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권 11화
Ill 화
분근착골이 주는 강력한 고통은 효과가 확실했다.
뻔뻔함으로 무장했던 쿤을 비롯 한 EU의 대표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하룻밤 만에 꼬리를 내리기에 급급했다.
[쿤 레옹하츠 EU 상임의장, “큰 무례에 죄송……이후 은퇴 계획 을 밝혜
[EU 이사회,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사죄 의사 밝혀…….]
본인들의 입으로 사건을 빠르게 종결하고 사과를 건네 왔을뿐더러, 자진해서 대표직들을 사퇴하며 세 상의 뒤편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 었다.
일본, 중국, 미국, EU까지 서준 이 엮여 있는 사건마다 이례적이다 못해 파격적인 행보들이 벌어지는 탓에 의심의 눈초리를 쏘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얼마 가 지 못했다.
[카일 크리스토퍼와 칼리번 하이 드리히, “모든 명예와 직위를 걸고 증인석에 설 수 있다”]
[중국 정부, “한서준에 관한 일체 의 악설은 루머일 뿐”]
[미 연방정부, “세계 영웅에 대한 올바른 태도 아냐” 일축]
현재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다는 강대국, 강자들이 발 빠르게 비호 를 자청해 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 리를 낼 수 있는 이가 존재할 리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의 중심인 과거, EU 대표들이 입을 꾹 닫고, 서준에 대한 용서만을 구하 고 있었다.
때문에, 카일과 칼리번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할 수 있었다.
“확실하게 처리를 한 만큼 세계 각성자 협회 놈들도 손을 쓰지 못 할 겁니다.”
“혹여나 수상쩍은 움직임을 보인 다면 저희의 선에서 처리해 내도록 할 테니 조금도 신경 쓰실 게 없으 실 겁니다.”
카일과 칼리번이 귀찮은 뒤처리
들을 도맡아 해 준다고 하였지만 서준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부탁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카일과 칼리번은 먼저 발 벗고 나 서서 EU를 감시하고 추적까지 해 비호 역할을 자청했다.
심지어 이번 사건의 뒤처리까지 확실하게 해 주겠다고 말을 하고 있었으니 서준이 의심할 수밖에 없 었다.
거듭 언급했듯, 이유 없는 호의 는 세상에 존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한테 원하는 게 뭐
야?”
“ 그게......
말끝을 흐리는 카일의 모습에서준이 재촉했다.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봐.”
갖은 귀찮은 일들을 대신 처리해 주었을뿐더러 오랜 기간 정상의 자 리에서 활동해 온 이들이었기에 그 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세력을 이용할 수만 있다면, 그 가치는 무 궁무진했다.
그렇기에 선을 넘지 않는 무리하 지 않은 부탁이라면 들어줄 용의가 있었다.
“저와 칼리번, 그리고 저희가 구 축하고 있는 세력들을 수하로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어진 카일의 말에, 서준의 눈 이 휘둥그레진다.
호의를 보인 만큼 무언가 부탁을 해 올 것이라고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부하가 되길 자처 하는 부탁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밑으로 들어온다니, 너희 입장 에 자존심이 많이 상하지 않겠어?”
서준의 물음에 카일과 칼리번이
황급히 손을 내젓는다.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저희의 부족한 실력으로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두 사람의 확고한 의사를 확인한서준은 손으로 턱을 괸 채로 생각 에 잠긴다.
“ 흐음..
카일과 칼리번, 두 사람의 능력 은 나쁘지 않았다.
‘무력도 준수하고 오랫동안 활동 해 온 만큼 정보도 많다.’
무난하게 합격점에 드는 수준이
었다.
아니, 여태 수하가 되길 자처했 던 이들 중 일등이라고 해도 과언 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 가지 큰 문제가 존재 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게 문 제인데.’
카일과 칼리번 두 사람 다 유명 했던 인물들이었기에 사전에 어느 정도 정보를 조사할 수 있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분란이 섞 인 평화.’
쥐고 있는 기득권을 지키기에 최
고의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준은 패권 싸움이 아닌 가족과의 행복을 지키고 싶었기에 결국 ‘진정한 평화’를 바랐다.
방향성이 명백히 다르다는 말이 었다.
서준의 입장에서 보자면, 카일과 칼리번이 바라는 평화는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이 너무나 도 위험한 것이었다.
실제로도 디아볼로스라는 폭탄 때문에 위험해질 뻔했었다.
심지어 절대적으로 명령을 받드 는 구존과 애쉬와는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에 함께 나아가는 것 에 어떤 분쟁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의 능력은 뛰어난 것이었 으나, 굳이 이런 위험을 품고 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냥 포기하기에는 아 까운 인재들인 것도 사실이었다.
‘이 부분은 확실하게 선을 긋고, 못 박아 둔다.’
결단을 내린 서준은 조심스레 입 을 연다.
“미리 말하는데, 나는 불완전한 평화를 바라지 않아.”
카일과 칼리번이 고개를 곧장 주 억인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저희도 그 정도 각오는 끝마친 상태입니 다.”
패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태 그 랬듯 평화, 균형을 유지하는 게 제 일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건 능력이 부족하여 더 많은 이득, 패권을 쥘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서준이라는 존재가 있 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 많은 것들을 쥐고 한층 더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이 아닌 이 종족, 타 차원까지 무대를 넓힐 수 있다는 말이었고 자연스레 더 많은 것들을 손에 쥐게 된다는 것이었다.
카일과 칼리번의 입장에서도 서준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서준의 제의도 이것 하나 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진정한 평화를 일궈 내는 과정 에서 분쟁이 생기게 될 경우, 악마 와 천사, 그 대단하다는 용족이라
할지라도 싸우고 부술 거야.”
이야기를 듣고 있던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 금 서준이 내뱉은 것은 말 그대로 폭탄 발언이었기 때문이었다.
상위종으로 분류된 천사, 악마와 의 싸움뿐만이 아닌, 종의 정점이 라고 칭하는 용족마저 언급하며 투 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내뱉었다 면, 코웃음을 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서준의 입에서 흘러나오
자 허황된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여태 전설적인 업적을 보여 준 서준이었기에 저도 모르게 오히려 묘한 기대감이 생기며, 가슴이 벅 차오르며 종국에는 믿음으로 굳어 졌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조아린다.
“받들겠습니다.”
“어디로 향하든, 누구와 싸우든 당신, 아니 왕의 뜻을 따르겠습니 다.”
자연스레 두 사람이 내뱉는 말에 는 강한 의지가 어린다.
하지만, 서준으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의아함을 느낀 카일이 고개를 살 짝 들어 올려 서준을 확인하는 순 간이었다.
“아직 끝난 거 아니야.”
무임승차를 허락한 적은 없다.
EU에 관한 건으로 도움을 받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귀 찮을 뿐이지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것은 카일과 칼리번이 측근으로서 누릴 부귀영화들을 생각한다 면 사실 터무니없는 수준이었다.
“맨입으로 오려고 한 건 아니 지?”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는 서준의 모습에, 카일의 황급히 품 안에 손 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카일이 품 안에서 꺼낸 손에는 팔찌, 아티팩트이 들려 있었다.
비취색의 팔찌를 바라보던 서준 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이건?”
“어울리실 만한 물건을 찾느라 상당히 고생했는데 부디 마음에 드 셨으면 좋겠습니다.”
내뱉는 말과 달리 카일의 입가에 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아티팩트, 그리고 카일과 칼리번
이 가진 세력들을 흡수해 낸 서준 이 향한 곳은 여의도, 한국 각성자 협회장실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지금 임진강에서 서울로 돌아오고 계시긴 한데, 차 가 막혀서 시간이 좀 걸리실 것 같 습니다.”
협회장실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비서의 말에서준이 고개를 내젓는 다.
“괜찮아요, 제가 불쑥 찾아온 거 잖아요.”
임진강 전투에서 승리를 거머쥐 긴 했지만, 사후 처리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었다.
건물 복구부터 해서 몬스터 사체 의 수습과 디아볼로스 잔당의 처리 까지 각성자 협회에서 갖가지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지금 강석 호는 한국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라 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렇게 강석호가 나서서 양팔을 걷어붙이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해 준 덕에서준도 데메이아, 의회장 에게 걸려 있던 현상금인 백억 달 러를 빠르게 수령할 수 있었다.
항시 분주히 일을 처리하고 있는 강석호인 만큼 이 정도 기다림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보다 정말 여기서 기다려도 되는 거예요?”
서준은 협회 건물의 최상층, 협 회장실에 들어서 있었다.
주인이 없는 방인 탓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비서가 흔쾌히 고 개를 주억인다.
“네, 협회장님께서 편히 사용하 셔도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사자로부터 받아 낸 대답이니 불편할 이유가 없었다.
서준은 곧장 걸음을 옮기어, 푹 신한 소파에 몸을 기댄다.
“다과라도 내어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그것보다는 근래 피곤한 일들이 많았다 보니 조금 쉬고 있고 싶어서. 혼자 있어도 될 까요?”
“알겠습니다.”
강석호의 단호한 명령 덕분이었 는지 비서는 군말 없이 방문을 닫 고 물러났다.
굳게 닫힌 문을 두 눈으로 확인 한서준은 누운 채로 곧장 카일이 건네주었던 비취색의 팔찌를 매만 졌다.
“이게 내 손에 들어오다니.”
[케리케이온 암슬릿]
등급 : SSS
분류 : 반영구 아이템
신들의 전령, 헤르메스의 힘이 담긴 팔찌입니다.
1. 드급, 파워 오브 페타소스 : 모 든 스테이터스(힘, 민, 체, 내)가 40 씩 상승합니다.
2. SSS급, 탈라리아 워프 : 위치 한 차원 한정으로 머릿속으로 떠올 리는 위치까지 단번에 공간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24시간)
초록빛 홀로그램 창에 떠오른 케 리케이온 암슬릿의 능력을 바라보 고 있는, 서준의 입가에 환한 미소 가 절로 피어난다.
‘미쳤어.’
서준은 속으로 환호를 삼켰다.
SSS급 아티팩트인 만큼, 기본적 인 스텟의 효과는 구태여 말할 필 요도 없이 훌륭했다.
물론, 팔찌의 진면모는 스텟의 상승 같은 것이 아니었다.
‘탈라리아 워프.’
떠올린 위치로까지의 공간 이동.
재사용 대기 시간이 24시간이라 는 조건이 붙어 있었지만, 선계에서 보았던 선인들이 사용하던 도술, 주술급, 그중에서도 상위 도술의 능력을 아티팩트로 부릴 수 있는 점을 생각한다면 합당한 페널티였 다.
‘주술 계통에는 재능이 없어서 배우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도 아쉬 웠던 능력이었는데 이렇게 얻게 될 줄이야.’
갑작스러운 이동으로 전투 중 변
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훌륭했을뿐더러, 특히 나 지킬 것들이 많은 서준의 입장 에서는 최고의 아티팩트라고 말할 수 있었다.
단순히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서준은 케리케이온 암슬릿의 구매 방 법, 가격을 알아보고 있던 물건이 었다.
물론, 직접 구매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가격이 10억 달러였지.’
엄청난 가격을 자랑했을뿐더러 특히나 이 팔찌의 매물이 나왔을
당시에는 수중에 그만한 돈이 없던 상황이었던지라 포기할 수밖에 없 었다.
‘그런데 설마 공짜로 얻게 될 줄 이야.’
정확히 말해, 한때 세계 제일이 라 불렸던 카일, 그리고 크라운즈 나이트의 일관 칼리번과 그들이 구 축하고 있던 세력까지 온전히 흡수 할 수 있었다.
가장 필요로 했던 초고가의 아티 팩트와 두 명의 강자, 그를 필두로 한 어마어마한 세력을 공짜로 얻어 낸 것이었다.
‘완전 개꿀이라는 거지.’
너무나도 달콤한, 꿀과 같은 수 확들에 자연스레 서준의 얼굴에 웃 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