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권 19화
169화
이미 천사라면 학을 떼는 이세디 아와 레잉가도 당황하기는 마찬가 지였다.
“분명……. 인간이었지?”
“확실히 아까까지는 그랬었다 만……
눈앞의 현상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둘은 말했다.
동시에 바짝- 몸을 긴장시키고는 교황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이들 또한 광무혈마와 마찬가지 로 현경 혹은 그 위인 반신의 경지 에 오른 강자였기에, 본능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천사가 되어 다시 나타난 교황 이, 상대하기 버거운 강자라는 것 을 말이다.
아니, 눈치보다는 각인된 경계심 이었다.
이세디아와 레잉가는 천사들과 오랫동안 교류, 전투를 치러 봤던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세 쌍의 날개……
천사의 등 뒤에 펼쳐진 날개의
숫자를 확인해가던 레잉가가 놀란 듯 음성을 흘린다.
기본적으로 천사의 힘은 날개, 성흔의 숫자로 정해진다.
그리고 세 쌍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이들은 치천(職天)에 달하는 천사, 신위(神位)에 오른 존재라는 것이었다.
“크흐흐, 이 몸의 위대함을 눈치 챘나 보군……
웃음을 홀린 요한이 손을 들어올 린다.
새하얀 빛을 내뿜는 구슬이, 요 한이 품게 된 신력과 어우러져 기
운을 증폭했다.
“이 몸은 위대한 신의 힘을 누리 게 된 존재.”
우우웅-
요한의 손 위에서 피어나기 시작 한 새하얀 빛들이 삽시간에 부풀려 지기 시작한다.
“진정한 신의 힘의 앞에 조아리 고, 경배하라, 작디작은 존재들아.”
이윽고, 요한이 팔을 넓게 펼치 자 일대의 빛들이 하늘을 완전히 뒤덮는다.
마치 신의 강림이 이루어지는 것 과 같은 모습.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빛들을 바 라보고 있던 이세디아와 레잉가의 눈이 가늘어진다.
단순히 거대해진 힘의 크기 때문 이 아니었다.
요한은 그보다 더 본질적인 힘.
반신에 오른 이세디아조차도 두 려움에 떨게 만드는 기운을 품고 있었다.
단언컨대 이세디아는 이와 같은 기운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인간이었던 요한의 몸 에서 이런 기운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신성력.’
그러나 두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 는 일을 부정하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요한은 천사, 그것도 수준급의 신격에 도달했다.’
그러나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는 다.
아니, 느낄 필요는 없다.
“……네놈은 진짜 신이 아니다.”
눈살을 찌푸린 채로 차가운 음성 을 흘리는 이세디아의 모습에 요한
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진다.
“불경하군. 하등한 네놈이 신에 대해서 무엇을 안다고 지껄이는 거 냐.”
“이 힘은 노련함이 전혀 느껴지 지 않아. 분명 편법을 이용했을 테 지. 그런 존재가 어찌 신의 이름을 논할 수 있다는 말이지?”
정곡을 찌르는 이세디아의 말에 요한의 눈동자에 분노가 치솟는다.
“네놈……!”
동시에 요한이 손을 휘두르자, 하늘을 뒤덮고 있던 빛들이 지상으로 쏘아져 내린다.
이세디아가 빚어낸 바람들이 벽 을 만들고 그 빛들을 막아선다.
쿠구궁....
천지가 뒤흔들렸다.
“이제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신 이 된 자이자 위대한 투신의 후계 자다. 그런 이 몸이 진정한 신이 아니라면 누가 감히 신위를 논할 수 있다는 말이냐!”
커다란 외침과 함께 뿜어져 나오 던 빛의 크기가 더욱 거대해진다.
이윽고, 대치를 이루고 있던 이 세디아의 바람이 무너지고 흩어지 기 시작했다.
“뭘 도우면 되는 거지?”
역력한 힘의 차에 레잉가와 광무 혈마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이세디아는 이를 꽈악- 문 채로 고 개를 내젓는다.
“살아남는 데 집중해. 지금 교황 은 우리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 는 수준이 아니야.”
자존심이 상한 광무혈마와 레잉 가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감정적 인 행동을 보이지는 않는다.
감정적인 판단은 파멸을 부르는 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이었다.
광무혈마와 레잉가는 빠르게 거 리를 벌려낸다.
그리고 그것은 실로 훌륭한 판단 이었다.
자리를 벗어나기 무섭게 하늘에서 광명이 떨어져 내려와 이세디아 가 만들어 낸 바람의 벽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쏟아지는 광명의 틈 사이로 요한 이 발을 놀려 이세디아를 향해 뛰 어들었다.
뻗어진 손이 단숨에 이세디아의 목을 노린다.
손끝에 미세한 감각이 걸렸지만,
이내 이세디아가 눈앞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
바람을 타고 이동한 이세디아가 단숨에 요한의 뒤를 점한다.
어느새 그녀의 손에는 바람으로 빚어진 두 자루의 검이 반짝이고 있었다.
“반푼이에 불과한 반쪽짜리 신이 면서, 아직도 제 주제를 모르나 보 군.”
요한이 입꼬리를 한쪽만 비틀어 올리고는 노골적인 비웃음을 흘렸 고, 그의 날개에서 빛의 장막이 뿜 어져 나온다.
놀란 이세디아가 황급히 바람을 부려 몸을 뒤로 뺐다.
“무의미한 짓.”
요한이 날개를 활짝- 펼치자, 등 뒤에서 뿜어졌던 빛의 장막이 이세 디아를 쫓고, 가두려 했다.
쌔액-!
뒤이어, 하늘을 뒤덮고 있던 새 하얀 빛 또한 이세디아의 뒤를 쫓 는다.
피할 곳이 존재치 않을 정도로 무수히 많이 쏟아지는 공격에 이세 디아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린다.
빌어먹을...’
속으로 거친 욕설을 삼키고 있는 사。], 이윽고 요한이 쏟아낸 공격, 빛의 세례가 시야를 새하얗게 뒤덮 었다.
가족들과 편안한 저녁 식사를 마 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서준의 동공이 흔들린다.
‘이건 뭐지?’
바다 너머, 좁은 땅에서 아주 강 력한 힘을 가진 존재가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포착한 것이 었다.
아니, 단순히 강하다고 표현할 바가 아니었다.
뿜어지는 기운의 양만 두고 봐도 선계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팔선 (A仙)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 도의 막대한 힘을 품고 있었다.
‘이런 강자가 지구에 있었나?’
그것만큼은 당당히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었다.
만약 이런 강력한 존재가 있었다 면 진즉에 눈치를 챘을 것이다.
골치 아픈 상황에서준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교황청을 처리하는 과정에 무슨 일이 생겼나?’
느낌이 좋지 않았다.
고작 집단 하나를 처리하러 간 것에 불과했지만, 강대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는 만큼 그저 무시로 일관할 수는 없었다.
아니, 이렇게 고민을 하는 시간 조차도 사치였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는 게 좋겠지.”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름 모를 존재가 워낙 강대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탓에 길을 잃을 걱정은 없다 는 점이었다.
서준은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 나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콰광-!
폭음과 함께 새하얀 빛들이 터져 세상을 집어삼킨다.
멀리서 이세디아와 요한의 싸움 을 지켜보고 있던 레잉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세디아!”
땅을 박차며 뛰어나가려는 레잉 가의 앞길을 가로막은 광무혈마가 고개를 내젓는다.
“침착하게. 감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어.”
천사가 되어 나타난 교황은 셋이
덤벼도 버거울 정도로 상당히 강했 다.
고작 현경에 이르러 있는 둘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짐만 될 가능 성이 컸다.
이세디아도 그 사실을 알고 살아 남는 걸 우선으로 하지 않았는가?
“정말로 이세디아라는 자를 돕고 싶다면, 최대한 빠르게 교주님께 이 소식을 알릴 방도를 찾아내는 게 좋을 거다.”
가장 현명한 판단이었지만, 그마 저도 녹록지가 않았다.
빛의 장막이 마침내 거둬지고 다 시 모습을 드러낸 이세디아와 요한.
둘의 싸움의 승패가 결착 났기 때문이었다.
넝마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진 이 세디아, 여전히 작은 상처조차 없 이 허공에서 의기양양하고 있는 요 한.
최악이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는 상황에, 광무혈마가 무겁게 고개를 주억 인다.
“……내가 시간을 최대한 끌어보 겠어. 이세디아를 데리고 자리를 벗어난 후에 빨리 교주님께 이 소
식이 닿을 수 있도록 해.”
“아니, 내가 시간을 끌 테니 네 가 이세디아를 데리고 도망쳐라.”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난 이 곳의 문물이나 방식에 대해 잘 몰 라. 네가 교주님께 연락하는 것이 훨씬 빠를 테지.”
타당한 광무혈마의 말에 레잉가 의 입이 다물어진다.
“……이 은혜는 잊지 않도록 하 겠다.”
의견을 조율하고, 대화를 끝마치 기 무섭게 광무혈마가 땅을 박차고 뛰어간다.
탁-! 탁-!
망설임이 존재치 않는, 전력으로 내딛는 걸음이었기에 그 속도는 추 종을 불허했다.
마침내 한 자루의 검을 휘두르고 있는 광무혈마의 신형이 요한의 앞 에 순식간에 당도했다.
“우습군.”
그러나 요한이 내뿜어내는 새하 얀 빛의 장막 앞에 허망하게 밀려 날 뿐이었다.
“그래도 강해진 힘을 만끽하는 여흥 정도로는 나쁘지 않겠군.”
비릿한 미소를 흘린 요한이 다시 한번 손을 놀리려던 순간이었다.
허공에서부터 날아온 날카로운 바람이 요한이 내뻗던 손을 베어낸 다.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낸 것인지 이세디아가 바닥에 쓰러진 채로 검 은 피를 한 움큼 토했다.
“커헉—!”
잘라진 손목과 검게 죽은 피를 토하는 이세디아를 번갈아 바라보 던 요한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린다.
“발악해봤자 소용없다고. 지금의 나에게 이런 가소로운 공격 따위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코웃음을 친 요한이 새하얀 빛을 내뿜자, 잘려나간 손목이 빠르게 재생된다.
발악과도 같은 일격이 실패하자 이세디아의 얼굴빛이 사색이 되어 간다.
“이것이 바로 신의 힘이다!”
절망이 차오른 이세디아의 얼굴 을 바라보며 요한이 즐거운 웃음을 흘릴 때였다.
콰광-!
일순간, 하늘이 번쩍이고 검은 구름과 함께 요란한 벼락이 요한의
머리 위로 내려친다.
“네놈들의 가소로운 공격 따위 아무런 의미가 없다 했거늘.”
요한이 여유로운 미소를 홀린다.
오히려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기 라도 하려는 듯, 아무런 방비 없이 오직 공격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요한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크아악—!”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고통 이 느껴진다.
강대한 힘을 얻게 된 이후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고통이라는 감각이 전신을 휘감는다.
한 번이 끝이 아니었다.
쾅! 쾅! 쾅!
검은 벼락이 몇 번이고 번쩍이며 요한의 머리 위로 내려친다.
“크아아악-!”
아득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이것 은 시작에 불과했다.
새하얗게 물들었던 세상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잠식되기 시작한다.
쿠구궁…….
덮쳐오는 어둠의 강력한 힘에 광
명은 마침내 비명을 내지르며 갈라 졌다.
천천히, 그리고 확실히 세상을 검은빛으로 물들였다.
별안간 세력을 들이미는 어둠과 난생처음 느끼는 고통에 다소 멍한 눈이 된 요한과 다르게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린 광무 혈마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천마신교 만세, 만만세! 신, 광 무혈마, 미천한 몸으로 교주님을 뵙습니다!”
콰광-!
이윽고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벼락이 하늘에서 내리치며, 백색의 날개를 펼치고 있던 요한의 몸이 지면에 처박힌다.
내리친 벼락이 세상을 집어삼킬 것만 같던 백색의 빛들을 모두 잡 아먹은 순간이었다.
허공의 한가운데서, 칠흑의 기운 을 두른 그들의 신, 한서준이 모습 올 드러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