 놀린다.

‘ 나라연천.’

희미하게 느껴지는 그의 기운을 계속해서 추적한다.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기에 나라 연천의 위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느덧, 서준의 시선에는 나라연 천의 얼굴이 들어오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 살아있어.’

문제가 있다면, 기억 속에서 보 았던 불꽃처럼 붉은 로브를 깊게 눌러쓴 존재가 오른팔에 축 늘어진 나라연천을 껴안은 채로 동공의 가 장 깊숙한 곳으로 도망을 치고 있 다는 점이었다.

‘놓치지 않는다.’

회색빛 혼돈의 힘.

패도적인 힘을 일으키는 것으로 엄청난 속도를 낸 서준은 마침내 붉은 로브의 사내 앞에 당도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