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권 3화
178화
앞을 막아서는 적이 없었기에 얼 마 가지 않아 서준은 처소의 앞에 당도할 수 있었다.
[축하합니다! 가이사의 시험의 최종 관문, 왕의 처소에 당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중간 퇴장 선택 권한이 주어집 니다.]
[퇴장 시, 중간 정산으로 지급된
예속의 보석 획득이 가능하지만, 추후 재입장은 불가능합니다.]
[※경고, 입장 시 중도 퇴장 불가 능합니다. 난이도가 매우 높습니다. 높은 확률로 목숨을 잃을 수 있습 니다. 신중하게 선택하십시오.]
조언을 빙자한 경고 메시지를 보 내는 시스템이었지만, 서준은 코웃 음 쳤다.
‘정복왕의 시련은 어려울수록 좋 은 보상이 나온다.’
당장 관문을 무너뜨리고 친위대 를 처치한 것으로 얻은 보상도 상
당했다.
물론, 친위대보다는 최종 과제, 왕이 내어주는 보상이 더 좋을 것 은 이미 확실했다.
쉽게 말해, 시험을 통과할 수만 있자면 목표대로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었다.
서준은 이런 소중한 기회를 허무 하게 날릴 생각 없었다.
“ 입장하지.”
서준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 을 내뱉는 순간, 앞을 가로막고 있 던 육중한 문이 마침내 움직였다.
쿠구구궁…….
[거짓된 거인의 왕, 키케르에게로 향히’는 문이 열립니다.]
내부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신격에 올라있는 서준의 감각으로도 포착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 다.
보이는 것은 바닥뿐이었다.
황금으로 화려했던 겉과는 달리 내부는 차가운 회색빛의 돌만이 서 늘한 느낌을 줄 뿐이었다.
한껏 경계심을 올린 서준이 그 돌 위로 발을 내딛기 시작한 순간 이었다.
끼이 익...
활짝 열려있던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힌다.
돌발 상황이었지만, 서준은 당황 하지 않았다.
메시지가 입장 시 퇴장할 수 없 다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이 정도야.’
서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 을 옮겨 앞으로 나간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벽면에 걸려있던 횃불들의 불타오르며 내 부를 밝혀준다.
외부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넓은 홀이 눈에 들어왔고, 가장 안 쪽 깊숙한 곳에 용의 형상이 그려 진 검붉은 왕좌가 놓여 있었다.
그 왕좌 위에 앉은 용의 문신을 한 거인이 읊조린다.
[마지막 시험에 당도한 것을 환 영한다, 응시자여.]
뇌리에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 간, 홉사 거산이 어깨를 짓누르듯 기운이 육신을 옭아매려 했지만 서
준은 코웃음을 쳤다.
‘마선낙일보.’
하늘에 닿을 듯 불어난 서준의 존재감이 어깨를 짓누르던 기세를 밀어내고, 흩어낸다.
[과연, 친위대를 처치한 자의 기 세답군. 확실히 짐의 앞에서 있을 만하도다.]
말을 내뱉던 키케르가 손을 들었다.
동시에 하나의 붉은빛 기운, 의 념강기가 창처럼 서준의 미간을 노 리고 쏘아진다.
“첫인사가 상당히 과격하네.”
쇄도해오는 강대한 기운에서준 은 황급히 손바닥에 무당파의 전설, 장취산이 펼쳐낸 유수태극신묘경의 묘리를 담아낸다.
쏘아진 붉은빛 기운을 받아내고, 휘젓고, 되감아 내는 태극의 묘리 에서준의 강력한 의지가 어린다.
그 안에 휘말린 키케르의 공격은 파괴력이 급속도로 줄어들었고 서준의 손바닥 아래에서 의도대로 움 직이기 시작했다.
죽일 듯 쏘아진 기운은 어느덧 발끝, 그리고 어느새 다시 머리 위, 이윽고 받아내었던 손바닥으로 되
돌아간다.
“이렇게 후한 대접을 받고 가만 히 있는 건 예의가 아니지.”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이치였 다.
서준은 태극의 묘리로 홉수해냈 던 키케르의 공격에, 내공의 힘을 더하여 돌려주었다.
“너도 받아가.”
쌔액-!
거친 소리와 함께 왕좌 위에 앉 아 있는 키케르를 향해 강대한 기 운을 쏘아낸다.
[가소롭군, 감히 짐의 힘을 통제 하고 다뤄낼 수 있다고 생각하다 니.]
코웃음을 친 키케르가 거칠게 손 을 휘두른다.
그러자 맹렬하게 쏘아지던 기운 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단순히 소멸한 것이 끝이 아니었다.
[어디 한번 이것도 받아 보거라.]
내뻗고 있는 손바닥 위에, 검은 빛 기운이 수십 가닥 만들어지고 휘감기며 구체로 변화한다.
“재미있네.”
피식- 미소를 홀린 서준은 자세 를 다잡는다.
[언제까지 그런 오만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을지 궁금하군.]
웃음을 흘린 키케르는 구체가 올 려진 손바닥을 앞으로 내뻗는다.
이윽고 구체가 단숨에 앞으로 쏘 아진다.
‘이건 좀 위험하네.’
의념강기로 이루어진 기운이 겹 겹이 중첩되어 있는 저 구체는 서준이라고 해도 쉽게 받아낼 수 없
‘유수태극신묘경에도 한계치가
존재한다.’
물론, 서준의 경험과 기억이 더 해진다면 그 한계치를 늘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공격을 돌려 낸다고 할지라도 앞에서 보았듯, 좋은 결과를 낼 수는 없을 것이었다.
이런 부질없는 공방을 계속 주고 받을 이유는 없었다.
[투신(중급) 신명의 효과가 발동
됩니다!]
[자신보다 강한 적을 만나, 모든 스테이터스가 2.5배 증가합니다!]
[정복왕의 수투의 특수 능력 정 복왕의 진가가 발동됩니다.]
[10분간 모든 스테이터스가 1.5 배 상승합니다!]
[정복왕의 수투의 특수 능력 가 이사의 광폭이 발동됩니다.]
[10분간 모든 스테이터스가 2배 상승합니다!]
[훤일(暗日)의 낮 귀걸이를 착용 한 ‘분신’으로부터 능력치를 흡수합 니다.]
스테이터스가 상승하긴 하였지 만, 지금으로서도 키케르가 쏘아낸 구체는 상당한 위협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파괴적이라 한들 닿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키케르가 쏘아낸 구체는 음속의 영역에 달해있었지만, 초음속의 영 역에는 닿아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에게 아무런 해를 끼칠 수 없다.’
서준은 확신했고, 그 결과는 현 실이 말해줬다.
쉬익-!
계속해서 서준의 신형을 쫓던 구 체는 흩날리는 잔상과 맞부딪히며, 허공에서 터져나간다.
[단순히 만용을 부리는 것만은 아니었나 보구나.]
왕좌 위에 앉아있던 키케르가 처 음으로 몸을 일으킨다.
‘온다.’
여태껏 상대해왔던 조무래기들과 는 차원이 다르다.
‘놈은 강자다.’
최소 상격의 신위에 오른 존재.
때문에서준은 밀어붙이고 몰아 치는 것으로 틈을 주어서는 안 된 다고 생각했다.
‘단숨에 몰아붙인다.’
서준은 손과 발을 놀려가며 일대 에 기운을 흩뿌리는 것으로 키케르 를 압박한다.
마찬가지로 키케르도 기운을 퍼 뜨리며 위협을 가해오지만, 두려워 할 것은 없었다.
‘이런 싸움에서는 내가 더 우위 에 있을 터.’
계속해서 충돌하고 부딪히다 보 면,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위가 드
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계속 합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제법이군. 그러나 기술에서 짐이 뒤처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일 것 이다.]
음성을 홀린 키케르가 뻗던 주먹 과 발을 회수했다.
그러자 공기가 일순간에 변화하 더니 키케르의 잔상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이어, 잔상들이 퍼져 순식간에 수십에 달하는 자가 형상을 만들어 냈다.
“눈속임으로 날 쓰러뜨릴 수 있 을 거라 생각해?”
코웃음을 친 서준의 신형이 단숨 에 지면을 박차고 분신들을 가로지 른다.
분명,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공.
그곳에서 키케르의 손이 뻗어 나 오며 붉은빛 기운을 뿜어내는 그 순간이었다.
화악-!
에노스가 사용했던 권능, 환시의 밤과 같은 끔찍한 위력이 담긴 기 운들이 서준의 시야를 뒤덮었다.
그러나 서준은 발을 멈추지 않 고, 망설임 없이 기운을 향해 뛰어 들어간다.
콰광-!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굉음 과 함께, 서준의 육신이 찢기고, 뼈 마디마디가 부서진다.
죽음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순간, 서준은 이를 꽈악- 물어내며 강한 의지를 투영시킨다.
‘권능, 투쟁성취.’
쓰러지지 않는, 포기를 모르는 투지가 서준의 시간을 되돌려낸다.
쉬익-!
마침내 공격을 헤치고 키케르의 앞에 당도한서준의 주먹이 뻗어졌 다.
‘천존마선, 일격, 초음속(超音速) 변형, 난타(亂打).’
파바박....
키케르의 육신이 짓뭉개지고 부 서져 입안에서는 붉은 핏물이 흐른 다.
초음속으로 휘둘러지는 의념강기 가 서린 주먹의 마지막에는 위협적 인 묵색의 빛이 폭발하듯이 터져 나온다.
펑-!
이윽고, 키케르의 신형이 벽면에 처박히고는 주변에 흙먼지가 자욱 하게 일어났다.
“이걸 견뎌?”
흙먼지 속 키케르를 응시하고 있 던 서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벽 면에 박혀 있는 키케르의 신체에는 작은 상처 하나 존재치 않았기 때 문이었다.
‘본체가 아니었다고?’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분명 손끝에 걸린 감각들은 틀림 없는 진짜였음을 말하고 있었다.
[무엇을 그리 놀라나?]
우웅-
여유로운 미소를 흘린, 키케르가 손을 내뻗으며 검붉은빛 기운을 뿜 어낸다.
여전히 위협적인 의념강기가 둘 린 기운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회피는 없었다.
‘일격, 해주포(解走砲)
다시금 천존마선에 천라독포의 묘리를 더한 무공이 펼쳐지며 내뻗
어지는 주먹에 검은빛과 녹빛 기운 이 휘감긴다.
의념강기가 둘러진 강력한 기운 이었지만, 천라독포가 둘러진 일격 을 견딜 수는 없었다.
울컥…….
마치 용암에 빠진 쇳덩이처럼 녹 아내린, 검붉은빛 기운을 망설임 없이 지나친 서준은 다시 한번 거 구의 육신 키케르의 앞에 선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을 거다.”
차가운 눈동자를 한서준의 주먹 에서 다시 한번 묵색의 기운이 폭 발하듯이 터져 나온다.
쌔액-!
그러나 초음속으로 내다 꽂힌 서준의 주먹이 키케르의 신형을 지나 애꿎은 허공만을 가격한다.
‘뭐야?’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부터 거대 한 육신까지.
분명 눈앞의 키케르는 실체가 있었다.
[뭘 그리 놀라지? 아까까지의 자 신감은 어디 간 것이냐.]
음성도 확실하], 바로 앞에서 들 려오고 있었다.
‘ 대체......
의문이 일어났지만, 고민할 필요 는 없었다.
직접 확인해보면 그만이었다.
서준의 주먹이 다시 매섭게 바람 을 가른다.
의념강기가 실린 그 힘은 허공을 지나쳐, 지면에 처박히며 큰 충격 파를 일으킨다.
쾅
충격과 함께 처소가 흔들렸다.
가는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 던 서준은 이내, 움직임을 멈춘다.
“……무슨 장난을 친 거지‘?”
[있는 그대로 이곳은 나의 공간 이다, 네 마음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우리가 나눴던 합도 그저 나 의 유흥으로써 네놈의 수준에 맞춰 서 싸워주었을 뿐이었다.]
스윽-
웃음을 흘리고 있는 키케르의 등 뒤로, 그를 똑 닮은 분신들이 계속 해서 모습을 드러낸다.
아까와 같은 잔상이 아니었다.
‘모두가 진짜다.’
서준은 여전히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주변을 둘러본다.
눈앞에 있는 키케르만큼 거대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물론, 이 감각들을 온전히 받아 들일 생각은 없었다.
‘분명 속임수가 숨어 있을 거다.’
실험해보고 싶은 게 몇 가지 있 었지만, 함부로 손을 쓸 수가 없었다.
키케르의 형상을 한 존재들이 지 독한 살기를 내뿜으며 서준을 응시 하고 있었다.
섣불리 움직임을 보이면 무수히 많은 환영에게 틈을 내어주고 말
것이다.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겠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에서준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