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권 2화
177화
[보조직업, 만독제]
체내에 현재 적웅을 마친 독보다 격이 낮은 독은 전부 저항합니다.
적웅을 마친 독은 스킬이나 무공 따위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떠오르고 있는 초록빛 홀로그램 창에서준의 입가가 호선을 그린다.
‘생각 외의 수확이네.’
선례가 있었던 만큼 극신독을 흡 수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건 단 순히 독에 대한 내성 정도라 생각 을 했었다.
그런데 포스 시스템은 예상을 상 회하는, 독을 다룰 수 있게 되는 특성을 내주었다.
예상치 못한 수확으로 입가에 숨 길 수 없는 미소를 띠고 있는 서준 의 모습에, 쿠일다르의 눈이 휘둥 그레진다.
“내 극신독에 당하고도 멀쩡하다 고……?”
쿠일다르는 고개를 저어가며 현
실을 부정하고 있었지만, 애석하게 도 이것은 명백한 현실이었다.
애초에서준은 그동안 극신독과 같은 극독을 만나지 못했기에 불범 지체를 습득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이다.
그런데 운이 좋게 쿠일다르가 신 마저 중독시키고, 녹여낼 수 있는 극독을 사용해줬다.
그것까지는 서준도 예상할 수 있 었지만, 보조직업이라는 특전은 생 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시작부터 느낌이 좋네.’
아직 시험을 완전히 공략한 것이
아닌데도 바랐던 대로 새롭게 강한 능력을 얻게 되었다.
거기에 포스 시스템의 효과가 더 해진 것인지 얻게 된 힘은 단순히 독을 저항해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 었다.
‘체내의 독을 자유자재로 다뤄낼 수 있다니.’
독을 저항하는 것과 그것을 다루 기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당소연, 팔선의 하선고와 같은 독공의 고수와 싸움을 치렀던 서준 은 많은 독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다루는 독 에 스스로가 중독될 수 있는 상황 도 발생할 수 있기에 너무나도 위 험한 탓에 한 번도 운용하지 않았 었다.
그런데 지금 포스 시스템이 주는 보조직업이란 혜택은 그러한 위험 을 완전히 배제해주었다.
쉽게 말하자면, 기존에 보고 겪 어 머릿속에 저장해두었던 독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 천라독포 (天羅毒捕)
천지(天地)를, 세상을 독으로 물 들인다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진
이 무공은 하선고가 보였던 독공이 다.
선계 내에서도 독성(毒聖)이라 불릴 정도로 독에 대해서 둘째 가 라면 서러웠던 존재.
실제로 하선고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수많은 신선이 연신 인산인해 를 이룰 정도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하 선고는 신선 중 여덟 명밖에 오를 수 없는 팔선에 오른 강자였다.
그렇기에 존경했고, 그처럼 뛰어 난 독을 다루고자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하선고의 제자
를 자청하지 못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천지를 물들일 정도의 독을 감히 누가 다뤄낼 수 있단 말인가?
본인이 뿜어내는 독에 잡아먹히 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서준은 당시보다 더 많고 풍부한 경험이 있었다.
거기에 포스 시스템의 도움까지 받고 있었다.
이 이상 두려워하거나 망설일 이 유가 있단 말인가?
물론, 지금의 육신으로는 하선고
가 보여주었던 천라독포를 그대로 똑같이 펼쳐 낼 자신은 없었다.
아니, 생각조차 없었다.
‘내 방식대로 담아낸다.’
서준은 이 독공을 천존마선공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걸어왔던 길을 다시 걷는 것이 아닌 중격의 신위에 올라 있 는 스스로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 향성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 것 이다.
‘보지 못했던 길.’
아니, 애초에 존재할 수 없었던 길이었다.
하선고가 펼치던 독공은 과거의 서준이라고 할지라도 펼치거나, 담 아낼 수 없는 무공이었기 때문이었다.
‘천라독포는 무형지독(無形之毒) 을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지 못했다 면 익힐 수 없는 독공이다.’
오랜 세월 독을 쌓아 만들어내어 무형지독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할 지라도 다룰 수 없는 게 천라독포 였다.
독공의 끝이라고 불리는 무형지 독을 아주 순수한 형태로 품고 있 어야지만 익히고, 펼칠 수 있게 되
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을 어기고 억지로 무 공을 익히려 한다면 오히려 여태껏 쌓아온 강력한 독이 폭주해 주인을 집어삼켰다.
역설적이지만 그렇기에 지금의 서준은 천라독포를 천존마선공에 담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 하지 않았다.
‘독공이라면 무수히 많이 겪고 연구해왔다.’
팔선과의 싸움. 그중에서도 가장 오랜 시간, 많은 전투를 치른 것이 천라독포의 주인인 하선고였다.
어려운 싸움이었고 죽을 위기도 무수하게 많았던 만큼 패배하지 않 기 위해 천라독포에 대한 정보들을 마구잡이로 수집하고 끊임없이 연 구했다.
그러고는 마침내 천라독포를 헤 집고, 꿰뚫고, 다시금 재정립해 그 진의에 닿을 수 있었다.
삶에 대한 열망에 가까운 집착에 덕분에서준은 신선 중 그 누구도 닿지 못했던 하선고의 독에 대해서 이해하고 파악을 해낸 유일한 자가 될 수 있었다.
때문에 과거에는 큰 절망감을 맛
보기도 했었다.
당시의 서준은 순수한 상태의 무 형지독급의 맹독을 얻을 방법은 어 디에도 존재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 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친위대, 쿠일다르가 순수 한 무형지독, 극신독을 뿌려주었다.
더불어 시스템이 순수한 무형지 독인 극신독을 다룰 수 있도록 보 조해주고 있었다.
‘비로소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
쿠일다르의 독을 흡수하고, 다뤄 낼 수 있게 된 서준은 단숨에 천라 독포를 펼쳐 보였다.
천존마선공의 막대한 내공이 단 전을 타고 서준의 전신에 퍼져나가 는 순간이었다.
세상을 집어삼킬 것 같던 묵색의 기운이 흐릿하게 흩어진 이후, 진 한 녹빛이 어우러지는 기이한 색으로 변화한다.
[고유 등급, 천라독포(天羅毒捕) 를 익혔습니다!]
[체내의 독(毒)을 완벽히 이해하 고, 다뤄내는 독성(毒聖)의 정점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도달한 경지에 맞추어 서브 직
업이 ‘독극신(毒劇神)’으로 변화합 니다!]
[두 번째 신위가 개방되었습니 다!]
[최초로 두 개의 신위를 획득해 냈습니다!]
[사용자 ‘한서준’의 업적에 맞는 보상이 주어집니다.]
[특수 권한을 통하여 대신들의 투표과정을 생략시킵니다!]
[포스 시스템이 사용자 ‘한서준’ 을 중격, 독극신의 신위로 승격시 킵니다.]
[독극신과 관련된 스킬의 레벨이
상승되고 추가적인 권한들이 부여 됩니다.]
[독극신 (중격)]
사용하는 독의 위력이 세 배로 강화됩니다.
모든 스테이터스(힘, 민, 체, 내) 가 150씩 상숭합니다.
사용하는 모든 능력과 스킬(무 공)에 독을 담아낼 수 있게 됩니다.
체내에서 뿜어내는 독으로 적을 처치할 시 일정 확률로 적의 스테 이터스를 흡수해올 수 있게 됩니다.
특이 사항.
서브 신위는 일반적인 신화를 통 한 성장이 아닌 포스 시스템의 검 중을 통과해야지만 성장할 수 있습 니다.
[상격 이상 다수의 신이 크게 긴 장합니다.]
[대군주(大郡主), 우리엘의 경계 심이 더 강해집니다.]
[판데모니움의 마왕 중 다수가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염신(炎神), 현인신(賢仁神)을
비롯한 몇몇 신격들이 찬사를 보냅 니다.]
두 번째 신위.
독극신에 오르게 된 서준의 눈이 번쩍 뜨였다.
독이 먹히지 않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완벽하게 통제해내고 있는 서준의 모습에 쿠일다르의 눈이 동 그랗게 뜨인다.
“설, 설마……. 독극신의 경지에 오른 것이냐?!”
서준이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고 개를 주억인다.
“전부 네 덕분이지.”
쿠일다르의 독은 신격을 위협할 만큼 강력했다.
그런 쿠일다르의 독에 하선고 무 공의 묘리들을 더해내었다.
쿠일다르를 향하여 천라독포를 펼치려던 서준은 고개를 내젓는다.
‘아니, 그것만 사용해서는 안 되 지.’
천라독포의 위력이 대단하긴 하 였지만, 결국 팔선의 것을 따라갈 뿐이었다.
결국, 여태 걸어왔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기껏 열어둔 가능성을 제 손으로 닫는 꼴이란 말이다.
과거의 자신을 뛰어넘을 수 없다 면 모두가 허사였다.
“천존마선……
과거에 펼쳤었던 천존마선에, 천 라독포를 녹여낸다.
시작점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파 괴적인 일격이었다.
세상을 무너뜨릴 일점의 파괴력 이 담긴 일격에 천지를 뒤덮는 천 라독포가 더해진다.
본래 지금 가진 그릇으로는 하선 고가 다뤄내는 무공을 완벽히 다뤄 낼 수 없었다.
하늘과 땅을 뒤덮고 의지만으로 세상을 녹여낼 수 있는 진정한 심 독(深毒)의 경지가 바로 천라독포 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일격이라는 한 점에 천라독포를 불어넣을 수는 있었다.
“일격, 해주포(解走砲)
주먹이 닿는 곳이라면 어떠한 것, 무엇이라도 녹여낼 수 있다.
묵색과 녹색이 섞여 기이한 빛을
발하던 서준의 주먹이 쿠일다르가 서있는 곳으로 향한다.
“허업……
헛바람을 집어삼킨 쿠일다르가 황급히 땅을 박차고 날아 성문 안 으로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려 했다.
당연하지만, 무의미한 발악이었다.
땡볕 아래 얼음 조각처럼 성문은 녹아내렸고, 이어 뻗어진 독은 쿠 일다르의 육신마저 녹였다.
꾸륵…….
지독한 썩은 내와 함께 몸이 녹 아내리는 끔찍한 감각이 전신에 차
올랐다.
“크아악니”
비명을 내지르며,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을 치는 과정에서 주변 풍경 이 시야에 잡혔다.
지금 녹아내리고 있는 것은 비단 성벽과 쿠일다르, 자신뿐만이 아니 었다.
주먹에서 뻗어져 나간 묵색 빛의 독기가 경로의 앞에 있던 모든 관 문과 친위대를 흔적조차 남기지 않 고 녹여내고 있었다.
“드, 드디어 해방되는구나! 이번 응시자는 왕께서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쿠일다르를 비롯한 각 왕의 처소 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 잡은 관문 을 지키고 있던 모든 친위대가 소 멸했다.
[제1 친위대, 쿠일다르 사망.]
[1 관문을 파괴했습니다.]
[제2 친위대, 하스마 사망.]
[2관문을 파괴…….]
[제3 친위대, 예르후……]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획득합니 다.]
[레벨 215로 상승합니다.]
[투신 효과 발동으로 추가 경험 치 750%를 획득합니다.]
[레벨 230으로 상숭합니다.]
[극신독으로 적들을 처치해내었 습니다!]
[독극신(중격)의 효과로 적의 스 테이터스를 일부 흡수해 모든 스테 이터스(힘, 민, 체, 내)가 추가로 50 씩 상숭합니다.]
괄목할 만한 성장에 자연스레 서준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진다.
‘단번에 17계단 상승.’
성장을 바라고 있던 서준의 입장 에서 실로 기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보상은 이게 전부가 아 니었다.
[모든 친위대를 처치하고, 관문을 파괴하는 데 성공해냈습니다.]
[시험의 보상에 관련된 중간 정 산이 이루어집니다.]
[퇴장 시, 고유 둥급 아티팩트 ‘예속의 보석’을 획득해갈 수 있습 니다.]
시선을 가득 메우는 무수히 많은 메시지 창으로 보상들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서준은 그 기쁨을 만끽 하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 지독하네.’
아직 완전히 본연의 것으로 만들 지는 못했는지, 일대에 퍼져있는 어마어마한 독기는 서준의 속에서 매캐한 내음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수련을 하 면, 확실하게 제어할 수 있겠어.’
지금처럼 포스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가며 성장을 하다 보면, 종국
에는 하선고의 천라독포마저 뛰어 넘는 지고의 독에 이를 수 있을 것 이다.
전에도 얻지 못했던 독공(毒功) 이라는 새로운 무(武)의 영역에 발 을 들인 것은 무인으로서 실로 기 쁜 일이었다.
하지만 말했듯 서준은 그러한 미 래를 위해서라도 만끽하고 있을 틈 이 없었다.
“우선은 자리를 좀 피해야겠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선의 끝에 걸려 있는 거인들의 왕이 있는 곳 으로 추정되는 처소에는 검붉은 빛
의 막이 독을 밀어내 침범을 허락 하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가야 할 곳이었던 만큼 서준은 망설임 없이 발을 놀렸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