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권 17화
192화
악마왕(惡魔王), 바알.
중원 대륙의 무인인 광무혈마에 겐 생소한 존재였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위험하다는 악마족 중에서도 왕의 호칭을 사용하다니 도대체 얼 마나 강하다는 건지……
그리고 이런 광무혈마의 생각은 적중했다.
쿠웅-!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으며 어깨 를 짓누른다.
하지만 절대로 무릎을 꿇을 수는 없었다.
‘교주님을 욕보인 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다……!’
신하의 품격이 떨어지면, 군주 되는 자도 욕먹게 되는 법이었다.
절대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이를 악문 광무혈마가 쥐고 있던 검을 역수로 잡아내 바닥에 꽂아
넣었다.
두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후들거 렸지만, 끝내 쓰러지지 않았다.
억지로 허리를 꼿꼿이 펴낸 광무 혈마는 미간을 찌푸리며 바알올 바 라본다.
“감히, 누구 앞에서 눈을 부라리 는 것이냐.”
쿠웅-
일대를 지배하고 있던 기운이 파 지직- 튀어 오르며 전류가 앞으로 쏘아진다.
그 기세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여 태 당당하게 바알과 맞서고 있던
광무혈마의 안색마저 사색이 되어 있었다.
“ 염병할.”
욕설을 홀린 광무혈마는 눈앞으로 날아든 전류를 피해 몸을 숙이 고는 바닥을 굴렀다.
이후, 잽싸게 자세를 다잡으며 바알의 품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암왕무(暗王武), 혈천주(血天
柱)
서준이 과거, 등선을 위해서 모 든 무공을 닥치는 대로 습득할 때 우연히 얻게 된 무공이자, 이번에 친위대로 임명한 광무혈마에게 하
사한 무공.
그 위용은 엄청났다.
천 년 전, 천하제일고수이자 지 금까지도 중원 대륙 고금제일인의 이름을 따질 때면 다섯 손가락 안 에 뽑히는 인물 중 하나의 무공이 었다.
전수해준 서준의 추정으로는 그 높은 하늘 같은 무위를 이용하여 홀로 등선해 신격에 오른 고수.
암왕무는 그런 고수의 무공이었다.
기존에 광무혈마가 사용하던 무 공들보다 몇 수는 위의 무공이라는
것이다.
무공의 깊이와 위력, 그리고 난 이도까지 모두 말이다.
그 경지나 너무나 난해하여 뛰어 난 재능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광무 혈마도 이 무공을 제대로 소화해내 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나, 이 정도만으로도 눈앞의 존재에게도 치명적인 한 방을 먹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역공을 가해올 생각을 하다니,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비릿한 미소를 홀린 바알의 주변
으로 공기가 떨리는 듯하더니, 붉 은 전류를 다시 퍼뜨렸다.
쾅-!
달려오던 광무혈마가 볼품없이 회의장의 벽면에 처박힌다.
“죽고 싶은 게로구나-!”
음성에 실린 위엄만으로 광무혈 마의 온몸의 털이 쭈뼛하고 솟아올 랐다.
‘진짜 괴물이로군.’
단순한 힘의 문제를 벗어나서라 도, 바알이 흘려내는 기운들이 몸 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 천적(天敵), 포식자의 앞에 선 피식자가 된 기분이다.
일전에 전장에서 이러한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기에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이놈도 신격에 오른 존재다.’
정확한 수준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혼자서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다행인 것은 이곳은 리벨리온의 본부가 있는 지구, 한국의 땅이라 는 점이었다.
근처의 거리로 조금만 벗어나도 이 거대한 양의 기운은 퍼질 것이 고 금방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 었다.
‘거리까지 도망을 칠 수 있냐가 문제인데……
고민과 의문은 사치다.
해내야만 한다.
잡념을 지워낸 광무혈마는 곧장 내뻗던 다리의 방향을 바꿨다.
다행히도, 바알은 호통과 달리 뒤를 쫓아오지는 않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 근처 빌
딩이 있는 도심까지 빠져나온 광무 혈마가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한시라도 빨리 본부와 교주님에 게 이 사실을 알려야……
근처의 리벨리온 혹은 협회의 건 물을 찾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고작 이것 도망치려고 나를 기다리게 했더냐?”
둥 뒤에서 스산한 목소리가 들려 온다.
놀란 광무혈마가 황급히 발을 놀 리려던 순간이었다.
푹-
찰나라고도 할 수 있는 짧은 틈 새에 날카롭게 솟은 바알의 손이 광무혈마의 어깨를 관통했다.
“크읍!”
두 눈을 부릅뜨고, 고통에 가득 찬 얼굴이 된 광무혈마가 뒤를 돌 아본다.
“어떻게……
휘어진 눈을 한 바알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른다.
“이곳이라면 한서준도 확실히 내 경고를 받았겠지.”
바알의 몸을 시작점으로 해 붉은 전류가 일어나며 퍼져나간다.
방금처럼 단둘만이 있던 장소라 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도심의 한복판.
이런 기운이 퍼져나간다면, 대량 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었다.
광무혈마가 이를 아득, 깨물며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릴 때였다.
“늦었다.”
일대에 유리가 마구잡이로 깨지 고, 퍼져나간 전류가 건물을 집어 삼켜 화마를 만들기 시작했다.
“꺄아악-!”
“누가, 누가 신고를!”
사람들의 비명이 시작되었고, 이 어 건물들이 무너져 내린다.
콰광-!
“그래, 공포에 떨어라! 조아려라! 한서준이 직접 나를 의식하도록, 더욱 크게!”
바알은 무너지는 도심지의 모습 을 흡족하게 바라봤다.
이윽고,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피워낸 바알은 손아귀에 쥐고 있던, 광무혈마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내 존재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 게 될 테니,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군.”
말을 끝맺은 바알은 어둠 속으로 은신해 자취를 감추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붉은 벼 락이 내려쳤다.
근처에 위치한 빌딩들에 수많은
화재 사건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발생한 인명 피해가 엄청났다.
그 중심지에 광무혈마가 큰 부상 을 입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강석호가 급히 소집한 특급 의료 진들의 치료를 받은 덕에 생명에 문제는 없었지만,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광무혈마의 앞에 선 서준은 신음을 홀린다.
“……누가 이런 거지?”
범인이 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 었다.
육도혈환술을 이용해 치료를 진 행하려 했지만, 의지가 실려 있는
기운이 회복을 방해했다.
최소 신격에 다다른 존재가 공격 을 가한 것이란 말이었다.
불행 중 다행히도 내상은 없다는 것이 그나마 안도할 수 있는 점이 었다.
허나,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해 서 분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회의를 하던 하베스트가의 S급 각성자가 행방불명된 상태라 조사 중입니다.”
돌아온 강석호의 대답에, 서준은 혼잣말을 내뱉으며 지끈거리는 이 마를 부여잡는다.
“골치 아프네.”
신격에 다다른 존재는 도시 하나 를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을 정도 로 강했다.
그런 존재가 지구, 서울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 다.
그렇지 않아도 언제 천사, 악마 들이 쳐들어올지 몰라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에 신경 써야 할 일이 하 나 늘어난 것이었다.
스스로가 자초한 상황에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이런 돌발 상황을 이겨내
야지만, 목표로 하였던 완전한 자 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길어도 사흘 안에는 보고드리도 록 하겠습니다.”
작정하고 숨어든 신격을 찾아내 는 것치고는 상당히 빠른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태여 그 오랜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알아서 부르고 있네요.”
“무슨 말씀이신지?”
강석호가 고개를 젖히고 있었지
만, 기감이 아주 민감한서준에게 는 명확히 느껴지고 있었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꿈틀대는 거 대하지만 은밀한 기운이 말이다.
“이 사건의 범인, 광무혈마를 이 렇게 만든 놈이 저를 부르고 있습 니다.”
감히, 서준의 말을 거짓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렇기에 강석호의 표정이 어두 워진다.
“……함정일 수 있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이미 계산을 끝마친 상황이었다.
설사, 그 정체가 대신(大神)이라 할지라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 다녀올게요/
자신만만한 음성과 함께, 웃음을 흘린 서준이 등을 돌리며 자리를 벗어났다.
서준은 전쟁의 장소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확한 힘을 알 수는 없다 만……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들은 머리 카락을 쭈뼛 솟아나게 만들 정도다.
뿐만 아니라, 치료되지 않는 광 무혈마의 상처를 생각하면 적어도 신격에 올라 있으면서도 가진 힘을 능숙하게 다뤄낼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존재였다.
결단코 만만한 상대는 아닐 것이 라는 말이었다.
‘가능하다면 주변에 아무것도 없
는 곳이라면 좋겠는데……
다행이라면 의도적으로 기운을 흘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범인으로 추정되는 적의 목적은 분명 자 신, 서준이었다.
확신이 있는 만큼 몸을 날릴 수 있었다.
실제로 상대는 서울을 지나쳐 동 해로 날아가고 있는 서준의 뒤를 계속해서 쫓아오고 있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일본을 넘어, 태평양에 이르러서 야 움직임을 멈춘 서준이었다.
뒤를 쫓아온 상대는 네 쌍의 검
은 날개를 펼친 채로, 서준보다 높 은 곳에 선다.
하늘 위의 사내, 그 얼굴을 확인 한서준의 고개가 젖혀진다.
“루이드 하베스트?”
전에 강석호를 통하여 루이드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를 들은 적이 있기에 얼굴 정도는 알고 있었다.
분명 눈앞의 사내는 그 당시 보 았던 루이드 하베스트와 똑 닮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코 그를 루이드라고는 부를 수 없었다.
“아니지, 인간의 탈을 쓴 박쥐
놈이네.”
고개를 내젓는 서준을 바라보던 바알의 입가가 비틀린다.
“박쥐? 지금 이 몸을 칭하는 말 인가?”
“그럼, 너 말고 다른 박쥐가 있 나?”
“입이 상당히 거칠군. 그걸 농담 이라고 하는가?”
“완전 진심인데?”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차며 웃은 바알이 팔짱을 꼈다.
동시에 루이드의 육신을 한, 바
알의 몸에서 붉은 전류가 치솟아 오른다.
“이 몸은 모든 악마의 위에 군림 하는 왕, 대신(大神), 지저(地底)의 대현자(大賢者) 바알이다!”
바알, 지저의 대현자라고도 불리 는 그가 손을 뻗자 밝은 붉은빛 기 운이 응어리지며 마법 진을 그려낸 다.
콰앙-!
이어서 하늘에서 붉은 벼락이 연 달아 내리치기 시작했다.
“이제야 이 몸의 위엄을 알겠 나‘?”
“뭐, 특이한 박쥐라는 것쯤은.”
순간, 바알의 미간이 꿈틀거린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는 말을 이어간다.
“뭐, 좋아. 어느 정도 자격을 갖 춘 네놈은 특별한 존재다. 선처를 해주지.”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어차 피 내가 너를 선처해줄 수 없거든.”
“싸움만이 최선의 해결책은 아닌 법.”
서준이 자세를 다잡으며 기세를 끌어올리지만, 바알은 제 할 말을
이어나갔다.
“잘 생각해보게. 우리가 굳이 적 이 될 이유가 있는가?”
“그걸 말이라고 해?”
이번 광무혈마를 위협한 행위는, 사절로 보낸 신하를 죽인 것과 다 를 바 없었다.
이럴 경우, 왕으로서 취해야 하 는 행동은 배로 갚아주는 것뿐이었다.
그것이 신하 된 자를 거느린 왕 의 도리였다.
적이 조금 강력해 보인다고, 수 족과 같은 신하의 억울함을 방치한
다면 그 어떤 신하도 모시는 왕을 진심으로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도통 위치를 알 수 없는 자네를 불러내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지. 거듭 말하겠네. 인간의 왕이여. 나 는 그대와 굳이 싸우고 싶지 않다 네.”
당연하지만, 말도 안 되는 핑계 였다.
정말로 접촉만을 바랐다면 평화 적으로 접근해올 방법은 수없이 많 이 존재했다.
이번 공격은 그저, 자신의 위세 를 보이기 위함일 뿐이라는 것이었
다.
그렇기에서준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말 한마디가 툭 튀어나와버 렸다.
“X랄 하고 있네.”
귀환한 천마는 만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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