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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08화 (208/517)

- 9권 13화

213화

시스템의 인정을 받을 정도로 혼 돈의 힘을 능숙하게 다뤄낼 수 있 게 된 서준은 전과는 비교할 수 없 을 만큼 강해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상극의 힘이 서로 부딪히며 만들 어 낸 파괴는, 기존의 기운과 차원 이 다른 수준의 힘을 쥐여 주었다.

‘이것이 금기(禁忌)의 힘.’

서준은 어찌하여 시스템이 이런

단어로 등급을 정의 내렸는지 알 수 있었다.

자격이 없는 자가 다룬다면, 스 스로뿐만이 아닌, 세계를 파멸로 몰아세울 수 있었다.

조건도 까다롭기 그지없었을뿐더 러, 주변 혹은 시스템의 도움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아 니었다.

그야말로 무(武)에 깊은 조예, 천 무지체라 일컬어질 정도의 재능과 천 년에 달하는 경험을 가진 자만 이 다룰 수 있는 힘.

혼돈의 힘이 가진 강력함은 여의

도에 위치한 세이프티 쉘터를 벗어 나 천사들이 침공을 해왔다는 연합 본부의 게이트에 도달하는 순간에 도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1분 남짓인가?’

대한민국의 영토가 그리 넓은 것 은 아니었지만, 서울에서 휴전선 너머에 있는 연합 본부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었다.

게다가 이것이 전력을 발휘한 속 도도 아니었다.

그저 평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싶어 몸을 쏘듯이 날아왔을 뿐이었다.

그렇게 몇 번의 호흡을 뱉었고, 단지 그것만으로 도착했다.

혼돈의 힘에 잡아먹힌 세계의 일 부가 서준의 앞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이 정도면 거의 축지(縮地) 아닌 가?’

본래 축지법은, 길을 열어주는 개념보다는 저절로 이끌어 주는 것 이었지만 속도와 결과만 보자면 비 슷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선계에서도 고도의 술법으로 분류 되는 능력을 단숨에 펼친 것이었다.

굉장한 성과였지만, 서준은 아쉬

움에 입맛을 다셨다.

‘혼돈의 힘을 더 정교하게 사용 해서 더 빠르게 세계의 일부를 내 가 삼킬 수만 있었다면……

연합 본부에 도달하는 시간이 배 이상으로 줄었을 것이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으나, 그것에 얽매이는 것은 미련한 짓이 었다.

‘방법을 알았다면 이제부터 고쳐 나가면 그만이지.’

생각을 갈무리한서준은 고개를 돌려 눈앞의 전장을 확인했다.

연합의 일원들이 드워프가 설치

한 가드 라인에서 천사들과 대치하 고 있었다.

상공 위에는, 거대한 게이트를 넘어온 수백만의 천사가 날갯짓을 하며 허공에 뜬 채 창을 겨누고 있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겁을 먹거 나 움츠러드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천사보다 더 흉흉한 살기 를 뿜어내며 가드 라인을 지키고 있었다.

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고, 개중에는 여러 쌍의 날개를 가 진 고위급의 천사도 꽤 눈에 띄었

으나 서준의 입에서는 안도의 한숨 이 흘러나왔다.

‘다행히 아직 전쟁이 시작되지는 않았네.’

두 진영 사이로 굉장한 긴장감이 흐르고,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아직 피가 흐르지는 않 았다.

[너희들과 나눌 대화는 없다. 엘 리시움의 사신이자 치천사장인 하 누엘의 이름으로 정식 요청 하마. 의장, 한서준을 데려와라.]

그들 중 가장 많은 네 쌍의 날개 를 가진, 은빛 머리칼이 눈에 띄는

하누엘의 음성은 귓전을 넘어서 뇌 리에 깊게 파고들 정도였다.

뱉을 수 있다고 다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세계에 의지를 투영시키고 일대 의 생명체들에게 생각을 전달하는 고도의 전음이다.

‘과연, 상격에 오른 신격.’

에레미아에 이은 두 번째 치천사 장.

서준을 제외한다면 치천사장이라 는 존재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밖 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존재감은 직접 기세를 뿜어내지 않 았음에도 연합의 일원들을 짓누르 기에 충분했다.

하누엘의 등장에 가드 라인을 지 키고 있는 병력 사이에 웅성거림이 일었다.

확실히 리벨리온은 강해졌다.

허나 지금 모여 있는 전력으로는 눈앞의 존재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리벨리온의 병력이 지레 겁에 질 려 소란을 빚어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하누엘이 고개를 내 젓는다.

[이런 하등한 것들과 손을 잡아

야 한다니…….]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하누엘은 다시금 딱딱한 표정이 되어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말한다, 한서준을 데 려와 대화에 응해라. 그렇지 않으 면 이 지구와 리벨리온은 천신(天 神)님의 광노(狂怒) 아래…….]

말을 내뱉던 하누엘의 입가로 싸 늘한 웃음이 흘렀다.

[멸망하게 될 것이다.]

싸늘한 하누엘의 말에 가드 라인 을 지키고 있던 일원들이 눈동자를 굴리며 서로를 바라본다.

천사들을 상대로 항상 승리해 왔 지만, 세상에 절대는 존재하지 않 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나 눈앞의 하누엘에게서 느 껴지는 존재감은 여타 다른 천사들 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갖가지 생각들이 두려움을 부풀 려갔다.

[마지막이다. 미천하고작은 것들 이여, 천신님의 징벌을 피하고 싶 다면 한서준에게 우리가 찾아왔음 을 알리고 원탁의 초대에 응하라고 하라. 그렇지 않다면…….]

펑-!

연이어지는 하누엘의 음성을 끊 은 것은 갑작스러운 포성이었다.

가드 라인에 드워프의 무기가 불 을 뿜어내고 있었다.

물론, 날아간 포탄이 하누엘의 주변에 도달하지 못한 채 허망하게 가루가 되어 소멸한다.

천사, 인간, 수많은 이종족까지, 모두의 시선이 포대를 움켜잡고 있 는 사내에게로 향한다.

[…….]

짧은 침묵이 흐르는 속, 일대의

시선이 포를 쏘아낸 청년에게로 향 한다.

무수히 많은 시선과 그 안에 담 긴 천사들의 부정한 감정들.

이루 말할 수 없는 압박감에 청 년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온다.

“……네놈들의 위선(僞善)을 믿고 따르던 내 동생이 전장으로 파견을 나가 몬스터에게, 악마에게 사지가 불타는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어.”

하지만, 정신이 무너진 것은 아 니었다.

“그런 충성을 보인 우리가 필요 없어졌다는 이유로, 연합에서 탈퇴

했다는 것만으로 침공을 벌여 내 소중한 친구들을 죽이기까지 하지 않았어?!”

오히려 청년의 입에서 일대의 모 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우렁찬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인간, 아니, 우리 리벨리온의 일 원은! 너희 천사의 위선을 똑똑히 보고 겪어온 이들이다! 더 이상은 네놈들에게 속을 수 없다. 개소리 하지 말고 썩 꺼져! 위선자들과 나 눌 대화는 이 이상 없다!”

기백이 넘치는 것은 아니다 청년은 밀려오는 압박감과 수많

은 감정에 압도되어 몸이 떨리고 있었고 두 는동자에서는 눈물이 왈 칵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진심 어린 외침은 큰 변화를 불러왔다.

리벨리온의 일원 모두 천사들의 위선의 도구로 이용당하고, 버림받 았던 이들이다.

머릿속에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 르며 자연스레 주먹에 힘이 들어가 기 시작한다.

분노가 치솟는 눈빛들이 천사를 쏘아본다.

“옳소! 지금만 해도, 우리가 지원

을 요청할 때는 매번 바쁘다고 말 하더니, 정작 자기네들이 급하니까 군대가 빠르게도 모이고 있잖아?”

“ 치졸하다!”

비난이 유성우처럼 쏟아지고 있 었지만, 하누엘의 입가엔 비릿한 미소가 흐른다.

[우리의 잘못도 어느 정도 있다 는 것을 인정하지. 뭐, 몇몇 차원에 는 그에 따른 배상을 해줄 수는 있 다만, 인간들은 정말 은혜를 모르 는 배은망덕한 것들이군. 과거의 기억을 잊은 것이냐?]

대격변의 시대가 시작되고, 지구

에 몬스터 군단과 악마들이 침공해 왔다.

그리고 그들을 막아선 것은 트리 니티와 천사들이었다.

하누엘의 말에 사람들의 눈동자 가 순간적으로 커진다.

분명 그러했다.

수인족, 엘프, 드워프들의 도움을 받았다.

한데, 천사들의 존재를 떠올리려 하면 무언가 흐릿한 느낌이다.

기억을 상기하려 할수록 머리에서 지끈- 거리는 두통이 밀려온다.

모두 미간을 찌푸리며 고통을 호 소하기 시작한다.

“으윽......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누엘의 눈 이 가늘어진다.

[떠올려라, 누가 인간을 위기에서 구하고 악마들과 맞서 싸워 정의 (正義)를 지켜왔는지 말이다.]

뇌리에 하누엘의 음성이 울려 퍼 져 모두의 동공이 살짝 풀어진 듯 힘이 빠져나가려 하는 순간이었다.

“없었어! 없었다고!”

고함을 내지르고 눈물을 쏟아내

던 사내가 하누엘의 말을 끊어낸다.

“거짓말하지 마! 너희들은 그 자 리에 없었다!”

사내는 무언가를 거부하듯, 머리 를 움켜잡은 채로 발악을 한다.

가늘어진 하누엘의 미간이 사내 에게로 향한다.

[분노에 잠식된 변질자에게 베풀 자비는 없다, 죽어라.]

하누엘이 내뻗은 손에서 황금빛 기운이 사내의 심장을 향해 쏘아진 다.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쌔액-!

허공을 가른 서준의 신형이 연합 일원의 앞에 당도한다.

이후, 손바닥을 활짝- 펼쳐내자 거대한 방어 장막이 만들어지며 쏘 아지던 하누엘의 공격을 막아섰다.

콰광-!

폭음이 일어나며 지축이 흔들린 다.

하누엘의 말로 동공의 초점이 풀 리던 사람들의 시야에 빛이 들어오 기 시작한다.

가장 선두, 최전방에서 있었기

에 모두가 서준의 얼굴을 볼 수 있 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모두가 서준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세계에 대군주의 공격을 가벼운 손동작으로 막아설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으니 말이다.

처음 포신을 당겼던 사내의 입에서 안도가 가득 담긴 말소리가 터 져 나온다.

“의, 의장님!”

자연스레 사내의 음성은 신호탄 이 된다.

“의장님이 오셨다!”

“이길 수 있어!”

머릿속을 혼란하게 만들었던 흐 릿했던 기억들, 천사들의 정신 조 작과 주입식으로 만들어진 거짓 된 역사가 사라진다.

연합원들의 머리 위에서 회색빛 기운들이 움직이는 모습에 하누엘 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한서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 를 사전에 철저히 조사하고 왔기에 기운의 주체에 대해서 놀란 것은 아니다.

[이, 이건……』

이 기운은 분명, 금기(禁忌)로 분

류된 혼돈의 힘.

심지어 상당히 능수능란하게 그 힘을 다뤄내고 있었다.

서준의 등 뒤에서, 흘러나온 혼 돈의 힘이 일대로 흩뿌려지며 퍼져 있던 백색의 기운만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천신님의 권능을 빌려 이루어내 고 있던 기억들이 사라져간다.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과업이거 늘...]

미간을 찌푸린 하누엘의 시선이 선두에서 있는, 서준에게로 향한다.

“이 힘의 정체를 알면서 그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어도 되겠어?”

하누엘은 표정을 구기고 있긴 하 였지만, 특별한 행동을 보이지 않 는다.

아까 전 제안을 하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싶어 하는 것이 훤 히 보이는 수작이다.

하지만 이건 애초에 순서부터 잘 못된 것이다.

서준은 천사들과 손을 잡을 생각 이 추호도 없었다.

이를 모르는 하누엘은 여전히 신 격의 위엄을 뿜으며 여유를 보이고 있었지만, 서준의 입장에서는 하찮

게 느껴질 뿐이었다.

혼돈의 힘을 이융한다면 아주 가 볍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은 정도 였다.

굳이, 상상만을 하고 있을 필요 가 없었다.

서준은 손을 내뻗으며 혼천마공 을 펼쳐낸다.

세계가 공포에 움츠러들기 시작 한다.

쿠구궁....

갑작스레 들려오는 우레에 모두 의 시선이 허공, 하늘로 향한다.

푸른 하늘, 그 위에 떠 있던 횐 구름의 색상이 회색빛으로 물들고 그것이 세상을 뒤덮어간다.

회색빛으로 물든 세상, 이따금 말하던 종말이 찾아온 것 같은 느 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혼천마공, 천벌(天伐)

하늘에서 내리치는 빛줄기, 그리고 천사들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그 무리 중엔, 여유를 넘어 오만 을 부리던 하누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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