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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20화 (220/517)

- 9권 25화

225화

차원, 파탈라는 용족을 섬기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지.’

맹목적인 신앙이라는 것은 절대 적이라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이것은 단순한 신앙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 인간에게 선택하게 하고 축복을 내려주기까 지 하고 있었다.

인간의 신앙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도 강한 법이었는데 두 눈에 기적이 몸소 행해지기까지 하 는 것이다.

그 누구라도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파탈라 대륙 내에서 용족 은 말 그대로 신(神)적인 존재였다.

그를 섬기고 따르는 숭배자들 또 한 상당한 권력을 가지고 있을 확 률이 높았다.

특히나 용족과 직접 계약을 맺은 사도, 붉은 로브의 존재는 신이라 섬겨지는 용족과 준하는 권력을 쥐

고 있을 것이다.

‘이래서는 쓸 만한 정보를 얻기 는 힘들겠네.’

파탈라 대륙 내에서 붉은 로브의 존재에 대해서는 함부로 캐물을 수 도 없을 것이다.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한서준은 테이블 위에 놓인 맥주잔에 입을 가져다 댔다.

‘어떻게 해야 하지? 위험하더라 도 존재를 드러내야 하나?’

그러나 너무 위험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라연천이 너무 위험해질 것이었다.

번거롭지만 조금은 에둘러서 갈 필요가 있었다.

‘내가 직접 발로 뛰어서 정보를 모을 수밖에 없겠네.’

그도 아니면, 용족에 대한 정보 들을 캐물어도 이상하게 생각하거 나 경계를 하지 않을 이들을 찾아 내는 것 정도뿐이었다.

확실한 것은 이런 주점에서 용족 에 관련된 정보를 물어서 좋을 것 은 없었다.

“지금은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 으니 나중에 물어볼 것들이 생각난 다면 다시 찾아오지.”

“예! 아는 한에서는 모두 대답해 드릴 테니, 나중에라도 언제든지 찾아와 주십쇼.”

서준은 고개를 끄덕인 이후, 자 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후, 자연스레 주점을 나서려는 그를 향해 목소리가 하나 들려왔다.

“거기, 검은 머리.”

잠시 걸음을 멈춘, 서준이 주변 을 둘러본다.

주점에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허나, 검은 머리라고 불릴 만한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혹시 나 부른 거야?”

서준이 검지로 자신을 가리킨다.

“여기 검은 머리가 네놈밖에 더 있나?”

주점의 출구를 서성이고 있던 커 다란 덩치만큼이나 큰 지팡이를 든 사내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어 다가 온다.

“출신과 소속을 밝혀라.”

“그걸 내가 왜 말해줘야 하지?”

“말투가 기묘해서 말이야. 처음 듣는 형태인데, 혹시……

서준을 응시하고 있는 지팡이를

든 사내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남부에서 넘어왔나?”

사실 서준은 처음 해룡의 아침에 도착했을 때, 적잖게 당황을 했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말은 잔뜩 하 고 있었는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던 탓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다행히도 초차원도서관 이라는 아카식 레코드가 그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활용 가능할 줄은 몰랐다만……

아카식 레코드가 직접 머릿속에 언어를 주입해주었다.

말 그대로 혁명에 가까운 수준.

덕분에서준은 파탈라 대륙에서 사용하는 공용어를 순식간에 익히 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처음 써보는 말이었기에 그를 사용하는 어투나, 표현법에는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어리숙한 모습이 타인의 눈에는 조금 신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딱 그 정도 수준에 불과 하다.

이런 의심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말해 줘야 할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

“확실히 이유……가 없긴 하겠 군.”

비릿한 미소를 홀린 서준은 사내 를 지나쳐 주점 바깥으로 나가려 했다.

그 순간,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 지 않게 빠르게 움직인 사내가 서준의 머리 옆으로 지팡이를 들이밀 었다.

“그렇다면 타그마타를 지키는 수

비군의 경비대장으로서 묻겠다, 소 속과 이름을 밝혀라.”

도시를 지키고 있는 수비군의 자 격으로 묻는다면 대답해야 할 이유 가 있었다.

그러나 지구에서 태어난 서준이 경비대장이 원하는 답을 할 수 있 을 리가 만무했다.

침묵을 지키는 서준의 모습에 그 는 더욱 기세가 등등해졌다.

“소속과 출신을 밝힐 수 없겠지, 남부에서 온 이단자 놈일 테니 말 이야.”

“ 이단자?”

“시치미 떼지 마라. 승룡제(昇龍 祭)를 방해하려다 잡힌 이단 놈들을 구하러 온 일당이 아니냐!”

“아, 아닙니다! 경비대장님, 그 사람의 목에는 칼이 교차하는 문 신! 이단의 증표가 새겨져 있지 않 았습니다.”

돈값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지 켜만 볼 줄 알았던 종업원 셀리우 스가 앞으로 뛰쳐나와 말을 내뱉었다.

“글쎄, 이단자 중에는 증표를 가 릴 수 있는 녀석들도 있다고 들었

거든. 저 녀석이 그런 경우 아닐 까? 그리고 만약 놈이 이단이라 면……

경비대장의 눈동자에 숨길 수 없 는 탐욕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한다.

“승룡제가 거행될 중요한 날인만 큼, 이단들의 폭동의 싹을 잘라낸 것으로 특진을 노릴 수 있겠지.”

일 년에 한 번뿐이자 용의 위엄 을 알리는 의식.

근본, 건국의 신화와 관련된 만 큼 해마다 수많은 의식이 있는 자 이로스 제국에서도 가장 중요시되 는 것이었다.

이런 시기에 이단을 잡아낸다면 단숨에 계급의 상승을 도모할 수 있을 터였다.

“만약 정말 그가 이단이었다면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저희 주 점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을 겁 니다.”

“아주 멍청한 이단일 수도 있잖 아?”

서준을 바라보고 있는 경비대장 의 눈동자에는 탐욕이 넘실거린다.

“아, 아닙니다! 나리도 뭐라고 변 명이라도 좀 해보십시오!”

경비대장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진한 살기에 셀리우스의 몸이 사시 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한다.

“정말 네가 생각하는 이단은 아 닌데.”

정확히 말하자면, 이들이 섬기는 용을 살해하려는 존재, 용살자(龍殺 者).

일반적인 이단보다 더 고차원적 인 존재였다.

“걱정할 거 없어, 오늘부터 이단 이 될 거니까.”

하지만, 애초에 경비대장에게 중 요한 것은 진실 따위가 아니었다.

비릿한 미소를 흘린 그가 천천히

서준과의 거리를 좁힌다.

걸음을 옮기는 그의 몸 주변에서 는 마나의 기운이 흘러나오고 허공 에 얼음의 송곳을 빚어내고 있었다.

쩌적-

이윽고, 얼음의 송곳들이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순간이었다.

서준과 경비대장의 틈 사이로 셀 리우스가 비집고 들어왔다.

쨍그랑-!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개 주점의 셀리우스가 경비대 장의 공격을 받아낸 것이었다.

주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셀 리우스에게로 쏠린다.

허나 셀리우스는 쏟아지는 시선 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단으로 몰리고 있는데 왜 제 대로 된 반론도 안 하고 멍청하게 가만히 서 있는 겁니까! 죽고 싶은 거예요?!”

다그치듯이 말을 내뱉는 셀리우 스의 모습에서준의 눈이 휘둥그레 진다.

“이건 또 뭔 상황이야?”

본래 셀리우스에게 던진 질문이 었다.

하지만 확신에 가까운 해답을 내 준 것은 다름 아닌 경비대장이었다.

“계속해서 이단을 변호하려는 것 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만, 두 놈 다 승룡제를 방해하러 온 이단 이었구나!”

고함을 내지르던 경비대장은 시 선을 옮기어 주점 한편에 앉아서 상황을 구경하고 있던 시민들에게 로 향한다.

“뭣들하고 있는 거냐! 가서 경비 대에 소식을 알려라!”

경비대장의 시선을 받은 사람들 이 헐레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며, 주점을 벗어난다.

아마도 그의 명령대로 근방의 경 비대에 소식을 전하러 갔을 것이다.

물론, 지금 서준에게 중요한 것 은 경비대의 유무 따위가 아니었다.

“정말로 이단이었어?”

“상황을 보면 아시지 않습니까.”

퉁명스러운 대답을 내뱉은 셀리 우스는 목 뒤에 숨겨놓은 두 개의 칼이 교차하는 문신, 이단의 증표 를 드러낸다.

그를 바라보고 있는 서준의 입가 에는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운이 좋네.’

용족에 대한 정보들을 캐물어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경계를 하지 않는 것을 떠나서 성심성의껏 대답 해줄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 이었다.

“오만한 것들! 감히 이 엔케이 님을 상대로 한가로이 대화를 나눌 생각을 하다니!”

대기의 마나가 떨리며 다시 한번 얼음의 송곳이 만들어진다.

“상대가 경비대장인 만큼 오래는 못 버티겠지만, 최대한 시간을 끌 어 볼 테니 가능한 한 멀리 달아나

십시오.”

셀리우스는 들고 있는 단도를 놓 치지 않게끔, 있는 힘껏 꽈악- 말 아 쥔다.

‘무거워.’

괜히 경비대장이 아니었다.

공격을 받아쳐 낸 두 팔에서 저 릿한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다.

만약 그가 작정하고 마법을 휘두 른다면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제대로 받아내기나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네……

씁쓸한 미소를 흘린 셀리우스는 엔케이를 바라본다.

승산은 없었다.

하지만 후회는 가지지 않는다.

그것이 그의 각오이자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었다.

“더는…… 우리 때문에 피해를 입는 억울한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부디 살아서 도망쳐 주십시오.”

아랫입술을 꼭 깨문 셀리우스의 눈에 죽음을 각오한 투지가 솟아오 른다.

“혼자 도망치는 건 좀 곤란한 데……

“괜한 고집부리지 말고 도망가 요. 경비대까지 합류하게 된다면 얼마 안 가 저희 둘 다 죽게 될 겁 니다.”

서슬 퍼런 경고.

허나 서준에게 있어서는 그리 두 려운 말은 아니었다.

“저 엔케이라는 놈을 경비대가 오기 전에 처리하면 아무 문제 없 는 거잖아?”

단순한 정보를 위해서?

아니, 이단이라는 집단의 존재를 알았다면 다른 이를 찾을 수도 있 을 것이다.

조금이지만 셀리우스라는 사람 자체가 서준의 마음에 들었다.

‘억울한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된 다, 라……

그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서준 은 중원 대륙부터 선계까지 항상 응어리진 억울함을 가지고 있었다.

단 한 명만이라도 셀리우스 같은 이가 있었다면 서준이 마선이라고 불리지 않았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단순히 과거의 경험 때문

만은 아니다.

‘패배할 걸 알면서도 모습을 드 러내다니.’

서준의 입장에서는 엔케이는 그 리 위협적인 적이 아니었으나, 셀 리우스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움직 였다.

비록 선인이라 불릴 정도의 선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은혜를 모를 정도의 금수도 아니었다.

적어도, 그 마음에 따른 보답 정 도는 해줄 수 있었다.

피식 웃은 서준이 발걸음을 뗐 다.

일대에 바람이 휘몰아친다.

파앙-!

그리고 뒤를 이어 커다란 파공음 이 들려오고는 지팡이를 치켜세우 고 있던 엔케이가 단숨에 벽면에 처박힌다.

“……어!?”

셀리우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말, 말도 안 돼!”

그것을 시작으로, 셀리우스가 기 겁한 표정이 되어 경악을 내질렀다.

공포, 혹은 두려움은 아니었다.

죽음의 위기로부터 구원받은 자

의 기쁨, 그리고 희망을 느끼고 있었다.

쾅-!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엔케이의 신형을 확인한서준이 등을 돌리어 셀리우스를 응시한 채로 입을 열었다.

“이러면 같이 도망칠 수 있는 거 지?”

“그, 그렇긴 합니다만……

다소 넋이 나간 듯한 대답이었지만, 어찌 되었건 동의를 구하는 데 성공한서준은 등을 돌려 셀리우스 를 들어 업고 땅을 박찼다.

타닥-!

뒤이어, 경비대가 도착했지만 서준과 셀리우스는 이미 흔적도 남기 지 않은 채였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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