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권 22화
122화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획득합니 다.]
[레벨이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필요 경험치를 충족함에 따라 레벨이 135로 상승하였습니다]
“대박.”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서준의 눈이 동그래진다.
“135라고?”
자그마치 13계단의 성장이었다.
한계점은 과거 높은 격과 아득한 경지를 경험했기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지만, 이렇게까지 괄목할 만 한 레벨 업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기껏해야 5개 정도 오를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했던 것의 배에 달하는 성 장, 그야말로 폭업이었다.
단순히 레벨 상승이 전부가 아니 었다.
왕의 잔재와의 전투로 인하여 부
족했던 육신이 간극, 흐름의 통찰 을 명확하게 학습을 해내었다.
레벨 이외의 상당한 전력 상승을 이루어 낸 것이었다.
그야말로 노다지와 같은 던전, 아니 탑이었다.
거기에 탑이 내어주는 보상은 덤 이었다.
[왕의 잔재가 패배하여 자취를 감춥니다.]
[패황의 방으로 향하는 길이 열 렸습니다.]
평평했던 대련장의 바닥에 높은 하늘, 탑의 진정한 정상으로 향하 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위에 있겠구나.”
계속해서 이곳, 패황의 탑에서 자신을 부른 존재가 있었다.
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계단을 올 라가자, 멀지 않은 곳에 백색의 방 의 중심에 떠있는 칠흑의 구슬이 시야에 들어왔다.
오늘 처음 보는 구슬이었지만 서준은 저 물건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
“정복왕의 파편.”
말을 내뱉자, 부름에 응답을 하 기라도 하는 듯 칠혹빛의 구슬이 울음을 토해낸다.
지이잉-!
서준은 당당히 발걸음을 옮기어 허공에 뜬 칠흑빛 구슬을 향하여 팔을 내뻗는다.
[선별하는 정복왕(征服王)의 파 편.]
등급 : S(봉인)
분류 : 반영구 아이템
현재 이 아이템은 정복왕, 가이 사의 명령에 따라 패황의 탑이라는 수련장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관리 중에 있습니다.
특이사항.
1. 정복왕의 자격을 중명하고 봉 인을 풀어내야 획득할 수 있습니다.
洪 경고 : 자격이 부족한 자가 취하려 할 시 강력한 페널티를 받 게 됩니다.
이미 비슷한 문구를 가진 파편을 획득했던 만큼, 서준은 당당히 파 편을 취하려 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펼 쳐졌다.
파지직-!
요란한 스파크가 튀기며 정복왕 의 파편이 손길을 밀어낸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반응에서준의 눈 이 휘둥그레진다.
‘ 왜?’
서준의 고개가 젖혀지며, 머릿속 에 물음표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띵-!
[선별하는 정복왕의 파편이 대상
‘한서준’의 자격을 확인합니다!]
[접근 불가! 개인의 무위는 합격 점에 도달했으나 왕으로서의 자격 이 부족합니다.]
[판단을 보류합니다.]
[대다수의 수인족으로부터 인정 을 받아 왕의 자격을 중명하십시 오.]
메시지 창을 읽어가던 서준의 입 에서 헛웃음이 흐른다.
“생각보다 까다롭네.”
그러나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자칼에게서부터 들었던 수인족의 성격상 패황의 탑 정복 사실이 퍼 지게 된다면 대다수 수인족으로부 터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사실상 시간문제, 이미 주어진 보상이라는 것이었다.
당장 취하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였지만, 굳이 목맬 필요 없었다.
오히려 지금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반신, 그 경지 내에 있는 벽을 부숴낼 준비가 말이다.
순식간에 13계단의 성장을 이뤄 내는 폭업 덕분에, 상당히 많은 스 테이터스 상승을 한 덕분이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아직 완전히 벽을 부숴내기에는 조금 부족하긴 하겠지만 다행히도 장소가 너무 좋 았다.
‘기운들이 넘쳐나고 있어.’
탑의 핵, 중심지라 볼 수 있는 곳이라 그런지 기운들이 넘쳐흐르 고 있었다.
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선계에서 수많은 것을 보고 겪어오면서 서준 도 이렇게까지 많은 기운이 모여
있는 곳은 처음이었다.
이곳에 넘치는 기운들을 흡수하 고 그것을 이용해냄과 더불어 마선 으로서의 경험과 지식들을 이용한 다면 부족한 육신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수인족, 자칼로부 터 연합 가입에 대한 확답을 받아 내는 게 좋긴 하다만.’
패황의 탑을 정복했기에 파편의 흡수와 마찬가지로 연합의 창설은 사실상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
괜히 조바심 내서 이런 훌륭한 수련장, 넝쿨째 들어온 행운을 제
발로 걷어차는 바보짓을 벌일 필요 는 없었다.
아니, 강한 무(武)를 숭상하는 수 인족의 성정을 생각한다면 조금이 라도 강해지고 성장하는 편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었다.
‘우선은 이곳에서 확실하게 수련 을 하고 벽을 넘어서고 나간다.’
결단을 내린 서준은 곧장 가부좌 자세를 취하며 집중에 잠겼다.
*
서준이 왕의 잔재와의 전투를 끝 마쳤을 당시.
답장조차 주지 않았던 악마의 침 공 때와 달리 천사들의 행동은 매 우 빠르고 정확했다.
레사스펠트가 보낸 전서구를 받 기 무섭게 답장을 보냈고 불과 며 칠 만에 군단급의 병력을 소집하고 군대를 꾸려 아니마 차원, 그 수도 인 듀로타에 전부 당도시켰다.
때문에, 듀로타에 있는 수인족들 은 때 아닌 난리를 빚어야 했다.
“위대한 엘리시움의 대천사, 나 미카엘라의 권한으로 명하겠다. 수 인족들은 문을 열고 고귀한 천사 일족을 영광스럽게 맞이하라.”
평범한 천사도 아닌 일개의 군단 을 이끄는 대천사의 직위를 가진 미카엘라의 갑작스런 방문.
당연하지만 지금 수인족, 자칼의 입장에서는 썩 달갑지 못한 일이었다.
‘대체 왜 이 시기에?’
며칠 전 원로회의에서 했던 말들 이 떠올랐지만, 아직 그 비밀이 누 설되었을 확률은 극히 낮았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는 하나 내부에서 발설한 것이 아닌 이상, 벌써 엘리시움에 도달했을 리가 없다.’
나름 합당한 추리를 하려고 하였 지만, 눈앞의 미카엘라와 천사들의 무장 상태, 그리고 뿜어지는 흉흉 한 살기가 계속해서 신경을 거슬리 게 만들었다.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건지 알 수 있겠습니까?”
조심스러운 자칼의 질문에 미카 엘라가 즉답했다.
“감히 마도의 길을 걸으려는 작
자들이 있기에 정화 작업을 하러 친히 이 몸이 행차하셨도다.”
미카엘라의 대답에 자칼, 아니 수인족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천 사들이 말하는 ‘정화 작업’이란 반 드시 살육을 포함하는 것이었기 때 문이었다.
“누구를 정화하시겠다는 겁니 까?”
“주인을 물려는 짐승들.”
미카엘라의 싸늘한 눈동자에 자 칼에게는 진한 그늘이 드리운다.
“대체 누가 천사에게 말한 건
가?”
낮게 가라앉은 자칼의 목소리에 성 위에서 있던 귀족들은 약속이 라도 한 것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러나 시선은 일제히 한곳, 레 사스펠트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대장군……. 왜 이리도 어리석 은 일을 벌인 것이지?”
자칼의 물음에 레사스펠트가 코 웃음을 친다.
“내가 어리석다니? 위대한 천사 들을 배신하려는 네놈이 어리석은 거지. 괜한 핑계 둘러댈 생각 말고
가서 얌전히 정화되거라!”
“하아……
자칼이 깊은 한숨을 내쉰다.
욕심이 과한 것은 알았다만 아예 눈이 멀어버렸을 줄 몰랐었다.
천사들은 철저한 혹백 논리로 무 장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굳이 트리니티, 천사와 악마 기준뿐만이 아니었다.
종족 전체에 부합되는 기준이었다.
자칼이라는 수인족 한 명이 흑이 라고 판단된다면 그 종족 전체를
그와 같다고 단정 짓는 것이 천사 라는, 꽉 막힌 종족들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수인족 모두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다.
“이 멍청한 새乂가! 그딴 걸 말 이라고!”
나란히 서 있던 레잉가가 윽박지 르며 레사스펠트에게로 달려들려는 모습에 자칼이 황급히 손을 들어 만류한다.
“그만, 지금은 우리끼리 싸울 때 가 아니다.”
우선은 눈앞의 천사들을 설득할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저희가 먼저 선제공격을 할까 요?”
“저와 왕도수비대는 언제든지 준 비가 되어있습니다.”
레잉가와 치프가 슬금슬금 투지 를 일으킨다.
그러나 자칼은 고개를 내저으며 만류했다.
“아니, 지금은 안 된다.”
뒤에 따라온 하급 천사들은 정리 할 수 있었으나 대천사, 미카엘라 라는 괴물이 껴 있었다.
미카엘라를 처치할 수 있는 존재 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듀로타의 전력이 나선다 해도 승리를 논하기 가 힘들었다.
‘한 가지 변수가 존재하긴 하지 만.’
고민을 거듭하던 자칼의 시선이 패황의 탑으로 향하는가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내젓는다.
한서준이라는 인간에게서 높은 가능성을 봤지만 결국 ‘가능성’에 불과했고 100% 확신은 없었다.
불확실성에 수인족, 국민들의 미 래를 걸 수는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그 어떤 선택도 확신은 할 수 없었지만, 그 나마 안전한 길로 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뱉은 말들이었으니 내가 전부 책임을 지겠다.”
레잉가와 치프가 화들짝- 놀라서 소리를 내지른다.
“왕이시여!”
“생각을 재고해주십시오!”
그러나 자칼은 다시 한번 세차게 고개를 내젓는다.
“이 길이 최선이네. 혹여나 내가
잘못된다면 내 의지는 그대가 이어 받아 주시오.”
자신의 최측근이자 의심할 수 없 는 충신, 레잉가와 치프가 다시금 만류하려 하였지만, 자칼의 움직임 은 신속하기 그지없었다.
타닥-
발을 한 번 구르며 뛰쳐나간 자 칼의 신형은 어느덧 미카엘라의 앞 에 도달해 있었다.
“수인족의 왕, 자칼이 위대한 대 천사, 미카엘라 님을 뵙습니다.”
정중한 인사를 건넸지만, 미카엘
라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저 싸늘한 눈동자, 말투로 자 신의 할 일을 이어 갈 뿐이었다.
“3조 7항, 수인족의 왕 자칼이여, 수인족 모두가 트리니티에서 탈퇴 하고 마도의 길로 들어서려던 죄목 에 반론할 수 있겠나?”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미카엘라의 입에서는 수인족 전 체가 거론되고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아니, 물러설 수가 없었다.
죄목을 인정해버리면 수인족이 멸종을 맞이하며 이 우주에서 완전 히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왕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이 어 깨를 짓누른다.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제가 왕으로서, 트리니티를 탈퇴하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건 저 자칼, 개인의 일탈입니다. 신하 된 자들은 그저 강자에게 무릎 꿇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터입니다. 저들은 죄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침묵이었습니다. 부
디 선처를 바랍니다.”
이야기를 듣던 미카엘라가 천천 히 고개를 주억인다.
“좋다. 무력에 의한 침묵을 묵시 적 동의로 보기엔 힘들겠지. 나머 지 수인족들은 방관죄로 감형하도 록 하마.”
미카엘라의 말에 자칼의 눈동자 에 희망이 깃든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런 자칼의 희망은 너무 나도 부질없는 것이었다.
미카엘라가 비릿한 미소를 흘리 며 입을 연다.
“3조 9항, 방관죄의 처벌은 즉결 처형이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감히 하등종 주제에 우리 고귀 한 천사의 법도에 불만을 품은 것. 불경죄를 추가하도록 한다.”
미카엘라가 내뱉은 말들에 자칼 의 입가에 헛웃음이 흐른다.
애초에 결말은 정해져 있었다.
미카엘라와 그를 따르는 천사 군 단들은 수인족을 단 한 명도 살려 줄 생각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특정 인물들만을 죽
일 거였으면 군대를 끌고 오지 않 았을 것이었다.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천사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 쳐있는 종족이었다.
자칼이 스스로 자책하는 사이 미 카엘라가 대답을 재촉해온다.
“불경죄에 대한 죄목을 인정하는 가?”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받아들여도 죽고 받아들이지 않 아도 죽는다.
말했듯, 조금이라도 확률이 높은
곳에 기대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
“개소리도 정도껏 해라, 쓰레기 같은 천사 놈들. 우리 수인* 그 런 부당한 처사에 따르지 않겠다!”
“추가로 신성모독에 대한 죄를 묻겠다.”
미카엘라가 허리에 손을 얹자, 아무런 소리 없이 검이 뽑혀진다.
“수인족의 왕 자칼, 총 3건의 중 죄를 저질렀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에 즉결 처형을 시작한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