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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148화 (148/517)

— 7권 3화

153화

서준은 광무혈마와 무명신의를 데리고 성주가 내어준 작은 독채로 향했다.

한 도시를 거느린 성주는 분명 높은 지위였지만, 혈교에게 빼앗기 고 갈취당한 것들이 많은지 사람 넷이 들어가자 다소 비좁을 만큼 작은 독채였다.

“이런 누추한 곳에 존귀하신 분 을 모시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무슨, 장소가 중요한 건 아니니 까.”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아 하는 서준의 모습에 성주가 안도의 한숨 을 내쉰다.

서준은 근처 의자에 몸을 뉘고는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일단 다들 편하게 앉아.”

서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하자 성주가 화들짝- 놀람을 감추지 못 한다.

“아닙니다, 저희가 어떻게 같이 앉을 수 있겠습니까.”

“따로 격식 차릴 신경 쓸 거 없 다니깐. 너희들은 알잖아?”

서준의 물음에 광무혈마와 무명 신의가 고개를 주억인다.

“그러면 염치 불고하고.”

“감사합니다.”

잠시 후, 일대에서 있던 세 사 람이 근처에 놓인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광무혈마에게 사정은 대강 듣긴 했지만, 천마신교의 깊은 사정까지 는 미안하게도 아직 내가 정확히 알지 못해. 그래서 물어야 할 게 많은데 대답해줄 수 있지?”

“무엇이든 여쭈어보시옵소서.”

순간, 서준의 눈빛이 차갑게 가 라앉는다.

“대체 그 융성했던 천마신교가 어떻게 이렇게 단기간에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었지?”

천마신교는 원래도 그 자체로 대 단한 집단이었다.

게다가 후대를 물려준 차기 천마, 초류영(超柳榮)은 등선 준비를 위해, 은거한서준을 이어 천하제 일인이라는 호칭을 가졌던 인물이 었다.

혈교가 간악하고 얍삽하긴 하였

지만, 최강의 교단과 최강의 인물 이 모두 있던 천마신교가 이리도 허무하게 무너졌다는 것을 쉽게 받 아들이기가 힘든 것이 당연한 것이 었다.

이해를 촉구하는 서준의 질문에 무명신의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 고, 몸을 부르르- 떤 후에 조심스 럽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교주님 다 저의 불 찰이었습니다, 제가 더 경계하고 유심히 살펴 보필해야 했는데 죄송 합니다.”

“갑자기 무슨 말이야?”

갑작스러운 무명신의의 말에서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머리를 회전해 답을 찾아간다.

“천마의 자리를 받은 초류영은 어떻게 됐지?”

“……죄송합니다, 목숨을 바쳐서 라도 지켜냈어야 했는데 면목이 없 습니다.”

무명신의로부터 돌아온 대답에서준의 눈매가 가늘어져 간다.

“빌어먹을 혈교와 붙어먹은 놈이 누구지?”

혈교의 간악하기 짝이 없는 수와 서준이 없는 틈을 파고든 것은 실

로 훌륭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강성했던 천마신교와 당 시 천마의 자리를 물려받은, 천하 제일인 초류영이 혈교의 간악한 술 수에 쉽사리 당해 줄 리가 없었다.

이건, 내부에서 혈교와 붙어먹은 자가 존재한다는 말이었다.

“요악(妖惡) 입니다.”

“요악? 암귀요단(暗鬼妖團)의 단 장이었나?”

“그렇습니다.”

서준은 헛웃음을 흘렸다.

“하..

요악.

천마신교를 세울 당시 서준의 정 보 수집과 통제에 큰 역할을 담당 했던 인물이었다.

머리는 비상하고 눈치는 빨랐으 며 교묘한 수를 잘 썼기에 모두가 그를 요사하고 잔망하다 하여 붙여 진 이름이었다.

천마신교에 흘러들어오는 모든 정보는 그를 통해 관리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그 능력 자체만 보면 천마의 자리를 거머쥐고도 천마신교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천마란 존재는 두뇌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제일 우선이 되는 건 무위 (武威).

그렇다고 요악의 무위가 낮은 것 은 아니었지만, 서준이 은퇴한 후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렸던 초류영에 비교하자면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기에 초류영에게 천마의 자 리를 물려주었다.

대신하여 요악에게는 암귀요단의 단장이라는 직책을 두었는데, 서준

이 등선을 한 후 혈교와 붙어먹은 것이었다.

요악의 배신으로 눈과 귀가 가려 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다른 이들이 무엇을 알 수 있겠단 말인가?

“전대 교주, 초류영 님은 독에 중독된 상태로 밤에 혈교의 대교주 가 이끄는 혈후단(血局團)에 기습 을 당하셨습니다……

솟구치는 분노에 무명신의의 몸 이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

“내 실수야. 어느 정도 욕심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눈이 멀

어 버려서 동료들을 배신하는 어리 석은 놈일 줄은 몰랐으니……

서준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 나온다.

다소 복잡한 상황을 빠르게 정리 하고는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구심점인 교주가 무너져 혼란이 찾아온 틈을 놓치지 않고 혈교는 단숨에 몰아쳤을 테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겠지.’

무명신의는 우직하고 충직한 성 격 탓에 끝까지 천마신교를 포기하 지 않고 자리를 지켰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를

해왔던 혈교의 간계를 막아내지 못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초류영뿐만 아니라 무명신의를 비롯한 천마신교의 많 은 주요 인물들도 독에 중독이 되 어있었을 수도 있었다.

“제가 너무 요악이 주는 정보를 전적으로 믿어버리는 우둔함을 보 여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니, 내가 일궈낸 천마신교와 천하제일인이라 불렸던 초류영의 팔다리를 완전히 묶어낼 정도면 요 악과 혈교놈들이 그만큼 철저했을 뿐이야.”

서준이 은거하여 공석이 된 자리 를 꿰찬 것이라지만, 천하제일이라 는 호칭을 가진 존재를 죽이는 것 은 결단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교주님께서 지정한 후대 천마를 지키지 못했을 때 차라리 죽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였습니다.”

무명신의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눈물이 쏟아지지 않았지만, 당시 의 분노와 비통한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다.

“그런 말 하지 마, 너라도 이렇 게 살아있어 얼마나 다행인데.”

서준은 무명신의의 어깨를 두드

리며 격려하더니, 이내 고개를 돌 린다.

“광무혈마.”

조용히 이야기를 경청하던 광무 혈마가 곧장 고개를 조아린다.

“부르셨습니까”

“요악를 비롯한 다른 천마신교의 교인들이 잡혀있는 곳들이 알고 있 겠지.”

“알고 있기는 하나……

“문제가 있나?”

서준의 가늘어진 눈매에 광무혈 마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 까! 다른 천마신교의 교인들은 혈 교의 본거지가 있는 운남성 부근의 혈옥군(血獄郡)에 있습니다!”

광무혈마가 어째서 말끝을 흘려 가며 눈치를 보았는지 알 수 있었다.

본거지가 근방에 있는 만큼 경비 가 삼엄하고, 혈교의 강자들이 모 두 몰려 있을 것이었다.

‘지금의 인원으로 곧장 쳐들어가 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겠지.’

물론, 이건 광무혈마가 서준의

정확한 힘을 모르고 있기에 하는 착각이었다.

서준의 입장에서는 귀주와 운남 성이 가까워서 더 좋을 뿐이었다.

‘귀찮게 이곳저곳 돌아다닐 필요 없이 한 번에 정리할 수 있겠네.’

자연스레 다음 목적지가 정해지 게 되었다.

“난 지금부터 운남성으로 향할 거야.”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무명신의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 답을 해왔고, 뒤이어 눈치를 보던 광무혈마도 조심스레 입을 연다.

“교주님께서 가신다면 저도 따르 겠습니다.”

얼굴에 미소를 띤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는 길은 조금 험난한 편 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무명신의가 씩씩한 목소리로 대 답을 해온다.

“전 이미 설령 죽는 한이 있더라 도 교주님을 따르기로 한 몸입니 다.”

두 눈동자에는 10년 전 함께 천마신교를 이끌고, 부흥시켰던 강한 투지와 열의가 어려 있었다.

“각오는 좋네.”

피식- 미소를 흘린 서준이 자리 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천마신교의 부활이자 천마, 한서준의 귀환을 알리러 가볼까?”

“명!”

“따르겠습니다!”

이어, 무명신의와 광무혈마는 곧 장 고개를 주억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렇게 세 사람은 귀주를 떠나 운남성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혈교 내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던 혈풍단이 단 하룻밤 만에 괴멸됐다.

혈풍단을 대표하는 고수들은 물 론, 단장 혁운마저 단전이 파괴되 고 미치광이가 되었다.

혈교를 등에 업고 귀주에서 왕처 럼 군림해온 혈풍단이 고작 반나절 만에 바닥으로 몰락해버린 것이었

다.

하지만 귀주성 내의 사람들은 혈 풍단의 괴멸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훨 씬 더 충격적이고 커다란 소문이 퍼져나갔기 때문이었다.

천마지존, 한서준이 되돌아왔다.

귀주 내에서 시작된 소문이었지만,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작 하루 밤사이에 귀주는 물 론, 인근거리에 있는 중, 소도시에 곳곳에까지 천마지존에 관한 이름 들이 곳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악하고 정보에 민감한 혈교가 이러한 정보를 놓칠 리가 없었다.

“지금 내뱉었던 말들에 한 치도 거짓이 없겠지?”

“제가 감히 총대교주님 앞에서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을 하는 사 내의 모습에 황금으로 된 용의 자 수가 그려진 옥좌 위에 앉은 붉은

빛 도포를 걸친 총대교주, 일월대 마(日月大魔)의 입에서 광소가 터 져 나온다.

“크하하-!! 이런 천운이 찾아올 줄이야 너무나도 기쁘구나!”

일월대마의 두 눈동자에 광기에 가까운 집념들이 차오른다.

“드디어, 드디어 우리 혈교, 내가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이라는 것 을 중원 대륙의 모두가 알 수 있게 되겠구나. 크하하-!!”

궁궐 대전에 일월대마의 광기 어 린 외침에, 모두가 숨조차 함부로 내쉬지 못하며 바닥을 향해 눈알만

을 굴리기 바쁘던 와중. 한 중년의 남성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며 말 한다.

“분명, 상전께서 강하시긴 하나 직접 움직이시는 건 최선의 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월대마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대교주여 지금 반신, 아니 이제 는 신의 영역을 논하는 무위를 가 지게 된 짐이 패배할 것이라고 생 각하는 것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천마, 한서준은 과거의 인물일 뿐입니다. 현재의 태양은 일월대마님이신 것

이 분명합니다.”

“그럼 무슨 의도로 방금과 같은 말을 함부로 지껄인 것이지?”

일월대마의 입에서 노기 어린 목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대교 주는 움츠러드는 기색이 없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 교주는 지금의 혈교를 일궈 낸 일 등공신, 책사였다.

일월대마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대교주의 말을 홀려듣거 나 무시할 수는 없었다.

“저희 혈교의 상징과 같은 홍운 제(紅雲祭)라는 중요한 의식을 앞

에 두고 일월대마님께서 직접 움직 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이 되 어서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하면, 과거의 망령 따위가 내 땅을 누비는 것을 방치하라는 것인 가?”

“총대주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 럼 천마, 한서준은 과거의 망령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총대주교 님께서 직접 손을 쓰실 필요도 없 이 현재 현경에 이르러 있는 옥문 혈마(獄門血魔), 악비혈마(惡飛血 魔)와 혈후단 정예 20명을 보내면 될 것입니다.”

“ 흐음

미간을 찌푸린 채로, 신음을 흘 리던 일월대마의 고개가 돌아간다.

“어찌? 확실히 처리할 수 있겠느 냐‘?”

일월대마의 시선이 닿는 순간, 옥문혈마와 악비혈마가 자신감 있 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맡겨만 주십시오.”

“반드시 천마지존의 목을 베어 총대교주님의 앞으로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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