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권 22화
172화
‘뭐, 당장은 다루지 못한다는 건 아쉽지만.’
그러나 조바심 내지는 않는다.
본래 조바심은 스스로를 갉아먹 는 법이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야.’
여태 그래왔듯, 서준 자신의 재능 과 가능성을 믿으면 되는 문제였다.
아니, 당장에 우리엘에게서 빼앗
은 위대한 존재의 조각을 제외하고 도 수확들은 차고 넘쳤다.
‘레벨 업, 그리고 현재 천사의 동 태.’
10개의 레벨 업으로 인한 스테이 터스의 상승은 이제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것 은 천사, 엘리시움의 상황이 다소 급박하다는 정보의 획득이었다.
비록 우리엘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모든 상황이 그렇 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귀한 신
물을 요한 같은 졸자에게 줄 이유 가 없지.’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었지만 천사, 트리니티가 좋지 않은 국면 에 놓여 있다는 것은 서준, 리벨리 온의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 은 상황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방심할 생 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방어, 준 비를 더욱 견고히 해둬야 하는 법 이었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무 는 법이지.’
안도하고 멈춰서는 순간, 빼앗긴 다.
결국, 스스로 지킬 수 없다면, 주 권(主權)을 잃을 수밖에 없다.
과거사도 그러했지 않은가?
이미 한국인으로서 자라온 서준 이기에 더 잘 알 수 있었다.
이 나라에는 뼈아픈 상처가 새겨 져 있다.
비록 직접 겪은 것은 아니지만, 역사는 전승되고 서준에게까지 경 각심을 심어준다.
그렇기에 결코 상처를 되풀이할
생각이 없었다.
‘나, 우리 스스로가 지구와 리벨 리온을 지켜낼 것이다.’
상대가 최강의 연합이라고 불리 는 트리니티의 수장, 천사라 할지 라도 말이다.
어떠한 방식으로 침공을 해오든 지구를 사수할 것이다.
‘그때를 위해서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해 나간다.’
드워프라는 종족, 리벨리온의 연 합원을 지원할 수 있는 대장장이들 올 조우하러 가야 할 때라는 것이
천사들의 침공을 대비하여 연합 을 견고히 보수하기로 목표를 정한서준의 움직임은 재빨랐다.
곧장 강석호와 통화하여 우르누이 와 시간을 조율했고, 반나절이 지났 을 무렵에는 불카누스, 드워프로부 터 공문에 대한 답변을 받아내었다.
“곧 지구의 인왕께서 말씀하셨던 약속 시간인데……
말이 씨가 된다고들 하지 않는 가?
우르누이가 손목에 차고 있던 시 계를 바라보며 말하는 순간이었다.
푸른 하늘을 가르고, 서준이 우 르누이의 앞에 당도한다.
“준비는 됐나요?”
“……!!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실 줄은 몰랐습니다.”
“말씀하시는 게, 많이 기다리시 는 거 같아 속도를 좀 올렸습니다.”
우르누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제 혼잣말을 들으셨다고요?”
“제가 감각이 좀 많이 좋아서요.”
단순히 좋다는 말로 치부하기엔 격이 남달랐다.
비록 자신의 무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으나, 무장한 아티팩트의 힘 덕에 지구 기준으로 웬만한 S급 각 성자보다 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우르누이였다.
그런 우르누이가 인지하지 못한 범위, 아득한 밖에서부터 목소리를 듣고 왔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불과 수 개월 전의 일이거늘.’
남들은 하나의 경지를 넘어서기 도 힘든 짧은 시간 동안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냈다는 것이었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새삼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가 좀 특이한 케이스긴 하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 쓱이는 서준의 모습에 우르누이가 입을 닫았다.
‘확실히 예전부터 남달랐지.’
그렇기에 정복왕의 수투를 굴종 시키고 하나가 되지 못했던 지구의 인간들을 마침내 결속시켰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서준을 만나 서 대화를 나누고 있자면, 그보다 더 멀고 위대한 존재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다.
‘마치 전설로만 전해져 온 정복 왕과 같은……
일순간, 머릿속을 스쳐 가는 생 각이 존재하였지만, 우르누이는 고 개를 내저어 황급히 생각을 떨쳐냈 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남
겨진 아티팩트에서도 알 수 있다시 피 정복왕은 유일무이(유一無三)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현재 우주의 역사에도 전 우주, 차원을 제패한 인물은 정복 왕, 가이사 단 한 명뿐이었다.
‘설마, 그런 위대한 존재가 또 우 주에 출현할 리는 없지.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군.’
세차게 고개를 내젓는 것으로 상 념을 털어낸 우르누이는 말을 이어 갔다.
“우선은, 인왕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왕국에 공문을 보내어 휘노소
프 폐하와 원로들을 모두 수도, 아 누키스에 소집해놓은 상태입니다.”
앞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는 일인 만큼 서준은 드워프의 핵심 인력들이 한 자리에 모이길 바라는 공문을 보내 둔 상태였다.
왕국에 주춧돌이 되는 자들의 인 정을 받는다면 손쉽게 드워프와의 동맹을 체결할 수 있을 테니 말이 다.
“그러면 바로 출발하면 되는 건 가요?”
“원하신다면 바로 출발할 수 있
도록 모든 준비를 마쳐두었습니다.”
우르누이, 그 너머의 정열적인 붉은빛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는 서준의 눈동자에는 야망이 피어나고 있었다.
‘연합의 빠른 전력 증진을 위해 서는 드워프가 공급하는 무기가 반 드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불카누스에는 드워 프의 무기만큼이나 서준에게 중요 하고 필요한 것이 한 가지 더 존재 했다.
‘차원, 불카누스 안에서도 느껴 져.’
수투가 많은 진화를 거쳐서인지, 아니면 계속 느껴본 감각 때문인지 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드워프의 차원, 불카누스에서도 수인족의 아 니마와 엘프족의 프리실라 때와 같 은 감각들이 수투를 통해서 느껴지 고 있었다.
‘분명 파편이 존재한다.’
비록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었지만, 확신에 가까운 감각들 덕에 마음 한편에서 기대감이 밀려 오기 시작한다.
‘기왕이면 이번 성장은 어느 때
보다도 눈에 띄었으면 좋겠네.’
우리엘, 대신(大神)에 도달한 존재를 보았다.
넘어서야 할 벽이 거대했기에 조 금 성장하는 것으로는 기별도 느껴 지지 않을 것이다.
‘더 강력한 힘을 얻고, 더 빠르게 성장해야만 해.’
오만은 조금 접어둘 필요가 있었다.
지금의 서준은 최강이자 최악이 라고 불렸던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조건만 갖춰진다면 다시 한번 그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 거
라는 믿음이 남아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더 강한 능력, 더 빠른 성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좋네요, 지금 바로 이동하도록 할까요.”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서준의 앞 으로 우르누이가 발걸음을 옮기며 붉은빛 게이트 속으로 들어선다.
뒤이어, 게이트로 따라 들어간 서준의 시야가 뒤엉켜 잠시 어지럼 증을 동반하였지만, 이내 이 세상 세공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천혜 성도(天惠城都), 아누키스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곳이 왕국의 수도 아누키스.’
게이트의 입구가 수도의 근처에 생성된 덕에, 눈앞에 아누키스의 전경이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었다.
“공문에 요청하셨던 대로 불필요 하고 요란한 마중이 없도록 조치해 두었습니다.”
괜한 소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 요청한 것이었는데, 실로 훌륭한 선택이었다.
하늘의 은혜를 받은 것 같은 위 용 넘치는 성의 모습에 환대한 환 영까지 받았다면, 일순간 저도 모
르게 넋이 나가버렸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달리 말해, 마음을 다잡은 지금 은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제정신 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가야 할 목적지는 분명하다.
“곧장 왕도로 향하도록 하죠.”
“모시겠습니다.”
서준의 앞길을 걸으며, 인도해주 던 우르누이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미리 알고는 계시겠지만 저희 원로들의 성격은 상당히 괴팍합니 다. 무례를 범할 것을 미리 사죄드
립니다.”
“그런가요?”
무언가 특별한 요청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에서준의 미간이 찌푸 려지려 한다.
그러나 우르누이의 입에서는 생 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말이 흘 러나왔다.
“……저와 휘노소프 폐하께선 인 왕을 적극 지지하고 있으니 마음이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대처하 셔도 좋습니다.”
“좋은 소식이네요.”
드워프의 태도에 따라 달라졌겠
지만, 굳이 아쉬운 쪽을 따지자면 지구, 리벨리온 쪽일 것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정리해둘 필요는 있었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어떻 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특히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방금까지만 해도 확실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 우르누이의 조언으로 자신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 지 확실히 정할 수 있었다.
‘내가, 우리 지구가 한 수 접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모든 드워프를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온전히 흡수할 수 없다면 버리 는 쪽은 과감히 버리는 수밖에.’
머릿속을 정리해가며 이동하자 어느덧, 멀리서 보였던 거대한 성 의 내부, 그 중심에 있는 왕궁의 훤칠한 문이 눈앞에 들어왔다.
“이 안이……
“왕궁, 헤세드입니다.”
서준의 의문에 답하듯, 우르누이 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앞서 자기가 먼저 언급했다시피 원로들의 괴팍한 성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걱정하는 것이었다.
괴짜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포장 하며, 도를 넘어선 무례를 보일 원 로들.
“거듭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저 와 휘노소프 폐하의 체면은 잠시 접어두셔도 괜찮습니다.”
그럴 생각이었다.
아니, 생각해보면 애초에 우르누 이의 말이 없었다 할지라도 서준이
보일 행동은 똑같을 것이다.
예의 없는 행동, 상대를 깔보고 무시하는 행동을 그냥 넘어갈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 럴 것이다.
이 다짐의 시작, 첫걸음은, 이 아 누키스에서 시작될 것이다.
때문에서준은 묵묵히 고개를 주 억이며 문을 잡아당겼다.
쿠구궁....
“차원, 지구의 대표이자 리벨리 온 연합 의장인 인왕, 한서준 님께 서 입장하십니다!”
문을 열기가 무섭게, 나팔수들의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환대한 환영을 받으며 왕 궁 내부에 도달한서준의 입가에는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정 신을 아찔하게 만들 만큼 넓은 황 궁의 내부.
그곳의 제일 상석, 왕좌를 제외 한 모든 자리가 비어있었다.
자연스레 서준의 시선이 왕궁 내 부의 유일한 존재, 왕좌로 향한다.
“너무 예상 밖의 상황인지라, 이 건 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서준의 쏟아지는 시선에 화려한 왕좌에 고독히 앉은 왕이자 최고의 원로인 휘노소프가 얼굴을 일그러 뜨린 채로 고개를 숙인다.
“……타 차원의 왕을 뵙는데 면 목이 없습니다. 제가 너무 부족한 탓에 원로마저 제대로 이끌지 못했 습니다. 어떤 말로도 사죄할 수 없 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말끝을 흐린 휘노소프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고개를 숙인다.
“드워프 일족을 대표하는 왕으로
서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부디 인 왕의 너그러운 용서를 바랍니다.”
종족을 대표하는 왕이라고는 볼 수 없는. 아니, 보여서는 안 될 모 습을 보이고 있었다.
필히, 무언가 사정이 있을 것이 라고 서준은 직감했다.
“사과보다는 지금 이 상황을, 원 로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말을 내뱉고 있는 서준의 눈동자 는 차갑게 식어있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