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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12화 (212/517)

- 9권 17화

217화

거적때기와 같은 옷, 그리고 손 에 들린 두꺼운 몽둥이, 마지막으로 머리 위에 작게 솟은 뿔까지.

틀림없는 도깨비의 모습이었다.

‘선계에 도깨비가 있었나?’

중원 대륙에 꼭꼭 숨어 사는 요 괴 중 도깨비들을 몇몇 본 적이 있 긴 했다.

그러나 선계에 들어서서는 한 번 도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선인들에게 부정한 것으로 분류된 도깨비가 선계에 발을 들일 수 있을 리가 만무하지 않은 가?

‘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지?’

심지어, 들어온 것도 모자라 치 안대장이라는 직책까지 달고 있었다.

머릿속에 의문이 피어나고 있을 때쯤, 볼에 커다란 흉터가 있는 도 깨비가 병장기를 들이밀며 다가왔 다.

“백옥루, 서부 지역 치안대장으로서 명한다, 소속과 이름을 밝혀

라, 침입자여.”

“소속과 이름이라……. 나에 대 해서 잘 모르나?”

가늘어진 서준의 눈매가 흉터를 가진 도깨비, 자신을 치안대장이라 소개한 자를 응시한다.

“과거 백옥루에서 이름을 꽤나 날렸나 본데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소속을 밝혀라.”

흔들림 없는 눈동자와 당당한 목 소리, 숨기는 것은 없다.

‘놈은 나를 모른다.’

비록 서준이 마선으로 활보하던 시절, 백옥루에서 살아온 것은 아

니지만.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자연스러 운 행동들을 보아하니 어느 정도 백옥루에서 생활을 지속한 것은 틀 림 없었다.

그렇다면 변화한 선계의 소식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궁금한 것들이 많았는데 잘됐 네.”

“소속과 이름을 밝힐 의사가 없 어 보이는군. 몇 대 맞다 보면 정 신을 차리겠지. 쳐라!”

치안대장이 외치는 순간, 기다렸

다는 듯 모습을 감추고 있던 도깨 비 집단이 서준을 공격해온다.

사방에서 빛이 번쩍인다.

시간을 새는 것이 무의미한 찰나 의 순간이었다.

습격을 해오던 도깨비들의 눈앞 에 불빛이 번뜩였고, 모두가 바닥 에 쓰러져 있었다.

목표였던 서준은 어느덧 두목이 라 할 수 있는 치안대장의 목을 부 여잡고는 높게 들어 올리고 있었다.

“너무 약한데?”

서준의 고개가 젖혀진다.

백옥루의 치안대장을 맡을 정도 의 수준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계에 들어설 자격조차 없을 정도였다.

억지로 장점을 꼽자면 딱 한 가 지, 기세만은 훌륭하다고 볼 수 있었다.

“놔……. 놔라! 감히 이 치안대장 님의 몸에 손을 대다니!”

비록 육신은 허공에 매달려 버둥 거리고 있었지만, 치안대장은 조금 도 주눅 들지 않았다.

쥐고 있던 방망이를 연신 휘두르 며 허공에 도깨비불을 만들어낸 후,

내던지기도 한다.

물론, 서준은 그조차도 가볍게 고개를 젖혀 피했지만 말이다.

“도깨비불이라……. 이곳이 선계 라는 건 알고 있는 거지?”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냐-!”

여전히 당당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치안대장의 모습에서준의 입 가에 헛웃음이 흐른다.

“선계의 기본 율법조차 모르고 있다니.”

상대를 죽이려 한다면 나도 죽을 수 있다.

강호의 법도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곳, 선계는 강호에서 무(武)를 갈고닦은 선인(仙人)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방금 전, 치안대장의 행동은 선 계의 율법이 지켜주고 있는 선을 넘어섰다는 것이었다.

물론, 귀중한 정보원인 치안대장 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분근착골이라고 조금 아플 거 야.”

서준의 손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치안대장의 혈도들을 점해간다.

고통스러움에 비명을 내지르고 싶었지만 그럴 틈새도 없이 충격들 이 이어진다.

당장 의식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 았지만, 기이하게도 정신은 또렷해 져간다.

무언가가 정신을 또렷하게 강제 로 부여잡고 있었다.

계속되는 고통은 그야말로 끔찍 한 수준이었다.

그렇게 치안대장에게는 10시간 같은 10초가 흘렀다.

“끄아아아악-!”

비명이 높게 울려 퍼졌다.

기막을 펼쳐 주변으로 소리가 퍼 져나가는 것을 막은 서준이 다시금 검지를 길게 내뻗는다.

“ 이름.”

우선 시작은 가벼운 질문이다.

“하, 한뫼입니다!”

망설임 없이 대답한 한뫼가 무릎 을 꿇고는 양손을 모았다.

“사, 살려 주십쇼, 나리!”

드높던 기세는 사라진 지 오래였 다.

그런 한뫼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

는 서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른다.

“명심해, 선계에서 상대를 죽이 려 했으면 너도 죽을 수 있다는 걸 말이야.”

한뫼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면 서 대답했다.

“반드시! 반드시 명심하겠습니 다!”

“걱정할 거 없어. 기억하지 않아 도 알아서 몸에 각인될 거니까.”

다시 한번 서준의 손이 움직인 다.

“커헉! 사, 살려, 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는 한뫼와 악마보 다 더 잔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서준의 모습에 공포를 느낀 다른 도 깨비들이 와들와들 떨며 뒷걸음질 을 친다.

“도망가는 놈은 잡아서 똑같이 만들 거다.”

허공을 가르고 전해진 서준의 음 성에는 어떠한 힘도 실려 있지 않 았다.

그러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두려운 광경 때문에 도깨비들이 곧 장 발걸음을 멈춰 선다.

모두가 동작을 멈추었고 흡족스

러운 미소를 지은 서준이 흰자위를 드러낸 채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한뫼를 들어 올리며 다시금 물었다.

“이름이 뭐라고?”

“하, 한뫼입니다……

“나이는?”

“백칠십……

“적네.”

기본적으로 수백 년을 살아가는 도깨비로 치자면 이제 갓 청년이 된 수준일 터였다.

“내가 오랜만에 돌아온 거라 지 금 상황이 매우 낯설고 궁금한 상

태야, 무슨 뜻인지 알지?”

한뫼가 연신 고개를 주억이며 대 답한다.

“뭐든지 물어봐 주십쇼!”

“좋은 자세야.”

서준은 씩 웃고는 한뫼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제법 쓸 만한 정보원을 영입하는 순간이었다.

도깨비들은 갖가지 소문과 이야 기를 듣는 것을 즐기는 이들이었기 에 한뫼는 백옥루에 대한 정보, 서준의 궁금증에 대한 것들을 대다수 답변을 해줄 수 있었다.

물론, 소문에 불과한 것들도 있 는 만큼 답변 중에는 얼토당토않은 수준의 헛소리도 있었다.

“그러니까, 검은 괴물이 갑자기 선계를 침공해왔고 그 뒤로 옥황을 비롯한 선계의 선인들이 완전히 사 라지게 됐다고?”

서준이 던진 질문에 테이블 건너 편에 앉아 있던 한뫼가 고개를 주 억였다.

“그, 그렇습니다.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검은 괴물에게 모두 죽임을 당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본 목격자가 있는 거 냐?”

“속설로만 전해지는 것들이다 보 니 목격자가……

애초에 도깨비들은 이야기꾼들이 었다.

전문 정보원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혹시나 해서 정보의 출처를 물어 본 것이었지만, 타박하는 의미는 아니었다.

서준은 그저 담담하게 두 눈을 감은 채로 한뫼의 이야기를 정리했 다.

‘단순 소문이나 꾸며낸 이야기는 아니야.’

실제로도 잠시 돌아본 백옥루 내 부에는 선인의 모습을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도깨비를 비롯한 아인종이 거리 를 누비고 거주하는 실태였다.

‘선인들이 사라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죽은 것은 아니었다.

백옥루로 오기 전 떠올랐던 메시 지 창뿐만 아니라, 뇌리에 울려 퍼 졌던 목소리까지.

‘옥황은 틀림없이 살아 있었어.’

모종의 이유로 몸을 숨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 이유가 뭘까?’

지금 가진 단편적인 정보로는 알 아낼 방도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외로도 풀어야

할 의문들도 남아있었다.

“그러면 백옥루 내부에는 누가 거주하고 있는 거지?”

“ 예?”

“백옥루의 중심지에 누군가는 거 주하고 있을 것이 아니냐.”

잠시 한뫼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하나, 극히 짧은 시간일 뿐 그는 곧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저희가 거주하는 공간 은 외곽 지역뿐입니다, 중심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예. 근처에 펼쳐진 결계막 같은 것 때문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합니 다.”

“결계라……

서준의 눈이 반짝였다.

틀림없이 그 안에 답이 있을 것 이었다.

결론은 전과 다를 바 없게 되었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보는 것 밖에 없겠네.’

다행히도 아무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검은 괴물의 존재.’

정확한 정체는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들었던 이야기로 추정해 봤을 때, 검은 괴물이 가진 힘은 옥황을 비롯한 선인들을 제압할 정 도로 강력했다.

‘어느 정도 싸움에 대비를 해둬 야겠네.’

마음과 생각을 정리한서준이 자 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이야기해 주느라 고생했고, 앞 으로는 착하게 살아라.”

“혹시 괜찮으시다면 나리께서 어 디로 가시려는지 여쭈어봐도 되겠 습니까?”

서준의 눈치를 살피던 한뫼가 조 심스레 입을 연 것이었다.

“일단은 백옥루의 중심지로 가볼 생각인데, 왜?”

돌아온 대답에 한뫼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그것만은 절대 안 됩니다! 내부 로 들어간 이들은 모두 검은 괴물 에게 잡아먹혔다고 합니다!”

서준의 고개가 젖혀진다.

“이렇게까지 호들갑 떨 일인가?”

위험한 일이었으나, 한뫼의 입장 에서는 서준의 명운 따위, 별로 중 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제가 뱉은 말 때문에……. 그래 도 나름 저에게 자비를 베푼 분이 죽게 되는 것인데 마음이 편할 수 가 있겠습니까?”

“죽는다니? 검은 괴물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어?”

날카로운 서준의 말에 움찔한 한 뫼가 고개를 숙인다.

“그, 그렇긴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른다는 말도 있고……. 그리고

아시다시피 소문과 이야기가 아무 런 이유 없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 지 않습니까?”

간곡히 만류하는 한뫼의 모습에서준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너, 뭔가 알고 있는 거지?”

“그…… 그게.”

한뫼의 미간이 다시 깊게 패였 다.

“숨기고 있는 게 뭐야.”

“……죄송합니다.”

의문점을 완벽히 해소한 것은 아 니었지만,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해놓고 말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건 말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무엇 하나 말할 수 없는 건가? 놈의 이름조차도?”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문 한뫼 가 힘겹게 머리를 쥐어 짜내는 듯 움켜잡고는 입을 열었다.

“ 폐안(港汗)……

쿠궁-!

이름이 불림과 동시에, 일대에 거대한 기의 파동이 울려 퍼진다.

화들짝 놀란 한뫼가 제자리에서

엎드렸다.

“우아악-!”

서준은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지 면을 향해 기운을 쏘아 보낸다.

‘옥황!’

기운에 응답하듯, 익숙한 목소리 가 들려왔다.

[돌아가라. 마지막 기회다.]

‘대체 왜 나를 돌려보내려는 거 냐……?’

마찬가지로 세계를 통하여 의지,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모되는 것은 1갑자 수치나 되 는 막대한 양의 내공.

하나, 지금의 서준에게는 무리가 될 수준은 아니었다.

[돌아가라.]

‘우린 이미 대화를 한번 나누었다. 그러니 알고 있지 않은가. 나는 너를 해할 생각이 없다. 단지 질문 몇 개를 하고 싶을 뿐. 이야기를

나누고 충분한 답변을 듣게 된다면 조용히 돌아가겠다.’

서준의 말에, 짧은 침묵이 흐르 는 듯했다.

[네놈과 나눌 대화는 없다. 썩 돌 아가라.]

계속되는 박대에서준은 저도 모 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보자보자 하니까....

[돌아가라.]

“참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왜 계속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 복……

[딸리 돌아가라, 이곳에 남아 있 다면 네놈 또한 업화(業火)에 삼켜 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 말을 끝으로 메시지가 끊 긴다.

주변에 펼쳐졌던 거대한 기의 파 동 역시 단숨에 모습을 감추었다.

서준은 그 뒤를 빠르게 쫓으려 했지만, 마치 처음부터 자리에 없 었단 마냥 홑어지는 기운을 결국에 는 놓치고 말았다.

“죄, 죄송합니다! 절대로 발설하 지 않겠습니다! 자비를, 부디 한 번 만 자비를!”

그러는 사이 머리를 조아린 한뫼 는 양손을 모은 채 미친 듯이 기도 를 올린다.

서준은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 고는, 다시금 의자에 앉으며 이마 를 짚는다.

‘미치겠네.’

간단하게 대화로 해결할 수 있었 던 일이, 상당히 복잡해져 가고 있 는 것이 느껴졌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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