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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97화 (97/517)

— 5권 2화

102화

디아볼로스의 기밀 작전 사령부.

그곳에서 계획에 없던 비상 회의 가 열리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모든 전력을 투입해 서 한서준을 처리해야 합니다. 한 국의 독주를 놔둬선 안 된다고 봅 니다.”

디아볼로스 동남아 지부의 총책 임자인 쿠마르의 말은 타당한 의견 이었다.

조직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엘 레오노르에 이어 나타샤까지 두 부 의장이 한서준의 손에 사로잡혔다.

지금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디 아볼로스가 쇠락하게 될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다들 알고 있는 것 이었다.

하지만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고 해서, 이 현실을 타파할 방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전력을 투입한다고 해서 한서준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 소?”

동유럽 지부를 거느리고 있는 간

부, 메드예프의 말에 간부들은 전 부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서준은 부의장 엘레오노르에 이어 악마, 아스모네아마저 꺾어 낸 존재였다.

그런 괴물 같은 존재를 대체 누 가 상대한단 말인가?

“설사 운이 좋아서 한서준을 처 리해 내는 데 성공했다고 칩시다. 그 뒤의 미래가 존재할 것 같소?”

세계 각성자 협회와 미국, AAO 쪽이 지금은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다지만 언제 다시 활동하고, 마 찰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당연하지만, 한서준을 처치하느 라 큰 피해를 입을 것은 불가피한 상태였고, 그 상황에서 수많은 적 들과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아 가던 찰 나, 간부 중 한 명이 마지못해 입 을 연다.

“최후의 수로 의회장님에게라도 연락..”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하고 묵살당 했다.

“머리를 달고 다니지만 말고 그 걸 이용해서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의회장님께서 그를 용납하실 거라 생각하는 건가?”

악마의 힘을 근간으로 쓰는 디아 볼로스에게 의식은 가장 중요한 행 사.

이를 방해할 경우 의회장의 반응 은 불 보듯 뻔하였다.

“그럼 이 상태로 손을 놓은 채로 죽을 날만을 기다리겠다는 말이 오?”

쿠마르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다 시 한번 회의장에 침묵이 감돌았다.

당연하지만, 여기 있는 빌런, 범 죄자들은 죽을 날을 기다리기 위해 서 디아볼로스에 온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영생을 누리고 권력과 야 망을 펼치기 위해서 모인 이들이었다.

이런 암울한 순간은 생각한 적 없고, 하기도 싫었다.

활로가 없는 미래에 회의장에 모 여 있는 디아볼로스 간부들의 얼굴 에 다들 그늘이 드리우고 있던 순 간이었다.

우당탕-!

갑작스레 문이 열리며 빌런 하나

가 회의장 내부로 뛰어 들어왔다.

위계질서가 확실한 디아볼로스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무신경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뒤이어 빌런이 내뱉은 말 에 아무도 그를 지적하지 못했다.

“의, 의회장님께서 의식을 끝마 치고 나오셨습니다!”

간부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의회장님께서 나오셨다고?!”

본래 의식은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됐다.

의식에 들어간 시기가 불과 일주

일 전임을 생각하면 이르기도 아주 이른 시간이었다.

무슨 연유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으나 이건 호재였다.

‘역시 하늘이 두 쪽 나도 솟아날 구멍은 있구나.’

의회장께서 가진 힘이라면 한서준을 처치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희망과도 같은 일에 간부들의 얼굴에 드리웠던 그늘이 가신다.

“이럴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제 단으로 가서 문안 인사와 보고를 드리도록 합시다.”

“좋습니다.”

쿠마르를 선두로 간부들이 황급 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제단으로 향하려던 찰나였다.

회의장의 문턱을 넘어서며, 검은 인형이 들어선다.

“오늘이 정기 회의 날이었던가?”

오래도록 말을 하지 않았는지, 짐승이 우는 듯한 갈라지는 음성에 간부들이 황급히 고개를 숙인다.

“아, 아닙니다!”

고개를 조아린 간부들을, 제일 선두에서 있는 쿠마르를 향하여 의회장, 절대자가 물어 온다.

“그럼 다들 이곳에서 뭘 하고 있 는 거지?”

어둠을 집어삼킨 듯한, 검은 눈 동자가 쿠마르의 육신을 훑는다.

디아볼로스에서 상급자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간부라는 이들이 내렸던 명령을 어기고, 제멋대로 한자리에 모여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던 것이 다.

당연하지만, 의회장이 이를 좋게 봐줄 리가 만무했다.

“중요한 일이 생겨서 이렇게 허 락 없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내 명령보다 더 중요한 것인 가?”

어둠 속, 검은 눈을 빛낸 의회장 의 목소리가 더욱 서늘하게 가라앉 는다.

절대 기분이 좋은 상태라고는 생 각할 수 없는 낮은 음성에 쿠마르 와 간부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킨 다.

살얼음판과 같은 상황.

말 한마디를 잘못 내뱉었다가는 바로 죽음을 맞이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쿠마르는 최대한 정중

하면서도 예를 갖추어 입을 연다.

“벨리드의 수하이신 아스모네아 님과 나타샤 님이 그만……. 비통 한 일입니다.”

그 노력이 가상했던 덕분인지 다 행히도 의회장의 분노는 간부들에 게로 향하지 않았다.

“한서준인가?”

“그렇습니다.”

“크하하하-!”

폭소를 터뜨리는 의회장.

그러나 정말 즐거워서 웃는 것은 아니었다.

주변으로 마치 실존하는 양 넘실 거리는 살의(殺意)가 이를 대변해 주고 있었다.

주변의 공기마저 쩌렁쩌렁 울리 는 웃음을 한참이나 토해 낸 의회 장이 말했다.

“어리석군. 매번 신경을 거슬리 게 하는 것도 모자라 결국 종막을 향해 나아가려 하는구나.”

의회장이 흘리는 목소리가 겨울 의 얼음장보다 더 차가워진다.

“지금 당장 한국으로 가서 한서준을 처리하겠다.”

갑작스러운 의회장의 결정에 메

드예프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위험하실 수도 있습니다. 한서준과 아스모네아의 전투 영상을 분 석한 결과, 놈은 현재 의회장님과 같은 경지에 도달해……

정보, 경험들을 토대로 해 가며 메드예프가 충언을 입에 올리고 있 었지만, 애석하게도 끝을 맺지는 못하였다.

서걱-

메드예프의 목이 바닥으로 떨어 지고는 피 분수가 터져 나온다.

회의장에 모여 있는 간부 중 그 누구도 어떻게 그가 죽었는지 알

수 있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일을 벌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두가 알았다.

의회장이 붉게 물든 팔로 자신의 가슴을 두어 번 두드리며 입을 열 었다.

“이 몸! 이 데메이아 님이 승산 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느냐?”

없었다.

의회장, 데메이아는 확신이 있을 때만 움직임을 보인다.

디아볼로스가 순식간에 세력을 확장시킬 수 있던 데는 이런 데메 이아의 지략, 판단들이 바탕이 되

었다.

그렇기에 유추할 수 있었다.

“설, 설마 의식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으신 겁니까?!”

이어진 질문에 데메이아의 입가 에 피식 미소가 흐른다.

“나 데메이아는 마침내 위대한 벨리드 님의 사도(使徒)로 인정받 아 극진한 은총을 받아 내었도다!”

데메이아의 말에 간부들의 입가 에도 환한 미소가 흐른다.

“해내셨군요!”

“역시나 의회장님이십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찬사들을 듣 던 데메이아가 자신만만한 기세로 소리를 내지른다.

“마침내 반신(半神)의 영역에 도 달한 내가 고작 한서준, 인간 따위 에게 패배할 것 같으냐?!”

절대 그럴 리 없었다.

악마종들과의 계약을 통해 반신 의 영역에 발을 들인 존재들의 강 함을 직접 봤기에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압도적인 힘, 마나의 양, 이는 같 은 반신(半神)의 영역에 도달하지 않는 이상 절대 이길 수 없었다.

지금 이 지구에 의회장, 데메이 아를 막을 이는 존재치 않는다는 말이었다.

상황에 대한 파악을 마친 간부들 은 황급히 무릎을 꿇으며 소리를 내질렀다.

“어리석고 오물 같은 인간을 청 소하고 이 세상을 구원해 낼 구원 자를 뵙사옵니다!”

인적이 존재치 않는 경기도 부근 의 야산.

서준은 그곳에 있는 주변의 나무 들에 술식들을 분주히 새겨 놓고, 근처에 갖가지 결계형 아티팩트들을 펼쳐 낸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준비는 됐 네.”

이미 한번 걸어왔던 길이라지만, 반신의 영역에 도달하는 일이 쉬울 리가 만무했다.

피가 마를 정도의 집중력을 요구 하는 건 말할 것도 없었고, 여태와

는 차원이 다른 준비 시간이 필요 했다.

그렇기에 인근 야산을 통째로 대 여하고, 근처에 결계를 펼쳐 철저 한 준비, 환경 조성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결계는 이만하면 됐고, 가족들 한테도 전부 연락을 해 뒀으니 까..

방해될 이가 접근하거나, 집중을 흐트러뜨릴 요소는 이제 없었다.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비행기 모 드로 돌리는 것으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그럼 이제 시작을 해 볼까.”

서준은 곧장 가부좌를 틀고서,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천천히 천마신공을 운용했다.

현경의 끝, 아니 이제는 생사경 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막대한 양의 내공이 응집된다.

아랫배, 단전에 모여 있던 막대 한 양의 내공들이 혈도를 타고 전 신으로 퍼져 나간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특정 부위 에 둘러 내거나 외부로 뿜어내지는 않는다.

‘체내의 내공들을 완벽하게 품어

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반신의 영역인 생사 경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 문이었다.

그렇기에서준은 전신으로 내공 들을 끊임없이 흘려 낸다.

계속해서 퍼져 나간 내공들이 육 체가 수용할 수 있는 허용치, 한계 점을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끄읍-!”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아찔한 고 통이 밀려오지만 기를 홀려 내는 것을 멈추거나, 비명을 내질러서는 안 된다.

‘이게 올바른 과정이야.’

모든 내공은 기본적으로 외부 자 연의 힘을 흡수하여 단전에서 기 (氣)로 빚어 낸다.

하지만 반신의 영역에 도달한 이 들은 이러한 제약을 받지 않는다.

손, 팔, 어깨 모든 육체 자체에 단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말하자 면 기관(器官)을 만들어 놨기 때문 이다.

물론, 그와 같은 육체를 얻기 위 해서는 기본적인 인간의 구조 자체 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 다.

괜히 생사경의 경지를 반신의 영 역이라고 일컫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따지자면 아주 새로운 육 체를 만들어 내는 일.

당연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렇기에 상당한 육체의 준비를 필 요로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막연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이미 한번 성공해 봤던 일이야.’

서준은 침착하게 천마신공을 운 용하며 혈도, 뼈 마디마디에 기가 머물고 모일 수 있는 단전과 비슷 한 기관을 만들어 낸다.

당연하지만, 육체는 갑작스레 찾 아온 불청객, 변화를 완강히 거부 하며 그 과정 속에서 끔찍한 고통 이 밀려온다.

그 난도는 불가해(不可解)의 영 역이었으나, 해내야만 했다.

이제 와 멈출 수도 없었다.

내공을 담아낼 수 있는 한계점을 돌파한 만큼 여기서 멈춘다면 육체 가 완전히 붕괴될 수 있었다.

서준의 목숨은 낭떠러지 바로 앞 에서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서준은 몸 곳곳에서 느 껴지는 고통에도 새어 나오려는 비

명을 억눌러 낸다.

‘욕심을 내 가며 거대한 그릇을 만들어 내지 않아도 된다.’

처음 단전을 만들었을 때처럼 아 주 작은, 육체가 허용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 나간다.

머리는 계속해서 생각하기를 멈 추지 않고, 천마신공을 천천히 체 내 곳곳으로 밀어 넣는다.

그 합의점, 허용치를 찾아내는 데 성공해 냈지만, 문제는 또다시 발생한다.

머물 수 없는 곳에 머물라고 하 자 천마신공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당연한 것이었다.

풍요했던 단전에서 머물던 이들 이 이런 황무지와 같은 곳에 남아 있고 싶어 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 다.

어떻게 하면 천마신공이 이곳에 머물게 할 수 있을까?

의문에 대한 해답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천마신공으로 빚어낸 기는, 강자 의 앞에 굴복한다.

‘내가 너의 주인, 복종하고 굴복 해라!’

누르고, 무릎 꿇려 결국에는 복 종하게 만들고 그것을 완벽히 다뤄 낸다.

쌍수를 들고 반대하던 천마신공 은 제 주인 앞에 무릎을 꿇으며 의 지를 받들어 낸다.

그렇게 천마신공을 이용해 가며 하나의 터를, 세계를 만들어 낸다.

천마신공의 힘이 깃든 기는 아랫 배에 자리 잡은 단전의 형태처럼 똬리를 틀며 몸속 곳곳에 보금자리 를 만들어 낸다.

빠를 수는 없다.

힘으로 누를지언정 가혹해서는

안 됐고, 복종을 종용할망정 잔인 한 폭군이 되어서는 안 됐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고되 고 위험한 일인 만큼, 천마신공을 재촉해서는 해결할 수 없었다.

그저 명령을 이행하는 것을 지켜 보며 내버려 두면 된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도, 강한 인내심으로 기다려 준다.

그렇게 오랜 인고의 시간을 보내 고 나자 마침내 혈도와 뼈 마디마 디에 새로운 세계들이 자리 잡아 낸다.

계속해서 한자리에만 머물던 기

운들이 전신에 퍼져 나가며 처음으로 단전을 벗어나며 새로운 보금자 리에 머문다.

육체를 새로이 빚어내는 데 성공 해 낸 것이었다.

“좋았어.”

말을 내뱉는 순간, 끔찍했던 고 통이 가시며, 짜릿한 감각이 찾아 온다.

머리에서부터 시작된 전율이 발 끝까지 타고 흘러, 온몸의 털은 쭈 뼛 서고 소름이 전신 곳곳에 돋아 난다.

그 순간.

콰광-!

귓전에 벽이 무너져 내리는 요란 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마침내 생사경이라는 반신의 경 지에 들어선, 서준의 두 눈동자에 는 진한 황홀감이 어려 있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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