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권 21화
146화
[대신예]
모든 스테이터스(힘, 민, 체, 내) 가 300씩 상승합니다.
황홀한 메시지가 담긴 초록빛 홀 로그램 창이 눈앞에 떠오르자 서준 의 입가에도 숨길 수 없는 웃음이 흐른다.
‘한 번에 열 개의 레벨 업이라니.’
모든 일이 그러하듯, 성장할수록
그 간극은 커지는 법이었다.
상당한 강자를 쓰러뜨렸기에 적 지 않은 경험치를 얻을 것은 예상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현재의 경지, 신위 에 도달한 레벨에서도 열 계단이나 껑충 뛰어오를 줄은 몰랐다.
레벨 업으로 인한 스텟 상승만으로도 제법 쏠쏠했지만, 이것마저도 일부였다.
‘대신예.’
기존의 화신 칭호를 대신해서 추 가적인 스텟이 자그마치 100이나 상승하는 칭호를 얻게 됐다.
한 번의 전투로 도합 130에 달 하는 스텟 상승을 거머쥔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도 훌륭한 전리품을 취했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라구 엘과의 전투에서 얻은 가장 큰 수 확은 따로 있었다.
‘패황의 신화.’
가장 원하던 신화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그토록 바랐던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실로 기뻐 마지않을 일이었지만, 지금은 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웃음기를 거둔 서준의 시선은 휑 한 황무지, 아니, 그 바다 너머의 대륙을 향한다.
‘천사들이 사용한 게이트.’
비록 엘리시움과 직접 연결된 게 이트는 아닌 모양이었지만, 지금 지구에서 유일하게 천사와의 연결 점이라 볼 수 있는 장소였다.
달리 말해, 저 게이트를 닫으면, 천사의 침공 경로가 하나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천사와 적대 관계에 있는 지금, 저 게이트를 내버려 둘 이유가 없
서준은 두 팔을 앞으로 내밀며 게이트 일대의 기운들을 조율한다.
‘ 천생.’
생명의 불씨가 뒤틀리고 엉켜있던 흐름을 다시 한번 일깨워내자, 벌어 졌던 균열들이 자취를 감춰간다.
이윽고, 천사들의 침공 경로인 게이트가 완전히 닫혔다.
“일단 하나는 처리했고.”
이제 남은 일은 한 가지.
다시 한번 고개를 돌린 서준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은 천사 군
단, 그 중심에 숨어서 사시나무처 럼 온몸을 떨고 있는 사키엘이었다.
“배신에 대한 죗값은 치러야겠 지‘?”
말을 내뱉는 서준의 입가와 눈동 자가 휘어져 얼굴에 마치 악귀와 같은 악랄한 미소가 피어났다.
돌연 이루어진 천사의 침공에 대
소란을 빚었지만, 이것은 모두 한 때에 불과한 것이었다.
‘한서준 각성자님께서 직접 움직 인 이상 패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근거 없이 내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이미 수없이 겪어봤기에 확신할 수 있던 것이다.
서준은 평범한 이들이 ‘기적’이라 고 생각할 정도의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마는, 그런 존재였다.
그렇기에 강석호는 전장으로 향 하지 않았다.
‘어차피 천사와의 싸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거다.’
아니, 오히려 방해만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느니 서준이 바라는 것, 지금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을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
실제로도 얼마 가지 않아 연합의 승전보를 들을 수 있었고, 사전에 준비하고 있던 강석호는 그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연합 리벨리온의 본격적인 창설 을 알리고 세계 각국 정상들의 가 입에 대한 확답을 받아낸다.’
모든 것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각국 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상들과는 아직도 치열한 논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 구에 생긴 수많은 게이트, 그리고 그 너머에 사는 무수히 많은 이종 족들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기존에 정해진 종족값으로만 보 자면 그들 중 지구인보다 약한 이 들은 얼마 없었다.
가장 나약한 종족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는 인간이 최상위 종족 중 하나인 천사를 등지고 독립을 선언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대다수 사람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본래 강석호와 서준이 생각하려 던 일들을 머릿속으로 계획하고 있 던 이들이 몇 명 존재하고 있었다.
‘미 대통령과 대부호 바인슈나이 더가(家)……
한때 세계 최강, 최고를 논하던 권력가들.
패권을 쥐고 지구를 주도하던 입 장이었지만, 갑작스레 일어난 대격 변으로 인하여 지구 내부의 존재도 아닌 이종족, 천사에게 주도권을 내어주게 되어 버렸다.
완벽히 외부의 존재가 패권을 쥐 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진 시간이 오래 지 나지 않았기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고 트리니티에 더 길들여질수록 그 변화가 더욱 눈에 띌 것이었다.
언젠가는, 돌이킬 수 없는 시국 이 오게 된다는 것이었다.
외세, 외압에 의한 억압의 고통 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머지않아서 전 지구가 그 불편함을 감수하게 되었겠지.’
결국, 트리니티가 없이 무엇도 할 수 없게 되면, 천사들이 무엇을 원하든 따를 수밖에 없을 터니 말 이다.
길들여지면 길들여질수록, 더 많 은 억압과 희생을 강요당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죽으라면 죽어야 하는 상 황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때문에 미 대통령도, 바인슈나이더
가도 지구의 상황이 썩기 전에, 변혁 을 필요로 여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아마…… 본 인이 이 상황을 주도하고 싶었겠지.’
누렸던 권력을 다시 한번 잡고 싶을 테니 말이다.
만약 한서준 각성자라는 존재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렇게 됐을 수 도 있었다.
물론,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하 긴 했을 테지만 말이다.
‘주도권을 놓친 상황이 아쉬울 수밖에 없겠지.’
그러나 한 국가, 한때나마 최강
국의 지도자로 활동했을 만큼 현명 했던 이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어 렵게 쥐게 된 독립의 기회를 놓칠 바보들은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 강석호와 서준의 의 견에 마냥 반대는 하지 않을 거라 는 말이었다.
실제로도 화면 너머에 있는 미 대통령과 귄터 바인슈나이더의 눈 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보십시오, 이게 저희가 천사와 악마와도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강석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준비
하고 있던 비서가 프로젝터를 조작 한다.
이내, 강석호의 화면 내로 선명 한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 영상 안에 펼쳐진 풍경은 이 자리에 모인 지도자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땅이었다.
[리벨리온의 본부…….]
대통령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홀 러나온다.
연합, 리벨리온의 본부가 건설되 고 있는 곳이자 치천사, 라구엘을 비롯한 수많은 천사가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런 천사들을 마주하고 있는 리 벨리온의 문장이 그려진 깃발을 들 고 있는 인간, 그리고 수인족과 엘 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나약힌' 존재, 종족이 아닙니다.”
강석호의 시선이 거대한 화면을 향한다.
때마침, 각 군단을 대표하는 존재, 서준과 라구엘이 각자 군단의 선두에 나섰다.
[치천사!]
세 쌍의 날개를 가진 존재.
천사 중에서도 높은 계급, 권력 과 힘을 쥐고 있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 만큼 모두가 헛바람을 삼키 며, 숨을 죽인다.
그때, 영상 속 최전방에서 있던 서준의 신형이 흩어진다.
한 명의 인간과 치천사의 격돌이 시작된다.
기존의 상식으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그러나 화면에서는 기존의 상식 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차례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더
니, 서준의 신형이 흩어졌고 라구 엘의 몸이 바닥을 나뒹굴고는 이내 벼락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치천사가 패배했다고?!]
이건 싸움이라고 볼 수 없었다.
유린(陳!®)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격차가 생각한 것 이 상으로 컸다.
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입에서 감 탄 섞인 탄성이 몇 번이고 계속해 서 흘러나온다.
[말도 안 돼!]
[어떻게……
물론, 의심하는 이들이 여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한서준 각성자가 강력하다는 것 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그는 개 인에 불과합니다. 저희 모두를 책 임질 수는 없을 겁니다.]
“맞습니다, 한 손으로 열 손을 당해낼 수 없는 법이지요.”
부정적인 말이었지만, 강석호는 반박하기보다는 묵묵히 고개를 주 억이고 있었다.
물론, 완벽히 수긍한 것은 아니 었다.
애초에서준이 쌓아온 것은 개인
의 무력뿐만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 차원을 거두어 마침내 리벨리온이라는 연합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과연 한서준 각성자께 서 혼자일까요. 우리에겐 수많은 손이 존재합니다.”
당당한 말을 내뱉은 강석호가 프 로젝터를 조작하자, 서준을 비추고 있던 화면이 전환되며 리벨리온의 전투로 영상이 전환된다.
“직접 보시지요.”
리벨리온, 공식 발표는 있었으나, 직접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 음이었다.
그러나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셀 수 없는 입과 귀가 있는 탓에 타 차원, 이종족들이 가입되어 있고 여태 없던 강력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는 둥의 여러 가지 소문이 돌 고 있었다.
하지만,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에 허장성세가 아니냐는 비난도 상당 했다.
결국은 전과 다를 바가 없는 허 울뿐인 연합이자 패권을 쥐기 위한 권력가들의 욕망의 산물일 뿐이라 고.
이외로도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
지만, 강석호와 리벨리온은 입을 닫았다.
어차피 말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결과로, 실력으로 대답하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결과를 보일 때 가 찾아온 것이었다.
카일 크리스토퍼, 칼리번 하이드 리히, 레잉가, 이세디아가 선두로 내세워진 연합의 군세가 천사들을 향해 빠르게 돌격했다.
세뇌당하고 지배당했던 때와는 달랐다.
서준을 통해서 가능성, 희망 그리고 천사들의 추함을 보았다.
그렇기에 망설임과 두려움은 존재치 않는다.
-가자! 천사들을 몰아내고 승리 를 쟁취하자!
우렁찬 소리와 함께 진군을 해오 는 리벨리온의 연합군, 그 앞을 천 사 중 두 쌍의 날개를 가진, 하미 엘이 가로막으려 한다.
그러나 연합군의 진군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더욱 속도에 박차를 가 하며 앞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서로의 거리 가 좁혀지는 순간이었다.
-귀쟁이! 바람으로 날 밀어라!
전방에 선 레잉가의 외침에 이세 디아가 팔을 내뻗는다.
쌔액-!
갑작스레 일어난 바람이 레잉가 의 육신을 가속시킨다.
단숨에 거리를 좁힌 레잉가의 주 먹이 천사를 향했다.
-죽어라!
이어진 외침에 하미엘의 머리에서 수박 터지는 듯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파삭-!
머리가 으깨진 천사는, 순식간에 최후를 맞이했다.
일대에 있던 천사들이 황급히 레 잉가를 공격하려 들었지만, 곧 나 타난 카일과 칼리번이 이끄는 각성 자 연합군이 앞길을 막아섰다.
-이 앞으로는 아무도 못 지나간 다!
오색찬연의 빛과 함께 초능력이 라고 해도 무방한 갖가지 능력들이 난동했다.
누군가는 거대하고 단단해진 육신
으로 앞길을 막아섰고, 다른 누군가 는 그들의 전투를 보조하며, 천사들 의 머리 위로 스킬들을 쏘아낸다.
쾅-! 쾅-!
천사들의 진형이 무너지고 마구 잡이로 흩어진다.
그 틈을 노리고 이세디아를 비롯 한 엘프들이 바람을 타고 노닐어 적진 한복판에서 검무(劍舞)를 선 보였다.
파바바밧-!
이어지는 패전에 천사들의 사기 는 바닥으로 떨어져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더니 전장을 이탈하는
이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기울기 시작했던 전세가, 확실하게 고꾸라진다.
이는 곧, 리벨리온 연합이 천사 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것이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