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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133화 (133/517)

- 6권 13화

138화

악마는 다른 종족과 궤를 달리하 는 재생력을 태생적으로 지닌 종족 이다.

고작 한 조각의 자그마한 심장 파편만 있어도 육신을 재생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그것을 완전한 불사(不 死)라 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단호 히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 수복의 속도는 따라갈 종족이

없었으나, 결국, 재생하는 데 소모 하는 자원의 근간은 기(氣).

즉, 악마라고 할지라도 체내의 기(氣)를 제어하고 봉쇄할 수만 있 다면, 심장을 공유하는 방법까지 써 죽음을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회복은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천사도 혈도가 존재했고 악마도 예외는 아니었지.’

다만, 천사와 악마들은 그 부위 를 기운들로 보호하듯 짙게 감싸고 있었다.

본능적으로라도 혈도의 위험성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대비가 너무 부족해.’

아직 혈도를 직접 공격하는 적을 만나 보지 못했던 탓일 거다.

아니, 설령 만났어도 악마족 특 유의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압도적 승리를 가져갔을 것이기에 체험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준은 그런 조무래기들 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네 이놈-!!]

아파테시스가 우렁찬 고함으로 위협을 가하려 하고 있었지만, 오 히려 그만큼 감정이 격앙된 것이기

에 공격의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서준은 쇄도해오는 검날을 가볍 게 피하고는 그 움직임을 느긋하게 좇아 아파테시스의 혈도들을 연신 두들긴다.

아무리 강인한 육체를 가지고 있 다 할지라도 신체의 내부, 장기와 혈 도까지 두고 본다면 다른 부위에 비 해 무방비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굳이 많은 내공을 응집시켜 파괴 력을 높일 필요도 없었다.

‘뭐든 두드리다 보면 열리는 법 이지.’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누적된 대미지를 버틸 수 없을 것이다.

투두두둥-!

서준의 손과 발이 끝없이 움직여 가며, 전신을 난타하는 것 같은 경 쾌한 소리와 함께 아파테시스의 몸 이 거센 파동을 일으켜 낸다.

“이제 슬슬 힘들지 않아?”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아파테시스의 입가에서는 검은 혈액이 폭포수처럼 홀러내리고 있 고, 굳건했던 두 발은 흔들다리처 럼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만신창이와도 같은 상태였지만 본연의 능력을 믿는 것인지 기세는 여전히 꺾일 기미가 없었다.

[닥쳐라……! 이따위 잔재주, 금 세 치료해낼 수 있다!]

서준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악마, 그중에서도 반신 내의 벽 을 넘어선 존재인 만큼 아무리 갖 은 충격을 주었다 할지라도 손쉽게 답을 찾아내고, 회복을 해낼 수 있 을 것이다.

‘길어 봐야 1분이겠지.’

1분도 후하게 잡은 시간이었다.

그에 비해서 이세디아와 교전을 벌이고 있는 다른 대악마는 시야에 닿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이 정도 거리면 반신 내의 벽을 넘어선 이도 2분 정도의 시간이 걸 릴 텐데.’

이곳이 계속되는 전투로 지형, 위치가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 한복 판인 점을 생각한다면 머리로 정확 한 위치를 떠올려 이동하는 케리케 이온 암슬릿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직접 이동한 후에 대악마 를 처치해야 하는 점까지 생각한다

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지금 상황이 처음부터 아파테시 스가 제법 잔머리를 굴린 것이겠지 만, 서준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얄팍한 수였다.

‘그럴 거면 한 명은 아예 프리실 라에 오지 말았어야지.’

주술이나 술법을 다루는 데는 재 능이 없는 서준이었기에 무언가 특 별한 제약이 존재해 같이 넘어올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는 모르는 일 이었지만, 적어도 한쪽의 위치는 완벽히 숨겨뒀어야 했다.

대강 위치만 알고 있더라도 단숨

에 그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압도 적인 속도를 가진 보법을 서준은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팔경성보, 탄지(彈指).’

그간 내공의 제약, 출력의 한계 때문에 펼치지 못했었지만, 치천마 역천지공으로 강화된 지금이라면 충분히 펼쳐 낼 수 있었다.

서준은 발끝에 시커먼 어둠을 두 른 채로 당당히 앞으로 걸음을 내 딛는다.

탁, 타닥.

그렇게 한 발, 두 발, 이윽고 일 곱 발째 걸음이 땅에 닿는 순간,

팔경성보의 탄지(彈指)가 펼쳐지고 서준의 주변으로 거대한 폭풍이 일 어난다.

그러자 마치 주변의 시간이 늘어 지기라도 한 듯 주변의 움직임이 느릿해진다.

아니, 저들이 느려진 것이 아니 다.

탄지의 발현으로 육신과 사고가 가속한 것이었다.

새로운 세계, 음속의 영역에 들 어선 서준은 느긋하게 발을 놀린다.

여유롭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속도와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었다.

서준은 정말 손가락 한 번 튕길 시간에 아타락서스의 지척 거리에 당도할 수 있었다.

“끝이야.”

등 뒤에 다가선 서준이 선고를 내렸지만, 아타락서스는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그가 무능한 것이 아니었다.

음속(音速)의 영역에 도달한 움 직임을 어떻게 반응할 수 있단 말 인가?

« |99

귓전에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오

는 순간, 고통과 함께 사지가 찢어 발겨졌다.

아타락서스는 그저 눈을 휘둥그 레 뜰 뿐이다.

‘어찌 인간이!’

처음 겪어 보는 움직임이 아니기 에 더욱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찾아오 는 고통.

최하위권의 종족값을 가진, 한낱 인간이 사령관 고르고와 같은 음속 의 움직임을 펼쳐내고 있었다.

‘사령관님께, 아니 마몬 님께 어 서 알려야……

예상치 못한 강자의 등장.

방치하다가는 이번 계획에 큰 차 질을 빚을 것이었다.

천만다행이게도 자신은 아직 죽 은 게 아니었다.

‘아파테시스가 살아있다면 재생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희망은 서준의 신 형이 흩어지는 순간 절망으로 떨어 진다.

계약으로 이어진 심장의 유대가 흐릿해지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 었다.

이 느낌은 계약을 나눈 상대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찾아오는 것.

‘말도 안 돼……

머릿속을 스친 생각과 함께 아타 락서스는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 다.

띵-!

[악마족 제일, 이 군단장 아파테 시스와 아타락서스를 처치해냈습니 다!]

[초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가파르게 상승하였습니

다.]

[축하드립니다! 경험치를 충족함 에 따라 레벨이 145로 상승하였습 니다.]

떠오르는 메시지 창에서준의 입 가가 호선을 그린다.

‘좋았어.’

레벨 업도 좋은 일이었지만, 무 엇보다도 기쁜 것은 원하던 목표를 이뤄냈다는 점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전장을 완벽히 정리하는 것뿐이었다.

곧장 시선을 돌려, 남은 악마 군 단을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 리할 방법을 모색하려 했으나 그럴 필요가 없어 보였다.

“위대한 인왕께서 대악마를 쓰러 트렸다!”

이세디아가 바람을 이용해 승전 보를 곳곳에 퍼뜨리고 있었으니 말 이다.

“와아아아-!”

“불결한 악마들을 몰아내자!”

“위대한 왕과 함께 프리실라를 지켜내자!”

기세가 치솟은 엘프들과 달리 악 마 군단은 대악마의 패배 소식에 저 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군단장님께서 당하시다니.]

[어찌 인간이……

사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 솟는 엘프들과 그와는 완벽하게 대 조되어 사기가 바닥을 친 악마 군 단.

‘굳이 도울 필요는 없겠네.’

이미 승기가 기운 전투에 참전할 필요는 없었다.

서준은 곧장 시선을 옮기어 프리 실라의 중심, 세계수를 향하여 이 동하기 시작했다.

세계수의 중심.

항상 자애롭고 부드러운 미소만 을 보이던 엘프들의 왕, 에우레시 아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있었다.

‘상성이 너무 좋지 못하다……

의념기, 의지를 실은 기운을 다 룰 수 있긴 한 에우레시아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세계수의 도움을 받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 아닌 힘 을 빌려오는 형태에 가까운 만큼 상대적으로 발현 속도가 느릴 수밖 에 없었다.

그런데 눈앞의 악마, 고르고는 속도에 특화된 타입.

지금처럼 한발 늦은 발현으로는 제대로 된 공격을 먹이기는커녕, 방 어하는 것도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나약하군, 나약해. 이런 존재가

스스로를 왕(王)이라 칭하고 있다 니 엘프족 수준도 알 만하군.]

고르고의 입가에는 여유로움을 넘어서 오만이 묻어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온 몸에 크고작은 상처들이 생긴 에 우레시아와 달리 고르고의 몸에는 자그마한 상처도 존재치 않았다.

누가 보아도 승자와 패자가 명확 하게 갈린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우레시아의 기세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그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 가 아닐 텐데요.”

기운이 극도로 발달한 존재들인 고르고와 에우레시아였기에 전장의 상황 또한 낱낱이 알 수 있었다.

비록 고르고를 이길 수는 없으나 전쟁 자체에서 패배한 것은 아니었다.

대악마 두 명이 이 땅에서 소멸 했으며 악마 군단의 전선도 뒤로 밀려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서준도 재빠른 속 도로 세계수에 접근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고르고의 입가에는 조금 의 당황도 보이지 않는다.

[헛된 희망을 품고 있구나, 엘프

의 왕이여.]

말을 내뱉는 고르고의 손바닥 위 에 생겨난 검은 구체의 아티팩트에 에우레시아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 린다.

“ 그건......

용족이 만든 것으로 일대의 접근 을 차단하는, 절대 파괴를 행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이상 부숴 낼 수 없는 신(神)급 방어를 자랑하는 결 계를 펼칠 수 있는 아티팩트.

과거, 천마전쟁 중 갑작스레 자 취를 감추는 것으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던 아티팩트라고 알고 있

는 물건이었으나 실상은 마몬이 흠 쳐 보유하고 있던 것이었다.

‘준비가 부족했어.’

상대가 ‘탐욕’의 죄악을 지닌 악 마의 군단일 수도 있다는 점을 염 두에 두고서 계획을 수렴해나가고, 갖가지 아티팩트들까지 생각하고 확실하게 대비를 해뒀어야 했었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어야 했 거늘.’

과거, 헛된 희망인 트리니티, 천 사를 끝까지 놓지 못해 한발 늦게 움직여 버린 것이 이번 싸움의 패 착이 되고 있었다.

‘지구에서 온 공문을 받자마자 인왕, 한서준 님을 빠르게 찾아뵈 었어야 했는데……

짧은 만남이었지만 한서준이라는 사람은 결단코 제 백성, 동맹을 함 부로 버릴 존재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왕으로서의 자질을 갖 춘 존재.

아니, 고대 엘프들이 남긴 문헌 에 기록된 위대한 존재, ‘그분’이 되돌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 였다.

‘그를 새로운 지도자로 추대했다 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겠지.’

죽음이 다가오자,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생각이 들며 미련과 후회의 감정이 밀려온다.

하지만 계속 절망을 하고 있을 시간도 에우레시아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

고르고가 기세를 끌어올렸고 기 다란 창대를 앞으로 들이민다.

[이제 그만 끝을 내도록 하지.]

“말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이미 지나온 시간, 과거 를 바꿀 수는 없었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여, 다가올 미래를 바꾸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발버둥 치고 발버둥 쳐서 고르고에게서 운 좋게 살아남게 된 다면.

‘엘프족의 새로운 왕으로 한서준 님을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에우레시아가 마음을 다시 한번 굳건하게 다잡는 순간이었다.

쾅-!

세계수의 내부에서부터 짙은 녹 색의 기운이 터져 나온다.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는 거대한

기운에 에우레시아의 두 눈이 휘둥 그레진다.

‘세계수가 반응했다고?’

여태껏 수없이 힘을 빌려 사용했 었지만, 세계수가 직접 반웅을 보 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세계수가 이런 반 응을 보이는 것은 역사적으로 몇 번 있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 모든 움직임이 단 한 명, 위 대한 존재라고 불리는 ‘그분’을 위 해서였다.

‘그런데 어째서......

응축되어 있던 거대한 기운들이

한 존재, 이곳으로 당도하고 있는 한서준에게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비 단, 에우레시아뿐만이 아니었다.

고르고도 두 눈올 크게 뜨고는

당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짓을 벌인 거지?]

처음으로 당황하는 고르고를 보 며 에우레시아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린다.

“위대한 존재께서 재림하셨습니 다. 당신도 바깥의 악마와 똑같은 처지가 될 거라는 말이죠.”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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