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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17화 (217/517)

- 9권 22화

222화

“부디 선계를 지켜다오!”

옥황이 떨리는 팔을 힘겹게 저어 손바닥 위에 검은 책을 소환했다.

직후, 검은 책 위에 붓을 휘날린 다.

그러자 진탕이 되었던 서준의 몸 상태가 빠르게 회복되었다.

갈가리 찢긴 팔과 육신을 부술 기세였던 내상 또한 단숨에 사라졌 다.

온몸에 스며들듯 차오르는 막강 한 생명력에서준이 경악한다.

‘ 이건......

부활에 가까운 수준의 기적, 새 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해도 과언 이 아닐 정도의 막강한 생기(生氣) 는 육체를 더욱 단단하고 질기게 만들어주었다.

다소 놀랍긴 하였지만 옥황이 가 진 권능, 권한을 생각한다면 충분 히 납득 가는 부분이었다.

‘염라대왕의 생사부(生死簿)

생(生)과 사(死)에 개입할 수 있 는 법칙을 비틀어버리는 책.

방식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그 책에 손을 대었을 것이다.

“기회는 한 번뿐이네.”

옥황의 입가로 검게 죽은피가 흘 러내린다.

타인, 하물며 한때 적대했었던 존재에게 운명을 맡기는 것은 비겁 한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허나 지금처럼 큰 부상을 입은 상태로는 저 거대한 운석을 막아낼 수 없었다.

운석을 막아내고 선계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방법.

눈앞에 인간의 가능성을 믿는 것 뿐이다.

“자네가 궁금해하는 것들, 모두 대답해줄 터이니 제발……. 선계를 지켜 주시게.”

이런 간곡한 부탁 없어도 알아서 서준은 선계를 지킬 속셈이었다.

오히려 지금 옥황이 보여준 기적 과 같은 능력은 서준에게는 천재일 우의 기회였다.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폐안을 베어낼 때 보았던 영역, 결 (結).

비록 한 번의 시도로 너머에 도 달하지는 못했지만, 두 번째 기회 가 주어졌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갈 자신이 있었다.

혼돈의 힘으로 빚어진 개벽의 검 이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낸다.

‘더 확실하게, 더 강하게.’

검을 손아귀에 말아 쥔 서준의 신형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하늘 높이 날아간다.

길게 늘어진 운석의 시간, 그에 비해 빠르게 가속하는 서준의 육신.

“이게 나의 마지막이네!”

몸 전체, 뒤편에서 있던 옥황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신력이 서준의 전신을 휘감으며 개벽의 검에 응집 된 기운들을 증폭시킨다.

‘옥황의 신력.’

비록 본인은 그 힘을 다뤄내지 못하고 있지만 생과 人}, 빛과 어둠 의 기로에서 있는 옥황이야말로 혼돈이라는 힘에 대하여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보인다.’

너머의 세계로 도달하는 순간,

시야에 보이던 결(結)이 더욱 거대 해지고 뚜렷해진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그렇기에 쉽게 그 결에 다가갈 수 없었다.

서준의 시야 속, 누구에게도 보 이지 않는 너머의 세계에 존재하는 장막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 이었다.

무수히 많은 장막과 벽이 존재했 지만, 서준의 입가에는 오히려 미 소가 흐른다.

‘이거였구나.’

방금 전, 검로를 가로막으려 했 던 힘의 정체를 명확하게 인식했다.

보인다면 베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촤악-

앞을 막는 장막을 베어내는 개벽 의 검의 묵직한 감각에서준은 확 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야 정말로……

도달했다.

육체가 견뎌내고, 너머의 세계에 존재하는 새로운 결(結)을 인지하 고 있었다.

시스템은 이런 서준의 변화를 놓 치지 않았다.

띵-!

[새로운 너머의 세계, 진결(眞結) 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금기(禁忌) 둥급 활성화 스킬, 통찰안(洞察眼)을 획득합니다!]

[칭호, ‘꿰뚫는 자’를 획득합니 다.]

[보유 중인 칭호 중 가장 뛰어난 능력을 지닌 ‘꿰뚫는 자’ 칭호가 자 동으로 적용됩니다.]

[꿰뚫는 자]

모든 스테이터스가 +1000씩 상 승합니다.

도움을 주려다가 도움을 받은 꼴 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어.’

느리게 늘려놓은 시간 속, 고개 를 돌려 간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옥황에게 미소를 보이고는 개 벽의 검과 거대한 운석이 격돌한다.

그리고 한 줄기 회색빛이 구름 위를 넘어, 더 드높은 곳까지 치솟 아 오른다.

서걱-

무엇보다 가볍게 베어지는 소리 가 귓전에 울려 퍼진다.

이어서, 세계가 다시 본래의 시 간을 되찾는 순간, 서준은 그때에서야 천지를 뒤흔드는 파공음을 들 었다.

쿠구궁! 콰쾅!

거대한 운석이 갈라진다.

“아......

저도 모르게 감탄 섞인 음성이 홀러나오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기분을 만끽하고 있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

쩌적, 콰쾅!

운석이 조각나며 유성우가 선계 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손이 상당히 많이 가는 공격이 네.”

귀찮긴 하지만 걱정을 할 것은 없었다.

‘전부 막아낼 수 있어.’

굳이 하나하나 찾아가며 손을 쓸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거대한 결이 보인다면 아 주 쉽사리 처리할 수 있는 방도가

존재했으니 말이다.

시간을 느릿하게 흘러가게 만들 어 홀로 세계에서 가속한서준은 혼돈의 힘으로 저 유성우를 삼킬 수 있을 거대한 웅덩이를 만들어 낸다.

하늘을 가릴 만큼 커다랗게 형성 된 웅덩이 속에 독을 흘려낸다.

‘혼천마공, 독심소.’

이후 쏟아지는 유성우들의 결의 틈 속으로 독을 흘려보내 유성우를 한 점의 혼적도 없이 녹이는 데 성 공했다.

치익…….

독심소에 집어삼켜지며 자취를 감추는 유성우들의 모습을 끝으로, 완벽한 승자가 정해졌다.

서준을 바라보고 있던 옥황은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정녕, 용족을 막았단 말인가

백옥루 깊은 곳에 숨어서 서준과

의 만남을 거부한 것은 단순히 부 상을 입었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애초에 옥황은 대화를 통해 서준 의 성정, 목적을 알고 있었다.

‘한서준……. 그는 소문처럼 흉악 한 자가 아니다.’

비록 정의를 논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순수한 인물이었다.

물론, 짧은 만남이었던 만큼 완 벽히 그의 성정을 알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한서준이 내뱉은 말올 물릴 정도로 속이 좁지는 않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움을 주기 위해 왔다며 자신을 믿으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옥황 이 구태여 만남을 피할 이유가 없 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만남을 피한 것은 그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용족, 폐안.’

종의 정점, 우주의 수호자라고 자칭하며 자신들만의 잣대를 들이 대 구원과 파멸을 내리는 이기적인 종족.

하지만 어느 종족, 대신도 용족

에게 쉽사리 불만을 표할 수가 없 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용 족이 가진 힘은 기존의 법칙을 초 월해버릴 정도로 압도적이었기 때 문이었다.

대신에 올라있는 옥황으로서도 버겁고 두려운 종족이었다.

실제로도 수많은 선인이 영멸에 들었고, 옥황 본인 또한 큰 부상을 입었다.

그 압도적인 힘을 마주한 이후, 상당한 두려움을 느낀 옥황은 백옥 루의 깊숙한 곳에 틀어박혀 세상에

서 자취를 감춘 것이었다.

‘그런데 한서준은 어떻게……

용족이 내뿜는 기세에 한순간 억 눌리긴 하였지만, 움츠러들거나 두 려움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앞, 전진해나가며 용족과의 싸움을 이어갔다.

그로 인해 한서준은 폐안이라는 무시무시한 용족을 물리치고, 한 발자국 나아갔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받아들 일 수 없는 행동으로 기적과 같은 결과가 도출된 것이었다.

“대체……, 대체 네놈의 진짜 정

체는 무엇이냐?”

아랫입술을 깨문, 옥황이 서준을 바라볼 때였다.

유성우가 떨어지던 하늘에서 내 려와, 땅에 사뿐히 착지한서준이 입을 열었다.

“인간. 알고 있잖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을 건네 는 서준의 모습에 옥황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다.

“용족이 두렵지도 않다는 것이 냐? 정녕 죽음이 무섭지 않단 말이 냐‘?”

“의도를 모르겠네. 그걸 질문이

라고 하냐……

피식- 미소를 홀린 서준의 시선 이 옥황을 향한다.

“당연히 두렵지. 하지만 강한 힘 에는 그에 상당하는 책임이 따르는 법 아니겠어?”

선계라는 차원, 그 안에 살아가 고 있는 수많은 선인의 모습이 옥 황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떨리고 있는 옥황의 시선을 확인 한서준이 말을 이어간다.

“내가 죽음을 감수하면서도 안고 가야 하는 것.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반드시 살아야 해.

그렇기에 있는 힘껏 발버둥 칠 뿐 이야.”

굳은 결의로 다져진 서준의 눈동 자를 마주한 옥황의 입가가 파르르 떨린다.

지금이라면 서준의 말을 부정하 고, 헛된 희망을 바라는 것이라며 비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최선의 선택지를 고른 것이라고 명분을 내세운다면 이 모멸감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 다.

실제로도 폐안의 적수이자, 유일 한 희망이라 불리던 자신이 죽었다

면?

선계, 선인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을 것이다.

옥황이 스스로를 위안할 선택지 를 고르고 있을 때였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것은 좋다만, 합리화하지는 마.”

서준이 미간을 찌푸린 채로 옥황 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자기 자신이 편해지기 위해 합 리화를 하는 것은 그간 너를 지탱 해준 수많은 존재, 선인들의 의지 와 선택을 부정하는 것밖에 더 되

냐.”

서준의 말에 부상을 입었던 자신 을 대피시키기 위해 영멸을 맞이해 야만 했던 선인들의 얼굴이 떠올랐 다.

흐릿해져 가던 이성의 끈이 빠른 속도로 돌아온다.

영멸을 각오하고도 용족에게 덤 빈 용감한 선인들이 바랐던 것이 옥황이 겁쟁이가 되어 백옥루 내부 에 틀어박히는 것이었을 리가 없었다.

분명, 꿋꿋이 일어나 용족, 폐안 을 물리치고 한발 더 나아가고 성

장하는 선계와 자신을 보고 싶어 했을 것이다.

‘대체 뭐가 대신(大神)이란 말이 냐.’

종의 정점이라는 용족의 힘을 마 주한 이후, 죽음이 두려워 안고 있 는 책임들을 내팽개치고 숨어버린 비겁자에 불과했다.

옥황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내가 언제 이렇게 비겁한 존재 가 된 것이지?’

옥황의 시선이 선계의 근원인 백 옥경으로 향한다.

처음 대신에 올랐을 당시, 선계

라는 차원을 선택하고 수호자를 자 처했던 이유가 무엇이던가?

‘자유와 정의.’

그를 실현하기 위하여 선인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하지만 용족이라는 존재에게 압 도당하여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고 말았다.

유일한 희망인 자신이 살아남는 것으로 최악의 상황을 피해냈다는 말도 안 되는 합리화를 펼치는 겁 쟁이가 됐다.

‘지금도 그리 다르지 않다만.’

굳건한 마음을 지닌 한서준과는

달랐다.

여전히 용족과의 싸움이 두렵다.

끝없이 적응하고 나아가는 완벽 한 인간이 아니었기에 훗날 넘어설 수 없는 벽에 가로막혀 최후를 맞 이할 수 있었다.

무수히 많은 가지, 줄기가 선계 의 파멸을 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아가야 한다.

‘나를 위해 희생한 선인들, 과거 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가능성이 완전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한서준이라는 변수가 개입한 지

금이라면……

용족의 잣대에 따라 파멸을 맞이 하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날 수도 있었다.

옥황의 눈동자에 빛이 번뜩인다.

“이제야 얼굴이 좀 볼만해졌네.”

“도움을 받았군, 정말로 고맙네.”

“감사의 인사는 됐고, 그보다 듣 고 싶은 말들이 많은데……

말끝을 흐린 서준이 주변을 둘러 본다.

폐안과의 싸움으로 땅이 극도로 훼손되어 있을뿐더러, 탁 트인 곳

인 만큼 언제 어디서 누가 찾아올 지 알 수가 없었다.

천천히 대화를 나누기에는 그리 좋은 환경이라 볼 수 없다는 말이 었다.

“일단 자리를 옮기는 게 좋겠 네.”

고개를 주억이는 옥황의 모습을 확인한, 서준은 걸음을 옮기어 백 옥루를 향해 나아갔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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