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권 20화
145화
거듭 강조했지만,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기였다.
그리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가장 최고의 방법은 바로, 일기토라고도 부르는 대장전이었다.
“인왕께서 우리를 비호한다!”
“위대한 존재를 따라 천사들을 몰아내자!”
라구엘을 손쉽게 제압하는 서준 의 모습에 감탄과 감동, 그리고 감
히 상위종인 천사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희망이 피어난다.
자연스레 정신에 박혀 있는 공포 도 썰물 빠지듯 밀려나기 시작한다.
이윽고, 시야가 넓어진 연합군의 눈가에는 불굴의 투지가 일어난다.
“겁먹을 거 없다!”
“놈들도 완벽한 존재는 아냐, 밀 어붙여!”
걷잡을 수 없는 바람이, 이제는 폭풍이 되어가는 연합군의 기세에 줄곧 여유를 보여 왔던 라구엘의 눈이 가늘어진다.
‘상황이 별로 좋지 않군.’
눈앞의 한서준이라는 인간.
신의 영역에 도달한 것만으로도 놀라웠는데, 인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노련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기세가 기울어 패색이 짙 어지는 상황 속에서 현실을 부정해 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만 하는 것은 바보 같은 판단 에 지나지 않았다.
‘한서준, 내가 알던 하등종과는 궤가 다른 존재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자 한서준이라 는 인간의 실로 경이로운 재능과 위
세에 저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나는 경외를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패배를 생각하지는 않는 다.
‘천신님께서 하사해주신 이 힘만 있다면.’
일순간이지만 한계점을 넘어서는 힘, 축복을 사용한다면 같은 하급 신위와의 싸움에서는 절대 패배할 리 없을 것이라 자신할 수 있었다.
고작 하등종, 하급 차원에서 성 혼의 힘을 개방한 것이 알려진다면 엘리시움 내부에서 큰 비웃음거리 가 되겠지만, 그런 이해타산까지
생각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치천사라는 자리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해준, 날카로운 감각들이 위험 하다고 계속해서 소리치고 있었다.
‘기회를 주지 마라. 끊임없이 몰 아친다.’
고민을 끝마쳤다면, 망설여서는 안 된다.
곧장, 성흔의 힘을 개방해낸다.
광명(光明)과 같은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더니 라구엘의 등에 안착 하며 한 쌍의 날개를 만들어 낸다.
강력한 힘이, 온몸에 솟구친다.
‘놈이 벌어진 격차에 적응하기 전에, 한 번에 심장을 부숴낸다.’
라구엘은 곧장 등 뒤의 날개들을 활짝 펼쳐 서준의 지근 거리를 향 해 쏘아졌다.
‘머리를, 순식간에 베어낸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푸욱-
육신에서 아찔한 고통이 밀려온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닥을 나뒹굴 게 된, 라구엘의 두 눈동자가 지진 이라도 난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
[대체 어떻게…….]
성흔의 힘을 개방하여 한계점을 부순 라구엘이었다.
강력한 육신, 기의 총량은 절대 적 지표였고,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할지라도 이러한 간극을 메꿀 수 없는 것이 정상이었다.
단지 이 공격을 피하기만 해도 놀라운 상황에, 이 움직임을 완전 히 읽히고 심지어 반격까지 당한 것이었다.
해답을 찾기 위해 멍한 채로 서준을 응시하자 그 이유를 쉽게 찾 을 수 있었다.
[투신의 특권…….]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는 라 구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서준 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른다.
“몰아친다는 판단은 나쁘지 않았 는데……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 훌륭한 계 획을 세워냈지만, 애석하게도 가장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 간과해버렸 다.
“하필 상대가 나였잖아.”
[투신(하급) 신명 효과 발동됩니
다!]
[자신보다 강력한 적을 만나 모 든 스테이터스가 2배 증가합니다!]
말 그대로 폭발적인 스테이터스 의 상승에 체내에 힘이 용솟음친다.
‘개꿀이네.’
입가에 환한 미소를 흘린 서준은 감히 확신했다.
‘이로써 내가 패배할 수 있는 자 그마한 변수조차 사라졌다.’
똑같이 강해졌다면 마선으로서 천 년에 달하는 경험, 기억을 지닌 쪽
인 서준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 턱이 없는 라구엘은 코웃음 치며 아직 자신은 지지 않았다는 듯 입을 열 었다.
[주제에 과분한 신명이구나, 투신 의 힘을 받았다고 기고만장하지 마 라!]
자신감 넘치는 말을 내뱉은 라구 엘이 황급히 허리를 비틀며 서준의 신형을 쫓는다.
바로 앞, 서준의 신형이 눈앞에 들어온다.
라구엘은 말아 쥔 주먹을 정면에
서 쇄도해오는 서준을 향해 내뻗는 다.
당연히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생 각하고 내지른 공격이었지만, 주먹 에 느껴지는 감각은 존재치 않았다.
분명 눈앞에 있던 서준의 신형이 신기루처럼 자취를 감춘다.
[어떻게……!]
뒤이어 등 뒤에서 서준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딱딱해. 이 힘을 이렇게 일직선 으로밖에 사용하지 못하다니, 한심 하기 그지없네.”
노골적인 비난에 라구엘의 미간
이 악귀처럼 일그러진다.
[오만 떨지 마라!!]
어느덧, 라구엘의 양손 위로 새 하얀 광명이 둘러졌다.
[신의 특권을 가진 것은 너뿐이 라고 착각하지 마라!]
라구엘 또한 신위, ‘무신’의 신명 을 가진 존재로 가진 존재로, 모든 병장기를 다룰 수 있다는 특권이 있었다.
새하얀 빛, 의념강기를 이용하여 한쪽에는 창, 한 손에는 단도를 빚 어낸 라구엘은 두 다리를 어깨너비 만큼 벌리고는 자세를 다잡는다.
[무신의 힘을 몸소 느껴 보아라.]
라구엘의 행동을 시시각각 응시하 고 있던 서준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과연, 신명이 주는 특권이 생각 한 것 이상으로 좋긴 하네.’
병장기를 단순히 다뤄내는 게 아 니었다.
무기를 쥐고, 자세를 다잡은 것 만으로도 계속해서 보였던 틈이 완 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단도를 활용하여 근거리, 창의 길이를 활용한 중거리까지의 모든 제공권을 완전히 확보해냈다는 것 이었다.
다루고 있는 창과 단도 모두 다 대가, 달인이라 불리는 경지에 올 라 있다는 말이었다.
[어디 아까처럼 오만함을 보일 수 있을지 궁금하군.]
자기가 펼칠 수 있는 최고의 방 어를 펼쳐냈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 인지 라구엘은 입꼬리를 한쪽만 비 틀어 올리고는 비웃음을 보인다.
그러나 서준의 표정에는 여전히 여유로움이 넘쳐나고 있었다.
“ 얼마든지.”
어깨를 으쓱인 서준은 가진 능 력, 아티팩트들을 발동시켰다.
[정복왕의 수투의 특수 능력 정 복왕의 진가가 발동됩니다.]
[10분간 모든 스테이터스가 1.5 배 상승합니다!]
[정복왕의 수투의 특수 능력 가 이사의 광폭이 발동됩니다.]
[10분간 모든 스테이터스가 2배 상승합니다!]
[훤일(暗日)의 낮 귀걸이를 착용 한 ‘분신’으로부터 능력치를 흡수합 니다.]
갖가지 능력이 겹치고 겹쳐 스테 이터스가 광폭적으로 상승했지만, 그것을 믿고 전처럼 무턱대고 거리 를 좁히지는 않았다.
두 자루의 무기를 쥐고 있는 라 구엘의 주변은 완벽한 놈의 영역.
아무리 지금의 육신이라 할지라도 저런 퍼펙트 에리어에 섣불리 발을 딛게 되면 큰 부상을 입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달리 말하자면 라구 엘의 주변으로 다가가지만 않는다면 부상을 입을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놈의 의도대로 근접전을 이어 갈 이유는 없다.’
무기에 따른 파훼법, 수많은 무 공과 전투 방식을 알고 있고 지금 의 육신이라면 그를 충분히 실현해 낼 수 있었다.
서준은 두 팔을 앞으로 내뻗으며 낮게 읊조린다.
“천존마선, 정격(建擊)
오만했던 선인들을 가루로 만들 어 내고, 선계를 갈라내었던 힘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선(魔仙), 한서준이라는 이름을 선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각인시 켜 주었던 무공이 펼쳐진 것이었다.
정격(2擊),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그 대부분의 힘은 바로 ‘ 번개’였다.
과거, 현경의 모든 벽을 넘어선 것으로 내공을 변환시켜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펼치지 않았던 데는 이 유가 있었다.
‘위력이 안 나오잖아.’
고작 현경에 이른 육체, 내공으로는 정격의 본래 위력을 재현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 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현재 신위에 오른 지금의 몸 상태라면 정격을 완벽히 펼쳐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콰르릉!
내뻗고 있는 팔, 몸 주변으로 거 센 전류가 일어난다.
뻗친 팔에서부터 일대로 퍼져나 간 전류에 공기가 요동을 치고, 땅 이 갈라지며 돌가루들이 비산하기 시작한다.
[네, 네놈……!]
일대에 흐르고 있는 강력한 힘에 불안을 느낀 라구엘이 황급히 땅을 박차 서준을 향해 쇄도해왔지만, 한발 늦은 뒤였다.
서슬 퍼런 목소리, 선고가 서준 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늦었어.”
어느덧, 일대 공간에 가득 차 있 던 강렬한 의지가 실려 있던 전류가 검은 구름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내리쳐라.”
쏟아지고, 내리치는 벽력과 같은 정격이 라구엘을 집어삼킨다.
콰과광-!
[끄으읍……
흰자위를 드러낸 채로 몸을 파들 파들 떨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지만, 신의 영역에 이른 라구엘의 육 신은 쉽사리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
다.
그러나 당황할 것 없다.
애초에 일격(一擊)처럼 가진 힘 을 쏟아내기만 하는 무식한 무공이 아니었다.
검은 구름에 담긴 뇌전의 힘이 서준에 의해 조작, 통제되고 있었다.
강력한 의지로 제어하고, 정확하게 의도한 위치에 쏟아낸다.
내리친 번개가 강제적인 서준의 의지에 따라 검은 구름으로 흡수된 다.
이윽고 흡수한 힘, 뇌전을 다시 한 번 쏘아낸다.
“쳐라, 매우 쳐라.”
콰르릉! 쾅!
계속해서 흡수하고 쏟아내 가는 과정 속에 내공에 담긴 의지는 더 욱더 강렬해지며 위력을 더해 간다.
이윽고, 단순히 내리치는 게 아 닌, 박살내고 형체조차 남지 않도 록 불태워낼 수 있는 의지, 파괴가 실린다.
그것이 바로 정격(S擊)이 가진 진짜 힘이었다.
쾅! 쾅!
계속해서 몰아치는 뇌전이 눈과
귀 그리고 세상이 멎을 것 같은 파 괴를 펼쳐낸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지만, 실 상 이 모든 것은 찰나에 이루어진 것.
빌려온 힘으로 위세를 떠는 하급 신 따위가 견뎌낼 만한 파괴가 아 니라는 것이었다.
[끅, 크아아아악!]
신위에 오른 존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허무한 단말마를 내뱉고 있는 라구엘의 머리 위로 계속해서 거대한 벼락이 내리친다.
콰과과광-!
그렇게 쏟아지는 뇌우에 삼켜진 라구엘의 육신은 바스라지고 불타 올랐다.
이윽고, 완전히 녹아 형체조차 남기지 못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 했다.
띠링-!
[치천사, 라구엘을 처지했습니다.]
[하급 무신, 라구엘과의 싸움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기록해 그 업적을 인정받아 새로운 신화가 발아합니 다!]
[보유 중인 신화에 패황의 신화 가 추가됩니다!]
[초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투신 신명의 효과가 발동합니 다.]
[추가 경험치를 500% 획득합니 다.]
[레벨이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필요 경험치를 충족함에 따라 레벨이 175로 상승하였습니다!]
[대단합니다! 재해(災害)의 위력 을 선보일 수 있는 신의 무학을 펼 쳐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우주의 역사에 새길 신화적 업적입니다!]
[칭호, 대신예(大新銳)를 획득합
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