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89화 (89/517)

- 4권 19화

94화

며칠 후, 중국, 쓰촨성.

휘오오....

대격변의 날 붕괴된 대표적인 도 시 중 한 곳으로, 과거의 찬란했던 영화(榮華)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폐허밖에 남지 않은 황무지.

그리고 그곳에 검은 후드를 뒤덮 어 쓴 사내, 나타샤와 그를 따르는 디아볼로스의 간부들이 모습을 드 러냈다.

그 악명 높은 디아볼로스의 부의 장과 간부 직책을 역임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이들이었기에 은밀하고도 신속한 움직임에 곳곳 에 도사리고 있는 몬스터들조차 그 존재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이 곧 벌어질 대재앙 의 화근이었다.

디아볼로스의 간부급 인사들이 아무 이유 없이 이곳에 모인 것은 아니었다.

“준비는 확실히 됐겠지?”

무리의 중심에서 있는 부의장, 나타샤의 물음에 간부 하비브가 고

개를 주억인다.

“완벽합니다. 제단을 그려 낼 피 와 공물로 바칠 생생한 인간의 심 장 100개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 살아남고 싶다면 실수가 절대 존재해서는 안 된다.”

부의장 중 한 명인 엘레오노르가 독단적으로 행동한 것도 모자라, 결국 목적 달성에 실패하고 체포됨 으로 인해 디아볼로스의 크나큰 야 망을 향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부의장급의 인사에 공백이 생긴 것으로도 골치가 아픈 일인데, 나 타샤는 하필 ‘그 계획’에 동참한 인

물 중 하나였다.

‘조른다고 결계석을 넘겨주는 게 아니었는데.’

그러나 후회만을 하고 있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다.

부의장급의 존재가 제압, 체포된 만큼 그분, 의회장님의 귀에 이미 소식이 들어가 버린 상태였다.

‘공물을 바치기 위해 의식 제단 으로 들어가는 날만 아니었어도 의 회장님의 손에 반으로 찢겨서 죽었 을 테지.’

마기를 이용하는 디아볼로스에게 의식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인 만큼,

의회장이 자리를 비워야 했고 덕분 에 나타샤를 비롯한 간부들이 한숨 을 돌릴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잠시의 안정일 뿐 이었다.

엘레오노르가 맡고 있던 일들의 중함을 생각한다면, 의회장님의 분 노가 상당할 터.

의식을 끝마치고 나온 의회장님 께서 어떤 형벌을 내릴지 알 수 없 었다.

‘최악의 경우 목숨으로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그런 대참변이 일어나기 전에 의

회장님의 분노를 무마시킬 공로를 세워야 했다.

‘방법은 단 하나, 장애물인 중국 과 한서준을 없애고 동아시아를 완 벽하게 통제하에 둔다.’

물론, 무력만 보자면 디아볼로스 의 두 손가락에 꼽히는 엘레오노르 마저 쓰러뜨린 한서준을 홀로 감당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의회장님께서 폐관수련에 들어가기 전, 한서준을 제거하기 위하여 준비해 놓은 것들 이 있었다.

‘이를 이용한다면 승산은 차고

넘친다.’

나타샤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려 던 찰나, 함께 온 간부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제단의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습 니다.”

한시가 급한 사항인 만큼 망설여 서는 안 되었다.

나타샤는 곧장 고개를 주억이며 명령을 내린다.

“의식을 시작한다.”

품속에서 피처럼 새빨간 구슬을 꺼낸 나타샤가 입술을 달싹였다.

“팔십오 악마 군단의 장군이시 여, 곧 세계를 광기에 물들이고 홀 로 군림하실 왕의 심복이시여, 여 기 바로 이곳에서 피로써 맹세합니 다.”

그러자 제단이 발광하고는 새빨 간 구슬들이 피로 그려진 제단 위 에 놓인 심장의 핏기를 흡수해 가 며, 음산하면서도 무거운 검은 기 운들을 주변에 흩뿌린다.

솟아난 검은 기운은 달빛마저 완 전히 가리고, 세상이 암전되는 순 간, 피로 그려진 마법진이 요동치 기 시작한다.

그러자 마법진이 빛을 뿜어내던 자리에 이족 보행의 형태로 인간과 비슷한 형상을 취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고 누구 하 나 인간이라 생각할 사람은 없었다.

등 뒤에 솟아나 있는 한 쌍의 박 쥐 날개, 피보다 붉은 동공, 마지막 으로 이마에는 두 개의 산양의 뿔 을 가지고 있었다.

악마의 상징들과 사방으로 퍼지 는 불길한 마력들이 이 존재의 명 칭이 ‘악마’라는 것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무사히 악마의 소환을 이뤄 낸 나타샤의 입가에 마침내 감격의 미 소가 흐르고 있던 찰나였다.

[누구냐…… 나를 부른 것이.]

이윽고 악마의 입이 열리고, 낮 고 스산한 목소리가 등골을 타고 오르는 순간, 나타샤가 황급히 한 쪽 무릎을 꿇으며 외친다.

“하등종 인간 나타샤가 감히 위 대한 데몬 아스모네아 님을 뵙사옵 니다!”

[인간, 네놈.이 나를 불러낸 것이 냐?]

“예! 아득하신 벨리드 님께서 손

수 하사해 주신 마도구 덕분에 아 스모네아 님을 감히 불러낼 수 있 었습니다.”

아스모네아의 붉은 동공이 나타 샤의 신형을 위아래로 훑으며 나타 샤의 몸에 있는 마기를 읽어 낸다.

[아득하신 벨리드 님의 종이자, 미천한 미물이여 나를 부른 이유가 무엇이냐.]

아스모네아가 내뱉은 말에, 나타 샤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른다.

“이 대륙과 반도의 땅에 거주하 는 하등종들은 벨리드 님을 섬기지 않는 어리석음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사실에 분개하여 제힘으로 그들을 단죄하고 싶었으나, 능력이 부 족하여 한탄만 삼키고 있었습니다. 부디 아스모네아 님께서 그 어리석 은 놈들에게 올바른 심판을 내려 주셨으면 합니다.”

[좋다. 벨리드 님의 대행자이자 악마 제4군단의 장군으로서 너의 청을 받아들여 주도록 하겠다.]

그렇게 아스모네아가 날개를 활 짝 펼치며 엄청난 속도로 비행을 시작했고, 나타샤가 그 뒤를 쫓아 나섰다.

중국, 충칭시, 위중구.

중화인민공화국의 서부의 직할시 이자 대격변의 날 이후 무너진 쓰 촨성을 대신할 곳으로 중국 정부가 힘을 기울여 발전시킨 곳이었다.

덕분에 고층 빌딩, 대형 백화점 들이 늘어서 있었으며 외국인이 자 주 찾는 관광지이자 현재는 중국 서부 지역의 중심지라고 불리며 활

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활기 대신, 대혼 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차 빼! 비키라고!”

“무작정 대피하면 더 속도가 느 려집니다. 순서를 지키셔서 대피해 주셔야 합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 접 지역, 폐허라 말할 수 있는 쓰 촨성에서 미관측의 마력 반응이 일 어났기 때문이었다.

물론, 단순히 미관측 게이트라면 이렇게까지 도시에 대혼란이 찾아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측정 불가의 마력 반응이었다 고?”

구룡문주, 구존의 물음에 흑룡, 구회가 곧장 대답을 해 왔다.

“네, 공안에서 그리 전달해 왔습 니다.”

측정 불가, 각성자로 치자면 s급 에 달하는 존재였지만 구존의 입가 에는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똑같은 S급에도 차이가 명확히 존재하는 법이며, 구존은 그중에서 도 상위권에 속한 크라운즈 나이트 였다.

겁을 먹을 이유가 없었다.

‘아니, 이건 좋은 기회다.’

엘레오노르가 갑작스레 습격을 가한 날, 정보력의 부족으로 인하여 사건이 끝난 이후에 도착하는, 무능력한 모습을 보이고 말아 한서준 각성자님, 주군에게 실망을 안 겨 줘 버렸다.

그날의 실수를 어떻게 만회해야 하나 싶어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는 데 기회가 제 발로 찾아온 것이었다.

측정 불가, S급의 몬스터를 구룡 문이 막아 냈다는 기사라면 어느 정도는 공로, 능력을 증명할 수 있

는 수단이 되어 줄 수 있었다.

‘어떤 몬스터가 올지는 모르겠지 만, 아주 곤죽을 만들어 주지.’

구존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피 어나고 있던 찰나였다.

쌔액-!

갑작스레 불어온 강풍에 구존을 비롯한 구룡문의 문파원들의 눈살 이 찌푸려진다.

곧, 요란했던 바람이 잦아들고 찌푸리고 있던 두 눈을 떠 가던 순 간, 귓전에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 온다.

[벌레 같은 놈들이 많이도 모여

있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 를 돌린 문파원들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아, 악마?”

예기치 못한 존재의 갑작스러운 등장.

혼란을 느끼기에 충분했지만 구 룡문은 중국 제일의 문파, 숱한 경 험을 쌓아 온 만큼 당황은 오래가 지 않는다.

정신을 차린 구회가 황급히 소리 를 내질렀다.

“당황하지 말고 진형을 갖춰라!”

구룡문의 문파원들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진형을 갖추기 시작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등 장이었던 만큼 진형을 갖출 시간이 부족했다.

구존은 그 찰나의 틈을 벌기 위 하여 목소리를 드높이며 아스모네 아에게로 달려든다.

“감히 악마 놈이 이곳이 어디인 줄 알고!”

날카로운 강기를 뿜어내며 쇄도 해 오는 구존, 포위망을 구축하는 구룡문의 문파원들까지.

각성자들이 주변에서 일사불란하

게 움직이며 압박을 가해 왔지만 아스모네아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 스모네아의 기준에서 보자면 각성 자들은 개미의 모습과 다를 바 없 었기 때문이었다.

개미 몇 마리가 요란 법석 움직 이고 날뛴다고 관심을 주지는 않지 않는가?

[하찮은 것들.]

아스모네아의 눈이 순간 붉게 빛 났고, 허공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펼쳐졌다.

문자 수천 개가 선을 이루어 가 며 기괴한 마법진을 그려 낸다.

마침내 마법진이 완성되는 순간, 대기가 격동을 일으킨다.

“도망쳐라!”

섬뜩한 감각을 느낀 구존이 황급 히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지만, 너 무 늦어 버린 상태였다.

쉬이익-!

붉은빛 마나로 이루어진 송곳처 럼 날카로운 칼날이 하늘에서 빗발 친다.

그 영역 안에 있던 건물, 차량,

사람 모든 것들에 구멍이 뚫리고, 잘려 나간다.

“끄아악!”

“커헉, 아아악-!”

수백 명에 달하는 각성자들과 수 천에 달하던 민간인들이 넝마가 되 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초 도 안 되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아스모네 아는 아무런 여흥조차 느끼지 못했 다는 듯 지루함을 노골적으로 표출 했다.

애초에 아스모네아의 입장에서는

이들은 개미와 다를 바 없었으니 말이다.

그저 계약을 이행해 나갈 뿐이었다.

[다음은 어디지?]

뒤늦게 헐레벌떡 달려온 나타샤 가 황급히 말을 내뱉는다.

“허억, 허억……. 저기 저쪽에 인 간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들이 더 있습니다!”

[여기 살아남은 것들을 정리하고 오도록. 하등종이라 할지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나타샤는 전투 능력이 상대적으

로 떨어졌기에 구룡문과 정정당당 히 싸워야 한다면 다소 버거웠겠지 만, 이미 대다수의 문파원들이 큰 상처들을 입거나, 정신을 잃은 상 태였다.

이런 부상자들을 처리하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 쉬운 일이 었다.

“물론입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자신감 넘치는 나타샤의 대답에 악마가 고개를 주억이며 다시 한번 비행을 시작한다.

그렇게 중국의 대비극이 시작되 었다.

강석호는 TV에 생중계되고 있는 뉴스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이게 무슨……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뉴 스에서 보여 주는 자료 화면 속에 보이는 것은 3년 전 대격변의 날 초기에나 보았던 악마족의 모습이 었기 때문이었다.

-이곳 충칭시는 3년 전 대격변 의 악몽이 되살아난 듯합니다. 지 금 화면에서 보이는 악마족으로 추 정되는 괴생물로 인해 일대의 건물 과 교통 시설, 지형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파괴되어 가고 있 습니다, 아직 정확한 인명 피해는 집계되진 않았으나 최소 수백만에 달하는 피해가 난 것으로 예상됩니 다.

뉴스를 보던 강석호는 황당하다 못해, 침통한 감정이 되고 말았다. 주요 관광물이 파괴되어 형체를 잃 어버릴 정도로 바스러져 있었고, 폭발로 인해 화염들이 여기저기 넘

실거리고 있었다.

기자가 찍은 화면에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모습을 한 사체들이 땅바닥을 굴러다니고 있 는 상태였다.

끔찍하고도 잔혹한 전쟁터 그 자 체의 모습과도 같았다.

강석호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어째서, 갑자기 다시 모습을 드 러낸 것이지?”

과거 대격변 초기 당시, 72좌의 마왕(魔王)들을 필두로 침공해 왔 던 악마 군단은 지구를 돕기 위해

나섰던 천사와의 대립에 패배의 고 배를 마시고 퇴각했었다.

그날 이후로는 악마, 데몬 일족 이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몰려오는 긴장감에 마른침이 목 울대를 타고 꿀꺽- 넘어간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상상만으로도 강석호의 등 뒤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이 쏟아져 내 린다.

악마의 출몰이란 그만큼이나 무 서운 일이었다.

‘설마 재침공?’

갖은 상상들로 인하여 강석호의 머릿속이 혼란해져 가고 있던, 찰 나였다.

뻬리릭-

탁상 위에 비치되어 있는 각국, 협회장들 간의 핫라인 전화가 울리 기 시작했다.

“강석호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강석호 협회장님. 저는 중국 각성자 협회의 협회장, 샤오웨이입니다.

“이미 소식을 접했으니, 본론만 말씀 부탁드립니다.”

-……상대는 악마입니다. 지금 본국의 크라운즈 나이트의 오관인 구존님과 휘하의 구룡문의 문파원 들이 나섰지만 참패한 상황입니다. 그러니 한국에 도움을 정식으로 요 청드리는 바입니다.

넓은 땅을 가진 만큼 밀접해 있 는 국가들이 여럿 존재하긴 했지만, 악마를 상대할 만한 힘을 가진 각 성자를 보유한 나라는 단 한 곳, 한국뿐이었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력을 통하여 친분을 쌓아 놓은 다른 크라운즈 나이트, 강자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그들은 대다수 대양 건너 유럽 땅

에 있거나 게이트로 사냥을 나가 있는 상태였다.

그들을 불러들일 때쯤이면 이미 충칭시는 잿더미가 될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중국이라는 국 가 자체가 멸망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가까운 한국 땅 에 이를 해결해 줄 각성자가 존재 했다.

“한서준 각성자님께서 움직이실 지는 확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연 락은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 만 그에 따른 보상을 내어 주셔야

할 것입니다.”

서준은 현재 세계적으로 높은 명 성,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이로 평가 되는 만큼 적지 않은 보상을 내어 주어야 하겠지만 국가가 멸망의 길 을 걷는 것보다는 당연히 싸게 먹 히는 일이었다.

때문에, 샤오웨이는 한 치의 망 설임도 없이 대답을 건네 왔다.

-부디, 부탁드리겠습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1