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권 21화
221 화
권능, 투쟁 성취의 능력에 놀란 폐안이 몸을 흠칫 떨고 있던 순간 이었다.
시야 바깥으로 사라졌던, 옥황의 기운이 일대에 퍼져 넘실거린다.
서준이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사 이 옥황은 서준을 도울 준비를 끝 마친 것이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오래 유지 할 수는 없을 걸세!]
뇌리에 울려 퍼지는 옥황의 목소 리와 함께, 경쾌한 메시지 창이 눈 앞에 떠오른다.
띠링-!
[대권능, 태상개천옥황대천존현궁 고상제 (太上開天玉皇大天尊玄智高 上帝)의 가호가 내려집니다.]
[모든 스테이터스(힘, 민, 체, 내) 가 10,000씩 상승합니다.]
[우주의 법칙이 새로이 정립됩니 다.]
[사용자 ‘한서준’이 시간을 조율
할 수 있게 됩니다.]
체내에 용솟음치는 힘.
그리고 부여받은 힘을 확인한 서준의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생각 이상이네.’
부상을 입은 탓에 본래의 힘을 제대로 다 발휘하지 못할 텐데도 구태여 말할 필요 없을 정도로 뛰 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눈앞의 폐안도 폭발하는 기운에 다급히 날개를 펼쳐내고 있었다.
[건방진 것들! 감히 용족인 이
몸에게 대항할 생각을 하다니!]
슈우욱-!
일대를 휘감고 재해(災害)를 일 으키던 혹운이 폐안의 입속으로 모 여들었다.
“이건 많이 위험한데.”
삽시간에 모여드는 강대한 기운 에서준이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그러나 두려워할 것은 없다.
일대에 흘러넘치는 옥황의 신력 들이 체내로 홀러들어와 기운이 폭 발하듯이 솟구치고 있었다.
옥황이 내어준 능력, 흐르는 시
간을 잡아당겨 느리게 만들고는 생 각을 가속시킨다.
‘결국, 나도 우물 안의 개구리였 을 뿐이야.’
중원 대륙 시절, 천마에 오르고 천하를 통일한 이후는 그야말로 세 상의 정점에서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선계에 들어서고, 선인과 마주한 이후 그 격차를 여과 없이 느꼈었다.
서준은 그 벽을 뛰어넘고 부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만 했다.
마침내 최악이자 최강의 마선이 라 불리게 되었을 때는, 천지에 두
려운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지구로 돌아간 이후, 잠시 힘을 잃긴 했지만, 비교적 쉽게, 그리고 빠르게 힘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가파른 성장세와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가진 만큼 두려울 것이 없 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한데 지금의 상황은 무엇이란 말 인가?
‘너무 오만했어.’
용족, 폐안.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 힘은 서준을 압도했다.
이건 비단 용족만의 이야기가 아 니다.
‘옥황은 저런 폐안에게 부상을 입혔다.’
당장 지금 부상을 입은 옥황이 주는 도움, 권능만 하더라도 예상 을 뛰어넘을 정도의 능력이었다.
대신(大神)에 이르러 있는 바알 과 우리엘과 같은 존재들을 과소평 가하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이것이 오만이 아니라면 무엇이 란 말인가?
서준은 다시 한번 자신의 자신감 이 과했음을 깨달았다.
때문에 입가로는 미소가 흐른다.
‘내가 강자라고 부를 수 있는 이 들이 이토록 많이 남아있을 줄이 야……
서준을 즐겁게 할 싸움과 투쟁이 셀 수 없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비단 모두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사명감 때문만이 아니다.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많은 무(武).’
본디 무에는 끝이 없었다.
심지어 익히는 것뿐만이 아닌,
무를 펼치는 방식조차도 다양하다.
파괴를 중시하는 무공이 존재했 고, 어떤 무공은 속도만을 중시했 고, 변화와 기계에 집중하는 무공 또한 존재했다.
무공의 특성은 무한(無限)에 가 가웠다.
그리고 서준은 그 대부분의 특성 을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완성시키지는 못했다.’
많은 이들이 무공의 완성이라 부 르는 대성의 경지를 펼칠 수 있었지만, 지금의 서준은 그조차도 그
저 흉내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지 고 있었다.
‘이토록 많은 벽과 강자들이 남 아있는데……
어찌 감히 완성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서준은 본능적으로 선택의 때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나라 할지라도 모든 것 을 다 담아낼 수는 없다.’
무에 대한 갈망으로 많은 것을 담았다.
천무지체(天武之體)라고 불릴 정 도의 재능은 그 모든 것을 소화해
내었다.
그리고 여전히 계속 진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다소 버릴 필요가 있었다.
이 무수히 많은 세계 속에서 가 장 확고하게 나아갈 수 있는 길, 의지가 필요했다.
‘애초에 내가 익히고 갈고닦았던 무, 천마신공은 모든 것을 담고 있 지 않았다.’
다양한 무공의 기법을 알고 있었지만, 가장 선호하면서도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있었다.
생각을 정리해나가자 답이 보이 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지금 필요한 것은 하나뿐이다.’
종의 정점이라 불리는 용족 앞에서도 패황(W皇)으로 군림하기 위 한 것은 단 하나, 압도적인 무력뿐 이다.
‘격이 다른 힘, 궤를 달리하는 파 괴.’
가장 강력한 힘, 어떠한 존재라 할지라도 마침내 쓰러뜨리고 말 그 상황이 서준을 즐겁게 만든다.
기운을 응집시켜, 압도적인 파괴
를 선보여 왔던 것이 그 증거였다.
‘목표는 정해졌다.’
답을 찾아낸 순간, 생각이 가속 하고 느리게 흐르던 시간이 제자리 를 찾아간다.
폐안은 입안에 흑운의 기운을 뭉 쳐내는 것으로 용의 숨결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진짜 말도 안 나오는 종족이 네.”
이토록 파괴적이고, 강력한 힘을 너무나 쉽게 토해내는 능력이라니?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넘어서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설사, 넘어설 수 없다 할지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
‘용족과는 이미 적이 됐어.’
둘 중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싸 움,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됐다는 것이다.
피식 웃은 서준의 몸에서 기운이 응축되며 폭발한다.
‘혼천마공, 개벽……
말했듯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
그렇지만 정답에 부합하는 파괴 를 펼치기 위해서는 지금 가진 능 력과 그릇이 부족했다.
다행이라면, 서준에겐 이 틀을 부술 방법이 있다는 점이었다.
‘권능 창조.’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끝냈기에 창조할 권능에 들어갈 신화는 명확 했다.
띵-!
[위인(障人), 불패(不敗)의 신화 와 가진 힘을 통하여 권능을 창조
해냅니다!]
[고유 활성화 스킬, 불가역(不可 逆)이 발현됩니다.]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 위광(威 光)과 패배를 생각하지 않는 강한 집념이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게 합 니다.]
초록빛 홀로그램의 메시지가 떠 오르는 순간, 처음 느껴보는 아릿 한 느낌이 느껴지며 오감(五感)이 라 불리는 인간의 감각기관이 개방 되고 진화한다.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느껴지며
세계의 기운, 의지들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신격으로서의 한계가 없어지고 환골탈태가 이루어집니다.]
[신체의 한계가 대폭 확장되고 감각이 조율할 수 있는 범위가 대 폭 넓어집니다.]
폐안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 속에 도 그간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부 분이 보였다.
‘이 점은……?’
결 (結) 이다.
모든 물체에 존재하는 약점이었다.
무공을 익힌 서준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을 노리지 못했던 것은 매번 움직이고, 변칙 적이기 때문이었다.
일정 수준 이상, 반신에만 도달 해도 너무나도 제멋대로 움직이는 지라 사실상 결을 노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지금 서준의 눈에는 고정된 하나의 결이 보인다.
계속 변칙적으로 움직이는 와중 에도, 지속적으로 겹치는 몇 개의 점.
‘이게 불가역의 힘으로 거머쥔 그릇의 힘?’
서준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없었다.
‘온다.’
콰아-!
폐안의 용의 숨결이 쏘아진다.
빠르거나 화려한 움직임은 필요 없었다.
‘숨결은 느리게, 내 육신은 빠르
게.’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은 시 간, 하나 서준의 육신은 아주 빠르 게 움직인다.
쥐고 있는 개벽의 검을 휘둘러 날아드는 용의 숨결을 향해 손을 뻗어, 약점으로 표현된 점을 갈라 낸다.
촤악-!
정신을 차렸을 때, 어느덧 서준 의 검은 폐안의 용의 숨결을 갈라 내고, 그를 쏟아내던 입마저 베고 지나간 채였다.
[……
폐안이 입가에 느껴지는 고통과 쏟아지는 핏물에 경악의 시선을 보 낸다.
‘아직 부족하다.’
옥황의 능력을 빌려 어렵지 않게 용의 숨결을 갈라내긴 했지만, 폐 안의 육신을 베어내지는 못했다.
서준은 만족하지 못했다.
새로운 영역에 들어선 압도적인 재능이 서준의 감각을 한층 더 날 카롭게 일깨우고 자극한다.
필요 없는 것을 비워낸 만큼, 선 택한 한 가지는 끝에 닿아야만 한 다.
‘다시 한번……
검을 꽈악- 말아 쥔 서준의 손아 귀에서 피부가 찢어지고, 핏물이 튀기고 있었다.
지잉-
생존 본능이 경고음을 보내오는 것 같다.
‘역시 부족했어.’
권능의 힘 덕에 그릇은 확실히 성장했다.
그러나 직접 성장한 것은 아니었 기에 육체가 과부하에 대한 경고를 보내오고 있는 것이었다.
감각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그를 뒷받침할 심, 기, 체가 부족하 다는 것이었다.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육체에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서준은 이러한 상황에 익숙했다.
‘부술 때까지 계속 나아간다.’
무식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가장 빠르면서도 확실하게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
[감히-!]
폐안이 날개를 활짝 펴 거대한 광풍을 일으킨다.
뒤이어, 발현된 갖가지 마법들이 그 뒤를 따르며 기세를 더한다.
서준은 그 앞을 향해 망설임 없 이 달려 나갔다.
개벽의 검을 말아 쥔 채로 나아 가는 서준에겐 오로지 압도적인 파 괴 일념이었다.
목표는 용족, 폐안의 육신을 베 어내는 것. 그리고 다시 한번 개벽 의 검이 거세게 휘둘러졌다.
촤악-!
무언가가 찢어지는 소리.
서준은 동시에 찾아온 고통에 자
신의 육체 중 어딘가가 갈가리 찢 긴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생각보다 더 먼저, 서준이 휘두른 개벽의 검은 폐안의 몸을 가르고 지나간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있던 폐안 의 육신이 지상으로 낙하하는 것이 보인다.
[끅…….]
신음이 흐른다.
“아..”
서준은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과 반으로 갈라진 폐안의 육신을 바라 본다.
“이겼다.”
일격에 베어냈다.
‘한계를 넘어섰나?’
아니.
그런 것치고는 얕았다.
‘폐안을 베어내긴 했는데……
상상하고 바랐던 파괴를 보이지 는 못했다.
서준은 개벽의 검을 휘둘러내는 순간, 중간중간 앞을 가로막으려 했던 힘들을 명확히 기억한다.
심지어 육체의 상태도 멀쩡하지 않았다.
검을 휘두른 양손 중 한쪽, 오른 팔은 완전히 갈가리 찢긴 채로 피 를 울컥울컥 쏟고 있었다.
내력 역시 폭주할 듯이 날뛰고 있는 것이, 내상 또한 심상치 않은 상태였다.
‘최소 일주일은 정양해야 되겠 네.’
그래도 이런 서준의 상태는 차라 리 나은 편이었다.
[끄아아악-!]
폐안의 비명이 일대에 울려 퍼지 고 있었다.
쿠구궁....
단순히 내지르는 비명만으로 세 계가 뒤흔들린다.
그 힘도 물론 놀라웠지만, 진짜 로 서준을 놀라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육체가 반으로 갈라졌는데도 살 아있다고?’
놀란 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폐안을 바라본다.
아직 죽지 않았다.
비록 전처럼 위협적인 기세가 느 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폐안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균형을 어지럽힐 존재…….]
반으로 갈라진 육체 사이로 보이 는 붉은 심장이 크게 날뛰고는 기 운올 마구잡이로 뿜어내기 시작했 다.
두 눈으로도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에서준이 경악을 토하고 있을 때였다.
[절대로 살려 보낼 수 없다-!!]
폐안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기 운이 하늘에 뜬 운석으로 향한다.
구구구구-!
상공의 거대한 운석이 빠른 속도 로 낙하하기 시작한다.
[모두 함께 소멸하는 것이다!]
단말마와 같은 외침과 함께, 끊 임없이 날뛰던 심장이 움직임을 멈 추며 폐안의 육신이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허나,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운석 곳곳에서 세계의 근간부터 부수는 듯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