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권 23화
148화
서울 여의도 중심.
거대한 금빛 게이트를 중심으로 강석호와 협회의 직원들이 돌연 생 겨난 게이트 주변을 뛰어다니며 여 러 사항들을 체크하기 바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갑 작스레 다른 누구도 아닌, 서준이 계획을 바꾸겠다는 말을 했기 때문 이었다.
“일단 외부로 새어나오는 마력은
상당히 침착하긴 합니다만……”
이성이 없는 몬스터들만이 살고 있는 차원은 대체적으로 거친 느낌 의 기운이 엉켜서 흘러나온다.
반면 눈앞에 새로이 나타난 게이 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은 다소 안 정적인 편에 속해 있었다.
이종족이 거주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마냥 호의 적일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마력반응 둥급이 S급으로 상당 히 높은 편에 속하는데, 정말 바로
진입하셔도 괜찮으시 겠습니까?”
흘러나오는 마력반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차원 내에 강자 혹은 강한 무리가 존재할 확률이 높아진 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눈앞의 게이트는 서준이 들렀던 아니마와 프리실라와 동일 한 S급.
현재 지구가 측정할 수 있는 최 고의 수준에 달한다는 말이었다.
물론, 강석호는 서준이 상식을 벗어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질문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의 서준은, 전혀 서준답지 않은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평소와 달리 갑작스레 서울 한복 판에 생겨난 게이트, 정체 모를 차 원을 두고도 서준의 전투 의지가 묘하게 사그라져 있었다.
“ 흐음
서준은 턱에 손을 괸 채로 이 상 황, 중원 대륙에 대해 어떻게 이야 기해야 하나 고민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해보면 구태여 숨길 이유는 없었다.
“우선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저
는 이 게이트, 차원을 알고 있습니 다.”
“ 예?”
강석호가 고개를 갸우뚱- 젖히 며, 서준을 바라본다.
“저희 지구와 같은 인간이 주류 를 이룬 세계입니다.”
“ 인간이요?”
“으음, 간략하게 설명해드리자면 그들의 상식이나 통념은 다소 다르 긴 합니다만, 일단은 인류가 거주 하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마력 반응이 높 단 말입니까?”
강석호가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놀라고 있었지만, 실로 합리적인 수치였다.
‘오히려 조금 낮게 평가된 수준 이지.’
중원 대륙에는 십 대 고수, 천하 제일인과 같은 강자들을 제외하고 도 일종의 요괴, 괴력난신 같은 이 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이런 마 력의 파장, 중원 대륙에 거주하고 있는 강자들 따위가 아니었다.
‘시간 격차가 존재하려나?’
옥황의 도움을 받아 시간을 천
년 이상 되돌린 상황이었다.
그리고 시간축의 영향을 받은 것 이 비단, 지구, 혹은 그와 연관된 차원들만일 거라고 확신할 순 없었다.
이 너머의 중원 대륙 또한 알고 있던 곳이 아닌 천 년 전의 중원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많은 상황, 생각들이 머릿속을 교차하였지만 이내 고개를 내젓는 다.
‘이렇게 혼자 고민할 필요는 없 지.’
직접 들어가서 두 눈으로 확인해
보면 그만이었다.
‘만약 내가 알고 있고 나를 기억 하는 중원 대륙이라면……
굳이 싸울 이유가 없었다.
‘천마신교마저 흡수해 리벨리온 의 몸집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 회다.’
천사와 악마라는 최상위종을 적 으로 두고 있는 지구의 입장에서 내공심법, 무공을 다루는 무인들은 큰 힘이 되어 줄 것이 분명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장 좋은 결과를 염두에 둔 소리였다.
‘그런데 내가 모르는 중원 대륙
이라면...?’
서준의 입가에 자신감이 어린 미 소가 흐른다.
이미 한번 제패하고 군림했던 땅 이었다.
그 방법을 알고만 있다면, 패권 을 쥐는 것이야 어려운 일도 아니 었다.
서준이 돌연 나타난 중원 대륙으로 향하는 게이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가던 순간이었다.
지잉-
“저, 저기…… 게이트에서!”
당황하는 목소리에 일대의 시선 이 모두 게이트로 향한다.
고개를 돌려 게이트를 향한 사람 들의 두 눈동자도 덩달아 휘둥그레 진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거 대한 금빛 게이트에서 비슷한 무복 을 입은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
방금 전, 서준이 해주었던 중원 대륙에 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던 사람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당황은 잠시뿐이었다.
타닥- 타닥!
게이트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리 벨리온 소속의 각성자들이 자리를 찾아 포위망을 신속하게 구축했다.
무복을 입은 무인들 또한 오랜 시간 훈련과 단련을 해온 것인지 황급히 자세를 다잡으며 병장기를 뽑아든다.
자연스레 두 무리가 서로를 향해 무기를 치켜든 채로 대치 상태에 들어가며 긴장감이 한가득 차오른 다.
무거운 정적이 흐르고 있던 순
간, 무복을 입은 무리의 전면으로 한 사람이 나선다.
“나는 위대한 혈교의 대주교, 광 무혈마(狂武血魔)다, 네놈들의 소속 과 이름을 밝혀라!”
자신을 광무혈마라고 내뱉는 자 의 말에는 날카로운 기세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러나 공격적인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일 수 없다는 쪽이 옳은 말이었다.
‘이건 대체……
평소와 같은 노선으로 순찰 도중
처음 보는 금빛 동굴을 발견하여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갑작스레 기(氣)가 뒤엉 키고, 시야가 뒤틀리더니 이내, 지 금의 광경이 펼쳐진 것이었다.
처음 보는 외적의 모습에 곧장 공격을 내지르려 했지만, 쉽게 발 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존재가 있기에 ..?’
항거할 수 없는, 본능에 각인된 공포가 전신을 짓누른다.
흡사, 과거의 그 ‘괴물’과 같은 인간, 천마(天魔)를 마주했을 때의
느낌이었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공포심에 대 주교가 황급히 상념을 털어내려 했 다.
‘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분명, 그 괴물은 10년 전에 하늘 을 가르고 찢어내며 등선을 해내었다.
그렇다고 여기가 흔히 말하는 ‘선계’인가?
결단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근처에 나약하기 짝이 없는 생 명들이 잔뜩 있다.’
더불어, 지금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자들도 한참이나 수준에 못 미치는 존재들이었다.
고작 이런 곳이 선계라고 불리는 공간일 리가 만무했으며, 결론적으로 그 괴물 같았던 존재가 이런 처 음 보는 외지에 존재할 리가 없다 는 말이었다.
생각을 차분히 정리해나가자 턱 끝까지 차오르던 공포심이 서서히 진정되며 사기가 차오른다.
“율법에 따라 소속을 밝히지 못 하는 외인들은 모두 혈교의 적으로 간주해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하도
록 한다.”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홀리고 있 는 대주교가 발을 놀리며 리벨리온 의 각성자들에게로 향한다.
대주교의 거친 행동에 놀란 리벨 리온 소속의 각성자들이 황급히 자 세를 다잡으며 방어 준비에 나서는 순간이었다.
대주교의 신형이 신기루처럼 흩 어지며 이내 완벽히 자취를 감춘다.
“정말 보잘것없는 방어진이군.”
스산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 온다.
이내 피처럼 붉은 기운이 둘린
주먹이 각성자들의 머리 위로 떨어 진다.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거기까지.”
검은 기운을 두른 인기척 하나가 둘 사이를 빠르게 비집고 들어왔다.
탁-!
휘둘러진 손에 기겁을 토한 광무 혈마가 주먹을 물리며 뒤로 물러선 다.
“허업-!”
순식간에 허를 찔린 광무혈마가 헛바람을 삼켰다.
시선은 자연스레 갑작스럽게 모 습을 나타낸 사내에게로 향한다.
이내, 광무혈마의 두 눈이 보름 달처럼 휘둥그레진다.
“당, 당신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에 대주 교의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몸이 떨 려온다.
‘마,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는 일인 만큼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그래. 단순히 비슷한 얼굴일 거야.’
방금 느꼈던 감정들은 그저 과거 의 잔재로 인한 착각에 불과할 것 이었다.
최대한 합리적이면서도 차분하게 머릿속을 정리해나가고 있던 순간 이었다.
“혈견 (血組)아.”
사내의 입에서 홀러나오는 말에 광무혈마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혈 견은 과거, 10년 전 그 괴물이 지 어주었던 광무혈마의 별명이었으며, 지금 그것을 알고 있는 이들은 손 에 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지금 있는 이 외지에는 단 한 명도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사내는 혈견이라 고 자신올 부르고 있었다.
본래 한 번은 우연일 수 있으나 이것이 겹치기 시작하면 더 이상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도 명백한 중거 는 단순히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도 경외심이 들 정도의 위엄을 품 은 패황(M 皇)의 위세였다.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과거의 기억에 비해서 다소 앳돼 보이긴 하였지만, 눈앞의 사내는 10년 전 사라졌던 천하제일, 아니 고금제일이라고 불리었던 천마(天 魔), 한서준이 틀림없었다.
“어떻게……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혼들리고 있는 광무혈마의 눈동자를 응시하 고 있는 서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 소가 흐른다.
“오랜만이다.”
다소 정겨운 인사말이었지만 주 변의 분위기는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뭐 하는 놈이냐?!”
“죽고 싶은 거냐?”
일단의 무리가 각자의 병장기를 들이밀고는 흉흉한 기세를 피워 올 리고 있던 찰나였다.
“무엄하다-!!”
광무혈마의 입에서 우렁찬 소리 가 터져 나온다.
분노가 가득 담긴 광무혈마의 음 성에 무리들은 눈을 부라리며 진한 살기를 피어낸다.
“감히 대주교님을 위협하다니!”
“네놈은 편히 죽지는 못할 거
터져 나오는 고함과 함께 무리들 이 몸을 날리며 쥐고 있던 병장기 들을 거칠게 휘두르려던 순간이었다.
“죽이지는 마.”
서준의 입에서 영문 모를 소리가 흘러나왔고, 광무혈마는 재빠르게 발을 놀린다.
이윽고, 광무혈마는 무기를 치켜 든 채로 고함을 내지르던 무리들을 때려눕힌다.
“커억-!?”
“아악-!!”
“ 대주교님?!”
“어째서?!”
비명과 더불어 당황스러움을 숨 기지 못하고 있는 부하들을 단숨에 때려눕힌 광무혈마는 거친 숨을 내 뱉으며 소리를 내지른다.
“감히 여기 계신 이분이 누구인 줄 알고! 당장 목을 치지 않은 것 에 감사하도록 해라!”
이어, 광무혈마는 등을 돌리어 서준을 바라보더니 무릎을 꿇고 바 닥에 고개를 조아렸다.
“서, 설마..
다소 눈치 빠른 이들이 상황을 이해하고서는 놀란 신음을 흘린다.
“천마신교 만세! 만만세! 미천한 자가 대천세계(大千世界)의 주인, 천마 한서준 님을 알현합니다.”
광무혈마의 발언에 등장한 ‘한서준’이라는 이름에 무인들이 몸을 굳힌다.
“처, 천마님이라고?!”
“멍청한 것들 뭣들 하고 있는 거 냐! 위대한 대천세계의 주인이자 천마신교의 진정한 왕, 천마 한서준 님께 고개를 조아리지 않고!”
광무혈마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일대에 울려 퍼졌고, 자연스레 일 대의 시선이 서준에게로 쏠린다.
쏟아지는 시선과 수식어로 붙는 낯부끄러운 호칭들에서준의 얼굴 이 붉어진다.
“됐으니까, 조용히……
“감히 천마신교의 진정한 왕, 한서준 님을 못 알아 뵙고 무기를 들 이대!? 한 번만 더 그런 실수를 하 는 놈이 있다면 나 광무혈마의 모 든 것을 걸고서라도……!”
“조용하게 말하라고 했다.”
서준의 작은 목소리에 담긴 살기 에 광무혈마가 몸을 바르르 떤다.
“죄, 죄송합니다.”
뒤를 따르고 있던 무리들은 이미 창백한 안색이 되어 몸을 바르르 떨었다.
이제야 그들이 따르는 위대한 무 인이자 대주교의 직위를 가진 광무 혈마가 저렇게까지 기겁하고 있는 이유가 이해가 갔기 때문이었다.
중원 대륙의 전설, 최강이자 최 악의 천마이자 고금제일의 무인이 라 불렸던 한서준이 되돌아 온 것 이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