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권 14화
189화
콰직-!
에레미아의 머리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지고, 육신은 재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한다.
띠링-!
[치천사장, 백식(百式)의 웨펀 마 스터 에레미아를 처치했습니다.]
[초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투신 신명의 효과가 발동하여 추가로 경험치를 얻습니다.]
[레벨이 280으로 상승합니다.]
[중급 신의 자격으로 상격의 신 을 처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경이로운 업적입니다!]
[보유 중인 신화에 불패(不敗)의 신화가 추가됩니다.]
언제 보아도 기분 좋은 레벨 업 메시지 창과 더불어, 신화에 관련 된 정보가 떠올랐다.
하지만 서준은 그를 만끽하고 있
을 틈이 없었다.
‘다시 이 힘을 거둬야 한다.’
혼돈의 힘이 소용돌이치고는 차 원 자체를 삼키기 시작한다.
상격의 신인 에레미아의 심검과 차원 전체를 집어삼킬 만큼 혼돈의 힘은 위험하고도 매우 강력한 힘이 었다.
이런 힘을 방치한다면 글로리시 아뿐만 아니라 게이트 너머 지구마 저도 위험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지금의 서준에게 있어 서 이 난폭하고 강력한 기운을 흘 려보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서준은 침착하게 퍼져나가는 기 운을 조율해 마침내 갈무리했다.
띵-!
[혼돈의 힘을 의지대로 다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신화 둥급 무공, 혼천마공을 창 조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단합니다! 역사에 남을 업적으로 포스 시스템이 판단, 사용자 ‘한서준’의 둥급을 다시 판독합니다.]
[중격의 신위로는 담을 수 없는 힘입니다!]
[시스템의 판단에 따라 사용자 ‘한서준’을 상격, 투신의 신위로 숭 격시킵니다.]
[투신과 관련된 스킬의 레벨이 상승하고 권능 창조의 권한이 하나 더 부여됩니다.]
[대신(大神)의 키워드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아카식 레코드를 확인하십시오.]
상격에 도달한 신위(神位)의 추 가적인 능력들과 대신에 대한 정보 까지.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보고 싶지
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쿠구궁…….
그렇지 않아도 전투로 파괴되었 던 세계 속에 혼돈이 퍼져나감으로 써 완전한 멸망을 초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닥에서 솟구치던 용암은 이제 는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밝았으며, 불길은 모든 생명을 집어삼키며 차 원을 급속도로 붕괴시켰다.
쿠궁, 쿠구궁…….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가 뒤집힌 다.
힘들게 이기고서는 이런 데서 허
무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았다.
서준은 곧장 게이트 밖, 지구를 향해 뛰어나갔다.
서준이 에레미아와 접전을 이어 나가고 있을 때.
지구의 상황도 천사 진영이 밀리 는 상황이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어찌 신격에 오르지 못한 이들 의 공격에 의지가 실려 있을 수 있 단 말인가!]
치천사들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서준이 스킬을 전수해준 열 명의 친 위대의 공격이 아주 매서웠기 때문 이었다.
거기에 더불어 수적 우세까지 이 용한 끊임없는 합공은 치천사들을 몰아세우기에 충분했다.
치천사들은 곧 이어질 글로리시
아로부터의 지원군을 믿으며 간신 히 버텨내고 있었지만, 이러한 희 망도 오래가지 못했다.
[이건……!?]
[에레미아 님……』
계속해서 발악하던 치천사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다가, 이내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다.
비단 유리엘과 샤키엘뿐만이 아 니었다.
“치천사장님께서 패배하셨다고?”
“인간 따위에게?”
파죽지세처럼 몰아치던 천사 군 단이 움직임을 멈추고는 쏟아지는 공격 속에 저항 없이 파묻힌다.
워낙 많은 숫자였던 탓에 남은 천사가 존재하긴 했으나,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게 현실일 리 없어……. 분명 꿈이야.”
“믿을 수가 없어……
넋두리와 같은 말을 홀리며 가만 히 있을 뿐이다.
전투 의지를 완전히 상실했다.
결국 천사들은 쏟아지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끝내 가루가 되어 자취를 감춘다.
완벽한 대승리였다.
피와 땀으로 얼룩져 있는 전장 위에서 있던 연합군이 조금은 멍하게 그 사실을 체감하려 할 때였다.
우우웅-
서울 상공 위에 열려 있던 백색 의 게이트가 무너질 듯 떨렸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 게이트 밖으로 넝마와 다를 바 없 는 모습을 한서준의 신형이 모습 을 드러낸다.
‘이건 좀 당황스러운데?’
과한 관심에서준은 잠시 당황의 신음을 흘린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막상 닥치고 나니 해야 할 일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영락없이 전장에 모여 있던 자들 의 쏟아지는 시선을 한 번에 받아 낸 서준은 천천히 허공을 밟으면서 연합군의 머리 위에서 나지막이 읊 조린다.
“고생 많았습니다. 덕분에 우리 리벨리온이 대승리를 거머쥘 수 있 었습니다. 이길 수 있었습니다. 그 대들의 용기에 의장으로서 진심 어
린 감사를 드립니다.”
엄청난 격전을 치른 듯, 너덜너 덜해진 채로 되돌아온 지휘관으로 부터 들은 승리 선언이었다.
얼떨떨한 모습으로 승리의 여운 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연합군의 얼굴에 감격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의장님-!!”
연합군 중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서준을 불렀다.
“의장님이 승리했다!”
괴성과 같은 음성이 모두의 정신 을 일깨운다.
이제는 모두의 시선이 하늘 위 서준에게로 날아든다.
“의장님이 돌아오셨다!”
“천사들을 물리치고 게이트를 파 괴해냈다!”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쏟아진다.
그러던 와중 서준의 옆으로 무명 신의가 다가온다.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다소 걱정된 음성을 내뱉은 무명 신의는 서준의 몸 상태를 살핀다.
“보다시피, 완전 멀쩡한걸.”
서준이 환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
고, 그제야 무명신의가 고개를 주 억인다.
“역시 교주님이십니다, 기이한 능 력으로 무공까지 전수해준 것도 모 자라 적진에 홀로 들어가 이렇게 승 리를 거머쥐고 돌아오시다니……
쏟아지는 칭찬과 웃고 있는 서연 의 표정을 확인한서준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한 웃음을 짓고 있을 무렵이었다.
둘의 옆으로 몇몇 사람이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정말 굉장하십니다.”
“불과 몇 달 사이 만에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지셨군요.”
가장 먼저 선두로 달려온 에우레 시아와 이세디아가 입에서 감탄을 토한다.
“너희도 정말 강해진 것 같은 데.”
빈말이 아니다.
느껴지는 기운이 벽을 넘어 신격 에 도달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었다.
“다 왕의 은총 덕분입니다.”
“아니,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겠지.”
서준이 기분 좋은 미소를 보이는 순간, 몇몇 인물이 더 다가왔다.
“주군의 위엄이 하늘을 떨게 만 들 정도였습니다! 격전의 풍경에 제 심장이 떨릴 정도였다니까요!”
“그때의 모습을 반드시 동상으로 만들어서 간직하겠습니다.”
홍분을 숨기지 못하는 것인지, 자칼과 레잉가, 휘노소프가 다소 들뜬 숨을 내뱉는다.
수인, 엘프, 무인, 드워프들까지.
목표로 했던 허울뿐인 연합이 아 닌, 진정한 연합의 탄생에서준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흐르고 있던
순간이었다.
탁탁-!
서준의 정면으로 다급히 다가오 는 몇 개의 그림자가 있었다.
“오빠!”
“아들!”
가족.
대표들에 비해 부족한 신체 능력 을 메꾸기 위해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억누르고 달려온 것이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 중한 가족의 모습에서준의 입가에 가장 환한 미소가 피어난다.
“걱정하셨죠. 집에 바로 가려고 했는데 다른 차원에 볼일이 있어서 급히 다녀왔어요.”
정말 오랜만에 나누는 인사.
실없는 농담이 섞여 있었지만, 가족의 입가에는 서준과 똑 닮은 환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그래, 어서 오거라.”
“고생 많았다, 우리 아들.”
“다녀왔습니다.”
서준을 포함한 가족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승자의 권리와 안락한 휴
식을 누릴 때가 온 것이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상공 위에서 연합군 창설 이후, 처음으로 천사와의 큰 전쟁을 치렀다.
최상위 종족인 천사들과 벌였던 대전쟁인 만큼, 모든 국가, 차원들 이 큰 피해를 예상했다.
최소 서울의 파괴, 더 나아가 대
한민국의 멸망까지 생각하고 있었 고 그에 맞춰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최상위 종족이 벌이는 대침공인 만큼 긴장감에 온 국민, 세계가 벌 벌 떨고 있었다.
한데, 결과는 너무나도 놀라웠다.
[여러분 보이십니까? 이게 바로 어제 천사들과 전쟁을 치렀던 저희 대한민국 서울과 인근 시가지의 풍 경입니다.]
기자는 헬기를 타고 한강이 훤히 보이는 상공에서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평온한 서울 도심의 풍경을
비추며 감탄이 가득 담긴 말들을 계속해서 내뱉는다.
[저희 지구, 리벨리온이 해냈습니 다! 배척받은 수인과 엘프, 중원 대 륙의 무인과 드워프를 모아 인류를 지켜내고 천사들을 뛰어넘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우리 한국의 위대한 구 국의 영웅 한서준 의장님…….]
TV를 통해 생방송 뉴스를 보고 있던 강석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흐른다.
“이제야 세상의 눈이 트이기 시 작했군.”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방금과 같이 이번 천사와의 대전 쟁에서 연합의 승리를 알리는 뉴스 들이 각국, 각 차원에 전해지고 있었다.
정말 뜻 깊은 승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작 이 정도에서 멈춰 설 리가 없었다.
“한서준 각성자님, 아니 의장님 은 더 큰 야망을 가지고 계시겠지.”
자신의 작은 그릇으로는 감히 추 측할 수도 없었다.
서준은 그 누구라도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그릇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서 기 다릴 생각은 없었다.
‘그저 최선을 다하여 준비해 놓 을 뿐이다.’
국가에 큰 피해는 없고, 큰 전쟁 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분명 기쁜 일이었지만 피해가 아 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연합군을 움직 이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했다.
“대충 정산을 해봐야 알겠지 만……
대충 계산해봐도 천문학적인 금 액이 필요했다.
뿐만 아니라, 드워프들의 합류로 대장간이라는 추가적인 설비가 더 해져야 했기에 연합 기지 증축 공 사 비용도 필요했다.
결국은 더 큰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다행인 것은 돈을 메꿀 방법이 존재했다.
전쟁이 벌어져 세계가 혼란해진 지금, 가진 것들이 많은 재벌가에서 서준과 리벨리온에 대해 수많은 후원 요청이 들어오고 있었다.
서준과 리벨리온은 최상위 종족 들을 상대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 다는 사실을 몇 번이고 증명해냈다.
그렇기에 돈이 많은 이들은 어떻 게 해서든 서준과 연을 맺으려 혈 안이 되어 있던 것이다.
“부디 전달한 이야기들을 확실하게 이해했으면 좋겠는데……
말끝을 흐리는 강석호의 눈빛에 는 착잡함이 잠시 떠오른다.
당연히 좋은 인연을 맺기만 하는 것이라면 이리 걱정하지 않았을 것 이다.
문제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단순
한 만남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멍청한 놈들. 고작 그런 돈으로 옭아맬 수 있는 분이 아니라는 것 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니……
과거에 묶여 자신의 막대한 부가 있다면, 쉽게 상대를 옭아맬 수 있 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계속되는 천사와의 마찰, 전쟁으로 인해 커진 불안 심리는 이런 어 리석은 이들의 생각을 돕는다.
“부디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 다만……
불안감이 가시지를 않는다.
이따금씩 만남을 이루었고, 이야
기를 들어왔기에 그런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은 좋은 말로 알아들을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럴 게 아니라 직접 만나 확실 하게 경고를 해둬야겠군.’
이렇게 TV를 보며, 상념에 잠겨 있던 잠깐의 휴식마저도 강석호에 게는 아주 큰 사치였다.
혀를 찬 강석호가 사무실 밖을 나섰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