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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116화 (116/517)

- 5권 21화

121 화

위로 뻗은 계단을 통해 51층에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어둠이 시야를 가리기 시 작하고 공간이 왜곡, 전이되는 느 낌과 함께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지형이 또 변했네.”

일정 층 이후부터 막대한 군세가 출현했었기에 전까진 첫 층에서 보 았던 홀보다는 황무지, 평야와 같 은 넓은 지형으로 변화했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넓은 돌바닥, 중원 대륙에서 자주 애용하였던 비무장을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이런 지 형의 변화 따위가 아니었다.

[51 충 시련을 시작합니다.]

[눈앞의 왕의 잔재를 쓰러뜨리고 패황 (W 皇)의 자격을 증명하십시 오.]

메시지 창이 사라지기 무섭게

100m쯤 떨어져 있는 대련장의 바 닥에서 사람의 신형을 한 검은 형 체가 금세 모습을 드러낸다.

단둘뿐인 공간.

자연스레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 고, 두 눈동자로 응시하고 있었지만, 거리를 함부로 좁히거나 벌리 지는 않는다.

대신하여 몸을 훑는 섬뜩한 시선 이 느껴진다.

‘제법이네.’

천 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수많 은 싸움을 해온 덕분에, 서준은 적 에 대해 네 가지 기준점을 정립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상대, 쉬운 상대, 강한 상대, 어려운 상대.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왕의 잔재’라고 존재는, 말하자면 어려운 상대였다.

디아볼로스의 수장, 데메이아처 럼 강인한 육체와 강력한 힘 때문 은 아니었다.

그러나 눈앞에서 있는 왕의 잔 재는 명백히 다른 존재였다.

‘지금의 나와 같은 경지에 있어.’

반신(半神) 초입의 경지.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데메이 아보다 더 까다롭고 어려워 보였다.

우두커니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 만 틈을 내어 주지 않을 수 있는 거리를 정확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 이 그 증거였다.

무거운 침묵이 내리 앉고 의미 없는 따분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지만, 한시도 경계를 풀 수는 없었다.

왕의 잔재라는 놈은 경계의 간 극, 틈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찰나의 방심은 곧 죽음으로 이어 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이런 지루한 대치 상태를 이어가서는 승부를 낼 수 없었다.

‘파고들어서 틈을 만들어 낸다.’

서준이 정신을 꽉 붙들어 매며 발을 놀린다.

쌔액-!

바람 소리와 함께 서준의 신형이 흐릿해진다.

이형환위의 술이 펼쳐지며 눈앞 에서준의 숫자가 둘이 되었지만, 왕의 잔재는 당황하지 않는다.

차분하면서도 분주히 움직이던

왕의 눈동자가 빠른 속도로 움직인 다.

이내, 왕의 잔재는 말아 쥐고 있 던 주먹을 앞으로 내뻗는다.

탕-!

움직임이 읽혔다.

앞으로 나아가던 서준은 기겁하 며 몸을 비틀고 거리를 벌려낸다.

섬뜩한 감각이 뺨을 스쳐 지나가 며 피부를 찢어낸다.

쥭-!

벌어진 상처 사이로 흘러내리는 붉은 선혈을 닦아내는 서준의 입에

서 헛웃음이 터져 나온다.

“허……

승부를 내기 위하여 다소 욕심을 냈다고는 하나, 고작 한 합을 주고 받은 것으로 피를 흘려본 적이 있 던가?

없다고는 확신을 할 수 없었지만, 그 일은 이제는 기억조차 할 수 없는 머나먼 과거의 이야기였다.

“재미 있네.”

같은 경지, 비슷한 수준이었기에 마선 시절 만들어 놓은 무공, 내공 운용들을 이용하여 힘으로 찍어 누 르려고 한다면 어렵지 않게 승리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준은 만들어 놓은 무공 들을 펼칠 수 없었다.

‘자존심 상하잖아.’

강한 힘으로 압도해버리는 것은 박투전에서 밀리는 꼴을 인정해버 리고 마는 것이었다.

그것도 잔재라는 명칭이 붙어있 는 놈에게 말이다.

“그럴 수는 없지.”

놈이 먼저 무력을 뽐내거나 혹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이 온다면 무공을 펼칠 수밖에 없 겠으나 적어도 지금은 자존심이 허

락하지 않았다.

서준은 전신에 호신강기를 두른 채로 왕의 잔재에게 돌진한다.

한 발, 두 발, 이윽고 여섯 번째 발걸음이 땅을 딛는 순간, 팔경성 보 수유청정(져與淸淨)이 펼쳐진다.

서준은 돌풍과 같은 속도로 움직 이는 무수히 많은 잔상을 만들어 내며 왕의 잔재의 눈을 희롱했다.

그러나 왕의 잔재는 눈동자를 분 주히 굴리거나, 당황을 보이지 않 는다.

오직 한 점, 허수 속에 숨어있는 진실을 웅시한다.

왕의 잔재가 다시 한번 주먹을 내 뻗었다.

콰앙-!

권격에 실린 충격파에 흐릿했던 잔상이 신기루처럼 흩어졌고, 달려 오던 서준의 신형이 벽면으로 처박 힌다.

공격이 닿기 전, 양팔을 X자로 교차시켜 겨우 막아내긴 했으나 충 격을 완전히 상쇄한 것은 아니었다.

“이것도 꿰뚫어냈어?”

말을 못 하는 것인지 돌아오는 대답은 존재치 않았다.

그러나 대화의 수단으로 이용되 는 것은 말 하나뿐만은 아니었다.

왕의 잔재는 입꼬리를 한쪽만 치 우쳐 올리는 것으로 명백한 비웃음 을 보이고 있었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짜증이 치 솟고 어이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흥분은 금물이었다.

‘생각, 생각을 해보자.’

서준은 차가운 눈동자로 왕의 잔 재를 응시한다.

속도, 눈속임만으로 놈을 제압해 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왕의 잔재의 간극, 틈 을 찾는 기술이 극(極)에 도달해있 는 것은 아니었다.

‘놈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

앞서 지었던 오만했던 표정과 달 리 함부로 역공을 가해오지는 못한 다.

섣불리 간격을 좁히려 한다면 오 히려 자신이 역으로 반격당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왕의 잔재라 는 놈의 기술이 상당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기술적인 측면만 보자면 선계 내에서도 대적할 만한 상대가 극히 드물 거야.’

그야말로 엄청난 고수, 강자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번에 는 상대가 좋지 못했다.

왕의 잔재를 응시하고 있던 서준 은 조심스레 호흡을 고른다.

“ 후우......

몰아 내쉰 숨이 적당한 긴장감을 일으켜주며 감각들을 날카롭게 벼 려낸다.

한 번의 짧은 호흡, 체내 심장박 동, 이윽고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까지 느껴질 정도로 감각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집중에 집중을 더하자 시간이 쭈 욱- 늘어지는 듯한 기분이 느껴진 다.

그러자 세상이 느려지고 앞에서 있는 적의 호흡과 떨림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서준의 눈에 이채가 어 린다.

‘지금!’

너무 늦거나 빨라서는 안 된다.

정확하게 호흡을 들이마시는 찰 나의 순간을 파고 들어간다.

왕의 잔재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 고 다시 가라앉기 직전, 서준의 손 이 움직였다.

뻗은 손이 왕의 잔재의 호흡, 흐 름을 정확히 파고드는 데 성공한 듯 주먹에 둔탁한 감각이 느껴진다.

터억-!

일그러지는 안면과 흩날리는 핏 방울들에 왕의 잔재의 눈이 동그랗 게 떠진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왕의 잔 재의 눈동자에서린 당황에서준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흐른다.

“놀랐지?”

하지만 잔재의 당황도 잠시뿐이 었다.

잔재는 동그랗게 뜨고 있던 눈을 가늘게 좁히더니, 황급히 자세를 다잡고는 다시 한번 방어 자세를 취하며 경계에 돌입했다.

힘겹게 벌린 틈이 금세 다시 메 꾸어졌지만 상관없었다.

‘뭐든 처음이 어려울 뿐이지.’

물꼬를 텄다면, 물이 쏟아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비록 지금의 몸이 간극의 통찰을 익혀두었던 과거, 최강의 마선이라 불렸던 강인했던 육신은 아니었지

만, 중원 대륙에서 무골(武骨), 아 니 천무지체(天武之體)라고까지 불 렸던 뛰어난 재능을 믿었다.

고작 한 번이었지만 이 육신으로 도 충분한 학습을 했을 것이었다.

실제로도 왕의 잔재의 호흡을 파 고드는 타이밍을 읽는 것이 오랜 습관처럼 아주 익숙하게 느껴진다.

자연스레 다리가 움직이며 거리 를 좁혀 파고들어 간다.

왕의 잔재가 황급히 팔을 내뻗으 며 역공을 가하려 하고 있었지만 두려워할 것 없었다.

끌어올린 긴장과 집중은 여전히

유지된 상태였다.

놈의 움직임, 아니 근육들의 작 은 떨림들마저 눈에 읽히고 있었으 니 말이다.

쉬익-!

고개를 살짝 비트는 것으로 날아 오는 오른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비 껴가게 만들어 앞으로 전진, 뒤이 어 날아오는 왼손 공격의 움직임도 살짝 허리를 비트는 것으로 피해낼 수 있을 것이다.

차락-!

생각했던 것과 달리 왼손의 공격 은 완벽히 피해내지 못했다.

머리카락의 끄트머리가 왕의 잔 재의 권격에 잘려 흩어졌다.

하지만 서준의 입가는 오히려 호 선을 그렸다.

‘이제 완벽히 읽혀.’

다시 한번 학습하고, 보완해내었다.

그렇기에 감히 확신할 수 있었다.

이제 두 번 다시 공격에 맞을 일 은 없을 것이다.

왕의 잔재도 급격히 벌어진 격차 를 느꼈는지 눈동자가 거세게 떨린

다.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

한쪽만 치솟은 입꼬리, 서준의 비웃음에 왕의 잔재의 얼굴이 붉어 진다.

잘 익은 홍시처럼 달아오른 왕의 잔재가 눈을 빛내더니, 팔을 앞으로 내뻗는다.

“소용없는 짓이야.”

서준의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내지르는 주먹이 과연, 전부 허 공을 가르고 있었다.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받아

들일 수 없었다.

처음에는 분명 우위를 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두 번의 공방 만에 차이가 사라졌고, 세 번째 공격을 기점으로 추월당했다.

수많은 차원을, 우주를 공포에 떨게 했고 저 하늘의 높은 신들마 저 위협했던 본체조차도 이런 성장 을 보이지는 못했다.

괴물 같은 서준의 성장에 왕의 잔재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린다.

“지금의 너는 절대 날 못 이겨.”

당연한 것이었다.

이건 왕의 잔재가 처음 보였던 경계의 간극, 틈을 찾아내는 것이 극(極)에 달해야 다뤄낼 수 있는 것. 간극, 흐름의 통찰이란 것이었다.

서준도 선계의 신선, 그중에서도 팔선(八仙)이라 불리는 강자 중 한 명인 장과로의 신술(神術)들과 대 적하는 도중 어렵사리 터득한 것이 었다.

고작 잔재 따위가 알고 있을 만 한 경험, 지식이 아니었다.

똑같이 간극, 흐름을 통찰해내는 경지에 오르는 것이 아닌 이상 이

제부터 왕의 잔재의 공격은 절대로 서준의 몸에 닿을 수 없을 것이다.

승자는 정해졌다는 말이었다.

왕의 잔재는 현실을 부정하기 위 하여 계속해서 주먹을 내뻗지만 서준이 가볍게 피해내며 품으로 파고 든다.

확신이 생긴 만큼 서준의 움직임 은 전보다 더 과감하고 재빨랐다.

왕의 잔재가 황급히 뒷걸음질 치 며 거리를 벌리려 하지만 멀어지지 않는다.

“늦었어.”

어느새 지척 거리에 다다른 서준

이 왕의 잔재에 몸에 손을 내뻗으 며 명치에 닿았다.

요란한 폭발은 없었다.

내가중수법을 이용하여 충격, 내 공들이 홑어지지 않게끔 만들고 왕 의 잔재의 몸 안을 파괴했기 때문 이었다.

_우웁…….

땅을 딛고 있던 왕의 잔재의 두 다리가 후들거리더니, 이내 입에서 검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며 고통을 호소한다.

서준은 그 순간의 틈을 놓칠 리

가 만무했다.

“끝이야.”

반신의 영역에 들어서면서 아주 크게 증폭되었던 내공들이 한 점, 서준의 주먹에 모여든다.

모여드는 어둠이 삽시간에 크기 를 늘려가며 어느덧 서준의 팔 전 체를 휘감아 내는 순간.

쿠구궁-!

응축되고 압축된 기운이 내뿜는 패도적인 힘을 견디지 못한 대지가 거세게 요동쳤고, 이윽고 갈라지고 부서진다.

단순히 뿜어내는 기운만으로 천

지를 뒤흔드는 막대한 양의 내공이 응집된 서준의 팔을 바라보며 왕의 잔재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순간.

서준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천마제, 천지일식(天地一食).”

천지를 뒤흔드는 기운이 앞으로 내뻗어진다.

뻗어나간 기운, 패도적인 파괴가 순식간에 왕의 잔재, 아니 탑이라 는 세계를 집어삼킨다.

콰광-!!

기운에 휩쓸린 왕의 잔재는 완전 히 자취를 감추었고 이윽고, 눈앞 에 기다리고 있던 메시지 창이 떠

올랐다.

[축하합니다! 왕의 잔재를 쓰러 뜨리고 패황의 탑을 정복해내셨습 니다!]

[정복 보상이 지급됩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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