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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190화 (190/517)

- 8권 20화

195화

간절한 목소리로 대답을 바라는 바알이었지만, 돌아오는 말은 허무 하기 짝이 없었다.

“어떻게? 그냥 되던데.”

분명 귀로 똑똑히 들었지만, 너 무 어이없어서 반문이 홀러나온다.

“그냥……. 됐다고?”

“뭐, 다른 힘을 다룰 때보다는 조금 어렵긴 했지만 말이야.”

허무맹랑한 소리였지만, 한 치의

거짓도 느낄 수 없었다.

‘가능하단 말인가……? 이런 일 이……?’

수천 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연 구해온 자신을 너무나도 초라하게 만드는 결과였다.

이윽고, 눈앞에서 있는 인간이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악마왕으로서의 자부심, 자신감 과 같은 마음이 무너진 것이었다.

이래서는 안 되었다.

억지로 마음을 다잡으며 서준의 말의 허점을 파고든다.

“거짓말! 마기를 다뤄내는 네놈 이 신성의 힘을 그냥 손에 넣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 어떠한 종족이라 할지라도 신 성과 마기를 동시에 품고 있을 수 는 없었다.

상극에 다다른 두 속성을 동시에 다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대한 존재들의 유산이 필요했다.

“정확히는, 신성력은 어떤 착한 천사가 가져다준 물건 덕분에 얻었지만 말이야.”

“그 말은, 위대한 존재의 조각을

얻자마자 혼돈의 힘을 다뤄내고 있 는 거라는 말이냐?”

계속되는 반문에서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른다.

“그만 부정하고 현실을 받아들 여, 네 재능은 나를 따라올 수 없 다고.”

괜히 적으로 분류된 바알에게 친 절히 대답을 해주고 있는 것이 아 니었다.

신격은, 의지가 곧 힘이었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지금의 바 알처럼 마음이 꺾이고 무너지게 된 다면 제대로 된 힘을 펼칠 수 없다

는 말이었다.

실제로 그 효과가 발군이었다.

시야 속 바알이 심란한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승산이 없다.’

애써 부정하려 노력했지만, 한서준은 이런 분신체로 대적할 수 없 는 적수였다.

전쟁터도 좋지 못했다.

계속되는 큰 충돌들이 연달아 있 던 만큼, 위치가 노출되어 버렸다.

곧, 리벨리온의 증원군이 이곳으로 올 것이었다.

그냥 맞붙었다면 그리 위협적인 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서준을 상대하면서’라 면 이야기가 다르다.

‘ 필패 (必敗).’

그나마 도망가는 것이라면 어떻 게든 가능하겠지만, 그마저도 현명 한 판단은 아니다.

혼돈의 힘을 다루고 있는 한서준 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너무 위 험했다.

반드시 여기서 손을 써둬야 했 다.

“……마지막으로 제안하겠다, 나, 바알을 비롯한 판데모니움과 동맹 을 맺을 생각이 없는가?”

“개소리도 그럴싸하게 하네.”

코웃음을 친 서준이 중지를 곱게 뻗어낸다.

“이거나 먹어라.”

“기어이 우리 악마, 판데모니움 과 완전히 척을 지겠다는 것인가? 잘 생각해라. 이게 내가 너에게 내 줄 수 있는 마지막 자비다.”

“내 땅에서, 내 동료를 건드렸으 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

말을 내뱉는 서준의 몸에서 진한 살기가 어려 나온다.

악마족을 빌려 위협을 가하였지 만, 전혀 통하지 않는다.

최선의 선택지인 회유, 협상은 완전히 결렬되었다.

그렇다면 차선의 선택지를 꺼내 들 때였다.

“후후, 그래, 그렇단 말이지. 하 하! 한서준! 고작 이 내가 분신체 하나 믿고 이곳에 직접 행차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바알의 붉은 두 눈이 번들거린 다.

“협상은 결렬되었다, 지구, 리벨 리온은 이제 우리의 적이다!”

파지직-!

요란한 스파크 소리와 함께 머리 위의 하늘, 세상이 일그러지기 시 작한다.

‘위험하다.’

오랜 시간 전투, 전쟁을 벌여왔 던 본능이 경고를 보내온다.

위기를 느낀 서준이 황급히 발을 놀린다.

회색빛 줄기가 쏘아지며 바알의 사지를 찢어발긴다.

팔과 다리뿐만 아니라 몸과 머리 가 절단되어 제대로 된 형체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바알의 입가에는 미소가 흐른다.

“마음껏 날뛰어라. 종말을 선사 해 주어라!”

쿠구궁....

하늘이 떨리는 소리와 함께 균열 이 열린다.

역천을 사용해 게이트를 닫기에 는 한발 늦어버렸다.

“어쩔 수 없겠네.”

서준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다.

허나, 이미 벌어진 일에 후회, 자 책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현재 고를 수 있는 최선의 수를 고른다.’

서준은 자세를 다잡으며 전투 준 비를 한 채로 머리 위 게이트를 바 라본다.

그 순간이었다.

머리 위에 열린 게이트에서 원반 모양의 비행체가 빛을 번쩍이며 모 습을 드러낸다.

‘우주선?’

그것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던 우주선과 같은 모습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상상했던 것에 비해서 너무나도 크다는 것이었다.

말이 하늘 위에 나타난 것이지 정확하게 말하면 일본을 넘어 한국 일부까지도 덮을 정도로 거대했다.

가늘어진 눈을 한서준이 우주선 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띠링-!

[차원 남도의 지배자, ‘나라연천 (W羅延天)’이 지구를 향한 전쟁을 선포합니다.]

“ 남도?”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에서준 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처음 투신의 신격에 올랐을 때 결투를 요청했던 곳.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기억 속에 묻어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싸움을 걸어온다 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바알은 영악한 악마였다.’

패배가 확정된 싸움을 벌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알이 자신 감 있게 남도의 나라연천을 불러내 었다.

달리 말하자면, 바알은 남도의 나라연천을 더 높게 평가했다는 것 이다.

서준이 가늘어진 시선으로 우주 선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내게 명령하지 마라, 악마왕.]

중후한 목소리와 함께 우주선의 중앙, 넓게 뚫린 구멍으로부터 푸 른빛이 광선처럼 흘러나왔다.

그 사이로 하나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린다.

‘강하다.’

직접 나라연천을 마주하고 나니 어째서 바알이 그토록 자신감을 비 쳤는지 알 수 있었다.

느껴지는 기운만으로도 나라연천 은 에레미아를 뛰어넘고 있었다.

대신(大神)에 가까운 존재.

아니, 이미 가진 힘만으로만 보 자면 대신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 을 정도였다.

눈을 홀기며 나라연천의 전력을 가늠하고 있던 사이, 빛을 마치 계

단처럼 형성한 세 명의 인영이 서준의 앞에 선다.

언뜻 보자면 지구의 인간과 닮은 얼굴과 체형을 한 붉은 머리의 남 자가 웃음을 보이며 말을 걸었다.

마주하는 순간, 온몸의 솜털이 바싹 솟아난다.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저자가 나라연천.’

두 투신이 서로를 향해, 미소를 보인 채 마주 바라본다.

나라연천은 눈자위는 머리색과 달리 푸른빛을 머금고 있었다.

푸른 동공은 다소 요염한 빛을 흘리는 듯도 하다.

말없이 마주하고 있는 두 투신은 서로를 가늠하기 위하여 기세를 흘 려낸다.

무형의 공방을 주고받은 직후, 나라연천이 미소를 보이며 먼저 입 을 연다.

“감히 내가 앉아있는 투신을 표 방하는 것이 오만하다고 생각했는 데,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자였 군.”

“너도 상당하네.”

“나는 나라연천, 차원 남도의 지

배자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한서준.”

“한서준이라……. 특이한 이름이 군.”

그 이름을 몇 번이고 더 혀에서 굴린 나라연천이 다시 입을 연다.

“뭐, 이름 따위가 중요한 게 아 니지, 알다시피 나는 리벨리온, 한서준 그대와 싸우기 위해 왔으니.”

“그런 것치고는 상당히 얌전한 접근을 해준 것 같은데?”

서준의 말에 나라연천의 눈가가 묘하게 휘어진다.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그려진다.

“필요로 인하여 잠시 손을 잡았 다고는 하나, 박쥐와 같은 악마 놈 들을 완전히 신용할 수는 없는 법 이지.”

“그 부분은 동의할 수밖에 없겠 네.”

“그래서 나는 굳이 큰 전쟁을 벌 여가며 서로의 전력의 손실을 가져 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서준의 고개가 젖혀진다.

“달리 싸우고 싶은 방식이라도 있다는 건가?”

“대장전에 대해서 알고 있나?”

“대표를 뽑아 싸우자는 말이냐?”

“그렇지. 굳이 많은 피가 흐를 이유는 없지 않은가. 각 행성의 대 표자들을 뽑자. 다섯 정도가 좋다 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고민할 것도 없는 이야기였다.

나라연천이 거느리고 있는 남도 의 실력자와의 대전쟁.

여파가 작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 각했다.

자칫하면 도시 혹은 국가 반파의 위기까지도 생각했는데 남도 측이

좋은 제안을 해온 것이다.

심지어 지금 리벨리온은 에레미 아와 대전쟁을 벌여 부상자들이 많 았고, 피로 또한 누적된 상태였다.

이런 간결하고 부담이 덜 가는 제안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수락하지.”

“시일은 사흘 후 밤까지. 리벨리 온을 대표할 인물들을 뽑아 와라. 무대는 우리 쪽에서 정하겠다. 불 만은 없겠지?”

서준은 고개를 주억이고는 입을 열었다.

“승자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차원의 모든 것, 그리고 신격에 대한 증명, 그리고 대신에 오른 자 의 인정이다.”

서준의 눈이 반짝인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남 도에 존재하는 신의 신명은 다름이 아닌 ‘투신’이었기 때문이다.

‘바알이 아주 좋은 선물을 주고 갔네.’

대신(大神)에 오르기 위한 조건 중 하나, 같은 상격의 투신에게 인 정을 받아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때문에, 상격의 투신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문제가 단박에 해결된 것이 었다.

“좋아, 아주 마음에 쏙 드는 제 안이네.”

“기대하며, 기다리도록 하겠다.”

마지막 말과 함께 미소를 보이며 등을 돌린, 나라연천은 우주선에서 흘러나온 빛에 휘감기며 자취를 감 춘다.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다섯이라……

서준은 대장 전에 진출할 인원의 수를 입으로 되뇐다.

이내, 등을 돌려 한국의 땅을 향 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다소 급하게 전쟁이 성립되었다.

다행인 것은 남도의 지배자 나라 연천이 전면전이 아닌 대장전을 택 해 주었다는 것이었다.

서준만큼이나 도심과 연합의 안 전을 중요시하는 강석호의 입장에

서는 너무나도 기쁜 일이었다.

“대장전이라니, 우리 입장에는 상당히 좋은 제안이군요.”

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 였다.

“그렇긴 합니다만, 또 마냥 좋아 할 수는 없네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강석호의 고개가 갸웃 젖혀진다.

“대장전이라고 하면 흘려야 될 피의 숫자는 적어졌으나, 그만큼이 나 중요한 인물을 골라내야 하니까 요.”

당연히 서준은 자신이 패배할 거 라곤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남은 네 명의 경우까지 승리를 확정할 수는 없었다.

“흐음, 그것도 그렇군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명신 의였다.

무명신의의 성장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그리고 실제 서준이 현재 데리고 있는 수하 중 가장 강했다.

‘그리고 자칼과 에우레시아.’

자신, 서준을 포함한 이 네 명까

지는 특별한 고민이 없었다.

모두 반신에 올라, 벽을 넘어선 존재인 만큼 전력에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참가 인원 중 넷이 결정되었다.

문제는 마지막 한 명이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본래라면 광무혈마를 데려갔을 것이다.

설령 패배하더라도, 재능이 좋으 니 이번 싸움에서 얻을 것이 있을 것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광무혈마는

아직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억지로 깨워내서 싸우게 만들 수는 없지.’

광무혈마에 대한 미련을 접은 서준은 머릿속을 정리하며 후보를 골 라간다.

이어 떠오르는 이들은 휘노소프, 레잉가와, 이세디아 정도가 남아있었다.

아티팩트에 의존하며 싸우는 휘 노소프는 말할 것도 없었으며, 레 잉가와 이세디아는 성장판이 거의 끝에 다다른 상태였다.

‘이번 싸움에서 죽지 않고, 무언

가를 배울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자 딱 한 명,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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