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권 17화
142화
두 번째로 열람할 것은 역시나 ‘무신’이었다.
듣기만 해도 강렬함을 주는 신명 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중원 대륙에서도 이따금씩 들어 보았던 별호니까.’
그리고 무신이라는 이명을 달았 던 자들은 전부 출중한 무력으로 길이 남을 신화를 쓴 존재들뿐이었다.
즉, 한 시대를 호령했던 제일인 이 거머쥐는 별호란 말이다.
그렇기에 이 신명을 가지게 될 경우, 어떤 능력을 지니게 될지 흥 미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어디 한번 봐볼까.’
시선을 옮기자 초록빛 홀로그램 창으로 메시지들이 연이어 떠올랐 다.
띵-!
[‘무신’에 대한 정보 열람을 시작 합니다.]
[무신은, 개인의 무(武)의 향상, 성취를 바라고 즐기는 이들입니다.]
[주어지는 특전은 전투 시 모든 능력치가 1.5배 상승하고 무(武)와 관련된 병장기들을 모두 자유자재 로 다룰 수 있게 됩니다.]
[대표적인 무신으로는 마왕, 사탄 과 지배의 천사 가브리엘 둥이 존재합니다.]
메시지 창을 읽어가던 서준은 턱 에 손을 괸 채로 생각에 잠긴다.
“모든 병장기를 다룰 수 있다, 라……
만류귀종(萬流歸宗)이라지만 동 급의 고수들이 싸움을 벌인다면.
결국, 다룰 수 있는 무기, 재주가 많으면 많을수록 전투, 싸움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무신으로서 병장 기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상당한 매 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전투 시 스테이터스 상승 폭도 상당히 준수해.’
앞서 전신에 비한다면 상승의 폭 은 낮은 편이었지만, 제약이 존재 치 않았기에 상시 적용된다는 것만 으로도 그 값어치가 어마어마했다.
“무신이라.”
여러모로 탐이 나는 신명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사실 서준은 시스템, 무신의 신 명에 대한 보정이 없더라도 병장기 들을 모두 다뤄낼 자신이 있었다.
가장 많이 애용해왔던 주먹이 편 할뿐더러, 정복왕의 수투라는 아티 팩트를 가지고 있어 다른 병장기들 은 필요가 없을 뿐이었다.
그렇기에서준의 입장에서는 두 가지 혜택 중 한 가지밖에 받지 못 한다는 말이었다.
“일단 이것도 보류.”
서준은 정보를 머릿속에 정리한 뒤, 세 번째 신명인 투신으로 눈을 돌리었다.
“보자 투신은……
[‘투신’에 대한 정보 열람을 시작 합니다.]
[투신은, 어떤 싸움, 어떠한 강자 에게도 굴복하지 않으며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나가는 지독한 이들입니다.]
[주어지는 특전은 자신보다 강력
한 적과 전투 시에 모든 스테이터 스가 2배 중가하며, 숭리 시 획득 할 수 있는 추가 경험치가 500% 중가됩니다.]
[대표적인 투신으로는……]
메시지 창을 읽어가던 서준은 입 을 다물지 못했다.
“맙소사……
스텟 상승이 강력한 적과 전투 시에만 적용된다는 단점이 존재하 긴 하였지만, 서준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동급 혹은 수준 이하의 적들에
게 내가 패배할 일은 없다.’
그에 비해서 자신보다 강력한 적 과 싸울 때도 경험과 지식을 뒷받 침할 육체와 내공만 있다면 손쉽게 상대할 수 있는 무공과 방법들을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어지는 혜택, 경 험치 중가는 어떠한가?
그렇지 않아도 빠른 성장을 갈망 하던 서준에게는 날개가 달리게 되 는 꼴이었다.
‘게다가 신명이 상징하는 의미도 정확히 내가 원하던 바야.’
신명은 단순히 신을 칭하는 명칭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근간이 되는 성정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훗날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권능들과 연결된다.
그런 의미에서는 투신은 서준의 기준점으로 보자면 정말 으뜸가는 신명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겠네.’
투신에 대한 정보를 열람한 뒤로 는 전신과 무신에 대해서는 기억조 차 나지 않는다.
서준은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투신으로 하겠어.”
강렬한 의지를 담아 말을 내뱉자 귓전에 경쾌한 메시지가 울려 퍼졌 다.
띵-!
[투신의 신위에 도전하시겠습니 까?]
서준은 대답 대신 고개를 주억이 는 것으로 의사를 표하였다.
이후에 주어질 과제, 자격에 대 한 중명을 확인하기 위해 메시지 창을 바라보던 서준의 눈이 동그래
[능력에 걸맞은 과제를 위해 사 용자 ‘한서준’의 정보에 대한 검토 에 들어갑니다.]
[뛰어난 무위와 위대한 존재로서 의 자질을 중명해낸 상태입니다!]
[숭격심사가 불필요하다고 판단.]
[신명, 하급(下級), 투신(M神)이 주어집니다!]
[신명을 포스 스테이터스 창에 적용하시 겠습니까?]
앞서 ‘도전 자격’이 주어진다는 문구가 있었던 만큼, 특별한 심사 가 있을 것으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너무나도 간결하 기 그지없었다.
“정말로? 이렇게 거저먹어도
돼?”
내뱉는 말과 달리 서준의 입가에 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다.
애초에 거저먹는 것, 공짜를 싫 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거저먹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앞서 타 차원, 이종족들을 슬하 로 두고, 신을 죽이는 것으로 능력 을 증명해둔 상태였다.
그리고 까놓고 말해, 옥황도 두 려워했던 마선이 이런 심사를 본다 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스스로를 납득시킨 서준은 곧장 고개를 주억이며 입을 열었다.
“ 적용하겠다.”
고개를 주억이며 답하자, 눈앞의 홀로그램의 창에서 빛이 새어 나오 기 시작한다.
묵색과 붉은 기운이 춤을 추듯이 주위를 맴돌며 서준을 휘감는다.
이내, 소용돌이를 그려내며 체내 로 빨려들듯 흡수된다.
쉬익-!
주위의 빛이 흡수되는 과정에서, 서준은 자신에게 새로운 힘이 빠르 게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띠링-!
[신위에 오름으로써 보유하고 있 던 특성, ‘화신’이 삭제되고 신명으로 대체됩니다.]
[축하드립니다! 사용자 ‘한서준’ 이 CODE 38225, ‘지구’인 중 최
초로 신위에 등극해냈습니다!]
[신명은 하급, 투신입니다.]
[투신 (하급)]
기(氣)로 펼치는 무공(스킬)의 위 력이 세 배로 강화됩니다.
모든 스테이터스(힘, 민, 체, 내) 가 300씩 상승합니다.
자신보다 강력한 적을 상대할 시 모든 스테이터스가 두 배 증가합니 다.
적을 처치 시 획득하는 경험치의 양이 500% 상승합니다.
특이 사항.
투신(H神)의 신명을 증명할 수 있는 신화를 수집 및 성장시켜 신 격을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어마어마한 양의 메시 지 폭풍을 확인한서준의 입가가 호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모든 스테이터스의 100 상승과 무공의 위력이 0.5배 증가했지만, 이것들은 사실 빙산의 일각에 불과 했다.
‘드디어 돌아왔다.’
지배자의 느낌, 보이지 않는 기 운들이 존재를 받들고, 고개를 조 아리고 있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지금 당장 큰 변화를 일으킬 수 는 없다만.’
시스템 창에 적혀있는 대로 신화 들을 수집하고 성장해 신격을 드높 이게 된다면.
‘만물(萬物), 아니 저 하늘 너머 에 있는 그 누구든 내 앞에 무릎 꿇게 될 것이다.’
서준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흐르 던 찰나, 다시 한 번 소리가 울려 퍼졌다.
띠링-!
[상위 차원의 존재들이 투신의 신명을 차지한 한서준의 존재를 인 지합니다!]
[타 차원의 신들이 당신을 경계 합니다.]
[차원 ‘남도(南島)’의 투신의 신 명을 보유한 존재가 당신과의 결투 를 바랍니다!]
기뻐 마지않을 메시지들만 담겨 있던 전과는 달리, 단순한 경계를
넘어서 심지어 결투 요청까지 여러 반응들이 담긴 메시지들이 떠오른 다.
이제 갓 신위에 오른 존재로서 다른 신들의 반응들이 부담되거나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준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 르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신화의 제물이 될 놈들이 찾아와 주겠네.’
자고로 신화를 가장 빠르게 성장 시킬 수 있는 것은 같은 신화를 잡
아먹는 것이었다.
‘특히나 같은 투신의 신화를 흡 수해낸다면.’
구태여 귀찮게 신화를 쌓아 올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원래라면 같은 신위에 도달한 이 와 전투를 벌일 시 얻게 되는 것은 상처뿐인 승리일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신격과 싸움 을 벌여왔던 서준은 누구보다도 쉽 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라 는 자신을 넘어선 확신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가진 경험과 기억에 기존
능력, 그리고 지금 얻은 투신의 효 과까지 더해진다면……
신위의 진가, 권능을 부리는 것 도 가능하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한 단계 더 높은 중격 이상의 신 들이 찾아와도 지지 않을,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말이었다.
당장이라도 얻게 된 힘과 능력들을 시험해보고 싶었지만, 애석하게 도 적합한 상대가 없을뿐더러 처리 해야 할 문제들이 몇 가지 남아있었다.
‘마냥 기뻐하고 있을 게 아니라, 악마와 천사 그리고 내 신화를 노
리는 이들이 언제 침공을 하든 확 실하게 대비해둬야 해.’
실로 만족스러운 성장을 이뤄냈 고,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해나갈 수 있게 되었지만, 마냥 안 심할 수는 없었다.
지금의 성장은 어디까지나 본인, 한서준 개인의 성장이다.
아무리 강한 힘이 있다 할지라도 혼자서 모든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것은 상당히 고되고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는 정말로 머릿속으로만 그 려왔던 연합을 창설해낼 때가 되었
어.’
다수의 인원, 그리고 연합에 가 입할 차원, 이종족을 성공적으로 섭외해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춰 낸 상태였다.
그러나 연합이 창설되고 제 기능 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연합을 한군데 모아놓고 만약의 상황에 곧장 대처할 수 있게 배치 해둬야 한다.’
당연하지만 수많은 인원, 종족들 이 거주해야 하는 만큼 넓은 땅이 필요했다.
지금 건설 중인 본부도 괜찮았으
나, 세 종족의 병력이 한자리에 모 이기에는 조금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살다 살다 땅 걱정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정말 다행히 골머리를 썩 이는 일은 아니었다.
한국,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 북 한에는 주인이 없는 땅들이 많이 남아있었으니 말이다.
“흐음……. 그냥 정복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추가적인 성과가 있 으면 좋을 것 같은데.”
잠시 손에 턱을 괸 채로, 머릿속
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정리해낸 서준은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지구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사실, 북한 수복은 서준이 계속해 서 생각하고 계획해왔던 일이었다.
‘북한에는 수많은 게이트와 몬스 터가 존재해.’
마정석을 주 자원으로 삼고 있는
대격변의 시대에는 여러모로 탐이 날 수밖에 없는 땅이었다.
몬스터와 게이트를 토벌할 수만 있다면 대격변 시대의 최고 자원이 라는 마정석을 잔뜩 얻을 수 있는,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 간 북한을 수복하지 못했던 이유는 힘, 정확히 밀하자면 국가 간의 불 신과 상호 간의 협력이 부족하여 함 부로 도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지금의 지구가 충 분한 무력을 보유했고, 국가 아니, 차원 간의 협력이 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라는 말이기도 했다.
‘연합의 출정식에 딱 어울리는 무대라는 거지.’
앞서 고민했었던, 북한의 땅을 정복하는 것 말고도 추가적인 성과 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기에서준은 연합에 관련된 업무 총괄을 맡은 강석호를 바라보 며 자신 있게 입을 열었다.
“북한 말이에요, 우리가 수복합시 다. 세상에 우리 연합, 리벨리온 (Rebellion) 의 창설과 그 위용을 알 리는 위대한 첫 발걸음으로 말이죠.”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