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권 2화
127화
인간의 몸으로, 수인족의 왕으로 추대된 것은 다소 갑작스러운 일이 었지만, 당황할 것은 없었다.
서준은 중원 대륙에서도 천마의 자리에 앉아 천마신교를 운영했던 노하우로 능수능란하게 업무를 배 분하고 자신은 성공적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건 내무대신이 하고 이건 방 위대신과 수비대장이 처리하세요. 나머지들도 내가 말했던 대로 처리
하면 될 겁니다.”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서준의 말 에 자칼이 조심스레 입을 열며 의 견을 냈다.
“이런 중책들을 귀족에게 모두 맡겨도 될까요?”
일리 있는 말이었다.
지금 서준이 하는 행동은 귀족들 에게 주요 권한을 모두 넘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행동이었기 때문 이다.
중앙집권 체제인 듀로타에서 그 것은 왕의 절대적 권력에 금이 가 는 상황이 될 수도 있어 좋은 상황
은 아니었다.
물론, 서준이 아무런 생각 없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우수한 감독이 있는데 뭐가 걱 정이겠어?”
말을 내뱉는 서준의 눈동자가 자 칼을 응시한다.
‘자칼, 그가 보여준 언행은 결코 배신을 벌일 사람의, 아니, 수인의 행동이 아니지.’
애초에 스스로 자처해서 넘겨준 왕의 자리를 다시 탐내는 것부터가 말이 되는 소리가 아니었다.
서준의 눈동자에 어린 강한 신뢰
에 자칼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흐 른다.
“불초 자칼, 몸 둘 바를 모르겠 습니다. 믿어주시는 만큼, 보답하겠 습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총리대신만 믿 겠습니다.”
“망극합니다. 신 자칼, 신하된 도 리를 다하겠습니다.”
그럴싸한 말만을 내뱉고 있을 때 가 아니었다.
무인(武人)으로의 성장을 도와주 고, 수인족을 멸족 위기에서 구해 준 진정한 은인의 기대에 보답을
해내야만 했다.
자칼은 고개를 주억이며 결단을 내린다.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지금 당 장 업무를 보러 가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서준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하자, 자칼이 곧장 허리를 숙 인다.
“그럼, 먼저 물러나 보도록 하겠 습니다.”
인사를 끝마친 자칼은 곧장 뒷걸 음질로 방을 빠져나갔다.
자칼이 자리를 떠남으로써 갑작 스레 쓸쓸한 침묵이 내리 앉은 방 안에 홀로 남게 된 서준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흐른다.
“이제야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네.”
자리를 비워도 나라가 운영될 수 있도록 밤을 새워 직책을 나누고 일을 배분하느라 시간과 심력을 제 법 많이 소모했었다.
때문에, 미카엘라를 사냥한 이후 얻은 수확과 정보를 확인해보지도 못한 상태였다.
물론, 시간을 쪼개면 볼 수야 있
었을 터다.
하지만, 서준은 일부러 남겨두었다.
고생한 자신을 위한 선물로, 그리고 그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서였 다.
자연스레 입가에 환한 미소가 흐 른다.
“그럼 확인을 해볼까.”
서준은 한껏 들뜬 마음으로 곧장 포스 시스템을 불러온다.
[스테이터스(사용자 선별 버전)]
이름 : 한서준.
특성 : 지배자
신위 : 없음. - ♦신위에 관한 정 보 열람 가능, 정보를 확인할 것을 권장합니다.
특이사항.
반역의 신화를 쌓아놓은 상태입 니다.
초록빛 홀로그램 창, 그리고 서준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은 신 위(神位)라는 문구였다.
처음 본 순간부터 계속 흥미가 끌리고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문자가 잘 못된 것이 아니라면.……’
포스 시스템의 가치는 생각했던 것 이상이 될 것이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신 위는 말 그대로 신의 자리.
신격(神格)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포스 시스템은 단순히 육체적인 성장이 아니라 저 하늘 너머로, 신 격에까지 도달하게 도와준다는 것 이었다.
이미 신격에 도달했던 서준에게 는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속도가 차원이 다르겠 지.’
불과 반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기 도 전에 반신, 그것도 벽을 넘어선 반신의 경지에 도달해내었다.
‘신격의 경지에 오를 때도 포스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면……
압도적인 시간 단축.
앞선 선례들을 생각한다면 아무 리 늦어도 1년 안에 도달할 수 있 을 것이다.
수백 년이 걸렸던 과거에 비하여 수백 배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 다는 말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정보를 확인해볼 가치는 차고 넘쳤다.
“그런데, 정보를 어떻게 확인하 는 거지?”
서준이 포스 시스템의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이었다.
[정보 열람을 위해 아카식 레코 드, 허공록(虛空錄)에 접근해야 합 니다.]
[접근 권한을 확인합니다.]
[지배자의 특성 보유 중, 권한 확 인 완료했습니다.]
[현재의 무위와 직급에 맞는 권 한 레벨이 주어집니다!]
[레벨 1의 권한이 부여됩니다.]
[사용자 ‘한서준’의 이름으로 아 카식 레코드에 접속합니다.]
[축하합니다! 세상 모든 지식과 정보가 모여 있는 대우주의 도서관, 아카식 레코드에 성공적으로 접속 했습니다.]
[검색 기능이 활성화되고 사용자
‘한서준’이 원할 때 언제든지 편히 정보 열람 및 검색이 가능해집니다.]
서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실존하는 거였어?”
선계에 있을 때 오고 가는 이야 기를 통하여 이따금씩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본 적은 없었기에 포기했는데,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 것이다.
‘이런 기능도 있었다니……
말문이 막힐 정도의 뛰어난 기능
을 가진 포스 시스템의 신출한 능 력에 신위의 정체에 대한 추측이 점점 확신이 되어 갔다.
‘이 정도로 편리하고 대단한 능 력이라면, 신을 만들어내도 이상하 지 않다.’
아카식 레코드가 개방된 지금은 굳이 혼자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스테이터스 창에 표기된 신위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
질문을 던지기 무섭게 귓전에 경 쾌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띠링-!
[사용자 ‘한서준’이 요청한 ‘신위’ 에 대한 정보를 열람을 시작합니 다.]
[신위는, 한마디로 신을 일컫는 통칭입니다.]
[탄생의 기원과 환경에 따라 특징 과 능력이 갈리기에 원하는 신명(神 名)과 신격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셔야 합니다.]
[※으개 이상의 신화를 쌓으면 신 위(神位)에 도전할 수 있게 됩니 다.]
눈앞에 떠오른 문구를 읽어 가던
서준의 입이 쩌억- 벌어진다.
“ 맙소사.”
신화를 쌓고, 그를 바탕으로 신 위에 도전하는 것.
알고 있던, 생각했던 것 그대로 였다.
아니, 포스 시스템 능력 자체만 보자면 생각했던 것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쌓아놓은 신화를 이런 식으로 보관해주다니.’
신화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였기에 으레 그랬듯,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잊히는 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시스템 내에 보관 이 가능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남들보다 편하고 빠르게 신화를 쌓을 수 있겠지.’
비단 포스 시스템은 신이 되는 과정에서만 효과를 볼 수 있는 것 이 아니었다.
자고로 신의 힘은 신화에서 나온 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화를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은 신의 경지에 오른 이후에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말이었다.
“정말 미쳤어.”
과거 최강, 최악의 마선이라 불 리던 시절의 자신도 이런 식의 시 스템을 구축해낼 수는 없었다.
너무나도 대단한 능력에 머릿속 에 절로 물음표가 피어난다.
“이 포스 시스템이란 건 대체 누 가 만들었을까.”
삐빅-!
[권한 레벨이 낮습니다.]
[열람 불가능한 정보입니다.]
입안이 씁쓸했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하여 던진 질문이었는데, 도리어 커지게 되었다.
“쯧, 아쉽네.”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지만, 미련 을 남겨서는 안 된다.
‘알아낼 수도 없는데 굳이 조바 심을 낼 필요는 없지.’
권한 레벨이 낮아서 열람하지 못 했을 뿐이다.
지금처럼 계속 성장하고, 나아가 다 보면 권한을 얻을 수 있다는 말 이었다.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될 정보를 머리를 싸매며 고민을 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일단은 잠시 묻어두자.”
서준은 고개를 내저으며 미련을 완전히 털어낸다.
“그럼 마저 확인해볼까.”
마음을 다잡은 서준의 눈동자에 이채가 어린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신 위에 대한 정보는 단순 가십거리였 다면, 지금 확인할 것은 진정한 포 상, 선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어떤 능력이 생겼을까.”
기대를 잔뜩 머금은 눈동자가 손, 정복왕의 수투로 향한다.
[정복왕(征服王)의 수투(手S)]
등급 : Ex+(6차 해제)
분류 : 반영구 아이템
정복왕의 수투가 어엿하게 성장 했습니다. 그러나 힘의 근원인 파 편이 완전하지 않아 아직 본체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수 효과.
1~5번, 특수 옵션 전과 동일합니
다.
6. SS급, 가이사의 축복 : 모든 스테이터스가 95씩 상숭합니다.
7. SSS급, 가이사의 광폭 : 사용 시 10분간 모든 스테이터스가 1.5 배 상승합니다.
8. Ex급, 가이사의 활력 : 부상 시 체내의 마나, 내공을 이용하여 회복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상승 시킵니다.〈마나가 고갈되기 전까지 자동 지속.)
서준의 고개가 갸우뚱 젖혀진다.
“이게 뭐야?”
수투가 성장함으로써 얻은 스테 이터스의 상승은 15개, 낮다고는 할 수 없었으나 앞선 75개의 상승 을 생각한다면 비교적 적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가이사의 광폭의 효과 가 증폭된 것도 아니었다.
결국, 상승한 것은 15의 스텟과 새로이 생긴 능력뿐이라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티팩트의 등급이 상승되었다.
그간 정복왕의 수투를 성장시키 고, 포스 시스템을 이용해온 만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등급이 오르려면 괄목할 만한 상 승, 혹은 아주 특수한 능력을 필요 로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의문이 피 어난다.
“활력의 효과가 대체 어느 정도 길래?”
의문이 아닌 기대였다.
시스템은 능력을 절대적으로 평 가한다.
그런 시스템이 가이사의 활력의 판정을 특수 옵션 중 최초로 Ex급 판정으로 내렸다.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장삼봉이 쓰던 순양무극지(純陽 無極指) 수준이라도 되려나?’
선계의 신선, 그중에서도 팔선(八 仙)급의 강자이자 권성(奉聖)이라 불린 장삼봉(張三窒).
뛰어난 육체 능력, 특히 선계 제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회복 능 력을 이용한 과감하면서도 확실한 움직임.
서준도 처음 장삼봉을 상대할 때 그 회복 능력 때문에 상당히 곤란 에 처했었다.
‘가이사의 활력의 능력이 정말
장삼봉에 준하는 회복 능력이라
입안이 바짝바짝 마른다.
쿠 쿵!
심장도 뒤따라 세차게 뛴다.
기쁨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미묘 한 감정이 전신에 퍼진다.
‘내가 알고 있던 그 효과가 맞을 까?’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것 자체가 멍청한 행동이었다.
“직접 실험해보면 되지.”
검지에 천마신공을 응축시킨 칼
날을 빚어내 왼손의 팔등에 살짝 갖다 대었다.
그리고 기막이 둘러진 손가락을 떼어 낸 자리에는 자그마한 상처도 남지 않았다.
베지 않은 게 아니었다.
분명히 따끔한 고통이 있었다.
그저 눈도 깜짝하지 못할 새에 빠르게 상처가 수복되었을 뿐인 것 이었다.
조금씩 능력에 대한 확신이 생겨 서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난다.
이번에는 팔등에서부터 어깻죽지 까지, 일자로 길게 검지를 끌어내
며 베었다.
확실히 고통이 느껴지고, 상처가 벌어졌지만, 찰나의 순간에 다 아 물어버리는 모습에서준의 눈동자 에 이채가 어린다.
‘이 속도……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바랐던 장삼봉의 회복 속도와 맞 먹는 가이샤의 활력의 능력에서준 의 입가에 환한 웃음꽃이 만개한다.
“좋아-!!”
비단 작은 상처들뿐만이 아니었다.
장삼봉과 비슷한 회복 능력, 속 도라면 다리가 잘리고, 팔이 찢겨 나가도 내공, 기운만 있다면 계속 해서 재생 가능했다.
당연하지만, 이런 대단한 회복 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과거 장삼 봉보다 더 과감하고 위협적인 움직 임을 펼칠 수 있게 된다는 말이었다.
기존과는 궤를 달리하는 전투를 벌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선계에서도 그렇게 얻고 싶어 했던 능력인데.”
당연하지만, 적으로서 마주했던
장삼봉이 그 비술을 전수해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하게, 정복왕 의 수투의 능력을 통하여 손에 넣 게 되었다.
꿈에 그리던 능력을 얻게 된 만 큼,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능력 을 활용한 싸움을 벌여보고 싶었다.
“지금은 아니야.”
능력을 시험해 볼 만한 마땅한 상대도 없을뿐더러 우선적으로 처 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자리를 비운 지 꽤 오래됐지.”
지구를 떠난 지가 자그마치 5일
이었다.
가족이 괜한 걱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고 그 외로도 지구에서 밀 린 일이 너무나 많았다.
‘어제 받은 전서구로는 창설해두 었던 길드도 이제 제대로 운영되기 시작했다고는 하니까..
서준은 머릿속으로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면서 지구로 돌아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