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권 5화
180화
쿠오-!
거인들이 달려온다.
한번 몰살시켰던 하급 거인들과 는 궤를 달리하는 존재감이었다.
처소를 지키는 거인들이었기에 모두가 처음 입구에서 보았던 수문 장급에 달해 있었다.
그러나 서준의 표정은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이런 피라미들 보내봤자 나를 막
을 수 없다는 걸 알잖아. 내려와.”
요란한 거인들의 함성 속에서도 서준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퍼져 나 간다.
그러나 키케르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실망할 것은 없었다.
애초에 대답을 바란 것도 아니다.
이것은 일종의 경고일 뿐이었다.
“오지 않는다면……. 내려오게 만들어 줘야지.”
우웅-
천존마선공으로 빚어낸 의념강기
를 응집해낸다.
구태여 초식을 펼칠 필요도 없었다.
힘을 모아내 쏘아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위력은 실로 파괴적이 었다.
쿵-!
뻗어 나간 검은빛이 공간을 관통 해 키케르로 향하는 길목이 훤히 열렸다.
“아직도 제 발로 내려올 생각이 없나?”
[주제에 맞지 않는 허세군.]
차가운 서준의 눈동자를 응시하 고 있던, 키케르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른다.
[네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키케르가 말을 끝맺는 순간, 서준의 전신을 감싸던 힘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정복왕의 진가의 지속 시간이 다 되어 효과가 사라집니다.]
[가이사의 광폭의 지속 시간이 다 되어 효과가 사라집니다.]
[망극의 지속 시간이 다 되어.......]
왕좌 위, 선홍빛의 눈이 미소 짓 듯 휘어졌다.
[성급했던 지난 시간을 후회하도 록 해라.]
이어진 음성에서준은 코웃음을 친다.
“지금까지가 내 전력이었다고 착 각하지 마라.”
수투의 특수 능력, 그리고 망극 의 힘. 뿐만 아니라, 권능, 투쟁 성 취의 사용까지 서준의 입장에서는
기존에 쥐고 있던 모든 패를 꺼내 어 보인 것이었다.
그러나 능력이 없어졌다고 서준의 전력이 소모됐다는 뜻은 아니었다.
‘위대한 존재의 조각, 고대의 힘.’
쿵-
서준이 내뿜는 존재감만으로 대 기가 떨리며 지면이 일어나기 시작 했다.
폭발할 듯 솟구치는 기운들을 이 를 악물어가며 갈무리해내기 위하여 서준이 온 정신을 집중한다.
빛과 어둠.
강대하지만,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두 개의 힘이 한 그릇에 깃든다.
지금의 서준은, 수투를 비롯한 다른 아티팩트의 능력이 없더라도 초음속.
아니, 그 너머의 세계마저 돌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함부로 힘을 다뤄낼 수 없었다.
‘지금으로는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
과한 욕심은 독이었다.
조금은 덜어낼 필요가 있었다.
비워내면 비워낼수록 불안정했던 기운들이 서서히 갈무리되기 시작 한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키케르 의 동공이 휘둥그레진다.
[어찌 빛과 어둠을...
이윽고, 키케르의 눈매가 가늘어 진다.
[그렇군, 위대한 존재의 편린인 가.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힘은 결국 쓸모없는 것에 불과하다.]
스윽.
항상 거만하게 앉아있던 키케르
가 마침내 엉덩이를 떼 서준의 머 리 위로 떨어져 내린다.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 힘 때문 에 여전히 기운이 마구잡이로 어지 럽혀져 폭발할 듯이 날뛰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워내지 않는다.
있는 힘껏 기운을 끌어내며 앞으로 뛰쳐나간다.
‘극초음속.’
초음속의 영역을 넘어선 절대적 속도에 다다른 서준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키케르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혼들린다.
[혼돈의 힘을 다뤄낼 생각인 것 이냐?]
상반된, 그것도 극적으로 반대되 는 힘. 장점만 골라내 사용할 수 있다면 실로 강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사용 하지 않는 데는 그 이유가 있는 법 이었다.
[과욕을 부리며 혼돈의 힘을 다 루다 파멸을 맞이한 이들이 여태 몇이었는지 모르는 것이냐!]
서로 상극의 힘은 계속해서 충돌 하고 싸워 종국에는 제 주인의 육
신을 갉아먹고 파괴한다.
실제로도 이로 인해 수많은 신격 이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었다.
그러나 키케르를 향해 내달리고 있는 서준의 입가에는 회심의 미소 가 흐르고 있었다.
“많이 두려운가 봐? 말이 많아진 걸 보면.”
키케르의 바로 앞, 내리꽂히는 공격을 피해 낸 서준이 주먹을 내 지른다.
“천존마선, 극초음속, 대난타(大 亂打).”
파바바박-!
거대한 기운들이 엄청난 속도로 뻗어져나간다.
[그만, 그만해라!]
키케르 또한 상격의 신격인 만큼 방어막을 펼쳐 공격을 막아내고 있 긴 했으나 표정이 떫은 감을 씹은 듯 일그러지고 있었다.
얼핏, 서준이 마침내 우위를 점 하는 그림처럼 보였다.
그러나 서로 충돌하고 부딪히고 있는 혼돈의 힘을 사용하는 대가로 서준의 손이 피부가 벗겨지고, 주 먹이 으깨져 간다.
[멍청한 것……! 스스로 자멸하
게 될 것이다!]
키케르가 비명에 가까운 호통을 내지를 때였다.
“누굴 걱정해. 자멸할 생각은 추 호도 없어.”
폭발하는 힘이 서준의 육신을 계 속 파괴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는 서준도 계산했던 일이었다.
‘지금의 나라면 충분히 견딜 수 있어……!’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혼돈의 힘 은 분명히 강하다.
제대로 다뤄낼 수만 있다면 전성 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무
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감당해내지 못할 정도의 힘은 아니었다.
물론, 이 위험한 힘은 제아무리 서준이라 할지라도 일반적인 방법 으로는 다뤄낼 수 없을 것이다.
찌직.
짓이겨지기 시작한 육신을 바라 보던, 서준이 나지막하게 읊조린다.
‘권능 창조.’
중격의 신위에 오르며 포스 시스 템이 내어준 혜택을 지금 개방했다.
[포스 시스템의 권한으로 권능 창조에 들어갑니다.]
[보유하신 신화를 골라 권능을 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창조에 사용된 신화에 따라 권 능의 능력이 달라지니 신중히 선택 하십시오.]
[추천하는 신화는…….]
알림이 계속해서 떠올랐지만, 구 태여 볼 필요도 없었다.
이미 머릿속으로 예상하고 있던 것인 만큼 만들어 낼 권능에 들어
갈 신화는 명확했다.
‘패황과 역천.’
굴복하지 않고, 모든 것을 파괴 하고 부수는 파괴적인 패황의 신화 와 세상의 상식과 법칙을 역전시키 는 역천의 신화.
두 가지의 신화가 포스 시스템의 도움으로 인하여 삽시간에 섞였고, 이윽고 새로운 권능이 만들어진다.
[쌓은 패황, 역천의 신화와 가진 힘을 통하여 권능을 창조해냅니다!]
[고유 활성화 스킬 비상천(非想 天)이 발현됩니다.]
[법칙을 거스르고 파괴하는 것으로 패도를 걸어온 패황은 제아무리 강대한 힘이라도 쉽사리 굴복하지 않는 강인한 육신을 제공합니다.]
초록빛 홀로그램의 메시지가 떠 오르는 순간, 전신에 아릿한 느낌 과 함께 정수리 끝에서부터 기운이 몰아치듯 쏟아져 내린다.
세계와 완전히 연결된 감각이 느 껴지며 온몸의 혈맥과 단전이 세상 과 하나가 되는 순간, 강인한 기운 이 육신 곳곳에 흘러들어오기 시작 한다.
막대한 양의 힘이 전신을 가득 채우고 서준의 육신은 재창조된다.
[고유 활성화 스킬, 비상천의 효 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1500씩 중가 합니다.]
[사용자 ‘한서준’에게 법칙, 상식 밖의 힘을 조율할 일부 권한이 부 여됩니다.]
넘치는 힘과 새로운 권한이 신체 에 깃드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하다.
빛과 어둠, 끝에 달해 있는 힘들 인 만큼 아직 이 부족한 육신으로 는 전부 다뤄낼 수 없었다.
애초에서준도 고작 이런 권능 한 가지로 이 강대하면서도 복잡한 혼돈의 힘을 모두 다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다룰 수 있는 데까지만 담아낸 다.’
끝을 알 수 없는, 이 강대한 힘 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극히 미약하 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차고 넘쳤다.
단점이라면, 이 작은 힘마저도 완벽히 제어해내기가 힘들다는 점 쯤이었다.
내지르던 주먹들을 회수한서준 은 키케르와의 거리를 벌려낸다.
물론, 실패를 생각해서 보인 행 동은 아니었다.
이 불완전한 힘을 가장 익숙하면 서도 편안한 것, 무공에 담아내기 위한 준비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 을 뿐이다.
‘천존마선, 혼돈정격(混MS擊)
얽히고설킨 힘이 자연스럽게 조 율이 이루어졌다.
번개, 그러나 일전과 같았던 평 범한 번개는 아니다.
“이건 위력이 다를 거야.”
고작 천존마선공을 기반으로 펼 치던 평범한 정격과는 말 그대로 궤를 달리할 것이다.
상격의 신격에 도달해있는 키케 르의 방어마저 뚫어낼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지직, 파지직-!
내뻗고 있는 팔에서부터 일어난
거센 전류가 일대로 퍼져나가 세상 이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네, 네놈……!]
당황한 키케르의 음성이 서준을 즐겁게 한다.
콰과과과-!
모여든 회색 기운이 하늘을 가득 메워 불운한 소음을 토해내며, 키 케르의 머리 위로 떨어뜨릴 준비를 마친다.
[그만-! 그만 멈추어라! 어리석은 인간이여 그 힘은 네놈을 파멸로 이 끌 것이다! 지금이라도 멈춰라!]
거짓을 나불대는 키케르의 말에
는 기이한 힘이 실려 있었다.
일순간이었지만, 육신이 그의 거 짓된 말에 속아 넘어가며 제멋대로 반응했으니 말이다.
[그만, 그만해라……!]
하나, 이런 거짓 나부랭이에 두 번이나 속아 넘어갈 서준이 아니었다.
“거짓된 거인의 왕. 이러한 수식 이 붙을 동안 넌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지금과 같은 거짓말을 내 뱉었을까?”
쿠구궁-
머리 위로 모여든 구름을 응시하
고 있던 서준은 내뻗고 있던 주먹 을 천천히 말아 쥐기 시작한다.
콰쾅-!
마침내, 머리 위에 뭉쳐있던 구 름에서 한 줄기의 회색빛 벼락이 키케르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그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뜬 키케 르가 다급히 소리를 내지른다.
[제발……! 그만!!]
애석하게도 키케르의 음성은, 머 리 위로 내리치는 벼락보다 늦게 전해졌다.
콰앙-!
[끄으으…… 이 빌어먹을 놈이!]
기의 장막으로 힘겹게 내리친 벼 락을 막아낸 키케르는 거친 욕을 하며 다시 한번 기세를 일으킨다.
이어 키케르는 주변으로 타오르 는 것 같은 검붉은 의념강기를 이 용하여 분신을 빚어낸다.
이후, 서준을 향해 매섭게 달려 들려 했지만, 내리치는 벼락보다 빠를 수는 없다. 서준이 주먹을 다 시 한번 움켜쥔다.
“쳐라.”
콰쾅-!
내리친 벼락의 세례에 분신은 너 무나도 허망하게 녹아내려 버린다.
[크아아-!]
파지지지직-!
본체의 키케르가 의념강기를 마 구 쏘아내며 서준을 위협하려 하였 지만, 의미 없는 발악에 불과했다.
“그만 포기해, 넌 지금의 날 이 기지 못해.”
[그럴 리가 없다, 고작 중격의 신 격 따위에게……. 거인들의 왕인 내가……!
키케르가 발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른다.
콰지지지지직-!
내리친 전류는 이제 사방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불꽃을 일으키며 처 소를 불태운다.
그 불길의 중심에 자리 잡은 둘 의 싸움은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 고 있었다.
“거짓의 왕 키케르, 이제는 스스 로를 기만하는 경지에 이르렀구나.”
서준은 단언한다.
“허나 진실은 변하지 않아.”
앞서 말했듯, 키케르는 결코 지
금의 서준을 이길 수 없었다.
“내가 너보다 강해.”
콰과광!
굉음과 함께, 손끝에 기묘한 감 촉이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연달아 내리치는 벼락들이 보호 막을 부숴내고, 끝내는 키케르의 육신마저 집어삼킨다.
[끄어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는 키케르의 몸이 마치 감전된 듯 마구잡이로 뒤틀리 기 시작했다.
[수천 년의 세월을 지켜온 이 키
케르 님이…… 고작 이런 인간에 게……!]
단말마를 남긴 키케르의 음성이 서서히 파묻히고 사라져 간다.
이윽고, 키케르는 완전히 녹아 형체조차 남기지 못하는 비참한 최 후를 맞이했다.
[거짓된 거인의 왕 키케르를 처 치했습니다.]
[초대량의 경험치 획득합니다.]
[레벨이 250으로 상승합니다.]
[가이사의 시험, 신념의 관문을
모두 통과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보상들이 주어집니다!]
[예속의 보석, 신념을 가진 정복 왕의 파편이 보상으로 지급됩니다.]
[수투가 파편을 인식합니다.]
[수투가 파편의 힘을 흡수합니다.]
[파편에 깃들어 있는 정복왕, 가 이사가 남겨놓은 힘의 일부가 정복 왕의 수투의 새로운 능력을 개방시 킵니다.]
[능력이 개방됨에 따라 정복왕의 수투의 둥급이 신화(神話)로 상승 합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