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101화 (101/517)

- 5권 6화

106화

모든 것이 너무 쉬웠다.

세상이 일변(一變)하여 게이트가 출현하고, 몬스터라 불리는 것들이 등장하고 각성자가 되었지만, 곤경 에 막힌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덕분에 신속하게 성장할 수 있었 고, 종국에는 세계 제일이라는 타 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질투하는 몇몇 이들은 정점에 선 것을 두고 순간의 영화(榮華)라고

말했지만, 카일은 그저 코웃음 칠 뿐이었다.

가진 재능은 뛰어났고, 주어진 엄청난 능력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자신을 세계 제일의 자리에 머무를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하지만 벽을 넘어선 데메이아의 갑작스러운 출현, 그리고 악마 군 단과의 싸움으로 그 자신감이, 마 음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영역에 있다고는 볼 수 없는 괴물이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아니 격(格)

의 차이라고 볼 수 있는 데메이아 의 무력을 막아 낼 방도가 없었다.

자연스레 멸망, 패배라는 두 글 자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하늘에서 한 사내가 나타나기 전 까지는 말이다.

‘한서준……

그가 나타나고 모든 것이 뒤바뀌 었다.

영웅(英雄), 솔직히 말하자면 고 리타분하고 유치한 별명이라고 생 각했다.

그러나 지금 한서준 각성자가 일 으키고 있는 기세, 아니 기적이라

고 봐도 좋은 현실을 만들어 내 가 는 것을 영웅이라 부를 수 없다면, 대체 무엇을 영웅이라 불러야 한단 말인가?

‘설마 그 짧은 시간 동안 한 번 더 벽을 넘어설 줄이야.’

카일이 경악과 놀라움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것이 진정한 세계 제일.’

데메이아, 디아볼로스의 의회장 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한서준 각 성자의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르며 전율이 돋는다.

처음 느껴 보는 감정, 카일은 그

정체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그것을 정의할 수 있었다.

경외 (敬長).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넋이 나갈 정도의 위대한 카리스마가 일 대의 한국 각성자들을 포용하고 용 기를 북돋고 끝내는 전장에 설 수 있게 이끌었다.

비단 한국 각성자들뿐만이 아니 었다.

한서준이 등장한 이후에 카일의 심장에도 희망이라는 뜨거운 불길 이 치솟고 있었다.

카일은 이런 심장을 뜨겁게 만드 는 이의 정체를 익히 알고 있었다.

‘왕(王)! 왕의 기상……

드디어 지구에도 드워프, 엘프, 수인족들과 같은 종족을 대표하는 수장, 왕이 나타난 것이었다.

새로운 세계가 여기서 열리기 시 작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카일은 고작 이런 곳에서 쓰러져 있을 수 없었다.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사기가 올랐다고는 하나 일시적 이었다.

현실은 냉혹했다.

악마 군단은 아직 헤아릴 수 없 이 많았고, 한국 각성자들은 서서 히 지쳐 가고 있었다.

머지않아 다시 형세는 역전되고 팽팽한 힘의 균형이 깨지며, 패배 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당당하게 승리를 쟁취해 내고, 앞으로 한서준이라는 존재가 걸어 나갈 역사의 길을 함께 걷고, 그가 바꿔 낼 모든 것들을 느끼고 지켜 보고 싶었다.

욕심이 나서일까?

한계에 도달했던 육체가 발악하 며 억지로 활력을 불어넣는다.

한번 불길이 붙었다면 그 뒤는 어렵지 않았다.

카일은 능숙하게 체내에 남아 있 는 마력을 이용하여 육체의 상처들을 수복해 낸다.

이내, 느려지던 심장이 세차게 날뛰기 시작하고 사라졌던 감각들 이 서서히 되돌아온다.

쿠 쿵!

아직까지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대신하여 양팔로 억지로 몸을 일으 켜 끝없는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한다.

그렇게 카일이 전장으로 향하기 위하여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너답지 않게 늦었군.”

반파된 차량에 몸을 기댄 채로 서 있는 칼리번의 모습이 눈에 들 어온다.

“미안, 너무 황홀한 것을 봐 버 려서 말이야. 감상에 젖어 버렸거 든 ”

지치고 피로해 보이는 칼리번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흐른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되는 군.”

단언컨대, 한서준은 최고의 재능 이었다.

비단 무력뿐만이 아니었다.

한서준이 보여 주는 왕의 기상, 자질은 그 대단하다는 상위 종족과 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분명, 한서준은 대격변을 맞이한 신인류, 지구에 진정한 평화를 가 져오고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이끌 어 줄 수 있을 것이란 걸 말이다.

그렇기에 이 싸움에서 패배해서 는 안 된다.

칼리번의 두 눈동자에 승리를 향 한 투지가 이글거린다.

“날뛸 준비는 됐겠지?”

“당연하지.”

두 사람의 시선이 검은 물결, 악 마 군단에게로 옮겨진다.

서로를 향해 고개를 주억인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땅 을 박찬다.

타닥-!

어느 정도 회복하긴 했지만, 상 처가 깊었던 탓에 아직 후유증이 남아 있었다.

때문에, 이런 몸으로 전투를 오 래 지속할 수는 없었다.

‘기회는 단 한 번. 확실하게 처리 한다.’

카일의 몸에서도 연녹빛 기운이 폭발하듯이 솟아났다.

대지가 요동치며 주변의 나무들 이 몸집을 키워 간다.

투둑, 후두둑…….

곧, 거대한 나무줄기가 바람을 찢어 가며 날 듯이 악마 군단에게 로 향했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뭉개 주마.”

뻗어진 줄기가 악마 군단의 진형 을 짓누르는 순간이었다.

“다 죽어 가는 패잔병들이 주제 를 모르는구나!”

“카일을 죽여라!”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전에 들려 오며, 검은 구체들이 쏟아져 온다.

쌔액-!

예측지 못했던 빌런들의 공격에 당황한 카일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레이터 실드!”

검은 갑주를 전신에 두른 칼리번

이 스포트라이트처럼 눈부신 은발 을 휘날리며 쏟아지는 구체들을 몸 으로 막아 낸다.

“칼리번이다!”

“저놈도 해치워라!”

빌런들과 악마 군단의 시선이 일 제히 두 사람에게로 향한다.

“우리, 생각 이상으로 인기가 많 네.”

“정확히 말해야지, 카일 네가 생 각 없이 일을 크게 벌여서 이렇게 된 거지.”

“어떻게 하지?”

최악의 컨디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적.

하나같이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칼리번의 미간이 깊게 파이 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을 때였다.

“정신 차려, 온다!”

삽시간에 거리를 좁혀 오는 빌런 의 모습에 카일이 황급히 소리를 내지른다.

평소라면 곧장 반응해 받아쳐 냈 을 칼리번이었다.

그러나 아까 전, 데메이아에게 당했던 오른쪽 어깨에서 통증이 밀 려와 움직임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지척에 다다른 빌런의 입 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른다.

“죽어라-!!”

칼리번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운 다.

‘ 빌어먹을……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몸으로 는 지금의 공격을 막아 낼 방도가 없었다.

거리를 좁혀 오는 빌런의 모습에 최후의 순간을 생각하고 있던 칼리 번의 얼굴이 찡그려지는 순간이었다.

“쯧, 일관이라는 자가 전투 중에 한눈을 팔다니.”

귓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다.

콰광-!

이후, 육중한 소리와 함께 다가 오던 빌런의 신형이 허공을 노닐더 니, 근처의 차량으로 처박힌다.

“이럴 거면 일관의 자리를 나에 게 넘기는 것이 어떻겠나?”

붉은 도포를 걸친 무인, 각성자 크라운즈 나이트에 오관이라는 자 리를 차지한 구룡문주 구존이 피식 미소를 홀리고 있었다.

칼리번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자네는?!”

놀람도 잠시, 이곳은 전쟁터 한 복판이 었다.

여유로운 미소를 홀리고 있는 구 존의 등 뒤로 빌런들이 달려온다.

칼리번이 황급히 발을 놀리며 그 를 막아서려 하였지만 무의미한 행 동에 불과했다.

“구존, 당신이야말로 정신을 똑 바로 차리시죠.”

한겨울의 한파보다 차가운 목소 리, 바람이 들려온다.

휘오오....

땅바닥에서 솟구친 얼음 기둥들 이 달려들던 빌런들의 육신을 반으로 도륙 낸다.

“AAO! 미국의 빙결여제가 왔 다!”

“구룡문! 중국의 각성자들도 왔 어!”

기꺼이 파견을 보낸 국가와 길드 등지에서 보낸 지원군이 마침내 도 착한 것이었다.

고되었던 짐을 나눌 수 있는 동 료, 지원군의 등장에 한국의 각성 자들의 눈에서 감격의 눈물이 쏟아

져 내린다.

계속해서 최전방의 자리를 사수 해 내고 있던 강석호, 경호의 입가 에도 미소가 흐른다.

“모두들 정말 잘 견디어 주었 다!”

“이제부터는 우리 인간의 차례입 니다.”

세계 각국에서 지원 온 수천 명 의 각성자들.

아직 수적으로는 열세라고 볼 수 있었으나 개인의 강함은 빌런, 악 마 군단을 압도했다.

“명예롭고 위대한 각성자들이여,

전군-!”

잠시 깊은숨을 들이마신 강석호 가 선두로 뛰쳐나가며 소리를 내질 렀다.

“진격하라——

그 뒤를 이어 세계 제일의 카일, 천외천이라 불리는 크라운즈 나이 트들, AAO의 요원, S급의 각성자 들이 뒤를 따르며 모두가 한마음이 된 듯 외친다.

“돌격-!!”

큰 목소리가 임진강의 물살에 진 동마저 일으켰고 전방의 악마 군단 의 전신올 짓눌렀다.

“우와아아-!”

함성이 그 뒤를 따랐다.

반격의 포문이 열린 것이었다.

카일과 칼리번의 등장, 그것으로 각성자들의 희망이 꺼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구존과 애쉬가 이

끄는 지원군이 도착한 이후로는 기 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해도 과 언이 아니었다.

‘둘 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든든 하네.’

사기를 북돋았다고는 하지만, 워 낙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상황이 었는지라 데메이아와 접전을 치르 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신경을 써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구존과 애쉬가 이끌고 온 지원군들 덕분에 더 이상 그럴 필 요가 없어졌다.

기세가 잔뜩 오른 각성자들은 전

선에서 악마 군단의 공세를 맞받아 치는 것도 모자라 앞으로 진군을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준은 무수히 많은 전장을 헤쳐 온 만큼 이후의 결과를 어렵지 않 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절대로 지지 않겠지.’

이런 기세를 등에 업는다면, 한 수 아니 두 수 위의 적들을 상대로 도 승리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동수, 아니, 역으로 사기 가 바닥을 치고 있는 만큼 이제는 한 수 낮은 적수가 되어 버린 악마 군단이 각성자들을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전략가, 지략가로서 활동해 온 데메이아 역시 그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벨리드 님께서 하사하신 악마 군 단이 패퇴를 겪고 있었다.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일이었다.

지금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서준은 그렇게 현실을 부정하려 는 데메이아를 향하여 쐐기를 박아 넣는다.

“말도 안 되긴, 이게 현실이

뒷말을 흐리고 있는 서준의 입가 에 비릿한 미소가 흐른다.

“나의 승리야.”

데메이아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웃기지 마라-!!”

아직 지지 않았다.

아니, 질 수 없었다.

이날을 위해 얼마나 갖은 노력을 해 왔는데 여기서 이리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이런 처참한 패배를 겪

게 된다면 어렵게 얻어 낸 사도직 을 뺏기는 것은 물론이고, 군단을 괴멸시킨 것에 대한 죗값을 물어야 할 판이었다.

‘그래도 아직 완전히 패배한 것 은 아니다.’

단 한 번의 기회가 남았다.

제일 처음 희망의 불씨를 피워 낸 존재이자, 인간의 구심점 역할 을 한 자를 잡을 수 있다면, 이 상 황을 다시 한번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데메이아의 모든 신경이 서준에 게로 집중된다.

‘이놈! 한서준만 처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경외심이 들 정도의 재능, 전투 능력을 지닌 특별한 존재.

그저 반신에 그쳤다면 그를 이길 수는 없겠지만, 다행히도 벨리드의 사도인 자신에게 방법이 하나 존재 했다.

‘벨리드 님이 내어 주신 힘을 사 용한다.’

후유증 따위를 생각할 때가 아니 었다.

이 상태로라면 염원했던 구원 작 업이 단순히 늦춰지는 게 아니라,

영원히 이루지 못하게 될 것이었다.

고민이 깊었던 만큼, 행동은 재 빨랐다.

“사도화(使徒化)

스킬을 시전하기 무섭게, 데메이 아의 등 뒤에서 한 쌍의 검은 날개 가 솟아났고, 이마에는 산양의 큰 뿔이 솟구쳐 오르며 빠른 속도로 악마의 형상을 취해 간다.

“뭐야? 인간이 아니었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서준의 모습 에 이제는 완연한 악마가 된 데메 이아가 고함을 내지른다.

[무례하구나! 이 위대한 육신을

감히 그딴 하등종과 같은 취급을 하다니!]

데메이아는 주먹으로 자신의 가 슴을 두어 번 두드리는 것으로 자 신감을 표출하며 말을 이어 갔다.

[나는 위대하신 벨리드 님의 사 도! 그런 하등종의 육체를 벗어던 진 지 오래전이다!]

당돌한 대답에서준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래? 그것참 다행이네.”

악마 군단을 지휘하고 있기는 하 였으나,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했기 에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고 어느

정도 손속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몬스터, 악 마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느덧 서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 소가 흐르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마음 놓고 팰 수 있겠네.”

[네놈의 그 오만함이 얼마나 갈 지 궁금하구나.]

“빌린 힘으로 으스대고 있는 네 꼴을 보아하니, 내가 생각하기에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은데?”

한쪽만 비틀어 올라간 입꼬리, 명백한 비웃음을 짓고 있는 서준의

표정에 데메이아의 얼굴이 와락-일그러진다.

[갈가리 찢어서 마물들의 먹이로 던져 주마—!!]

우렁찬 고함 소리가 신호탄이라 도 된 듯, 서준과 데메이아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허공을 박찬 다.

그렇게 전쟁이 마지막, 종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