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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128화 (128/517)

- 6권 8화

133화

“반갑습니다, 한서준이라 합니다.”

새하얀 피부에, 호수를 옮겨 놓 은 것 같은 맑은 눈, 오랜 세월을 지낸 탓에 옅은 주름이 존재하긴 하였으나 에우레시아의 미소에는 그것을 메우고도 차고 넘칠 자애와 따뜻함이 어려 있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우선 안 으로 들어오시지요. 이세디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만 물러가셔 도 좋습니다.”

“따르겠습니다.”

이세디아는 한 차례 고개를 조아 려 뒷걸음질 쳤고 타고 왔던 나무 줄기가 지면을 향하여 빠르게 사라 졌다.

“편히 앉으세요. 세계수의 활력 이 어디에 앉든 최고의 컨디션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요.”

엘프들의 왕, 에우레시아와 단둘 이 남게 된 서준의 눈에는 아까보 다 더 진한 흥미와 호기심이 어려 있었다.

‘타고 온 나무뿌리도 에우레시아 가 조종한 거였네.’

단순한 기운이 아니라 세계수 자 체가 에우레시아의 의지를 받들어 주고 있었다.

천 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갖은 진귀하고 희귀한 것들을 많이 본 서준에게도 너무나도 이색적인 광 경이었다.

‘이 거대한 세계수와 교감을 하 는 건가?’

어떤 종류의 힘, 기운을 다루는지 정확하게 판단 내릴 수가 없었다.

‘온전한 반신, 아니, 지금의 나보 다 더 강할까?’

서준의 호기심이 풍선처럼 부풀

어 가기 시작한다.

“계속 서 계시는 것이 세계수의 매력에 푹 빠지신 거 같군요. 제가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에우레시아가 손을 내젓자 아무 것도 없던 땅에서 나무줄기가 솟아 나 탁자와 의자를 만들어 낸다.

“정말 신기하네요.”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힘의 근간 을 조금 더 파악하고 싶어진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싸움에서 인왕, 한서준 님을 이길 자신이 없 습니다.”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며 던진 에

우레시아의 말에서준의 눈이 휘둥 그레진다.

호기심이 컸고, 흥미가 동한 것 은 부정할 수 없었으나 무례를 범 하거나 실수를 한 적은 없었다.

새어 나오려는 투기와 기운들을 완벽하게 억누르고 제어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마음을 읽 힌 것이었다.

“마음도 읽으실 수 있는 건가요?”

“저희 엘프들은 태고부터 순수한 종족으로 그 고결함을 바탕으로 상 대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답니 다.”

부드러움이 넘치는 말과는 달리 얄궂은 미소를 흘리는 에우레시아 의 표정에서준의 고개가 젖혀진다.

“ 진짜인가요?”

“농담이죠.”

“당했네요.”

헛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 인 서준의 모습에 에우레시아가 피 식- 미소를 흘린다.

“그냥 얼굴에 너무 드러나셨답니 다.”

확실히 기운과 투기는 억눌렀다 지만 진심 어린 마음을 숨기지는

못했었다.

“실례를 범했네요.”

“흔히 겪는 일이라 괜찮습니다.”

헛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 인 서준이 에우레시아가 만들어 놓 은 의자 위에 앉았다.

이어, 얼굴에 미소를 띤 에우레 시아가 천천히 다가와 서준의 맞은 편에 앉는다.

“어떻게, 차라도 한잔 내드릴까 요?”

서준은 다시 한 번 손을 휘저으 려는 에우레시아를 바라보며 손사 래를 쳤다.

“차는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는..”

비록 수인족보다는 그 수가 한참 부족했지만, 이세디아는 말할 것도 없었고, 왕궁에 도달하는 동안 보았 던 엘프들도 상당한 강자들이었다.

아니, 그들을 제외하더라도 에우 레시아, 엘프의 왕도 그 힘을 정확 히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그 근간 은 의념기가 틀림없었다.

반신 내에서도 벽을 넘어선 존재 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상당한 강자 라는 것이었다.

‘이런 강자가 상주하고 있는 세

계가 위험하다고?’

이건 비단 엘프들만의 일이라고 볼 수 없었다.

지금 프리실라와 지구는 게이트 로 연결된 상태였다.

프리실라가 멸망하게 된다면 지 구에까지 그 여파가 미칠 수 있다 는 말이었다.

서준의 성정상 이런 위협을 그냥 방치할 수가 없었다.

“앞서 이세디아가 말했던 프리실 라를 구해달라는 요청에 대한 자세 한 이야기들을 듣고 싶네요.”

에우레시아가 무거운 표정이 되

어 한 차례 고개를 주억이더니, 조 심스레 입을 연다.

“그러면……. 이야기 전에 앞서 우선 저희 엘프란 종족에 대해서 얼마나 아시는지부터 여쭈어 봐도 될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아름답고, 자연을 사랑하고, 수명이 길고 뾰 족한 귀를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 가 아는 전부입니다.”

“간단하게, 저희 엘프는 자연의 종족이라는 말씀이죠. 좋습니다. 이 뒤는 조금 이야기가 지루할 텐데, 괜찮으신가요?”

서준으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눈동자에 깃들어있는 흥 미와 주억이는 고개를 확인한 에우 레시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자연의 종족, 엘프는 방대한 자 연 에너지, 생기의 세계가 없다면 1년을 넘게 버티지 못하는 슬픈 숙 명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본래 매번 차원을 옮겨 다니는 부랑 종족이었지요.”

아무리 엘프들이 자연을 보존한 다고 할지라도 예기치 못한 재해들 로 인하여 자연이 파괴되는 등의 일이 발생해 떠돌 수밖에 없었다.

오랜 세월 끊임없는 부랑을 이어 가던 찰나, 한 명의 존재가 엘프들 의 앞에 찾아왔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존재는 엘 프들의 고민거리를 단번에 덜어주 었다.

“그분은 마침내 자신이 가진 힘을 이용하여 생기가 넘치는 한 그루의 나무를 만들어 주신 거랍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세계수, 프 리실라 차원이었다.

세계수는 계속해서 생성되는 자연 에너지, 생기를 품고 있을뿐더러 세 상의 균형을 유지하고 재해를 일절

방지해주며 부랑 종족이었던 엘프들 의 터전,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런데 지금 그 세계수에 큰 문 제가 발생했답니다.”

에우레시아가 손을 휘젓자 앉아 있던 의자, 아니 딛고 있던 땅이 이동을 시작한다.

이내, 세계수의 중심에 당도한서준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이건……. 악마의 기운?”

“맞습니다, 이건 악마의 기운, 편 린입니다.”

“이런 게 왜 세계수에……

말끝을 흐리던 서준이 고개를 내 젓는다.

편린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 이 아니고, 어째서 악마들이 이곳 에 편린을 남겨 뒀는지가 중요했다.

분주히 머리를 굴리자 답이 도출 되기 시작한다.

‘악마들이 어떤 방식으로 타 차 원들을 자유자재로 침공할 수 있나 했더니만, 이제야 조금 감이 잡히 네.’

편린의 기운은 그 본체까지 느끼 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편린은 일반적으로 추

적, 혹은 길을 알려주는 용도로 쓰 이곤 했으나, 상대가 악마 정도로 강력한 종족이라면.

“강제로 차원을 찢고 게이트를 열어내겠죠.”

“바로 그렇습니다.”

“그러면 저쪽에서 문을 열어내기 전에 이 편린의 마기를 제거해내는 것이 최선일 것 같긴 한데……

가장 적합한 종족 하나가 머릿속 에 곧장 떠오른다.

“트리니티, 천사 쪽에서는 도울 수 없다나요?”

“표면상으로는 악마와의 전란이

극심한 상태라 지금은 지원이 불가 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걸 물어 봤네요.”

연합 트리니티, 천사들은 본인에 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일에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천사족의 계산법에 대해서는 알 바가 아니었지만, 에우레시아의 말 대로라면 그들이 프리실라에 그만 큼 투자할 생각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니, 애초에 천사의 도움이 있 었다면, 굳이 서준에게 도움을 청

할 리가 없었다.

“남은 것은 강한 힘으로 강제로 뽑아내는 것뿐인데……. 역시 그건 안 되겠죠?”

에우레시아가 무겁게 고개를 내 젓는다.

“보시다시피 이 편린은 세계수의 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계수의 핵 자체를 뽑아내야 한 다는 말이었다.

당연하지만, 핵을 뽑아낸다면 세 계수는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차원, 프리실라를 구해 달라는

말이 이거였네.’

결국, 남은 선택지는 이 편린을 박아 넣은 존재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뿐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이후 강제로 문 을 열고 프리실라로 넘어올 악마들 의 침공을 막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말을 내뱉는 에우레시아의 눈동 자가 떨리고 있었다.

‘두렵겠지.’

믿고 있었던 연합, 트리니티를 이 끄는 천사들은 등을 돌리고 말았다.

그런데 상대는 수많은 엘프들과 에우레시아의 눈을 피해 가며 편린 을 몰래 심어 놓았을 정도로 강력 한 악마.

‘더군다나 이만한 사전 준비가 있었다면 추가적으로 대동할 전력 도 상당히 강력하고 거대하겠지.’

개인이 아닌 군단 규모의 악마들 이 넘어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제아무리 에우레시아 정도의 강 자라 할지라도 두려움을 느낄 수밖 에 없을 것이다.

아무런 은원 관계가 없는 종족이 었다면 수지타산이 안 맞는 소리였

지만, 악마는 원래 제거할 필요가 있던 종족이었다.

‘오히려 이참에 전력을 줄여 놓 는 게 좋겠지.’

뿐만 아니라, 지근 거리에서 느 끼는 세계수가 뿜어내는 에너지에 는 묘한 이끌림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따금씩 느껴 본 이끌림인 만큼 서준은 이 존재에 대해서 감히 확 신할 수 있었다.

‘프리실라 차원의 세계수도 분명 정복왕, 가이사와 연관이 되어 있 어.’

정복왕의 파편을 모으고 있는 서

준의 입장에서는 세계수를 연구하 고 알아볼 가치가 충분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프리실라 차 원이 멸망을 하면 안 되지.’

여러모로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었다.

“프리실라를 구해 내면 연합에 들어오신다는 약속을 지키셔야 합 니다.”

말을 내뱉는 서준의 입가에는 자 신감 넘치는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 *

대화를 끝낸, 서준은 에우레시아 가 마련해 준 방안에 홀로 남아 손 에 턱을 괸 채로 고민에 빠져있었다.

‘백 퍼센트 승리를 장담할 수 있 을까?’

에우레시아의 요청을 자신 있게 승낙을 하긴 했지만, 감히 백 퍼센 트라는 말을 내뱉을 수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누가, 언제, 어떠한 형태로 침공 을 벌여올지 모르는 만큼 어떤 상 황에서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하나 뿐이었다.

‘모든 변수를 아우를 수 있는 강 력한 힘.’

가능하다면 벽을 부수고 신(神) 의 경지를 노리는 것이 최선일 것 이다.

하지만 아직 반신 내의 벽을 넘 어선 지 얼마 안 되었을뿐더러, 뛰 어난 신화들을 쌓아놓지도 못했기

에 다음 경지로 나아갈 수는 없었다.

‘지금 상태로는 조금 무리를 해 야 하겠지만……

백 퍼센트를 장담하기 위해서는 다른 수가 없었다.

‘천마신공을 한 단계 진보시킨 다.’

물론, 시스템도 알려줬듯 지금의 천마신공은 대성을 이룬 상태였다.

하지만 한 발자국 더 나아갈 방 도가 없냐고 묻는다면 단호히 고개 를 내저을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

라 말할 수 있었다.

최강이자 최악의 마선의 근간이 라 불리는 신공.

‘치천마역천지공(治天魔逆天之 攻)

안전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내일 아침까지는 누구도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해 뒀으 니 찾아올 사람은 없을 거고.”

우선 외부의 충격을 대비하여 혹 시 몰라 충격에 방비하는 진법들을 펼쳐 두었을뿐더러, 에우레시아에게 따로 요청까지 해둔 상황이었다.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었기에서

준은 곧장 가부좌 자세를 취하고는 익힌 천마신공을 이끌어낸다.

그렇게 혈관을 타고 흐르는 천마 신공의 기운을 느낀 서준은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

‘여기서 시작.’

치천마역천지공이 시작되는 순 간, 서준의 눈에 선계를 공포에 떨 게 했던 마선의 투기와 호승심이 번뜩이고 어렸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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