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98화 (98/517)

— 5권 3화

103화

띠링-!

[죽하합니다! 육체를 재구성해 종(種)의 근간을 교체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신화(神化)의 경지에 첫발을 들 입니다.]

[칭호, 반신(半神)을 획득합니다.]

[보유 중인 칭호 중 가장 뛰어난 능력을 지닌 ‘반신’ 칭호가 자동으

로 적용됩니다.]

[반신]

모든 스텟(힘, 민, 체, 내)이 +100씩 상승합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초록빛 홀로그 램 창을 바라보는 서준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난다.

‘드디어 돌아왔다.’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을 넘어 중원이라는 거대한 대륙을 발밑 아 래 두게 해 주었던, 생사경의 경지

에 다시 한번 돌아온 것이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원래의 힘을 빠른 속도로 되찾는 것만도 짜릿하고 기쁜 일이었다.

게다가 반신의 영역에 들어서 생 사경의 경지에 도달해 주어진 ‘반 신’의 효과 또한 상당했다.

‘자그마치 스텟이 100씩 상승했 다.’

초월자의 칭호에 달려 있던 스테 이터스 30개가 빠진다고 할지라도 23개 정도의 레벨 업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눈여겨볼 것은 생사경의 경 지에 올라 변한 것이 단순히 시스 템에 표기된 스테이터스의 상승뿐 만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종(種)의 근간을 탈피함으로써 그릇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바뀐 것 이다.

육체는 곧 신체(神體)가 되어 그 견고함이 말할 것이 없었고, 무한 (無限)에 가까운 내공 회복력을 가 지게 되었다.

‘드디어 준비가 끝났어.’

무인에게 강한 육체, 내공은 곧 힘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제대로 다뤄 내지 못한다면 큰 의미가 없는 것 들이었지만 서준에게는 아무런 문 제가 없었다.

아니, 수백 가지의 신공절학을 알고 있는 서준에게는 그야말로 날 개가 돋친 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야 제대로 된 무공들을 펼

칠 수 있겠네.’

과거, 현경의 천마 시절 때 펼쳤 던 무공들은 결국 한계점이 명확했 다.

실제로도 내공의 한계에 부딪혀

무공들을 몇 가지밖에 사용하지 못 했고, 그마저도 뜻대로 제대로 펼 쳐 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생사경의 경지에 들어선 지금은 달랐다.

‘무한에 가까운 내공과 그 힘을 감당할 수 있을 육체가 만들어졌 어.’

천하제일인, 아니 중원 대륙의 패황이자 천마라 불렸던 시절의 무 공들을 펼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 다.

전설로나 내려오는 이야기처럼 마음만 먹으면 산을 조각내고 강을

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서준은 감히 확신할 수 있었다.

‘이제 지구에서 나보다 강한 이 는 존재치 않을 거야.’

디아볼로스의 의회장이 공양으로 더 큰 힘, 경지를 넘어 생사경에 도달해 냈을지라도 상관없었다.

같은 경지라도 그 급(級)이 달랐 다.

마선으로서 고군분투한 천 년에 달하는 경험과 기억, 헤아릴 수 없 이 많은 무공을 알고 있는 서준이 었기에 경지가 같을지언정 훨씬 더

강력하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놈이 생사경의 경지에 올랐다 할지라도 일말의 변수조차 존재하 지 않는다.’

의회장과의 대결에 대한 준비를 확실하게 끝마쳤다는 말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고 훌륭했으나, 욕심을 부리면 한 가지 아쉬운 점 이 존재하긴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네.”

눈을 감고 집중에 들어갈 때까지 만 해도 오밤중이었는데, 지금은 해가 중천에 떠, 훤한 백주 대낮이 라는 점 말이다.

즉, 반나절 이상의 시간이 소요 되었다는 것이었다.

여태껏 경지를 넘어설 때 수십 분, 늦어도 한두 시간 이내로 해결 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비교적 상당 한 시간이 소모된 셈이었다.

“그래도 뭐 결과가 좋으니까.”

서준은 개운한 미소와 함께, 이 기쁨들을 함께 나눌 가족에게 연락 을 취할 준비를 한다.

그렇게 비행 모드로 전환해 두었 던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켜는 순간 이었다.

우, 우, 우응-

수많은 전화, 메시지들이 쏟아져 오고 있는, 스마트폰의 액정을 바 라보던 서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 뭐야?”

물론 단순한 연락, 안부였다면 서준이 이렇게까지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긴급 재난 문자 - 파주시 도라 산 근방에 빌런 집단 디아볼로스 및 악마 군단이 남하 중. 시민들 및 근방의 주민들은 긴급 대피하시 기 바랍니다.]

이외로도 스마트폰은 각성자 협 회, 강석호, 경호와 가족들의 안부 문자를 쉴 새 없이 토해 냈다.

“ 뭐야……

서준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 분이 들었다.

영겁과 같은 찰나의 시간 동안 소음을 토해 내던 스마트폰이 잠시 움직임을 멈추더니, 이내 이제 막 발송된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한다.

[긴급 재난 문자 - 빌런 집단 디 아볼로스 및 악마 군단이 임진강을 건너는 중. 주민들은 긴급 대

피...........]

방금 도착한 재난 문자를 보아하 니 다행히도 한국의 수도, 가족들 이 살고 있는 서울까지 침공하진 못한 듯했다.

‘아직 늦지 않았어.’

실제로도 가족들의 호위를 맡겨 둔 분신이 사라지지도 않았고, 그 와 관련된 위협 메시지가 전혀 떠 오르지 않고 있었다.

‘다행이야.’

가족들의 신변이 안전한 것을 대 강 확인할 수 있었지만, 마냥 안심

할 수는 없었다.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의 턱밑까지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각성자 협회와 연락을 취해 가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여유 따위는 존재치 않았다.

서준은 곧장 땅을 박차며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임진강이 있는 북쪽 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 *

서준이 생사경의 벽을 넘어서고 있던 때.

대한민국의 북쪽, 과거 휴전선이 존재했던 곳에 모여든 디아볼로스 의 간부들은 마른침을 삼키거나, 손발을 떨어 가며 초조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기 존 디아볼로스가 보였던 움직임과 는 너무나도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 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디아볼로스는 저곳에서부

터 나아간다.”

데메이아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군데군데 불빛들이 보이는 파주의 도심지 였다.

화려한 야경의 불빛들을 바라보 고 있는 데메이아의 눈에서는 그와 는 대조되는 으스스한 암광이 흐르 고 있었다.

‘바로 서울을 급습하려던 거 아 니었나?’

디아볼로스가 약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빌런으로 구성된 집단인 만큼 적이 너무 많았다.

때문에, 이렇게 직접적인 움직임 을 보인다면, 수일 이내로 세계 각 국에서 지원이 올 것이었다.

그렇기에 항상 숨죽이고, 조심스 럽게 움직이며 천천히 갉아먹거나 갑작스러운 기습 작전을 펼쳤던 것 이었다.

실제로도 디아볼로스는 그 영악 함으로 인하여 단기간 내에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지부장의 목이 바닥에 나 뒹군 것을 보았던 만큼 함부로 의 견을 제시할 수는 없었다.

그저, 데메이아의 행동을 바라보

는 것이 디아볼로스의 간부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한국을 무너뜨리는 것을 시작으로 디아볼로스의 시대가 왔음을 세 상에 알린다.”

과거 디아볼로스가 선택했던 것 은 약자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사도로 임명받음으로 인 해 하사받은 은총과 직위가 생김으로써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악마종이었던 아스모네아가 힘을 믿고 과감했듯이 데메이아 역시 머 리 아프게 길고 지루한 상황을 만 들 생각이 없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지도에서 지 워 우리 디아볼로스의 잔혹함을 널 리 알리고 위대하고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이다!”

데메이아의 눈동자가 붉은 빛을 토해 낸다.

그러자 아무것도 존재치 않던 허 공에 마법진들이 그려짐과 동시에, 데메이아의 입에서 알아들을 수 없 는 기괴하고도 음습한 악마의 언어 가 길게 울려 퍼진다.

[---!!]

이윽고 그 음성이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쨍그랑-!

세상이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오며, 주변의 마나가 크게 일 렁거리고 뒤엉킨다.

간부들은 이와 비슷한 감각을 느 껴 본 적이 있었다.

‘설마?!’

쩌저저적-!

데메이아가 바라보고 있던 대지 가 갈라지기 시작한다.

우뚝 솟아 있던 건물들이 무너지 고 시민들의 비명이 메아리처럼 울 려 퍼진다.

대재앙과도 같은 풍경이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한 일이었다.

갈라진 땅, 마치 지옥의 구덩이 와 같이 만들어진 균열, 게이트에서 악마, 언데드 속칭 몬스터라고 불리는 괴생물체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쿠오오…….

“벨리드 님의 사도이자, 사령 제 5군단의 사령관으로서 명한다. 위 대하신 벨리드 님을 따르지 않는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심판을 내리 거라!”

데메이아가 우렁찬 소리를 내지

르자 세상 곳곳에서 붉은빛 균열이 일어나 악마 군단들이 뛰쳐나온다.

지옥에 거주하고 있는 존재, 군 단들이 지상에 강림했다.

“위대한 악마 군단의 위용을 보 여 벨리드 님의 광기와 이름을 널 리 알려라.”

말을 내뱉고 있는 데메이아의 시 선이 이번에는 하늘로 향했다.

쩌저저정-!

유리창이 다시 깨지는 소리와 함께 하늘 위에도 균열들이 일어난다.

내부에서는 정체를 알아볼 수 없 는 기이한 형태를 한 몬스터들이

날갯짓을 시작하며 광기를 뿌려 대 고 파괴를 시작한다.

그렇게 파주는, 지옥으로 변했다.

한밤중에 벌어진 대습격.

불의의 습격으로 인하여 큰 피해 를 입었지만, 한국이 고른 대책은 방어나 대치가 아닌 후퇴였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디아볼로스 그리고 악마 군단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판단 에서 였다.

얼핏 눈으로 보아도 수십만에 달 하는 숫자, 한국의 전력도 강력하 다고는 하나 그 수많은 물량, 악마 군단을 막아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만에 하나의 확률로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서 설사 막아 내게 된 다고 할지라도 피해가 너무나도 클 것이었다.

그렇기에 세계적으로 지원을 요 청해 둔 상태였고 다수의 국가가

이를 흔쾌히 승낙하고 부대를 파견 중이었고, 현재 한국은 지원을 목 놓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둘째로는 한서준 각성자 의 부재였다.

한국이 근래 들어 강대국으로 평 가를 받고, 급격한 성장세를 보일 수 있던 것은 모두 서준의 개인의 강함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서준과의 연락이 전 혀 되지를 않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 때문에 버티는 것이 아닌 후퇴를 생각한 것이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한계치에 다다르

고 있었다.

“협회장님 더 이상 물러나서는 안 됩니다.”

한국의 명운이 걸렸다 해도 과언 이 아닌 상황에 s급 각성자들과 각 길드의 대표들까지 회의장에는 수 많은 사람이 앉아 있었지만, 안채 형의 말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 었다.

신속하게 도시를 비우고 대피하 고 있긴 하였지만, 많은 인파가 몰 리며 대피 속도가 늦춰짐에 따라 그마저도 한계점에 도달해 버리고 말았다.

“이 상태로라면 악마 군단이 시 민들을 따라잡는 데는 시간문제입 니다.”

최악의 상황에 도달해 가고 있다 는 것이었다.

“크흠......

침음을 흘리는 강석호의 미간이 깊게 파인다.

현재 한국에서 기용 가능한 전력 을 모두 모으긴 했지만, 악마 군단 에 비하자면 턱없이 역부족이었다.

정말로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 는 이상 사실 승산은 없었다.

그렇다고 도망을 칠 수는 없었다.

강석호가 그 많은 자리를 거절하 고 각성자 협회장의 자리에 앉아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내를 무참 히 죽인 빌런들을 무찌르기 위해서 였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디아 볼로스 놈들이 무서워서 도망칠 수 는 없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물러서게 된다면 막대한 인명 피해가 생기게 될 것이었다.

‘우리가 물러서면 남하하고 있는

피난민들과 서울 근교의 수많은 시 민이 모두 죽게 될 것이다.’

한국의 각성자 협회장으로서 짊 어져야 할 책임을 내려놓고 도망치 는 비겁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생각을 정리한, 강석호의 눈동자 에 강한 의지가 깃든다.

“난 전장으로 갈 것이다. 설령 죽더라도 적어도 끝까지 시민들을 위해, 국민을 위해 싸우다 갔다는 자부심을 남길 것일세!”

한차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 뱉는 것으로 호흡을 고른 강석호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승산이 희박한 만큼 자네들에게 강요하지는 않겠네. 하지만 진정으로 시민들을 지키기 위한 마음이 있는 자들은 부디 나를 따라와 주 게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본인의 의지 를 밝힌 강석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