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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00화 (200/517)

— 9권 5화

205화

“끄아악-!”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찬드라를 바라보던 샐리온이 팔을 앞으로 내뻗고는 손바닥을 펼쳤다.

[녹아라, 녹아서 죽어버려라!]

콰과광-!

불꽃이 사방으로 꽃가루처럼 비 산하며 폭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아직, 아직이다! 이 몸은 위대한 나라연천 님의 친위대이자 빙제 찬

드근}!”

찬드라가 지팡이를 높게 들어 올 리자 거대한 눈보라와 일대를 휘감 았던 냉기들이 육신을 감쌌고 녹아 내렸던 신체를 메꾸기 시작했다.

[제법이군.]

샐리온의 눈이 가늘어진다.

녹이고 밀어냈던 얼음과 냉기가 다시 몰아쳐 찬드라에게 홉수되고 있었다.

[빙제라는 호칭이 괜히 붙은 것 은 아니로군.]

코웃음을 친 샐리온이 눈을 사납 게 추켜세운다.

[허나, 불의 지배자인 이 몸 앞에서는 부질없는 행동일 뿐이다.]

샐리온의 주먹이 찬드라의 육신 을 향하여 날아들었다.

거구의 몸집이었기에 동작이 민 첩하다고는 볼 수 없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덩치만큼이나 실려 있는 힘이 막강했기에, 알고도 막는 것 이 쉬울 리가 없었다.

퍼억-!

폭음과 함께 찬드라의 몸이 기울 어지기 시작하더니 나락으로 추락 한다.

“크읍-!”

찬드라의 당황 어린 목소리가 울 려 퍼지는 순간, 기회를 놓치지 않 겠다는 듯 샐리온은 주먹을 연신 뻗었다.

“한빙지옥의 곡옥(曲玉)!”

찬드라가 다급히 외치자, 공기 중의 냉기가 두텁게 뭉쳐 원의 형 태를 이루고는 주먹을 내려찍고 있 는 샐리온의 가슴을 강하게 때린다.

콰앙-!

신형이 뒤로 밀려나며 공격의 기 회가 날아갔지만, 유의미한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었다.

[가소로운 공격이군.]

코웃음을 치고 있는 샐리온의 모 습을 찬드라가 날카로운 눈으로 노 려보았다.

“허세 떨지 마라! 이 빙제님의 얼음을 무시하지 말란 말이다!”

광기와 집착이 어린 눈동자, 찬 드라는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전신에서 차가운 냉기를 뿜은 찬 드라가 분노의 괴성을 토하며 지팡 이를 휘젓자 주변의 눈보라들이 단 숨에 샐리온을 덮었다.

[이 몸은 샐리온! 감히 불을 관 장하는 정령의 앞에서 냉기를 뿜어

내려 하는 것이냐!]

당연하지만, 샐리온이 찬드라의 공격을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체내에 품고 있던 불길을 더욱더 거세게 뿜어내며 눈보라를 모두 집 어삼킨다.

[아직도 주제를 모르겠느냐?!]

고개를 돌린 샐리온이 비릿한 미 소를 피워 보이고는 찬드라를 바라 본다.

내뱉은 여유가 넘치는 말들과 다 르게 샐리온의 머릿속은 복잡해져 가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하다.’

눈앞의 적, 찬드라는 상당한 강 적이었다.

실제로도 피운 불길에 맞서 싸우 고 밀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타격이 없어 보인다.

물론, 본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 할 수 있다면 너무나도 손쉽게 제 거할 수 있는 상대였다.

하지만 당장 지금 발휘하고 있는 힘만으로도 계약자인 에우레시아의 표정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갓 한계를 넘어선 그녀는 본신의 힘을 써내기는커녕, 소환을

계속해서 유지할 정도의 여유도 존재치 않았다.

싸움이 오래 지속되면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결단을 내린 샐리온은 다급히 말 아 쥔 주먹을 내뻗어 찬드라를 위 협한다.

“느려!”

찬드라의 일갈에 눈매를 가늘게 뜬 샐리온이 남은 주먹 한쪽을 다 시 뻗었다.

그 동작이 전에 비해 재빨랐다.

그러나 그보다 지팡이를 들어 올 린 찬드라의 마법이 더욱 빠르게

발현되 었다.

“네놈이 안에 숨겨 놓은 계약자 를 얼려주마.”

지근거리에 다다라 있는 지팡이 끝에서부터 절대영도의 냉기가 일 어난 순간이었다.

연신, 주먹만을 내뻗고 있던 샐 리온이 황급히 내뻗은 팔을 회수하 며 찬드라의 지팡이를 옭아맸다.

[이제 마법을 발현시키지 못할 거다.]

이어서 샐리온을 감싸고 있던 불 길이 찬드라의 지팡이를 휘감아내 기 시작한다.

“내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당황을 금치 못하던 찬드라가 황 급히 지팡이를 빼내려는 순간이었다.

일대에 피어났던 샐리온의 불길 들이 찬드라의 지팡이를 더욱 강하게 휘감고 압박한다.

[도망칠 수 없다.]

선고한 샐리온은 불의 기운을 더 욱 강하게 피워냈다.

그렇게 피어난 모든 불길이, 빙 제 찬드라의 지팡이를 지나쳐 샐리 온에게로 집중되기 시작한다.

“놔라! 놓으란 말이다!”

본능적인 위험을 느낀 찬드라가 괴성을 내지른다.

지팡이를 휘어잡고 있는 샐리온 은 거인의 형태에서, 점점 더 덩치 를 불려가며 눈을 치켜뜬다.

[소중한 나의 아이들을 해한 죄.]

육신이 커져 갈수록 눈가에는 그 에 걸맞은 위엄이 어린다.

[불을 관장하는 정령왕의 존재를 우습게 본 죄, 마지막으로 나의 계 약자를 해하려 한 죄까지.]

이어서는 말아 쥐고 있는 반대편

손에 불꽃의 검이 쥐어진다.

화르륵-!

형태를 갖춰가는 불꽃의 검의 모 습에 경악한 찬드라의 몸이 사시나 무처럼 떨려온다.

“그, 그 검은……

모를 수가 없었다.

눈앞의 검은 염신도(炎神刀) 아 그니스, 불을 관장하는 관리자의 검이었다.

얼음, 냉기를 다뤄내는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찬드라의 입장에

서는 천적의 무기란 말이었다.

취이익…….

아그니스에서 치솟은 불길이 찬 드라를 휘감고 있던 얼음의 갑주를 모두 녹였다.

이윽고, 아그니스의 불길이 일대 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순간 샐 리온의 선고가 내려진다.

[지금 이 자리에서 네놈의 목숨 으로 받아내겠다, 죽어라.]

휙-!

샐리온이 쥐고 있던 아그니스를 휘둘렀다.

특별한 동작, 기술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휘두를 뿐인 지극히 단순한 동작이다.

그러나 그것이면 족했다.

염신도가 품은 불길이 찬드라가 뿜는 냉기를 완전히 상쇄시키고 있었다.

이는 곧, 더 이상 찬드라가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 자체가 없어 졌다는 것이었다.

“으아아악-!”

타오르는 불길에 집어삼켜진 찬

드라는 고통에 가득 찬 비명과 함께 결착을 맞이했다.

전장의 외부.

불길에 휘감긴 채, 간절한 눈빛 으로 생명을 구걸하는 찬드라의 모 습에 나라연천이 미간을 구긴다.

“스스로의 힘에 취해 마주한 적 의 수준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다

니.”

고개를 내젓는 나라연천의 모습 에 타오르고 있는 찬드라의 눈동자 에는 망연자실함이 깃들었다.

나라연천은 눈동자를 응시하는 것으로 찬드라의 절망을 대수롭지 않게 마주한 채로 선언했다.

“네놈 같이 어리석고 자만심만 큰 신하는 필요 없다.”

나라연천의 선언이 떨어지기 무 섭게, 찬드라는 한 줌의 재조차 남 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서준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가차 없네.’

빙제, 찬드라는 나라연천의 친위 대였다.

어떤 곳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그를 친위대로 받았는지 자세한 배 경은 서준이라도 알 턱이 없었다.

하지만 찬드라가 가진 힘으로 보 아서는 수많은 전장을 함께 헤쳐오 고, 공을 세웠을 것이 분명할 터인 데 단칼에 내쳐버린 것이었다.

“……신하들에게는 제법 자비로 운 줄 알았는데 상당히 독한 면이 있네.”

서준의 말에 나라연천이 코웃음

을 친다.

“자신감이 많은 것은 좋으나 오 만은 스스로뿐만 아니라, 제 주인 마저 위험하게 만드는 독이지. 괜 히 그런 화근을 두어 위험을 만드 느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게 내 버려 두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이 다.”

나라연천의 입에서 매정한 언사 가 연신 흘러나오고 있을 때였다.

[내 시간은 여기까지인 것 같으 니, 계약자를 부탁하지.]

샐리온은 경기장 바깥으로 손바 닥을 내밀어 의식을 잃은 에우레시

아를 서준에게 넘겼다.

체내에 기운을 홀리어 살펴보니 큰 내상이나 부상을 입은 것은 아 니었다.

그저 과도하게 힘을 써서 지쳐 잠든 것처럼 보였다.

한계를 넘은 직후, 가진 힘을 곧 장 쏟아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마지막……. 염신도에 담겨 있던 힘은……

찬드라를 베어낸 직후 자취를 감 추었지만, 염신도 아그니스가 내뿜 던 존재감은 아직도 뇌리에서 잊히 지 않고 있었다.

흡사, 용(龍)이라고 불리던 존재 가 뿜어내던 불길의 위엄을 보는 것만 같았다.

‘본래 그 검으로 싸우는 것이 샐 리온의 진정한 힘이겠지.’

에우레시아에게 무리를 가하지 않기 위해 본인의 힘을 다소 억누 르고 봉인한 상태로 싸웠던 것뿐이 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검을 사용하던 샐리온의 힘은, 웬만한 신격들조차 압도해내고 있었다.

그 정도의 힘을 지금의 에우레시

아가 감당해내기에는 무리일 수밖 에 없었다.

그것이 마지막 순간에 염신도를 꺼낸 이유일 것이다.

‘에우레시아……. 정말 많이 성장 했구나.’

불의 정령왕, 샐리온도 물론 상 당한 강자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 했다.

뭐든 처음이 어려울 뿐이다.

사 대 원소의 정령들과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에우레시아는 바람, 물, 대지의 정령왕과도 계약을 해 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새삼스레 에우레시아가 얼마나 큰 성장을 이루었는지 체감이 된다.

입가로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흐른다.

리벨리온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든든한 큰 힘이 되어가고 있는지 깨달은 탓이었다.

이대로만 가면, 좋은 미래가 있 을 것이라고 서준이 희망하던 때였 다.

“어떻게 되었든, 이번에도 우리 의 패배다. 그러나 그리 불리해 보 이지는 않는군, 결국 출전할 수 있 는 대표들의 수는 똑같으니 말이

다.”

나라연천이 손을 휘젓자, 다시 한번 전장이 바뀌었다.

어둠이 자욱하게 내리깔린 공간.

잿빛 하늘, 마치 심한 가뭄이라 도 온 듯한 검은 땅을 바라보고 있 던 서준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시체 냄새.”

불쾌감을 표하는 서준과 달리 후 드를 눌러쓰고 있던 사내의 입가에 는 씨익- 미소가 흐르기 시작한다.

“크흐흐……. 드디어 내 차례가 왔군.”

나라연천 측 진영에서 있던, 후 드를 덮어쓰고 있던 사내가 앞으로 나선다.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서준의 고 개가 젖혀진다.

‘상하 관계가 아니야?’

지금까지 출전했던 바라하. 쿠라 마, 찬드라는 왕좌 위에 앉아있는 나라연천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예를 표했다.

하지만 후드를 덮어쓴 사내는 다 소 편한 화법을 사용할뿐더러, 내 뱉는 말에 충성심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나라연천 또한 이러한 발화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그림자가 미끄러지는 것 같은 기 이한 움직임으로, 전장에 선 사내 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 이름은 칼리드나, 시신(屍神) 이다.”

서준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신격?’

이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갔 다.

여태껏 출전했었던 모든 친위대 는 반신(半神)의 존재였다.

하지만, 눈앞의 칼리드나는 스스 로를 시신(屍神)이라고 말을 내뱉 고 있었다.

‘남도 차원의 용병으로 고용되어 출전하는 거겠지.’

어디서, 어떻게 칼리드나를 고용 을 해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칼리드나라는 존재는 나라연천이 오늘의 대결을 위해서준비한 비장 의 한 수였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질문을 던지고 있는 나 라연천의 눈매가 휘어져 있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대장인 자네 가 나설 것인가? 아니면 부하를 보 내 힘을 재보고 조금이라도 유리한 싸움을 하겠는가?”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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