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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113화 (113/517)

- 5권 18화

118화

화려한 장식들과 눈부실 정도로 찬란한 금빛 휘장이 곳곳에 박힌 듀로타의 왕도를 당당히 걸어 나갔 다.

과연, 왕성의 내부에도 수많은 왕실 수비대가 존재했지만, 수인족 의 왕인 자칼과 함께인 덕인지 치 프처럼 앞을 막아서는 이는 없었다.

덕분에 마음 놓고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고 자칼의 친절한 안내까지 더해져 구석구석 탐방을 놓치지 않

고 왕궁에 편히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이 제 거처입니 다.”

자칼의 안내를 듣고 있는 서준의 눈동자에 이채가 어린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 칼의 거처는 처음 듀로타에 입성했 을 때 마주했던 기운을 끌어 모으 는 거대한 탑의 바로 아래에 있었 기 때문이었다.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멀리서 보 았을 때보다 몇 배나 더 응집된 기 운이 느껴졌다.

‘이 정도라면 작정하고 1년 정도

수련하면 1갑자 정도의 내공도 쌓 을 수 있겠는데?’

기운의 밀집도가 서준이 보아왔 던 공간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 였다.

그렇게 서준이 내심 감탄을 뱉고 있던 사이, 자칼은 등을 돌리어 왕 실 수비대를 향하여 말한다.

“이제부터는 나와 귀빈 둘만 있 도록 할 테니 모두들 돌아가도 좋 네.”

“알겠……습니다.”

아직도 불안감을 거두지 못했는 지 치프가 말을 늘이고 있었지만,

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는 법 이었다,

치프와 그를 따르는 왕궁 수비대 들이 한 차례 고개를 주억이더니 뒷걸음질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뒤를 따라오던 수많은 수 인족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자칼 이 조심스레 입을 연다.

“수비 대장, 치프에 관한 일은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거듭되는 사과였지만, 전과는 달 랐다.

허리를 기역 자로 꺾으며 고개를

숙인 것이다.

왕으로서의 체면상 제대로 사과 를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고, 부하들을 내보낸 지금에서야 이렇 게 사과한 것이었다.

이러한 자칼의 마음이 와 닿은 서준이 손사래를 치며 만류한다.

“괜찮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도 하는 법 아니겠 습니까.”

그러나 자칼은 연신 고개를 숙였 다.

“아닙니다, 계속해서 제 마음이 편치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제대

로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자칼의 잘못이 아니었다.

서준도 천마신교에서 과잉 충성 을 보이는 부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적이 있기에 누구보다도 지 금 자칼의 기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괜히 골치 아프고 귀찮은 일에 나서지 않을 법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하의 무례 에 대해서 확실하게 사과를 건네 오고 있었다.

자칼은 분명 예의를 알고 책임감 을 가진 지도자, 왕이었다.

때문에, 수인족이라는 종족이 더 더욱 욕심이 났다.

“우선은 과거의 이야기는 잊고 당도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서준의 이야기에 연신 사과의 말 과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던 자칼 의 눈매가 삽시간에 날카롭게 변한 다.

“답장을 드리지 않은 것에서 알 수 있다시피 저희 아니마, 수인족 은 트리니티에 남을 것입니다.”

이미 예상했던 답변이었기에 놀 랄 것은 없었고, 이에 대한 대답

또한 준비해왔기에서준의 말은 막 힘이 없었다.

“천사들이 만든 트리니티는 허울 뿐인 연합입니다. 이제는 득보다 실이 많을 테지요. 그걸 모르시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듣는 이가 없기는 하나 불경죄 가 될 수 있으니 말씀을 삼가주십 시오.”

천사를 옹호하는 자칼의 말에서준의 눈매가 찌푸려진다.

“불경죄?”

“천사들은 최상위권의 개체 값을 가진 고귀한 종족으로 저희 같은

열등 종족들이 함부로 평가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 지 않습니까?”

지구에서도 이따금 들어본 적이 있던 이야기였다.

그래서 더욱더 화가 치솟아 올랐 다.

“대체 얼마나 고귀한 종족이길래 자신들의 동맹 종족이 죽어 나가는 꼴을 가만히 보기만 한단 말입니 까?”

이야기를 듣던 자칼의 눈동자가 가늘어진다.

“무슨 말씀입니까?”

“지구에 벨리드의 악마 군단이 침공한 것이 불과 며칠 전입니다. 그리고 그 고귀하다는 천사들이 그 상황을 방관했죠.”

항시 굳건했던 자칼의 눈동자가 흔들림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입니까?”

“원하신다면 지구의 문물을 통해 기록을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U V

자칼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소리 없는 탄식을 흘린다.

서준의 당당한 언행과 흔들림 없

는 곧은 눈동자가 진실을 대변해주 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자칼도 트리니티 연합, 천사라는 종족이 알려진 것 처럼 고귀하고 희생적이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상위종인 천사들만 이 악마, 마왕들의 침공을 억제해 주고 최악의 상황에는 그들을 상대 해 줄 수 있는 방패가 된다고 생각 하여 충성을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달리 말해, 천사가 악마의 침공 을 방치한다면 지금 수인족이 트리 니티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는 것이었다.

자칼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서준은 그의 표정에 드리우는 그늘을 곧장 잡아냈고, 이야기를 밀어붙였 다.

“더 이상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허울뿐인 연합을 버리고 제 손을 잡으세요.”

서준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연 합에 가입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쉽사리 승낙할 수는 없었다.

“연합을 탈퇴하게 된다면 천사들 이 보복해올 것입니다.”

“보복을? 고작 연합을 탈퇴했다

는 이유로요?”

“천사들은 흑백이 명백한 존재입 니다, 그리고 그들은 본인들과 트 리니티만이 유일한 백, 선(善)이라 고 생각하고 있으니……. 아마 저 희가 연합을 탈퇴한다면 천사들에 게 우리 수인족은 흑(黑), 악(惡)으로 간주되겠죠.”

강대한 적이 악마 하나뿐 아니라 천사까지 생긴다는 것이었다.

자칼이 거절한 이유가 쉽게 납득 가는 동시에 힘의 우위를 이용해서 거절할 수 없는 복종을 바라는 선 민의식을 가진 천사들에 대한 강한 불쾌감이 밀려온다.

“어이가 없네.”

검다고 해서 어두운 것이 아니고 빛이 난다고 전부 밝은 것이 아니 었다.

같은 마(魔)의 기운이라 할지라 도 다루는 자의 능력,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 될 수 있었다.

실제로도 본인, 서준은 천마신공 에 잡아먹히지도 않고, 온전한 정 신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자칼도 이를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그러나 수인족을 안전히 이끌 어야 하는 왕의 입장에서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

자칼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의 말 을 건네 오려 하였지만, 서준은 황 급히 그 말을 잘라낸다.

“제가 수인족을 비호하겠습니다.”

“ 네?”

고개를 갸웃거리는 자칼을 향하여 서준이 확고한 믿음이 실린 말 을 내뱉는다.

“연합에 가입한다면 천마, 마선 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천사뿐만 아니라 그 어떠한 종족의 침공으로 부터 수인족과 아니마를 지켜주겠 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서준의 진심을 의심하는 것은 아 니었다.

“상대는 최상위권 개체 값을 가 진 종족, 천사입니다.”

지금 이 우주에는 태어날 때부터 운명, 성장의 한계가 정해진다.

그리고 그 증거가 바로 종족 값 이라는 것이었다.

“싸워보지도 않고 겁에 잔뜩 질 리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 아닙니까. 애초에 그 종족 값이라는 개념을 대체 누가 정했습니까?”

“그걸 누가 정했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그것은 절대적이 요, 자연의 법칙이고 우주의 순리 입니다. 싸운다고 해서 역전될 것 이었다면 그 누구 하나라도 바꿔보 지 않았겠습니까.”

“그건 편견일 뿐입니다.”

“헛된 희망을 품지 마십시오.”

자칼은 너무나도 완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지만, 서준은 물러날 수 없었다.

아니, 물러날 이유가 없었다.

“네 앞에 있는 나도 헛된 존재인 가?”

태도 일변한 말을 내뱉는 서준의 몸에서 검은 기운, 천마신공의 힘 이 폭발하며 솟구친다.

서준이 억누르고 있던 하늘, 선 계마저 정복했었던 절대자의 위엄 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말도 안 돼……

자칼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린 다.

중급도 아닌 하급 종족에 불과한 지구의 인간이 반신의 영역에 이르 렀다.

아니, 지금 서준이 내뿜는 기운 에는 불완전하다만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반신 내의 벽을 넘어서기 직전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도 경천동지할 일이었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 한 것이었다.

‘대체 어떤 존재이신 거지……:

수인족의 날카로운 감각이 한서준, 그가 가진 영혼의 그릇에 새겨 진 격(格)이 더 높은 곳에 존재하 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최상위권의 종족 값을 가진 천 사, 그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대천사’라는 즉위에 오른 존재들에

게도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마주하고 있을 뿐인데 절로 경외가 어린다.

자칼의 떨리는 눈동자를 마주하 고 있던 서준의 입가에 피식- 자신 감 넘치는 미소가 흐른다.

“이래도 허황됐다고 생각이 들 어?”

차마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종족 값의 한계치를 생각한다면 지구의 인간 이 신의 영역을 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부 정할 수는 없었다.

기존의 사고, 눈앞의 현실이 충 돌을 일으키며 혼란이 찾아오려던 순간, 서준의 목소리가 귓전을 파 고든다.

“자칼, 그대를 막고 있는 것은 그대 자신이다. 편견을 부숴라.”

벽을 넘어서려는 자는 하나의 세 계를 부숴내야 한다.

머릿속에 박혀있는 고정관념, 사 고 또한 하나의 세계다.

갇혀있고, 막혀있던 세계가 부서 지며 자칼의 눈동자에 이채가 어린 다.

“아......

자칼의 입에서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온다.

스스로 깨달은 것이 아닌 만큼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항시 견고하기만 했던 벽에 균열이 일어나며 새로운 세계 를 엿보아내며 가능성을 열어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더 이상 기약 없는 기다림은 존재치 않았다.

이미 한 번 엿보았던 만큼 시간 이 조금 걸릴 뿐이지 언제든지 넘 어서고, 부숴낼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자칼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를 표하고 있었지만, 사실 이렇게 까지 고마워할 일은 아니었다.

‘이미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었 어.’

자그마한 계기, 깨달음을 얻어낸 다면 자칼은 언제든지 넘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그저 그 시기를 조금 앞당겨줬을 뿐이었다.

하지만 자칼이 이런 호의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의 서준에게 상당히 긍정적인 상황이었

다.

애초에서준 또한 자칼의 호의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벽을 부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이기도 했다.

“감사 인사보다는 전건에 대한 대답을 바란다만.”

벽을 부숴내는 것, 무인으로서 최고의 기쁨이자 은혜를 입었다.

당연히 따르고 돕는 것이 도리였 다.

그러나 서준이 원하는 것은 개 인, 자칼의 도움이 아니었다.

“다른 수인족의 반발심이 심할 것입니다.”

서준의 고개가 갸웃거린다.

“왕이라면 뭐든지 가능한 거 아 니었어?”

“종족의 명운이 걸린 선택을 감 히 저 혼자서 결정 내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애초에 왕의 명령에 의해서 강압 적으로 연합을 맺어봤자 트리니티 와 같이 허울뿐인 연합이 될 것이 다.

원하던 그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선은 본론을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희 수인족의 역사에 대해서 는 알고 계신가요?”

서준은 대답 대신 고개를 내젓는 다.

타 차원, 이종족의 경우 상당히 폐쇄적인 면이 많은 만큼 공부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조금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 데 괜찮으신지요.”

자그마치 한 종족의 왕에게서 듣 는 수인족의 비사다.

서준이 홍미로운 눈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 얼마든지.”

“우선 저희 수인족, 듀로타의 시 작 지점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본래 수인족, 듀로타는 종족별로 각기 다른 부족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았 던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싸움이 이 어졌고 피로 넘쳐흘렀다.

그렇게 끊임없는 전투가 이어지 던 찰나, 한 명의 존재가 아니마 차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존재는 압도적인 군세, 무력으로 아니마

차원을 정복해갔다.

그리하여 수인족은 강제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묶이며 하나의 왕국 을 만들게 된 것이었다.

강제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반발심이 들 법도 하였지만, 수인 족은 강한 무(武)를 숭상하는 종족 이었다.

그리고 군단을 지휘하는 존재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 였던 만큼 수인족들 중 그 누구도 불만을 품지 않고 그의 통치를 따 르며 하나가 된 것이다.

“물론, 완전히 문제가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두 한 존재를 따 르긴 했으나 항시 치고 박고 싸우 던 저희가 완전히 하나가 될 수는 없었죠.”

때문에, 위대한 존재는 한 가지 묘안을 내놓았다.

본인의 힘을 이용해 패황의 탑이 라는 거대한 수련장을 만들어냈고 그곳의 최고층에 이른 수인족이 종 족을 통치할 왕이 될 것이라는 규 율을 발령한 것이다.

강자가 왕이 되는 규율, 강한 힘 을 숭상했던 수인족에게 가장 알맞 은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까지 저희 수인족의 절대적인 규율이기도 하 지요.”

자칼의 이야기를 듣던 서준이 고 개를 주억이며 입을 연다.

“그러니까, 다른 수인족들이 반 발하지 못하도록 패황의 탑을 정복 해서 자격을 보여 달라는 건가?”

“탑을 정복하실 필요는 없습니 다, 제가 세운 50층의 기록만 돌파 해주신다면 각 종족의 원로들도 반 대할 수 없을 겁니다.”

기운이 넘치던 탑, 패황의 탑은 무인(武人), 서준의 흥미를 끌었던

곳으로 한 번쯤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서준은 곧장 고개를 주억인다.

“지금 바로 출발할 테니 준비를 부탁해.”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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