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권 7화
107화
콰과광-!
서준, 그리고 데메이아 두 반신 이 벌이는 극강기끼리의 전투가 결 국에는 하늘을 붉게, 검게 물들였 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공방을 주고 받던 찰나, 서준의 눈매가 먹이를 노리는 뱀의 눈동자처럼 날카로워 진다.
‘ 빈틈!’
서준은 재빠르게 허공을 박차며 이동했다.
짧은 순간, 거리를 좁혀 데메이 아의 품 안으로 파고든 서준은 극 강기를 넓게 펼쳐 천지억압을 펼쳐 낸다.
콰광-!
막대한 내력의 여파로 생긴 요란 한 소리와 함께, 충격파가 데메이 아의 육신에 퍼져 나간다.
빈틈을 파고들어 내어 공격을 성 공해 내었지만, 서준의 표정은 그 리 밝지 못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천
지억압이 적중했음에도 불구하고 데메이아는 고통을 느끼기는커녕, 제자리에서 꿈쩍도 않고 있었기 때 문이었다.
[같잖은 공격이구나!]
데메이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양 손을 깍지 끼어 만든 거대한 주먹 을 활짝 열려 있는 서준의 정수리 를 향하여 내려찍는다.
[사라져라-!!]
서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 다.
‘이건 좀 위험한데?’
제아무리 반신의 육체를 가졌다
할지라도 저런 무식한 공격에 정면 으로 맞았다가는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 나갈 것이었다.
서준은 재빠르게 팔경성보로 몸 을 빼낸다.
후웅-!
간발의 차이로 데메이아가 휘두 른 주먹을 피해 낸 서준의 입에서 감탄 어린 투정이 흘러나온다.
“와, 이건 진짜 너무한 거 아니 야?”
앞선 선례가 있는 만큼 죽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펼친 공격은 아니었다.
그런데 설마, 아무런 피해도 없 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아무 피해도 입 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얼마나 몸이 단단한지 손바닥은 물론, 어깨까지 전류가 짜르르 타 고 감각이 느껴지고 있었으니 말이 다.
오히려 공격을 내질렀던 팔이 고 통을 느끼고 있었다.
저릿한 팔을 휘휘 젓고 있는 서준의 모습에 데메이아가 폭소를 터 뜨린다.
[크하하-! 이제야 이 몸, 벨리드
님이 내려 주신 은총의 위대함을 알겠느냐?!]
“확실히 대단하기는 하네.”
직접 겪어 본 만큼 인정할 수밖 에 없었다.
저 몸은 자신감을 내비칠 만한 육체였다.
악마의 모습을 갖춘 데메이아는 신경을 분산해 가면서도 상대할 수 있던 전과는 궤를 달리하는 속도, 파괴력, 내공의 양까지, 다방면에서 능력이 엄청나게 향상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준이 패 배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 미숙해.’
뛰어난 육체 능력, 막대한 내공 의 양에 비하여 활용 방식은 터무 니없을 정도로 미숙하다.
압도적인 경험의 부재.
그리고 본인의 능력, 의지로 부 숴 낸 벽들이 아니었기에 사고가 육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이야.’
만약 데메이아가 본인의 능력으로 저 경지에 도달해 낸 것이라면 제아무리 서준이라 할지라도 제법 귀찮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데메이아는 빌려 온 힘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태껏 상대할 만한 적수가 없어 서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서준 에게는 이런 육체적 능력을 메꿀 수 있는 방법들이 존재했다.
“울부짖어.”
손에 착용하고 있던 정복왕의 수 투, 그중에서도 쪽빛의 보석이 찬 란한 빛을 토해 낸다.
[정복왕의 수투의 특수 능력 가 이사의 광폭이 발동됩니다.]
[10분간 모든 스테이터스가 1.5 배 상승합니다!]
[힘, 민, 체 517 증가, 내공 스텟 이 999 증가합니다!]
폭발적으로 상승한 스테이터스로 인하여 힘이 용솟음친다.
실로 대단한 상승이었지만 이 정 도로 만족할 수 없었다.
저 무식한 육체와 맞서기 위해서 는 더 강력한 힘이 필요했다.
가진 모든 것을 퍼붓는다.
“나와라.”
품 안에 품고 있던 카구야의 거 울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오며 지금 의 서준과 똑 닮은 형태의 분신, 도플갱어가 모습을 드러낸다.
직후, 서준은 곧장 손을 들어 올 리며 신월의 밤을 매만진다.
“잠시 빌릴게.”
신월의 귀걸이에서 푸른 빛이 뿜 어져 나오며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오른다.
[훤일(B1 日)의 낮 귀걸이를 착용 한 ‘분신’으로부터 능력치를 흡수합 니다.]
[힘, 민, 체 465 증가, 내공 스텟 이 899 증가합니다.]
아티팩트들의 능력을 사용하자, 스테이터스가 순식간에 2배에 달할 만큼 상승했다.
불과 방금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궤를 달리하는 힘을 얻어 냈지만, 어색한 것은 없다.
아니, 오히려 이것이 익숙했고 편했다.
자연스레 서준의 입가에 피식 미 소가 흐른다.
“이제야 좀 내 몸 같네.”
반신의 영역에 이르러 제법 강해 졌다고 했지만 아직은 모래주머니 를 찬 것 같은 불편함이 있었다.
그런데 스테이터스가 폭발적으로 올라간 덕분에 이제야 육체를 옭아 매고 있던 답답함이 어느 정도 해 소되고 있었다.
서준의 기세가 폭발적이라고 해 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급격한 상 승을 보였지만, 메데이아는 코웃음 을 친다.
[쓸데없는 발악을 하는군.]
이 몸은 위대한 존재, 마왕(魔王)
이라 불리는 벨리드가 직접 빚어내 고 하사한 육체였다.
아직 인간의 티를 벗어나지 못한 존재에게 패배할 리가 만무했다.
“쓸데없지는 않을걸.”
피식 미소를 홀린 서준의 신형이 흩어진다.
팔경성보를 밟은 서준이 단숨에 데메이아와의 거리를 좁혀 낸다.
[……?!]
삽시간에 접근해 온 서준의 움직 임에 데메이아가 두 눈이 휘둥그레 진 채로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있 었지만, 사고를 넘어선 육체가 자
동적으로 반응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생각 없이 휘두른 이런 주먹이 서준의 몸에 닿을 리 없었다.
날아오는 주먹을 가볍게 피해 낸 서준은 어느새 데메이아의 지척에 선다.
“이제부터는 좀 아플 거야.”
내뻗는 주먹에 내공이 모여들고 응축된다.
“천마림, 절초, 태극압정(太極押 針).”
대암흑성의 강화판이라 일컬어지 는 무공이 데메이아의 복부를 강타
한다.
쿠궁-!
둔탁한 소리와 함께 데메이아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린다.
[크읍-!]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긴 하였지 만 결국 충격을 흡수해 내는 데메 이아, 육체의 위용에서준의 입가 에 헛웃음이 흐른다.
“허, 이것도 견뎌?”
최소한 치명상은 입힐 생각으로 온 힘을 다하여 내질렀다.
하다못해 바닥에 처박아 버릴 생
각이었다.
그런데 데메이아의 육신은 그를 정면, 그것도 제자리에서 받아 낸 것이다.
단단한 육체도 실로 대단하였지 만, 회복력 또한 발군이었다.
[네놈-!!]
어느새 회복을 마친 데메이아가 얼굴을 흉악하게 일그러뜨리며 주 먹을 내지른다.
앞서 아스모네아와의 싸움을 겪 은 만큼 악마라는 종(種)의 뛰어난 회복력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데메이아의 육신은
그 아스모네아를 뛰어넘는 회복력 을 보이고 있었다.
‘상당히 귀찮네.’
악마가 된 데메이아는 생각했던 것보다 까다로웠다.
물론, 파훼법이 없는 것은 아니 었다.
어찌 됐든 재생을 해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아스모네아 때처럼 재 생을 해내기 전에 아예 혼적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부숴 내면 그 만이었다.
하지만 데메이아의 무식한 육체
를 그렇게까지 부숴 내기 위해서는 아무리 지금의 몸 상태라 할지라도 막대한 양의 내공, 최소한의 준비 가 필요하다.
[죽어! 죽어! 죽으란 말이다아 -!!]
뛰어난 육체, 재생력을 믿고서 미친개처럼 날뛰며 매서운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데메이아가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쉬울 리는 없었다.
그러나 서준에게는 천 년에 달하 는 시간 동안 쌓인 마선으로서의 경험들이 존재했다.
머리에 수많은 해결책, 생각들이 떠오른다.
분주히 회전하던 머리가 그중에서도 가장 편하고 확실한 방법을 찾아낸다.
‘데메이아의 힘을 역이용한다.’
육체 능력, 넘치는 힘만을 믿고 날뛰는 이 무식한 공격들을 역이용 해 내는 것.
생각이 닿자,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어느덧 서준은 손을 빠르게 휘저 어 태극의 묘리를 담아낸다.
부드러움은 강함을 제압한다.
그리고 지금 날아오는 데메이아 의 무식한 주먹은 분명 강한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 무식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받 아 내고, 돌려준다.
서준은 태극의 묘리를 담아낸 손 바닥을 앞으로 내밀어 지척까지 다 가온 데메이아의 주먹과 맞닿았다.
이 무식한 공격을 힘으로 밀어내 거나, 막으려 들어선 안 된다.
그대로 받아들이며 회전시킨다.
이를 위해서는 완벽한 각도와 정
확한 타이밍이 필요하다.
데메이아의 주먹은 빛살처럼 쏘 아진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속도를 가지고 있었기에 웬만해서는 엄두 조차 내지 못할 방법이었다.
하지만 천마, 마선 한서준은 해 낼 수 있었다.
천 년에 달하는 경험과 기억들이 존재했고 지금은 제법 그럴싸한 육 체까지 갖추고 있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몸과 내 공이 움직인다.
받아 내고, 휘젓고, 되감아 내는 태극의 묘리를 극한까지 펼쳐 낸다.
후웅.
태극의 묘리에 휘말린 데메이아 의 주먹은 힘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서준의 손바닥 아래에서 의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에서부터 흘러 나간 충격이 어 느덧 발끝, 그리고 어느새 다시 머 리 위, 이윽고 받아 내었던 주먹으로 되돌아간다.
모든 준비를 끝마치는 순간, 눈 앞에는 기회를 잡았다는 듯, 반대 편 왼손의 주먹을 휘두르는 데메이 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어디 이것도 한번 받아 보거라!]
이리도 간절히 바라는데 원한다 는 대로 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태극의 묘리로 되돌려 냈던 데메 이아의 공격에, 내공의 힘을 더하여 돌려준다.
‘유수태극신묘경 (流水太極神妙 境)
장취산, 무당파의 전설이자 모용 휘와 천마, 한서준이 등장하기 전 한때나마 천하제일이라 불리었던 그의 무공이 서준의 손에서 펼쳐진 다.
데메이아의 주먹, 유수태극신묘 경으로 되돌려 낸 공격, 막강한 힘
들이 맞부딪치며 폭음을 토해 낸다.
투쾅-!
요란한 소리에 움츠러들거나 두 려워할 것 없었다.
똑같이 무식할 정도로 위협적인 공격이었지만, 서준이 돌려 낸 공 격에는 막대한 양의 내공까지 담겨 있다.
승자는 정해져 있다는 말이었다.
쾅-!
데메이아의 눈이 희번덕 뜨인다.
[말도 안 돼……!]
되돌아온 힘, 내공이 주는 충격
을 견디지 못한 데메이아의 육신이 튕겨 나가 바닥에 처박힌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서준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다.
‘아직 살아 있어.’
유능제강, 태극의 묘리가 담긴 유수태극신묘경이 위력이 뛰어나긴 했지만, 데메이아를 완전히 무너뜨 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악마라는 종(種)이 가진 무식한 회복력은 이 정도의 상처는 금세 수복해 낼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애초에서준이 노리는 것도 데메
이아의 소멸, 죽음이 아니었다.
‘시간을 벌어 냈다.’
저 무식한 육체를 일격에 부숴 버릴 무공.
천마, 패도(顧道)를 걷고 패왕(B 王)으로 군림해 왔던 서준의 무공 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을 말이다.
서준은 가슴 앞, 그곳에 양 손바 닥을 펼쳐 둥글게 원형을 그려 내 며 내공을 이끌어 낸다.
내공을 모으지만, 응집하진 않았다.
오른손과 왼손, 각기의 단전을 보유하게 된 만큼 각기 다른 성질,
극의 상성을 가진 극강기를 빚어내 며 부딪치게 만든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려는 순간, 아랫배, 본래의 단전에서 만들어진 내력을 이용하여 극강기의 막을 형 성하고 가둬 낸다.
그리고 심장에 자리 잡고 있는 단전을 통하여 내부에서 거칠게 날 뛰고 있는 회전을 가하고 폭발시키 며, 묵염의 불꽃을 일으킨다.
극강기의 막 안에 갇힌 내공들이 서로를 파괴하는 과정이 이루어지 고 있었지만, 서준은 멈추지 않는 다.
‘부족해.’
더 빠르게! 더 강하게!
극도로 활성화된 감각이 육체와 사고를 극한까지 가속시켜 낸다.
내부의 기운은 폭발, 회전한다.
동시에 외부에 둘린 막은 이 과 정을 견딜 수 있게 유지해야만 되 는 복잡한 과정이었지만 서준의 수 많은 단전과 극한까지 가속된 사고 가 그 움직임을 실현해 내고 종국 에는 조율을 이뤄 낸다.
원형을 그리고 있는 서준의 손 중심에는 극강의 힘을 담아낸 구체 가 만들어졌다.
상처를 수복하고 다시 한 번 모 습을 드러낸 데메이아의 눈이, 그 것을 보고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린다.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한서준이 만든 저 파괴는 지금의 육신으로도 감당해 낼 수 없었다.
‘가진 모든 힘을 이끌어 내서라 도 멈추게 해야 한다.’
불행 중 다행히도 한참이나 부족 했던 경험, 사고가 계속되는 전투 로 어느 정도 축적되어 보다 많은 사도의 능력을 펼칠 수 있게 되었
다는 것이었다.
저 공격을 막아 낼 수 있는 방도 가 존재한다는 말이었다.
“광란(狂亂), 불야성(不夜城)!”
데메이아가 발악에 가까운 소리 를 내지르며 가진 최후의 수를 펼 친다.
콰아아…….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붉은 기 운, 그 안에 배어 있는 광기가 폭 발하고 폭풍이 되어 퍼져 나간다.
퍼져 나간 광기가 세상을 물들고 마침내 미치게 만든다.
꽈앙!
갑작스레 땅이 치솟고, 대지의 해일이 되어 덮쳐 왔고, 광기의 폭 풍 속에서 발작하듯이 일어나며 서준의 신형을 노린다.
가장 현명한 판단을 내린 것이었지만, 애석하게도 한발 늦어 버리 고 말았다.
광기에 물들어 미쳐 버린 세상이 번쩍이는 뇌광(雷光)을 쏟아 내는 순간, 서준의 눈동자가 번뜩인다.
“천마제(天魔帝), 만상귀천(M象 歸天)
만상귀천은 여타 다른, 일반적인
무공들처럼 이름만 그럴싸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재로 돌릴 수 있는 파괴를 행할 수 있었다.
서준은 그 파괴적인 구체, 만상 귀천에 내공을 불어 넣으며 앞으로 밀어낸다.
화르륵-!
내부의 불꽃이 치솟으며 세상을 뒤덮을 만한 파괴를 품은 구체가 앞으로 나아간다.
“끝이야.”
이윽고, 서준의 입에서 선언이
내려지는 순간, 쏘아진 구체의 형 태를 유지하던 극강기의 막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며 폭발 한다.
콰과광-!
폭발한 구체가 거대한 불꽃을 토 해 내 가며 괴성을 터트리듯 세상 을 집어삼키고 빨아들이며, 이윽고 화마룡(火魔龍)의 형태를 취한다.
크아앙-!
포효를 내지른 화마룡이 거대한 불길을 내뿜어 가며 데메이아가 표 출해 낸 광기들을 단숨에 불태우며 제로 만들어 버린다.
넘치는 광기를 흔적도 없이 태워 낸 화마룡의 위용에 데메이아의 입 에서 경악이 터져 나온다.
[말도 안 돼……
반신에 이른 존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허무한 단말마를 내뱉고 있는 데메이아의 육신을 거 대한 화마룡이 집어삼킨다.
콰과과광-!
그렇게 거대한 화마룡, 불꽃에 휘감긴 데메이아의 모습이 녹아들 듯 사라지며, 최후를 맞이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