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104화 (104/517)

- 5권 9화

109화

집 바깥으로 나와 사내들과 함께 길을 걸은 지 5분쯤.

미간을 찌푸린 서준이 입에서 불 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를 흘렸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건데?”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집 에서 가족과 있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이런 불청객에게 할애한다 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쁜 일이었다.

그러자 검은 정장의 사내들이 서

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가 싶더 니, 글렌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쯤이면 된 것 같군요.”

글렌스의 말에 검은 정장의 사내 들이 원형으로 퍼져 나가 일대를 둘러싸더니 주변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한다.

“보안이 철저하네.”

“상당히 중요한 일이라 양해 부 탁드립니다.”

한껏 분위기를 잡는 글렌스의 언 행에서준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흐른다.

“됐고, 날 만나고 싶다는 사람들

이 누군데?”

“아직 이 자리에는 도착하지 못 하셨습니다.”

“그런데 나를 불러낸 거라고?”

날카로워지는 서준의 눈매에 글 렌스가 황급히 입을 연다.

“용건을 미리 말씀드리자면, 그 EU의 상임의장 및 여러 높으신 분 들께서 한서준 각성자님이 귀화하 시길 원합니다.”

생각조차 할 필요도 없는 말이었다.

쓸데없이 타국에 소속될 생각은 조금도 없었으니 말이다.

아니, 애초에 그 어디라도 서준 이 밑으로 들어갈 리가 없었다.

어찌 늑대가 개 밑으로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애초에 어딘가에 소 속될 생각이 있었다면 각성 초기에 쏟아지는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준은 곧장 손을 내젓는다.

“거절할게.”

단호한 거부 의사에 글렌스의 표 정이 굳어진다.

굳게 닫힌 일자 모양의 입 매무

새에 상당한 고집이 느껴진다.

“대화나 귀화, 둘 중 하나라도 거부할 경우는 강제로라도 데려오 라고 하셨습니다.”

“제정신으로 하는 말은 아니지?”

디아볼로스와 악마 군단을 괴멸 시킨 것으로 세계 제일이라는 자리 를 거머쥔 각성자.

그게 바로 한서준이었다.

그에 비해서 글렌스는 높게 쳐줘 도 A급, 뒤를 따라오던 정장의 사 내들은 B~C급에 불과한 이들이었다.

감히 누가 누구를 강제로 데려갈

수 있단 말인가?

글렌스를 비롯한 정장의 사내들 도 이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도 글 렌스의 폭탄 발언에 당황이나 놀람 을 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내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 퍼져 있던 진형을 다시 갖춰 잡아 가며 각자의 병장기와 능력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허, 어이가 없네.”

서준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 온다.

이 정도라면 용감하다 못해 무식 할 정도였다.

다행히도 서준은 이런 이들을 확 실하게 치료할 방법들을 알고 있었다.

“주제 파악이 조금 필요할 것 같 네.”

서준의 몸에서 천마신공의 기운 이 흘러나온다.

절대자의 위엄이 글렌스를 비롯 한 사내들을 압박한다.

충분히 힘의 격차를 느꼈을 것이 지만 움츠러들거나 겁에 질린 기색 이 존재치 않는다.

“움직이기 전에 깊게 생각을 하 셔야 할 겁니다, 당신이 빌런으로

등록된다면 누가 가장 고달파질지 를 말입니다. 예, 우선은 가족분들 의 인생부터겠지요.”

마치 이런 상황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이 말을 내뱉는 글렌스였다.

서준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흐른 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역시 알고 온 거였네.’

서준이 가족에게 약한 모습을 보 인다는 것을 정확히 꿰뚫고 무례하 다는 것을 알면서도 집에 방문하는 것과 같은 당돌한 행동을 보인 것 이었고, 그것을 이용하여 완전히

옭아맬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 었다.

당연하지만, 이것은 이들의 크나 큰 착각이었다.

서준은 이런 협박에 굴복할 자가 아니었다.

“지금부터는 선을 넘은 네놈의 잘못이다.”

서준이 가볍게 땅을 박찬다.

이후 번개처럼 앞으로 뛰쳐나가, 건방진 표정을 짓고 있던 글렌스의 전신을 두들겼다.

약 1초간, 10번이 넘는 주먹이 번쩍였다.

갑작스레 밀려온 고통에 글렌스 의 입가에 게거품이 일어난다.

“그으으……

자신이 어떻게 맞았는지도 모른 채, 눈이 뒤집혀 있는 글렌스의 멱 살을 들어 올린 서준이 주변을 둘 러보며 물었다.

“확인이 더 필요한 사람?”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때문에, 반 응할 생각도 못 했던 EU 소속의 각성자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 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각성자들 중 본인의 실력 으로 서준을 대적할 수 있을 것이 라 생각하는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불과 며칠 전, 디아볼로스 및 악 마 군단과 접전을 치르는 영상 속 에 비친 한서준의 압도적인 모습은, 여기 있는 모두를 전율케 했다.

그렇기에서준의 행동이 담대하 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EU라는 소속과 신분을 밝혔음에도 이렇게 까지 막무가내일 줄은 생각지도 못 한 일이었던 것이다.

서준의 시선이 여전히 주춤거리 고 있는 EU 소속의 각성자들에게

로 향했다.

“있으면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덤 벼.”

당연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 았다.

글렌스가 서준에게 가볍게 멱살 을 잡혀 있어도 사실은 A등급의 각성자.

그 A급 각성자가 무엇에 당했는 지도 모른 채 의식이 날아가 있는 상태란 말이다.

애초에 EU 소속의 각성자들이 이 자리까지 찾아온 데에는 상관의 명령, 그를 실행해야 한다는 책임

감과 나름의 뒷배, 권력에 도취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서준은 그런 전과 따위는 두렵지도 않다는 듯 글렌스를 마음 껏 두들겼다.

믿고 있었던 방패가 힘도 쓰지 못한 채 부서져 버린 것이다.

자연스럽게 눈치를 보던 각성자 들이 손을 들어 올리며 항복을 표 한다.

“현명하네, 조금이라도 덜 고통 스러운 게 좋잖아?”

피식 미소를 홀린 서준이 이제는 완전히 의식을 되찾은 것 같은 글

렌스를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 대화를 마저 나눠 보 지. EU의 상임의장이라는 양반께서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런 무리한 임무를 내렸을까?”

누가 보더라도 승산이 없는 싸움 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간 한서준이라는 인물이 보여 준 행보를 생각한다면 이런 귀화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쉽사리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렌스와 그 수하로 하여금 이런 무모한 임무는

내린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대충 예상은 간다만.’

서준은 일약 ‘세계 영웅’이 되었 고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존재로 거 듭나 그 명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패권(W權)의 분 할을 피치 못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욕심 많은 인간들이 이 상황을 곱게 보지 못한 것이다.

‘나를 깎아내리거나, 기회가 된다 면 완전히 몰락시키고 싶겠지.’

그리고 그 방법 중 최고는 글렌 스가 여태 언급했던 것처럼 빌런,

세계의 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무리한 임무를 내 려, 신경을 긁고 폭력을 사용하길 유도한 것이었을 것이다.

상황들이 쉽게 머릿속에 그려졌 지만, 그래도 짐작보다는 확실한 것이 좋지 않은가?

하지만 그들에게 무슨 소리를 들 었는지, 사로잡혀 있는 글렌스의 투지는 전혀 꺾일 생각이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공격을 가한 것은 엄연한 각성자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

불을 피우고 얼음을 쏘아 내고 주먹으로 땅을 갈라놓는 초인들이 싸움을 벌인다면 주변에도 선량한 시민들에게도 피해가 가기 때문에 강력하게 금지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도 최소 3개월의 라이선스 취소, 최고로는 빌런으로 지정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제재가 가 해지곤 했다.

과거, 각성자 라이선스를 취득하 기 위해 치렀던 필기시험에서도 상 당히 중요시되는 항목이었던 만큼 서준도 이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비록 바랐던 확답은 아니었지만, 앞선 추측들을 확신하기에 충분하게 만들어 준 글렌스의 발언에서준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흐른다.

“그게 문제가 될 것 같아?”

“법 위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천마로서 군림하며 법 위에 섰던 경험이 있었던 만큼, 마음먹는다면 불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물론, 지금 지구에서는 굳이 설 필요도 없었고, 서고 싶지도 않았 지만 말이다.

그러나 글렌스, 그리고 그의 뒤 에 있는 권력자들처럼 법을 악용하 려는 이들의 위에는 설 생각이 있었다.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 도 가능했지만, 그런 귀찮고 비효 율적인 일은 질색이었다.

마침, 글렌스와 같은 파렴치한들을 상대하기 위한 가장 확실하면서 도 빠른 대화 수단이 있었다.

서준은 망설임 없이 손바닥을 들 어 글렌스의 삠을 가격한다.

짜악-!

“크읍……

짝-!

“지금 너한테 이런 명령을 내린 그 높으신 양반들은 어디에 있지?”

“말할 것 같으냐……

짜악-!

“진심 어린 조언인데, 웬만하면 순순히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이런 폭력에 굴복할 거라고 생 각하면 오산이다!”

입술 바깥에 붉은 선혈이 흘러나 오고, 얼굴에 멍이 생기고 상처가 터지는 상황까지 와서도 글렌스의 눈빛은 죽지 않는다.

타오르는 눈을 빛내는 글렌스가 다소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그런 서준을 내려다본다.

“이 눈빛이 얼마나 갈지 궁금하 네.”

피식 웃음을 흘린 서준은 검지를 놀리며, 글렌스의 전신을 빠르게 두드린다.

분근착골이 펼쳐진 것이다.

인간에게 최대의 고통을 줄 수 있는 혈도를 짚은 서준이 글렌스의 목을 놓고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 다.

“으…… 으어어?”

처음에는 의아한 표정을 지은 채 로, 서준을 바라보던 글렌스가 갑 작스럽게 신음을 홀린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으아아악-!”

글렌스의 입에서 당장이라도 죽 을 듯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곧, 글렌스의 근육은 뒤틀리고 뼈는 틀어지며 살아 있는 것이 신 기할 정도로 기형적으로 변해 간다.

사지가 비틀린 채로 고통을 토하 던 글렌스가 볼썽사나운 꼴로 바닥 을 구른다.

“아아악! 아아아아악!”

다른 말을 할 생각조차 할 수 없 는지, 비명만 내지르고 있는 글렌 스의 시선이 다급하게 서준에게로 향했다.

고작 눈빛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이 공간 안에 있는 모두가 읽었다.

“이제 말할 거라고? 에이, 폭력 에 굴하지 않을 거라면서?”

“아아아악-!!”

“뭐 굴하겠다고?”

“아악!!”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거 아니지, 앞으로도 굴하지 말고 계속 버티고 있어.”

“으허어……! 허어엉!”

글렌스는 차라리 정신을 잃고 기 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분근착골이라는 수는 너 무나 끔찍하고 악독해서, 지독한 고통에 의식조차 쉽게 날아가지 않 았다.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느낌이 무 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서준은 비명에서, 쉰 목소리, 이 어서 눈물을 펑펑 쏟아 내기까지

하고 있는 글렌스의 모습을 거들떠 도 보지 않고 고개를 돌린다.

“지금 상임의장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

정장의 사내, EU 소속의 각성자 들은 눈동자를 굴리며 서로의 눈치 를 본다.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건 지,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서준은 EU 소속 각성자들이 모 여 있는 곳을 향해 검지를 들어 올 리며 다가간다.

“아, 아닙니다!”

그에 깜짝 놀란 EU 소속 각성자 들이 기겁하며 비명을 지른다.

“다 말하겠습니다!”

“선택이 빨라서 좋긴 한데, 고작 위치 하나 이야기를 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할까?”

서준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지더 니, 이내 지옥의 야차와 같은 미소 가 피어난다.

이에 EU 소속 각성자들의 허겁 지겁 소리를 내지른다.

“제, 제가 말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말하도록 하겠

습니다!”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며 죽고 싶지 않음을 표출하는 EU 소속 각 성자들의 모습에서준의 입가에 피 식 조소가 흐른다.

“그럼, 한국의 전통 방식대로 하 자고. 어.느. 것.을. 고를……

“저, 저놈들은 아직 신입이라 잘 모릅니다! 저는 이래 봬도 부장의 자리에 있는지라! 자세히 알고 있 습니다!”

자신을 부장이라고 소개한 각성 자가 살기 위해 발악하였지만, 사 실 서준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생각해 보니까, 이런 상황에서 누굴 고른다는 건 차별 같아. 그냥 다 같이 공평하게 대우해 줘야겠 어.”

애초에 ‘가족’을 언급한 시점부터 그 누구도 곱게 이곳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저 추측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 한 과정이었을 뿐이었다.

“으아아아악-!”

서준은 다시 한번 분근착골을 펼 치며 EU 소속의 각성자들의 아랫 배, 단전을 향하여 회색빛 손길을 내뻗는다.

얼마 가지 않아서 EU 소속의 각 성자들이 전부 흰자위를 드러내며 바닥에 널브러진다.

후환, 뒷말이 나올 수 없도록 불 청객들은 깔끔하게 처리해 냈지만, 서준은 이 정도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후환이 없도록 확실하게 처리해 둬야지.’

오늘 밤 안에 글렌스, 이들의 상 관인 EU의 대표들까지 확실하게 정리해 낼 생각이었다.

아직 부장이라는 각성자에게 위 치 정보를 듣지는 못했지만, 문제

가 될 것은 없었다.

아니, 그보다 더 확실한 정보통 이 존재했다.

서준은 바닥에 널브러진 글렌스 를 들어 올린다.

그러자, 검지에 끼워진 반지가 빛을 토해 내며 글렌스의 기억을 읽어 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