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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112화 (112/517)

- 5권 17화

117화

비행조는 아니마 차원, 수인족들 의 유용한 운송 수단이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생김새 는 조류와 다를 게 없었지만, 그 크기가 사람 열대여섯은 태울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게다가 거대한 덩치만큼이나 좋 은 체력을 가지고 있었고, 날개 역 시 비행에 최적화되게 진화해 커다 란 날개를 통하여 빠른 비행을 펼 칠 수 있었다.

아쉬운 건 운송 수단으로 사용될 정도로 순하고 수동적인 성향을 가 지고 있었기에 운전 시 탑승자의 노련함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쯤 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수인족 최고의 전사라고 불리고 있는 레잉가에게 는 최고의 운송 수단이라는 것이었다.

숙달되고 훌륭한 레잉가의 손길 에 비행조는 아주 빠른 속도로 하 늘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창 운전에 몰두하던 레 잉가가 뒷자리의 서준을 보며 조심

스레 입을 연다.

“속도는 언제든지 조절할 수 있 으니 너무 빠르시다면 말씀해 주십 시오.”

서준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이 속도라 면 금방 도착할 수 있어서 좋겠네 요.”

비행 속도가 워낙 빨랐기에서준 의 시야도 몇 번이고 팽팽 돌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견디지 못하 고 상당한 어지럼증을 느꼈을 속도

였다.

그러나 시야가 돌아간다고 멀미 를 느끼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생사경, 반신에 이른 서준의 균 형 감각이 비행조의 속도조차 감당 해내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애초에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비 행조보다 몇 배는 더 날래고 빠른 움직임을 선보일 수 있는 서준이 어지럼증을 느낀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그저 레잉가가 직접 마중을 나온 성의, 그리고 수도로 향하는 길을

몰라 이렇게 비행조를 이용하고 있 을 뿐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 보는 광경, 타 차원 의 모습에 흥미가 동하고 있었다.

“아니마는 좋은 세상이네요.”

지구의 혼탁했던 풍경과는 차원 이 다른 푸른 숲, 맑은 하늘이 한 편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 니라, 상큼한 풀 내음도 코를 간질 여 기분 좋게 했다.

숲 곳곳에서는 생기가 넘쳐흐르

고 있었고, 단지 숨을 들이마신 것 만으로도 온몸에 힘이 차올랐다.

“이 정도로 놀라시면 안 됩니다. 저희 아니마의 진풍경은 이제부터 니까요.”

레잉가가 씨익- 미소를 짓더니 힘을 줘 고삐를 당겨 비행조를 하 늘 높이 띄우고 박차를 가했다.

“너무 높은 거 아니에요?”

여태까지 그래 왔듯이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산을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과 다른 행동에서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러나 곧, 백색의 세상, 구름의

너머에서 드러난 진풍경에 생각이 뒤바뀌었다.

“와우.”

산을 넘어가자 중원 대륙에서나 보았던 거대한 황금빛 성채와 그 뒤에서 하늘을 뚫어버리는 높이로 그 위용을 자랑하는 우뚝 솟은 탑 까지.

그리고 그 주위를 원형으로 둘러 싸고 있는 마정석으로 제작된 높은 성벽과 나무와 돌로 만들어진, 마 치 기와집 같은 수인족들의 집이 가득 보였다.

마천루와도 같은 건물들이 자리

잡은 도시 내부에 지구에서는 한 명도 보기 힘든 수인족이 수천에 달하는 숫자로 움직이고 있었다.

“수도, 듀로타에 당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처음 마주하는 세계의 풍경에서준이 감탄을 토해낸다.

“ 굉장하네요.”

마천루와 수인족의 숫자만으로도 실로 대단한 광경이었지만, 서준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황금빛 성채 뒤에 솟아있는 거대한 탑이었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주변의 기운들이 모두 자연스레 그

곳으로 흘러들어가 탑에서 생명 에 너지로 변환되어 넘쳐나고 있었다.

생기(生氣), 기운이 넘치는 저 안 에서 수련을 한다면 그 효과가 몇 배는 더 뛰어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무인이라면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고, 자연스레 서준의 시선과 관심이 계속해서 탑으로 이끌린다.

“저 탑은 뭐죠?”

“과거, 저희 수인족의 선조들이 모셨던 왕께서 남겨주신 유산이자 전사들을 선별하고 성장시키는 훌 륭한 수련장입니다.”

“생각했던 것만큼 대단한 곳이네 요.”

서준의 칭찬에 레잉가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흐른다.

“저희 수인족의 자랑이죠.”

“멋지네요.”

서준이 미소를 동반한 칭찬을 흘 리며 풍경을 만끽하고 있던 사이, 비행조가 지상에 안착했다.

“죄송하지만, 이제부터는 왕도(王 都)라 비행조를 이용할 수 없습니 다.”

차라리 잘된 것이었다.

성채까지는 그리 멀지도 않은 거 리였고, 지상에서의 풍경도 세세하게 보고 싶었다.

그렇게 부푼 마음을 안고 비행조 에서 내리는 순간이었다.

척-!

수십에 달하는 수인족들이 포위 망을 구축하더니, 각자의 병장기를 겨누어 내기 시작했다.

“문화 차이인가요? 내가 생각하 기에는 환영 방식이 좀 많이 독특 한데?”

서준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레잉 가를 바라보며 물었다.

“죄송합니다, 무언가 오해가 있 는 것 같습니다, 제가 설득하여 돌 려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레잉가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는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던 수인족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 간이었다.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수인족들, 그 중심에 선 흑반점이 곳곳에 박 힌 날렵한 맹수의 모습을 한 수인 족이 큰 목소리로 외친다.

“위대한 전사, 레잉가 님이시여! 어찌 마(魔)를 지닌 불결한 존재를 왕성(王城)으로 들이시려는 겁니

까?!”

탄력 있는 근육질 모습에, 길면 서도 탄탄한 다리, 날카로운 눈매 를 한 수인족의 사내를 바라보고 있는 서준의 눈동자에 흥미가 동한 다.

‘치타인가?’

사실, 생김새는 아무래도 좋았다.

‘제법이네.’

레잉가의 경우 힘을 숨기고 있어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였지만, 눈 앞의 수인족은 나름 위협을 가하려 는 것인지 여과 없이 기운을 뿜어 내고 있었다.

‘현경, 그중에서도 중상급 정도?’

지구의 기준으로 치자면 크라운 즈 나이트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 도의 강자라는 말이었다.

뿐만 아니라,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수인족들도 지구로 기준점을 잡자면 A급, 강한 이는 S급에 달하 는 각성자의 수준이었다.

‘강하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 이상이네.’

서준이 홍미 어린 눈으로 주변의 수인족들을 관찰하고 있던 찰나, 레잉가는 황급히 서준에 대한 변명 을 늘어놓는다.

“왕궁 수비 대장이여 그대는 크 나큰 오해를 하고 있네! 이분은 연 합 지구에서 온 귀빈이란 말이네! 불결한 존재라니, 그런 불손한 ...

“지구의 왕이라고?”

왕궁 수비 대장, 수인족 사내가 가늘어진 눈으로 서준을 홅으며 입 을 열었다.

“하지만 저 마(魔)는 대체 무엇 이란 말입니까?”

사내의 목소리에는 의심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서

준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기운 은 틀림없이 마(魔)라고 부르기에 손색없을 정도로 패도적이면서도 파괴적인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레잉가도 이러한 사실만은 부정 할 수 없는지 뒷머리를 긁적인다.

“나도…… 이유는 정확하게는 모 르네. 하지만……

깊게 한숨을 내쉰 레잉가는 서준 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서준 각성자는 인간, 지구의 왕이 다. 우선 악마의 상징인 뿔과 사악 한 날개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증

거는 충분하지 않겠는가?”

레잉가가 나름 논리정연하게 말 을 이었지만, 왕궁 수비 대장은 그 런 변명을 단칼에 잘라낸다.

“말이 안 됩니다, 단순히 마(魔) 를 품은 게 아니라 기운의 힘이 악 마 중에서도 수준급의 존재들과 필 적하지 않습니까? 이 나라의 왕궁 수비 대장으로서 절대로 입성을 허 락할 수 없습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지금 서준이 향하고 있는 곳은 듀로타의 중심, 그중에서도 왕의 거처인 왕궁이었다.

왕궁 수비 대장이라는 직책을 달 고 있는 사내가, 조금이라도 의심 스러운 존재를 들여놓는 것을 허락 해줄 리가 만무했다.

다행이라면 이유를 쉽사리 짐작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익힌 내공심법이 천마신공 이라 이런 것 같은데?’

천마신공을 설명하려면 중원 때 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했기에 천 천히 설명하자면 대화가 너무 길어 질 것이 분명했다.

당연하지만, 서준의 입장에서는 그리 반가운 상황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친절히 설명 한다고 해서 이해해줄 것 같지도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왕궁 수비 대 장과 그를 따르는 수인족들은 날이 선 병장기를 들이민 채로 포위망을 점점 좁혀오고 있었다.

“지구의 왕이라는 직책을 가졌다 고 하니 포박하거나 죽이지는 않겠 다만, 나 왕궁 수비 대장, 치프가 눈을 뜨고 있는 한 어두운 기운을 품은 자는 왕궁에 한 발자국도 들 어갈 수 없으니 지금 당장 왕도를 떠나거라!”

너무나도 완고한 왕궁 수비 대장 의 태도에서준이 뒷머리를 긁적인 다.

“으음……. 어떻게 하지.”

작정하고 뚫어내려 한다면 손쉽 게 무너뜨릴 수 있는 포위망이었다.

문제는 레잉가와 대화를 주고받 은 뒤로부터는 왕궁 수비 대장과 수인족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살 기가 완전히 사그라졌다는 것이었다.

적으로 간주하기 모호한 상대가 되어버렸다.

‘이러면 쓰러뜨려도 상당히 찝찝

할 텐데.’

서준은 마공(魔功)에 지배되어 살육, 파괴를 즐기는 마인, 광인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적의가 없는 이들을 마 구잡이로 공격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적당한 합의점을 찾기 위하여 서준이 고민을 이어가던 찰나, 왕궁 수비 대장이 한 번 더 목소리를 높 인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경고하 겠다! 듀로타를 떠나라-!”

조금 찝찝하긴 하겠지만 달리 방

도가 없었다.

수인족의 왕을 만나서 나눌 대 화, 해야 할 일이 있는 만큼 여기 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살짝만 손을 봐줘야지.’

고민을 끝낸 서준이 땅을 박차고 움직이려던 순간이었다.

“멈추어라-!!”

갑작스레 터져 나온 우렁찬 목소 리에 시선이 일제히 쏠린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수인족 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내

뱉더니 잽싸게 무릎 꿇는다.

“위대하신 왕을 뵙습니다!!”

서준 역시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 다.

아니마 차원, 듀로타 내에서 위 대한 존재라 불리는 이는 단 한 명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수인족의 왕?”

의문을 표할 것도 없었다.

기다랗게 늘어진 한 쌍의 수염과 머리 위로 솟은 두 개의 뿔, 용의 형상을 띤 남자는 그 유명한 수인 족들의 왕.

‘자칼.’

마른침을 삼킨 서준의 눈동자에 비친 자칼은 상당히 흥미로운 존재 였다.

기운의 깊이가 한도 끝도 없이 깊어 감히 바닥을 볼 수가 없으며, 날카로우면서도 정돈된 패기를 두 르고 있었다.

직접 맞붙어본 것이 아닌 만큼 정확하게 경지를 읊을 수는 없지만, 굳이 비견한다면 생사경의 초입의 끝자락에 들어서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제법이네.’

마선으로서의 경험과 기억들이 있는 만큼 맞붙는다면 패배를 하지 는 않겠지만 상당한 고전을 해야 할 것이다.

즐거운 싸움이 될 거라는 말이었다.

때문에, 마음 한편에서 투지가 일어나려 한다.

‘아쉽지만, 지금은 이럴 때가 아 니지.’

서준이 미련을 털어내기 위하여 고개를 내젓고 있을 때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지구의 왕이 시여 저는 수인족의 왕, 자칼이라

합니다.”

“반갑습니다, 한서준이라고 합니 다.”

웃는 표정으로 악수를 나눈 자칼 이 뒷말을 이어간다.

“방금까지의 병사의 무례는 제가 직접 사과를 올리도록 할 테니 부 디 자비를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서준의 시야가 왕궁 수비 대장에 게로 향한다.

레잉가와 대화를 나눈 뒤부터 살 기를 발산하지 않은 것을 보면 예 의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다소 고지식한 것이 단점이긴 하

다만 이 부분도 높은 충성심, 책임 감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아군으로 두고 있다면 오히려 장 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수인족과 연합을 결성할 서준의 입장에서는 제법 괜찮은 인재라는 말이었다.

물론,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 지 않도록 확실한 경고를 해둘 필 요가 있었다.

“두 번의 자비는 없을 거니까, 앞으로 처신 잘하라고.”

서준이 베푼 자비에, 자칼이 서준올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너그러운 마음에 감사를 표합니 다. 이런 곳에서 이럴 게 아니라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서준이 고개를 주억이자, 자칼이 앞장서 걸어 왕궁의 내부로 향하였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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